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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wedlock_13540
    작성자 : 스카라라
    추천 : 20
    조회수 : 14994
    IP : 182.224.***.123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20/05/01 15:12:36
    http://todayhumor.com/?wedlock_13540 모바일
    연휴다...만세

    남편이 아기 데리고 시댁에 갔어요.
    2박 3일의 혼자만의 시간이 생겼어요.

    다들 그렇겠지만 정신없는 워킹맘의 생활
    그래도 아이가 하나인 덕분인지 잘 버텨왔어요.
    아이 둘 셋인데도 일하는 엄마 친구들 얘기 들으면서
    그래 나는 할만한거야 하며 열심히 살았어요.

    몇년만인지 모를 언제 또 올지 모를 6일 연휴
    이 연휴만 간절히 기다렸어요.

    어차피 남편 아이 부대끼며 보낼 테지만
    그래도 매여있던 회사 생각 잠시 잊고 푹 쉬고 싶었어요.

    그런데 남편이 시댁에 가자네요.
    코로나 때문에 사실 못간지 몇달 되긴 했어요.
    가긴 가야지...싶다가도
    뭔가 가슴이 와르르 무너지는 기분이었어요.

    남편한테 말했어요. 이번 연휴말고 다음 주말에 가자.
    이번 연휴 나 너무 기다렸어. 쉬고 싶어...

    그러자 남편이 그럼 아기만 데리고 다녀오겠다네요.
    (시댁은 지방, 코로나 청정지역)

    처음엔 말도 안되는 소리라 생각했어요
    4살 아기 한참 말안듣고 손 많이 가는데
    그 먼데까지 어떻게 데려가고, 또 연로하신 시부모님이
    엄마없이 아기랑 아빠만 오는걸 달가워하시겠냐며...

    제가 걱정을 줄줄이 늘어놓자
    남편이 단호하게 그러더라구요.

    너만 엄마야? 나도 얘 아빠야.
    내가 알아서 할테니 넌 그냥 집에 있어.

    그말을 듣는데...
    갑자기 설레였어요. 정말? 그래도 되는거야?

    그리고 오늘...
    아기짐 바리바리 챙겨 남편과 보내고
    배웅하고 왔어요.

    마음이...ㅎㅎ

    혼자 집에 있는게 너무 오랜만이라
    설레는 마음으로 이것저것 계획을 세웠는데
    그동안 못했던 집정리 등등...

    그런데 이상하게 집에 딱 들어오자마자
    갑자기 뭔가 탁 풀린듯이 졸음이 몰려와
    정신없이 잠을 잤어요.

    그리고 깨어나서 멍하니 앉아있었어요.
    이거 아닌데...이제부터 막 집안을 뒤집고 대청소 및 대정리를 시작해야 하는데...ㅎㅎ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진짜 많이 지쳐있었나보다.
    모든 긴장을 일시에 내려놓자 갑자기 마음부터 울컥 차오르는 느낌.

    몸보다는 마음이요.
    저는 혼자 있는걸 누구보다 좋아하는 사람이었지만
    결혼과 육아는 그 가장 좋아하는 시간을 다 버리고 선택한 삶이었어요.

    물론 행복하지만
    결혼이 주는 안정감, 아이가 주는 행복
    그 이면에 오롯이 혼자서 나만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없었죠.

    남편도, 친정엄마도 이해 못해요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한 사람도 있다는 걸요.
    어떤 사람들은 그런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요.
    제가 그래요.

    결혼전엔 명절이면 채울 수 있었어요.
    혼자 집에서 며칠씩 보내고 나면
    다시 활기차게 회사생활이며 사교활동이며 다닐 수 있었어요.

    하지만 결혼과 동시에 명절은 제것이 아니게 되었죠.ㅎㅎ
    당연한 의무라 생각했지만,
    그래서 더더욱 명절도 아닌 이 연휴가 간절했나봐요.
    심지어 남편에게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았네요.

    남편은 저의 "혼자 있어야 충전되는 성향"을 이해 못하는 사람이지만
    이해는 못해도, 네가 그렇다면 존중해줄게.
    라고 지나가듯이 했던 말을 실천해 주었네요.

    나를 혼자 있을 수 해준 남편에게 너무 고맙고,
    진정한 안정감을 느낀다면, 이상한걸까요?ㅎㅎ

    물론 난관은 여전히 남아 있네요.
    아기와 남편만 보낸걸 알고 뜨악하신 시어머니의 전화ㅎㅎ
    몸이 안좋다고 했어요.-.-;;
    죄송하다고 죄송하다고 몇번이나 수화기 너머로 머리를 조아리며
    다음엔 꼭 같이 간다고 말씀드렸죠.
    그래도 탐탁치 않아 하시네요. 죄인이 된 며느리...ㅠㅠ

    그리고 내편이 아닌 친정엄마.ㅠㅠ
    그럴거면 뭐하러 결혼했냐며 도리가 아니라며
    한바탕 퍼부으시고는 앞으로 너희집에 발길도 안하겠다십니다.
    민망해서 김서방 얼굴을 어떻게 보냐며...-.-;;

    쩝...

    그래도! 저는! 해냈습니다!!!!
    우와 나는 혼자야!!!! 이박삼일동안 혼자야!!!!
    사부작사부작 집정리 하면서 혼자 라면도 끓여먹고, 밀린 웹툰도 보고, 밤늦게까지 깨어있을거야!!!!(평소에 애기재우느라 10시면 잠ㅠㅠ)

    흑흑...행복하네요.

    너무 멍때리면서 뭘 할 기운이 하나도 안나길래
    일단 내마음의 고향 오유에 글부터 하나 쓰고 시작하렵니다.ㅎㅎ

    알차게 혼자있는 시간을 보내겠어요!!
    다들 즐거운 연휴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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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5/01 16:19:50  117.111.***.52  바다늑대  7148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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