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평일엔 퇴근후에 조용히 휴식을 하는게 제 생활 습관이지만, 아쉽게도 이번 주말엔 글을 남기지 못할듯하여,
조금 무리를 해볼까 합니다.
주말엔 제 형님의 19년 지기 형님의 결혼식이 있거든요.
타짜였던 아버지의 몰락으로, 경제적으로 힘들고 마음이 힘들던 시절 우리 가족은 아버지 없이 7년의 세월을 살았습니다.
그 시절, 제 모범생 형과, 슬픔을 함께 나누어 줬던 소중한 형님들이 다섯 분 계십니다. 그 중, 한분은 신기하게도 가정사가 우리집과 비슷했지요.
어쩌면, 우리 집보다 더 힘들었다고 할지도요.. 방황하는 남동생을 가진것도 제 형과 매우 닮은 점이기도 했습니다.
저보다 1살 아래 동생이었는데. 제가 중학 시절, 한 살 아래에 후배로 있었던 아이...
오토바이를 타는것도 좋아했습니다. 제 형님의 친구 동생... 존재는 알고 있었고, 항상 주시 했었지만 따로 관리는 하지 않았었죠.
형들도 안타는 오토바이를 타는 모습이 눈꼴시리긴 했었지만, 형님 친구 동생이기에 눈감아 주었습니다.
차라리 그때, 불러서 겁을 잔 뜩 줄것을...그 아이는 오토바이 사고로 더이상 만날 수 없게 되었죠. 그 아이가 죽은 곳엔 신호등이 하나
생겼습니다. 매년 명절이 돌아오면, 고향에서 모두들 만나는데... 저와 형님들은 그 신호등을 보지 않으려고 늘 먼길을 돌아가곤 하지요.
내 한마디가 누군가의 운명을 바꿀 수도 있었을텐데, 하는 자책감이 당시에 들었습니다.
얼마전 제 형님은 결혼식을 했지요. 공장에서 무시받으며 일하시는 어머니께서 가슴을 활짝 피신 날이기도 했습니다.
당신은 비록 초라하게 남편없이 공장에 다니고, 동료 아주머니들에게 남편없는 여자라 손가락질을 받으시지만, 아들 하나는 정말 잘 뒀거든요. ㅎㅎ
평소 어머니를 무시하던 몇몇 아주머니들이 호기심에 결혼식 장에 찾아오셨더랬죠. 그리고 놀라셨죠....그 엄청난 인파...
부모님들 친지분들, 장인 장모 친지분들 제외하고, 형님의 친구들만 120명이 왔습니다....상다리 휘어지는 줄....
거기에 대기업 마크가 달린 화관이 주렁주렁... 친구들 역시 의사에, 검사에..(아마추어) 가수에(ㅋㅋ)...포스코, 삼성, 현대, 다 모였죠....
딸을 보내는 장인어른이 너무 많이 웃어서, 사진 기사님이 제발 입좀 다물라고 하셨더랬죠..ㅎㅎ
그러다 보니, 돈봉투를 받는 저는 결혼식장에 발도 못 들였습니다...밥도 못먹구요...ㅎㅎㅎ
그걸 무척이나 부럽고, 한편으로는 슬프게 바라보는 한분이 계셨지요. 네. 이 번주 결혼하시는 형님입니다. 이번에 제가 가서,
먼저 보낸 동생 역할을 해 드리러 가야합니다. 그 형님이 웃는걸 보고싶네요. ㅎㅎ 이런 사정이니 이해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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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이 길었음. 본론으로 가보겠음.
퇴사후에 본인은 느끼게 되었음...어느 순간부터, 본인의 흑염룡이...레이더가...지혜가...고장이 났다.
본인이 언급하는 레이더의 고장은, 아마 첫 사회생활의 경험부족이 아니었나 싶음.
우리 사회가 어떤 사회인가... 사원이 아무리, 대리 이상급의 일을 해도, 과장급으로 일을해도.
사원에게 대리 월급을 주진 않음. 직급역시 동기들보단 조금 빠르겠지만, 몇 호봉 차이 안팎임.
지금까지 사원이라는 직급을 이용하여, 회피용, 카운터로 써먹어 오던 수많은 사이다들... 그걸 망각하고, 업무에 너무 책임감을 느끼게 된것이
본인의 실책. 자신의 일에 너무 애착을 가지게 되어 버린거임. 가장 위험 한건, 당시 누군가와 부딛힌다는 사실에 두려움이 없었음.
사람이 두려움이 없다면, 그 사람은 고장난 사람임. 본인은 어느순간 고장이 나버린거임.
팀장... 체계적인 회사를 다녔다고...회사 분위기를 몰랐다고 이해 해주는 사람도 있을것임. 본인은 공감하지 못했음.
머리로 이해는 해 주되, 공감은 할 수 없었음. 지금이라면, 그런 사람과도 잘 지낼 자신이 있음. 하지만 당시는 아니었음.
팀장은 팀을 관리하는 사람임. 그런 팀장이, 첫날 대리들과, 과장에게만 커피를 마시러 나가자고 한 것 부터, 그 근본을 알 수 있는 부분임.
애초에, 당시 팀에 대리들이 타 부서에서 온 비 전공자들인걸 파악 하려면, 파악할 수 있었음. 그건 누가 말해줘서 아는 사람은, 리더의 자질이
없다고 생각함. 인사팀에 물어봐도 되고, 애초에 스스로 가늠을 해 볼 수 도 있는 일임. 질문을 한다거나, 전공 지식을 묻는다거나.
자기 병사들이 어느정도 전투능력이 있는지 파악하는건 지휘간의 기본 임무이지, 누가 알려줘서 파악하는 지휘관은 이미 지휘관이 아님.
그리고 또하나, 업무 성과표에 사원들을 제외한다?....ㅎㅎㅎ 생각해보셈. 왜 우리 애기들이 말을 빨리 배우는지 생각해 본적이 있음?
부모가 한마디만 옹알옹알 해도 "잘한다! 잘한다!" 해줘서 애기들이 말을 빨리 배우는거임. 본인역시 중국어를 그렇게 배워왔음.
성과표에 이름이 없다는건, 앞으로 뭘 해도 돌아오는 결과가 없다는 거임. 세상에 어떤 바보가 저 상황에, 힘이나서 일을함?
누군가를 이끌어 간다는건, 그런 인간 내면의 기본적인 감정을 느낄 줄 알고, 통찰해서 사람들에게 용기를 전염시키고 이끌어 나가는것이
리더임. 업무엔 상,중,하가 존재함. 본인도 동의하는 바임. 그리고 또하나, 리더인자와, 리더의 자격이 없는자.
그런 사람을 분류하여 상,중,하 를 매겨야 함. 그것이 안되기에 지금 우리나라 리더가 저모양인 것임. 헬조선의 근본은 이러한 문화에 있음.
이제 본격적으로 업무가 시작되었음. 대부분 눈치를 채셨겠지만, 본인은 업무 분장 표대로 일을 하기로 결심함.
그렇다고, 당시에 팀장과 맞서려는 생각은 하지 않았음. 어쨌든 프로그래머 팀장이니까, 앞으로 본인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들을
해결 해 줄 소중한 존재였기 때문. 지난 글에 본인 입으로 언급했음. "나보다 많이 알고 그걸 알려주는 상사라면, 하자가 있든 무슨 상관?"
당시 본인의 생각도 같았기에, 그래. 이젠 다시 내려가자. 내 직급에 맞게 행동하자. 인정하기로 받아들였음.
대신에, 다가오는 4개라인 설비가 상당한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줘야 했음. 저 설비에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모든 시작점이 걸렸다고 생각했음.
실제, 업무 분장표대로 한다면, 대부분 팀장과 과장의 주도하에 이루어 졌으므로, 크게 문제될 일은 아니었음.
다만, 다가오는 4개 라인은 세팅하는 방식도 너무나 까다로웠음. 레이져 센서가 있음.(OXXXN) 아시는 분은 아실듯. 280만원 짜리..
당장 하나의 센서에 설정 가능한 파라미터가 15-20 가지가 넘었음. 이 센서를 읽고, 거리값을 받아, 초 정밀 카메라는 자동으로 초점을
맞추어 동작을 했음. 15개의 파라미터....그 모든 것들이 조합을 이루어야 설비의 영상 초점이 맞았음.
15개 파라미터 그 경우의 수가 몇가지 겠음? 이걸 회사에서 교육시켜 주느냐? 아니었음. 본인이 직접 그 회사에 전화하여, 두꺼운
메뉴얼을 강탈했고, 아무도 없는 현장라인에서 혼자 센서를 만져가며 몸으로 익힌 내용이었음.
광학계에 조리계가 4개였음. 카메라 레졸루션 1픽셀에 0.745마이크로 였음. 초 정밀 카메라. 한대에 2000만원 이었음.
초 정밀이라, 조금만 거리가 엇나가도 화면에 초점이 잡히지 않았음. 초점이 안나오면, 검사 자체를 할 수 없음. 센서의 무서움이었음..
프로그램의 사이즈도 엄청났고, 검사 영역만 3000~5000 개를 설정해야 했음.
예전글에 언급한 적이 있음. 과거 본인의 사수였던 부장님.
본인이 설비를 15-20분만에 셋업하는걸 보고, 너무너무 놀라셨다는....당신이 셋업하면 1시간 20분이 걸렸음.
중국에서 저 설비를 1시간 20분에 셋업하면, 중국인들이 기립박수를 쳤음. 중국 엔지니어들이 셋업하면 그날 하루를 다 쓰는
괴물 설비였음.
그럼 프로그램은 정상이냐? 아니었음. 정말 시한폭탄 같은 프로그램이었음. 정말...돌아간다는게 기적인 프로그램.
하드웨어의 조그만 오차만 발생해도, 그대로 죽어버리는 미친 프로그램이었음. 당시 본인의 목표가 저 미친 프로그램을 뜯어 고쳐서
정상으로 만드는데 꿈을 걸었음.
중국 6개월동안, 본인이 20분 안에 설비를 세팅할 수 있었기에, 이상하게 본인이 만지면 너무너무 잘 돌아가서,
중국 엔지니어들이 절대 복종을 맹세한 이유 중 하나.
해당 설비의 검수를 할때는 늘 본인이 세팅을 담당했음. 그걸 뒤에 고객사 관리자들이 보면, 뭐 세팅 15분정도면 껌이네~ 쓰기 쉽겠네~
하면서 통과시킨 미친 설비.
그런 괴물을 저....나메크성인 같은 대리들과, 팀장.... 니들이 할 수 있을까? 과장님은 애초에 저 설비를 맡지 않는 조건으로 입사를 했음.
팀 회의 시간..... 팀장과 대리들은 업무 얘기보다는 앞으로 펼쳐질 우리부서의 파란 만장한 미래를 꿈꾸는 얘기를 했음.
정말 소녀같은 팀장. 차라리 여자로 태어나지... 여자였다면, 혈압은 올라도 밉진 않았을거 같았음. 왜 안밉냐고?
인생에 모든 일이 원인과 결과가 있다고 생각하면 안됨. 우주의 시작 빅뱅이 왜 일어났겠음? 적어도 빅뱅의 원인을 밝혀내고
생각해 볼 문제임.
어쨌든 회의시간, 본인이 알흠다운 회의 분위기를 깨고 입을 열었음.
나: "저..팀장님."
팀장: "어? 왜요 ㅇㅇ씨. 무슨 할 말있어요?"
나: "이제 곧 들어올 4개 라인이요. 미리 준비 할 필요가 있을듯 합니다."
팀장: "에이. 그거 중국에서 잘 돌고 있는 거잖아요. ㅎㅎ 한번 해 본걸 누가 못할까?"
나: "저기..죄송하지만, 지금 까지 그 일을 해온 사람이 저 하나밖에 없습니다.."
팀장: "네? ㅋㅋㅋ 그게 말이되요? ㅎㅎㅎ"
나: "말이 안되지만 사실입니다. 업무 분장표 대로라면, 이제 다른 분들이 이걸 하셔야 하는데, 이게 생각보다 엄청난 물건이에요."
팀장: "ㅎㅎㅎㅎ 이제보니 ㅇㅇ씨 좀 실망이네요. 여기 사람들 중에, ㅇㅇ씨가 하는일 못 할 사람은 신입 빼고 없어요. 아니 신입도 할껄요?"
대리들: ".........."
과장님: "팀장님. ㅇㅇ씨 말이 맞아요. 상당히 어려운 거에요." (과장님은 실제 설비의 셋업 과정과, 중간 단계를 한번도 본적이 없는 분임.
항상 잘 돌아간다는 결과만 들어오던 분)
팀장: "흠흠...제가 이런말씀 드리긴 뭐하지만, 저는 이 바닥에서 20년 경력이에요. 저도 사원시절 ㅇㅇ씨같은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지금 돌아보면, 그때 나 자신이 얼마나 초라한 존재였는지..왜 그땐 몰랐던가 후회하기도 하지요. ㅎㅎ"
나: "(부글부글)...그러시 더라도 준비는 하셔야 합니다. 제가 가진 프로그램 소스 드릴테니까, 한번 봐주세요. 어떤 내용인지.."
팀장: "아니? 소스를 왜 사원이 관리합니까? 기존에 가지고 있던 프로그램 소스 다 반납하세요. 사원을 어찌 믿고 소스를 맡겨왔데요?
예전 부사장이란 분도 참 성격도 좋으시네."
나: "(딥빡....)네 다 넘겨드리겠습니다. 일단 최대한 빨리 소스 한번 분석해 보세요."
팀장: "ㅇㅇ씨. 나 때는 말이죠. 사원 때는 진짜 눈치밥먹고, 죽은듯이 지냈어요. 지금 ㅇㅇ씨가 얼마나 특혜를 누리고 있는지 그시절
경험 못하고는 알 수가 없어요. 나 젊었을적엔 진짜 물불을 안가리는 성격이었고, 내 위로 과장이랑 싸운적도 있어요.
그 성질 다 누르고, 참으면서 이 자리까지 왔어요. ㅇㅇ씨가 그 정도 배짱이 있는진 모르겠는데. 중요한건 배짱에 '실력'이 받쳐줘야
나같은 성격에 이 바닥에 살아남았죠. '실력'이 받침 될때까지 겸손한 태도를 좀 보여줬으면 하네요."
과장님, 대리들: (모두들 본인의 눈치를 살피며,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아무말도 못했음. 그자리에 얼어 있었음.)
흑염룡 in my heart : (이것으로.. 팀장...너의 운명은 결정 되어졌노라.)
나: "죄송합니다 팀장님. 겸손해 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본인은 그때 마음의 문을 닫았음. 부사장을 접할때도 이만한 분노를 느끼진 않았을것임. 하지만, 궁금하기도 했음.
그래..팀장 말대로, 나른 사람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일지도 몰라...만약 그렇게 된다면...ㅇㅇ야...ㅇㅇ야....반성하자.
그리고 평화로운 1달여의 귀중한 시간이 아무런 대비없이 흘러가고 있었음. 우리 비전팀(나메크성)은 마지막 남은 평화를 즐겼음.
오후의 티타임과, 팀장의 열띤 강의와. 사기 충만, 의욕충만한 대리들... 그속에 아직 큰 위험을 못느낀 과장님....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사원...
우리 비전팀...아니....나메크성으로 프리더와 셀과, 마인부우, 브로리가 조용히 우주선에 몸을 싣고 다가오고 있었음.
본인은 고민했음. 손오공의 심정을 느낄 수 있었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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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요. ㅎㅎ 감사합니다. 항암제는 챙겨드셨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