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416 잊지 않겠습니다. with 디아크 The ARK - 빛




내 반쪽이라는 사람은.

나의 승진에,
연연하지 않는 사람이었으면,
늦지 않은 퇴근을 하는 사람이면 좋겠다.

가끔은 집에 오는 길.
마을버스에서 만나 장을 보고는
저녁을 해 먹으며
그 날 있었던 일들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나란히 서서 설거지를 하며
유치하게 물 튀기는 장난을 했다가
결국은 물바다가 된 바닦을 닦아야 한다고 잔소리를 하면서도
그런 소소한 재미가 행복임을 아는 사람이면 좋겠다.

더운 여름날에는 티비 앞에서 맥주 한 캔을 비우면서,
추운 겨울날에는 장판 위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날이 좋은 날에는 밤에 집 앞을 걸으면서,
비가 하염없이 내리는 날엔 그 소리에 맞춰,
진중한 이야기도 할 줄 아는 사람이면 좋겠다.

어느 날에는
흔들리는 나를 묵직하게 기다릴 줄 아는 부모님 같으면서
또 어느 날에는
칭얼거림이 또 다른 설득의 방법을 아는 아이처럼
세상의 안 쪽으로 나를 밀어 넣기도하는 사람이면 좋겠다.

네온사인과 번화가의 화려한 조명 아래서가 아니라,
맑은 날 태양광 아래에서 진정으로 빛나는 사람이라면 좋겠다.

상대에에게도 
나 역시 그런 사람이었으면.
그래서 결국 아무리 먼 길을 돌아도
서로가 아니면 안될 것 같은 사람이었으면.

그런 사람이면 참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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