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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wedlock_14597
    작성자 : 댓글캐리어
    추천 : 10
    조회수 : 12098
    IP : 211.246.***.106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23/05/31 23:33:10
    http://todayhumor.com/?wedlock_14597 모바일
    우리 부부 이야기-2
    http://todayhumor.com/?wedlock_14573
    (1편)


     신혼 때는 아내랑 샤워를 늘 같이 했었다. 같이 샤워한다고 하면 막 에로틱하고 흥분하고 그럴거 같지만 실상은 대중목욕탕 느낌이다. 순둥이 아내를 차렷시켜놓고 팔 들어봐,다리 벌려봐 하면서 꼼꼼히 씻겨줄 때 기분은 마치 딸 씻겨주는 아빠가 된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그런 아내이기에 사랑스럽고 좋았다.

     아내는 씻고나서 침대에서 알몸으로 누워 있는 걸 좋아했다. 그러면 나도 아내 옆에 누워 서로의 솟아오른 부위를 만지작거리다 후끈 달아올라 더 은밀한 행위로 이어지곤 했다.

     우리 둘 다 느긋하고 평범함을 추구하는 주의라서 신혼때조차 성생활도 평범했다. 다른 부부들이랑 비슷하거나 혹은 밋밋하고 단조로울 뿐 특별하진 않았다고 생각한다. 섹스전엔 서로를 핥거나 빨거나 묶거나(?) 하는 등 누구나 하는 평범한 애무에 벗어나지 않았다. 

     체위는 정상위를 선호하는 아내가 종종 후배위를 하자고 하는데 그 이유는 오로지 내가 좋아하기 때문이다. 대학교 때 교양으로 사회학 수업을 들은 적 있다. 그 때 여교수가 다른 동물은 성관계를 모두 뒤로 하지만 오로지 인간만이 서로를 마주보고 성관계를 갖는다고 했다. 섹스가 인류에겐 종족 번식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후배위가 좋은 건 남자입장에선 신체구조상 행위가 더 편하고 집중하기에 좋다. 하지만 아내의 입장에서 얼굴을 마주보지 않고 하는 행위의 심리적 거부감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린 평범하면서도 늘 새로운 주제를 추구했다. 신혼 이후엔 밤에 드라마, 예능, 영화나 독서, 여행계획등 식상해진 섹스보다 즐거운 여흥이 충분했고 서로에 대한 신뢰와 애정이 매우 높아 섹스를 굳이 해야된다는 생각은 둘다 별로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단조로운 섹스에도 뭔가 변화를 주자는 아내의 의견에 인터넷에서 파는 기구도 찾아보고 섹시한 속옷도 골라보는 등 새로운 세상으로 한 걸음 걸어나갔다. 그러다 아내가 조금은 모험적인 제안을 조심스레 하나 했는데.. 그건 다음에 얘기하도록 하겠다.(두근)

     재미없는 섹스이야기는 그만하고 우리 부부는 쇼파에 앉아 음악예능을 보면서 맥주마시는 걸 즐겼다. 음악과 맥주와 사랑하는 아내가 있으니 더없이 행복한 순간이었다. 

     마침 팬텀싱어라는 예능이 시작해서 시즌1부터 보기 시작 했는데 그 프로에 나오는 젊은 성악가들과 뮤지컬배우들에 반해서 그 계기로 공연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팬텀싱어1 갈라콘을 재수좋게 VIP석을 구했는데 방송 뒷이야기 같은 걸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우승팀이었던 포르테디콰트로의 클래식함과 세련됨이 크로스오버된 느낌이 너무 내 취향이라 이 무대를 라이브로 듣는게 행복했다.(근데 이 팀의 베이스 성악가 손태진이 최근트로트 경연(불타는 트롯맨)에 나오더니 우승해서 트로트가수로 대박터진 게 좀 생뚱맞긴 하다. )

     그 후 팬텀싱어 출연자들이 나오는 뮤지컬도 보러다녔다. 뮤지컬이나 연극배우들은 무대에서 NG가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정말 칼같은 연기를 하는데 맘에 든 배우의 불꽃연기를 바로 앞에서 볼 수 있다는게 믿어지지 않았다. 내가 특정배우를 좋아하면 그 공연이 재밌든 말든 보러가게 된다. 이 전에도 뮤지컬은 몇번 봤었지만 찐팬으로써 보는 공연은 감정이입이 달랐다. 그 작품 이름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

     내용은 올드하고 노잼이고 미화된 불륜스토리가 주를 이룬다. 아내는 그날 집에와서  "나쁜 애슐리!"라며 불륜남 캐릭터를 비난했는데 그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가 내가 팬이 된 배우였다;

     그 후 공연계에 입소문이 자자했던 「지킬앤 하이드」도 보러 갔다. 티켓팅은 초단위를 다투는 전쟁이고 뮤덕 용어인 이선좌(이미 선택된 좌석)를 수없이 마주했다. 

     여러번 티켓팅 실패 후 지인까지 동원해 드디어 예매를 성공했다. 대배우 조승우를 실제로 보게 된 것이다! 그런데 조승우의 지킬박사의 모습만 상상하고 봤다가 하이드로 변할때 조승우의 낮고 섬뜩한 목소리와 불타는 연기력에 진심 충격받았다. 공연이 끝난 후 다른 뮤지컬에선 볼 수 없었던 기립박수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조승우가 "지금 이순간~"할 때 너무 놀랐는데 그 이유는

     '이 노래가 지킬앤 하이드 였구나!!' 

    공연을 전혀 모르고 볼 때 오는 카타르시스가 아주 짜릿했다.

    그런 일은 뮤지컬 캣츠를 볼 때도 있었다. 메모리가 캣츠 넘버인 줄 몰랐었다.(헐)

     조지킬(조승우+지킬)에 너무 감동받은 난 같은 공연을 한 번 더 보고 싶었다. 이 번엔 다른 배우가 연기한 은지킬(박은태)편을 보러갔다. 근데 조승우와 자꾸 비교되서 초반의 지킬 연기가 별로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목소리톤도 높고 가늘어 연약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실망스러울 뻔 했는데 하이드씬에서 조승우하이드에서도 못 느낀 공포를 느꼈다.ㄷㄷ 세명의 주연배우 중 지킬과 하이드의 괴리가 가장 큰 것 같았다. 박은태만 웃옷을 찢으며 하이드를 연기하는데 그게 정말 인상적이었다.

    그 후엔 아이가 크면서 공연과는 거리가 차츰 멀어졌고 코로나 이후론 추억만 할 뿐이다.  

     아이가 이제 9살인데 몇년만 지나면 다시 둘이서 낭만적인 데이트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미 서로 나이가 40대지만.. 늘 옛 추억에 젖어 사는 INFP남편은 24살 아내를 처음만난 28살 남친의 반한 마음이 아직도 변하지 않았다. 아내의 머리칼에서 흰머리가 나왔을 때 세상이 무너진 것 같았지만 곧 담담히 받아들였다. 나름 매력일 수도 있으니까. 
     
    아내가 내볼을 붙잡고 웃으며 

    "신랑은 콩깍지가 너무 두꺼운거 아냐?"

    "아니. 볼 때마다 새롭게 씌이는 거야"












    3편에선 본격적으로..(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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