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1. 태어나서~초딩<br><br> 난 1985년에 서울에서 태어났어. 내가 어렸을때부터 어머니는 항상 식당일을 하고 계셨지.<br><br>아버지는 젊었을 때 중동에서 건축일하다 돌아와서 결혼하셨는데<br><br> 어렸을때 아버지를 떠올리면 좋았던 기억은 어린이대공원에 한번 놀러갔던 거 뿐이야.<br><br>그것 말고는 전부 맞던 기억 밖에 안나.<br><br>차 청소하시다가 뭐 가져오랬는데 잘 못 알아먹었다고 뺨 맞고 길에 쓰러진 적도 있었고<br><br> 친구들하고 놀다가 들어왔다고 맞고 고막 터져서 두 달 동안 병원 다닌 적도 있어.<br><br>술 좋아하긴 하셨는데 때릴 때는 거의 맨정신이셨지. 끔찍했다.<br><br>어머니는 한밤중에 라면 끓여오라고 해서 끓였더니 아버지가 밥상 뒤엎어서<br><br> 허벅지에 펄펄 끓는 라면 닿여서 엄청 크게 화상자국 남았는데 그때 병원비가 없어서<br><br> 집에서 소독한다고 소주 부으시던거 생각난다.<br><br>집에서 놀다가 돈 없으면 나 시켜서 어머니 일하시는 예식장 뷔페 가서 돈 받아오라고 <br><br> 시킨 적도 많았고 바람 피워서 여자 오빠가 집에 찾아온 적도 있었다.<br><br><br><br>2. 중딩~고딩<br><br> 중학생 되고 한달 있다가 어머니가 어느날 집을 나가셨어. 그냥 집에 왔는데 느낌으로 알겠더라.<br><br>난 어머니가 밉지 않았어. 안쓰러웠고 이해됐지. <br><br>그때부턴 거의 나만 맞았어. 두 살 어린 남동생 있었는데,아마 내가 어머니하고 똑같이 닮아서였지 싶어.<br><br>어머니가 없자 아버지는 몇달씩 집을 비우고 가끔 돈을 가져왔어. <br><br>난 중학교 3년 동안 2년은 카레만 먹은거 같다.<br><br>할머니가 밥을 하셨는데 할 줄 아는게 카레하고 시장에서 산 돈까스 뿐이였어.<br><br>한번은 학교에서 롯데월드로 소풍을 갔는데 점심값이 없는거야. 근데 친구들 따라서 식당 가서 앉아있는데<br><br> 아줌마가 짜장면을 내 앞에 놔뒀어. 난 친구가 시켜준 건지 알았는데 알고보니 아줌마가 친구 거를 잘못 놓은거야.<br><br>그 친구가 우리집 월세 사는 주인집 아들이었어. 짜장면 한 젓가락 먹고 멍하니 있었는데 그때 돈 없는 설움을 처음 느낀거 같다.<br><br>아버지는 그때도 바람 피우고 모르는 아줌마를 집에 데려와서 같이 주무셨지.<br><br>그러다 중3 끝날 때쯤에 오토바이 교통사고를 냈는데 뺑소니를 쳤다가 잡혀서 교도소에 가셨어.<br><br><br><br>3. 고딩~자퇴<br><br> 나와 동생은 인천에 있는 삼촌집에 얹혀 살면서 서울로 학교를 다녔어. 버스 30분 전철 1시간.<br><br>아침 6시 30분 첫버스 타고 가도 학교에 8시 넘어서 도착하면 지각이라 매일 혼났지.<br><br>무슨 자존심인지 집이 멀어서 그렇다는 말은 안하고 매일 혼났었다.<br><br>입학식 때는 교복을 샀는데 삼촌집에서도 맨날 눈칫밥 얻어먹어서 여름교복 사달라는 말을 못했어.<br><br>그래서 한여름에 겨울바지에 만오천원짜리 윗옷만 사서 입었는데 정말 땀띠로 고생 많이 했어.<br><br>삼촌은 술을 좋아했는데 가끔 나를 때렸다. 근데 난 그나마 여기 아니면 동생하고 갈 곳이 없어서<br><br> 그냥 참고 살았어. 가출도 해봤는데 갈 곳이 없어서 이틀만에 돌아왔지.<br><br>근데 이때가 내 인생에 가장 큰 결정을 했던 때였어.<br><br>어느날 학교 갔다가 집에 왔는데 창문 너머로 큰소리가 나서 보니 내 동생이 삼촌한테 맞고 있었어.<br><br>그때 눈이 돌아갔지. 난 괜찮은데 동생이 맞는건 도저히 못 견디겠는거야.<br><br>바로 경찰에 신고하고 경찰서를 처음 가보게 되었어. <br><br>진술서 쓰고 지장도 찍고 부들부들 떨면서 무조건 처벌을 원한다고 말하고 나왔어.<br><br>가방에 옷만 몇개 들고 어머니한테 전화했지. 어쩌다 연락처를 알게 되서 가끔씩 전화했었거든.<br><br>어머니가 차비 보내줘서 동생하고 그 길로 전라도로 내려가게됐다.<br><br>동생은 중학생이라 전학했는데 난 고등학생이라 전학 갈 곳이 없어서 자퇴하게 되었어.<br><br>사정 말하고 자퇴서 쓰고 나오는데 담임선생님이 쥐어주신 3만원은 잊을 수가 없다.<br><br>전라도에서 단칸 옥탑방에서 살았어. 겨울에 보일러도 잘 안들어오고 화장실은 밑층에 따로 있어서<br><br> 겨울이면 발가락이 꽁꽁 얼던 곳이었지. 그래도 그때 난 태어나서 처음 행복하다고 생각했다.<br><br>물질적인 걸 떠나서 아버지 없는 세상에서 마음 편히 살 수 있었으니까.<br><br>그러다 갑자기 아버지가 찾아왔어. 어떻게 알았는지 저녁에 집앞에서 우리 내놓으라고 소리를 치는거야.<br><br>나하고 내 동생은 무서워서 덜덜 떨고 어머니가 나가서 얘기했는데 나중엔 나는 필요없고<br><br> 동생만 내놓으라고 했지. 내가 지금까지 동생한테 잘해준건 하나도 없지만 유일하게 있다면 <br><br> 꼭 그때 하나였다. 동생한테 아버지 따라가고 싶냐고 물어봤는데 동생이 싫다고 해서 나가서<br><br> 꺼지라고 했어. 아버지가 너 같은 새끼 필요없다고 했는데 난 안 지고 꺼지라고 했지.<br><br>결국 그때 아버지는 가고, 난 몇달 있다가 어머니 손을 잡고 서울 가정법원에 가서 두 분을 이혼시켰다.<br><br>법적으로 어머니와 내 동생과 내가 한 가족이 되었어. 하늘이 어찌다 맑던지.<br><br><br>4. 고딩~지금<br><br> 난 어렸을 때부터 공부하고 책 보는걸 좋아했어. <br><br>그래서 해 바뀌면 인문계 가서 공부하고 싶었는데 어느날 밤에 누워서 자려는데 어머니가 말씀하시더라. <br><br>동생하고 나 둘이 키우려면 너무 힘드니까 실업계로 가라고. <br><br>난 차마 인문계 가고 싶다는 말을 못하고 내 평생 생각지도 못했던 실업계고에 갔지.<br><br>처음엔 세상에 이런 똥통학교가 있나 싶더라. <br><br>개학하고 한달만에 반에 1/4은 자퇴하고 나머지는 일진 아니면 머리가 빈 애들. <br><br>학교 끝나면 일진들이 정문 앞에 모여있다가 나가는 애들 모아서 전단지 돌리는거 시키고 돈은 자기들이 먹었다. <br><br>무슨 정의감인지 그 앞에서 이 미1친1새1끼1들아 욕했는데 정확히 16명이 달려와서 때리더라.<br><br>그리고 며칠 있다가 또 그러길래 이번엔 조용히 따라가다가 길에서 일진 한놈 뒤통수를 후렸어.<br><br>물론 난 두대 때리고 쳐맞았지 -_-;; 나중에 알았는데 선배들 중에서도 무서운 사람이었다던가.<br><br>다음날부턴 식칼을 가방에 가지고 학교에 다녔다. 어쨌든 그때부턴 애들이 안 건드리더라.<br><br>난 저런 애들처럼 물들긴 싫다고 거의 발악하며 공부했다. <br><br>학교 시험은 다 가르쳐줬는데 1학년 1학기 첫 시험에 전과목 세 개 틀리고 평균 99.25 맞았는데<br><br> 기가 차더라. 날마다 새벽 두시까지 공부했는데 시험은 1+1 이런 수준이었어.<br><br>어쨌든 수업시간에 거의 선생님하고 과외 하듯이 1:1로 공부하고 열심히 하니까 선생님들도 <br><br> 많이 예뻐해 주시고 여자친구도 생겼다. 컴퓨터 학원 다니면서 자격증 딴 걸로 대학교에서 하는<br><br> 컴퓨터대회 나가서 상도 많이 받았어.<br><br>그땐 알바 같은걸 못해서 그때 받은 상금 어머니 드리는게 정말 자랑스러웠다.<br><br>똥통 학교였지만 학생회장도 해보고 없는 살림에 어머니가 떡도 돌리셨다.<br>(난 아직도 우리 학교 후배에 이용대가 있는게 미스테리하다.2년 후배인데 물론 본 적은 없다.ㅋㅋ)<br><br><br><br><br>얘기가 되게 지루하지? 이만 줄일게. <br><br>지금은 고등학교 때 만난 여자친구하고 결혼해서 내년 1월에 아기가 태어나. <br><br>한달 월세 20만원짜리 집에 살았었는데 지금은 어머니는 고향에 아파트에서 사시고 난 천안에서 아파트 전세에 살아.<br><br>두달 전에 여기에 이사왔는데 내가 살면서 1억 3천짜리 집에 살게 된다는게 꿈만 같아서 <br><br> 첫날 들어오면서 현관에 절했었다.<br><br>중학생 때 매일 자살하고 싶었는데 그래도 희망을 안 버리고 살다보니 지금은 하루하루가 너무 행복하다.<br><br>공장일 하지만 그래도 대기업이라 좋은 직장에서 일하고, 지금은 다른 것도 배우고 싶어서 혼자 공부하다가<br><br> 그냥 옛날 생각나서 글 써봤어. 너무 길어서 읽을 사람이 있나 모르겠네.<br><br></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웃대하다 예전에 제가 쓴 글이 있어서 다시 한번 읽어봤습니다.</div> <div> </div> <div>그냥 제 인생에 사이다 글이라고 생각되서요.</div> <div> </div> <div>저 글이 5년 전 글이고, 지금은 둘째가 네살이고 2억 3천짜리 집을 샀습니다.</div> <div> </div> <div>어머니는 철마다 해외여행 다니고 계시네요.</div> <div> </div> <div>글쎄요... 어려운 형편이었던 것 치고 저는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div> <div> </div> <div>어느때나 찾아가면 따듯한 밥 주시는 이모들이 계셨고 작은 핑계로 불러서 밥 사주고 용돈 주시는 삼촌들이 계셨습니다.</div> <div> </div> <div>제가 가정을 꾸리고 나이를 먹어보니 그 분들도 넉넉한 형편은 아니었는데 그렇게 자식도 아닌 조카를 챙겨주시는게</div> <div> </div> <div>쉬운 일은 아니었다고 자꾸 생각이 드네요. 그래서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div> <div> </div> <div>저는 의지의 힘을 믿습니다. 금수저로 태어나거나 화목한 집에 태어나는 것은 내가 선택할 수 없는 일이지만</div> <div> </div> <div>고등학교나 성인이 된 후의 삶은 내가 생각하고 행동한 대로 살 수 있는 거라고 믿습니다. 제가 그렇게 살아왔고 </div> <div> </div> <div>아이들에게도 그렇게 가르치고 싶습니다.</div> <div> </div> <div>감사합니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