### **1부. 덫에 갇힌 매**
벨기에의 작은 요새 도시 **메닌(Menin)**은 1794년 9월의 이슬에 젖어 축축한 악취를 풍겼다. 프랑스 혁명군의 맹렬한 포위망 속에 갇힌 프로이센 수비대는 숨 막히는 긴장감과 절망에 지쳐 있었다. 그들의 지휘관은 상황이 악화되자 후퇴를 결정했지만, 프랑스군의 포위망은 이미 촘촘했다.
어둠 속, 한 명의 젊은 장교가 지도 위에 촛불을 드리우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게르하르트 요한 다비트 폰 샤른호르스트(Gerhard von Scharnhorst)**, 스물아홉의 **대위**였다. 그의 얼굴은 피로와 굳은 결의로 얼룩져 있었다.
"탈출로가 없다니, 말도 안 됩니다!" 한 장교가 분통을 터뜨렸다.
샤른호르스트는 고개를 들지 않고 조용히 말했다. "이곳을 매복지라고 가정해 보십시오. 적들은 우리가 북쪽의 주 도로로 나갈 것이라 확신하고 있습니다. 포병을 집중시키고, 길목마다 기병대를 숨겨두었겠지요."
그는 낡은 펜촉으로 지도의 한 지점을 찍었다. **남서쪽, 드넓은 습지대**였다. "우리는 반대 방향으로 간다. 적들이 가장 방어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곳, 혹은 방어하지 **않는** 곳으로."
모두가 경악했다. "습지라고요? 말이 발이 빠져버릴 겁니다! 포를 어떻게 옮기라는 말입니까?"
"발이 빠진다면 짊어져야지요." 샤른호르스트는 짧게 답했다. "습지는 가장 위험한 곳이자, 우리의 유일한 생존로입니다. 적들은 우리가 자살하러 간다고 생각할 겁니다. 그것이 곧 우리의 방패가 될 것입니다."
### **2부. 밤을 가르는 침묵**
탈출은 자정 무렵에 시작되었다. 샤른호르스트는 보병대를 선두에 세우고, 포병을 후미에 두었다. 그는 모든 병사에게 **침묵**을 엄격히 명령했다. 총포 소리는 곧 죽음을 부르는 종소리였다.
이 밤, 그의 진정한 능력은 **병참**과 **기만**에서 빛났다. 그는 가장 큰 포대와 보급품 마차들을 일부러 성문 가까이에 남겨두고, 나무와 천으로 덮어 마치 주력 부대가 아직 성 안에 남아있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심지어 며칠 동안 구해야 할 것처럼 시끄럽게 떠들 노인 병사 몇 명을 남겨, 요새의 소음을 유지하게 했다.
탈출 부대는 발목까지 빠지는 진흙과 썩은 물을 헤치며 나아갔다. 수많은 병사가 지쳐 쓰러지려 했고, 마차 바퀴는 계속 진창에 박혔다.
"대위님, 여기서 멈춰야 합니다. 마차를 버리지 않으면 모두 늪에 갇힙니다!" 한 하사가 속삭였다.
샤른호르스트는 그의 어깨를 잡았다. "아니. 우리가 여기서 무기를 버리면, 우리가 구출해야 할 **프로이센**의 영혼을 버리는 것과 같다. 병사들에게 밧줄을 묶어 포대를 끌게 하라. 우리가 버릴 것은 사명감이 없는 나약한 다리뿐이다!"
절망적인 짐승처럼, 병사들은 끙끙거리며 포대를 끌었다. 그들의 땀과 진흙과 눈물이 섞여 붉은 안개처럼 밤하늘로 피어오르는 듯했다.
### **3부. 습지 위의 불꽃**
밤이 가장 깊어졌을 때,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프랑스 기병대 정찰대가 습지 끝자락에서 그들을 발견했다.
"발각되었다! 전군 돌격!" 프랑스군의 고함이 고요를 갈랐다.
샤른호르스트는 망설이지 않았다. "후미 부대! **산병대**를 즉시 전개하라! 나머지는 절대 멈추지 말고 전진한다! 우리가 살 길은 이 습지를 벗어나는 것뿐이다!"
그는 100여 명의 정예 산병대를 선두로 돌려세웠다. 이들은 흩어져 엄폐한 채, 프랑스 기병대가 진흙탕에 발이 묶이는 순간을 노렸다. 샤른호르스트는 그들의 지휘를 직접 맡아, 권총 한 자루와 칼 하나로 프랑스군의 돌격을 막아냈다.
"쏴라! 놈들이 늪에서 허우적거릴 때까지 기다려!"
산병대의 일제 사격이 어둠을 갈랐고, 선두에 섰던 프랑스 기병 몇 명이 늪에 쓰러졌다. 진흙은 말의 속도를 늦췄고, 기병대는 보병의 총검 앞에서 무력해졌다. 프랑스군은 탈출 부대의 규모를 정확히 알지 못했고, 어둠과 늪의 공포 속에서 매복에 걸린 것으로 착각했다.
샤른호르스트의 산병대는 시간을 벌었다. 그들이 목숨을 바쳐 싸우는 동안, 주력 부대는 간신히 습지대를 벗어나 북동쪽의 안전지대로 향했다.
새벽녘, 샤른호르스트는 피투성이가 된 산병대의 생존자들을 이끌고 마지막으로 습지를 빠져나왔다. 그들의 등 뒤로, 요새 메닌은 여전히 굳건히 서 있는 듯했지만, 곧 프랑스군의 포화에 함락될 운명이었다.
탈출에 성공한 병력은 약 80%에 달했다. 특히 기병과 포병 등 중요한 전력을 거의 손실 없이 구출해냈다.
이 작전의 성공은 당시 패배주의에 젖어 있던 프로이센군에게 작은 희망을 주었고, 샤른호르스트라는 이름은 **전략적 깊이와 용기를 겸비한 장교**로 기록되었다. 그는 단순한 철수 작전을 **전술적 승리**로 바꾸어 놓았던 것이다.
| 출처 | 문피아에서 '동화동산'이라는 필명으로 단편소설들을 쓰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