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어제 학교에 잠시 일이 있어 들렸다가 버스를 타고 집에 오는 길이였습니다</div> <div> </div> <div> </div> <div>토요일이라서 저희 학교 정류장에서는 버스에 사람이 거의 없더라구요 그래서 모처럼 자리에 앉아서 집에 갈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div> <div> </div> <div> </div> <div>규모가 꽤 큰 시장을 경유해서 지나가는 버스 노선이라 시장 정류장에서 멈췄는데 수많은 분들이 타셨습니다</div> <div> </div> <div> </div> <div>그중 할머니 한분이 장을 보신듯한 비닐봉지와 보따리를 한아름 들고 타시길래 생각보다 몸이 먼저 일어서서 자리를 양보해드렸습니다</div> <div> </div> <div> </div> <div>할머니께서는 '아이고 괜찮아요 학생 난 괜찮아 학생이 편히 앉아서 가~' 하시고 저는 '아닙니다 짐도 많으신것 같은데 편히 앉아서 가세요'</div> <div> </div> <div> </div> <div>하며 실랑이를 벌이는 도중 할머니와 함께 타신듯한 빈손 할아버지가 그 자리에 갑자기 앉아버리시는 겁니다 .. </div> <div> </div> <div> </div> <div>여기서 1차 멘붕.</div> <div> </div> <div> </div> <div>정신을 차리고 대화를 시도했습니다</div> <div> </div> <div> </div> <div>'할아버지, 여기 할머니 짐 많으셔서 자리 양보해드리려고 한건데 거기 앉으시면 어떡해요'</div> <div> </div> <div> </div> <div>'안앉는다잖아! 빈자리에 앉는게 문제되남?'</div> <div> </div> <div> </div> <div>이 와중에도 할머니는 짐을 한아름 드신채 계속 저에게 '괜찮아 학생, 나는 괜찮아' 하시더라구요</div> <div> </div> <div> </div> <div>'봐 괜찮다잖어, 난 다리 아퍼!'</div> <div> </div> <div> </div> <div>말이 좀 심하신것 같아서 할머니께 '저 할아버지 혹시 아는 분이세요?' 여쭤봤더니 </div> <div> </div> <div> </div> <div>오히려 할아버지가 '내 동생이다! 왜!' 하고 당당하게 말하심..</div> <div> </div> <div> </div> <div>여기서 2차 멘붕.</div> <div> </div> <div> </div> <div>버스 승객분들 시선이 다 이쪽으로 쏠리는데 할머니가 오히려 부끄러워하시고 </div> <div> </div> <div> </div> <div>할아버지는 무슨 철면피라도 되는듯마냥 팔짱끼고 앉아서 창가에 기대버리시더라구요</div> <div> </div> <div> </div> <div>할머니는 계속 괜찮다며 저를 다독이시는데 할머니가 뭐랄까 너무 안쓰럽고 초라해보이시더라구요</div> <div> </div> <div> </div> <div>순간 일찍이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홀로 저희 아버지와 고모,작은아버지를 기르신 제 할머니와 겹쳐 보여서 욱하는 마음에</div> <div> </div> <div> </div> <div>지금 생각해도 무슨 생각인진 모르겠지만 할머니께서 들고 계시던 짐과 발밑에 있던 보따리들을 달라해서 </div> <div> </div> <div> </div> <div>앉아계시는 할아버지 다리랑 발 위에 올려드렸습니다 </div> <div> </div> <div> </div> <div>할아버지는 당황하셨는지 '이게 뭔...?' </div> <div> </div> <div> </div> <div>저는 씨익 웃으며 </div> <div> </div> <div> </div> <div>'앉아 가시는 분이 이정도는 해야죠?ㅎㅎ'</div> <div> </div> <div> </div> <div>이후에는 시장에서 타셔서 구경하시던 아주머니와 할머니분들이 '아이고, 학생! 말 잘하네!' '멋지다!'</div> <div> </div> <div> </div> <div>할아버지는 얼굴 빨개지셔서 뭐라 한마디 하려하시다가 요즘 젊은것들은 싸가지가 없네 뭐네 궁시렁궁시렁 하시며 고개를 돌려버리시더라구요</div> <div> </div> <div> </div> <div>할머니는 제 손을 잡고 '학생, 고마워요.. 복받을거야..' 하시며 연신 고맙다하셨습니다</div> <div> </div> <div> </div> <div>이후로는 아주머니와 할머니 연합분들이 아저씨 주변 자리에 서서 한마디씩.. '쯧쯧..' '짐승새끼도 지 가족은 챙기는데..'</div> <div> </div> <div> </div> <div>할아버지는 눈감고 창가에 기대셔서 못들은척 얼굴 빨개지신채로 눈썹만 씰룩씰룩..</div> <div> </div> <div> </div> <div>그 이후로는 버스에서 내릴때까지 주변 어르신들께 칭찬과 관심을 한몸에 받느라 조금 부담 스러웠지만 지금 생각하면 매우 뿌듯한일 같네요</div> <div> </div> <div> </div> <div>평소에는 좀 소심하다는 소리를 많이 듣던 제가 어떻게 이런 일을 했는지 지금와서 생각하면 놀라울 따름이지만 나름 멘붕과 약 사이다였던것 같네요 </div> <div> </div> <div> </div> <div>멘붕게와 사이다게중에서 고민하다가 둘다 올려봅니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