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전부터 잘 치르고, 그 다음에 북한전을 대비하겠다.”
한국남자축구국가대표팀의 파울루 벤투 감독이 10월 A매치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남자대표팀은 30일 오전 축구회관에서 10월 A매치에 참가할 25명 소집 명단을 발표했다. 이들은 오는 10월 10일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스리랑카와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두 번째 경기를 치른 뒤 15일 북한 평양 김일성 경기장에서 2차 예선 세 번째 경기를 가질 예정이다.
29년 만에 진행되는 남자대표팀의 평양 원정에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북한전 이전에 스리랑카전이 있다고 강조하면서 우선 주어진 경기를 잘 치르는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스리랑카전부터 잘 치러야 한다”면서 “이동뿐만 아니라 잔디 등 모든 변수에 대해서 행정파트에서 안을 마련하고 대응 중이다. 이는 스리랑카전을 끝낸 뒤 북한전을 대비하면서 마련해놓은 안들 중에 어떤 안이 좋을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벤투 감독의 기자회견 전문.
- 이재익을 최초로 발탁한 이유?
이재익은 가장 최근인 U-20 월드컵에서의 활약을 포함해 연령별 대표팀에서의 활약을 지켜 봤다. 게다가 현 소속팀인 알 라이얀에서의 활약뿐만 아니라 이전 소속팀인 강원FC에서 활약했던 부분도 계속 체크했다. 종합적으로 판단해 이재익도 지금 대표팀에 와서 같이 훈련하고 어떤 모습을 보일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발탁을 결정했다. 기존에 소집했던 센터백 자원 4명에 추가로 이재익을 발탁했는데, 이 선수가 이 자리에서 어떤 경쟁력을 보여줄지 지켜보겠다. 이재익이 출전 기회를 얻을 것이라는 말은 확실히 못하겠지만 지금 이 선수가 대표팀에서 어떤 경쟁력을 갖고 있는지 볼만한 시기인 것 같다.
- 북한 이동 일정이 미정이다.
우선 북한전 이전에 스리랑카전이 있다. 첫 번째 경기부터 잘 치러야 한다. 현재 이동뿐만 아니라 잔디 등 모든 변수에 대해서 행정파트에서 안을 마련하고 대응 중이다. 이동수단이나 현지적응도 포함된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선수들을 소집한 뒤 스리랑카전을 끝내고, 북한전을 대비하면서 마련해놓은 안들 중에 어떤 안이 좋을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겠다. (북한 김일성 경기장의 8만 관중을 상대해야 한다고 하는데) 선수라면 만원관중 앞에서 경기하길 원하지 빈 경기장에서 경기하는 건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 것이다. 많은 관중들 앞에서 선수들이 좋은 모습을 보여줄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 김보경이 빠지고 남태희가 들어왔는데?
우리는 매번 소집 때마다 해당 경기를 치르면서 어떤 선수가 적합한지 판단해 명단을 작성한다. ‘김보경을 대신해 남태희가 들어왔다’는 개념으로 생각할 게 아니다. 항상 명단을 작성할 때는 경기 상황에 따라 작성하지 특정 선수를 누구로 대체하겠다는 개념이 아니라는 걸 이해해줬으면 한다.
- 투르크메니스탄전에서 발견한 보완점은? 북한의 전력 평가는?
항상 우리는 이전 경기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다. 투르크메니스탄전은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전반적으로 잘했고, 특히 전반 초반 30분은 상당히 좋은 경기력이었으며 전반 종반부에는 이전처럼 좋은 모습이 나오지는 않았다. 그건 내 책임이다. 전반 30분 이후 포메이션을 원톱에서 투톱으로 변경했는데 그 시점부터 선수들이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후반전에는 몇 번의 위기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우리가 원하는 방향대로 잘 이끌어갔던 것 같다. 물론 전반 시작 후 30분만큼의 날카로움을 후반전에는 보여주지 못했다. 전반 시작 후 30분 동안 추가득점이 나왔다면 다른 양상이 될 것이다.
우리는 북한이랑만 경기하는 게 아니라 스리랑카와도 한다. 다 같이 분석 중이다. 북한이든 스리랑카든 이 두 팀과 경기할 때 상대가 어떻게 나올지 분석하고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지 끊임없이 고민 중이다. 이런 부분들을 고려해 스리랑카전을 마무리 져놓고 북한전도 잘 준비할 수 있도록 하겠다.
- 이강인의 활약에 대해 평가한다면?
다른 해외리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이강인은 꾸준히 지켜보고 있다. 그의 능력에 대해서는 잘 알 것이다. 기술력이 좋고 발전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경기 중 여러 상황에서 본인 장기를 플레이에 녹일 수 있는 선수다. 물론 수비력같은 보완해야 할 점도 있다. 이런 보완점들은 우리가 대표팀에서 함께 하는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 보완할 수 있도록 돕겠다. 10월 A매치에 이강인이 얼마나 기회를 얻고 출전할지, 그리고 어느 포지션에서 뛸지에 대해서는 차차 검토할 것이고 여러 부분을 고려해 정할 예정이다.
- 황인범을 지속 발탁하는 이유는?
황인범의 장점은 너무 명확하다. 다 말하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릴 정도다. 전천후 미드필더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미드필더로서 모든 역량을 갖춘 선수라고 판단한다. 경기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순간에 어떻게 대응할지 잘 이해하고 있다. 공수 조직변화, 공수전환 등 여러 상황에서 자기 역할을 충분히 이해하고 발휘할 수 있는 선수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해도 된다. 거의 모든 포지션에서 뛸 수 있는 역량을 갖췄기에 계속 발탁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 선수가 매번 출전기회를 보장받는 건 아니다. 미드필더 포지션은 워낙 경쟁이 치열하고 좋은 선수가 많다.
- 평양에서 경기를 하는 것이 외국인인 감독 입장에서는 어떤 의미인가?
내 우선 역할은 선수들이 최대한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번에도 스리랑카, 북한전을 앞두고 어떻게 해야 승점 6점을 따올 수 있는지만 연구 중이다. 물론 외국인으로서 한국 사람들이 이 경기에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최대한 경기에만 집중해서 승점을 따오는 것이다. 매 경기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변수들이 있다. 이중에는 통제할 수 있는 게 있고 없는 게 있다. 통제할 수 없는 변수들에 스트레스를 받고 불필요한 곳에 에너지를 소모하기보다는 통제 가능한 변수들을 스스로 조정하고 경기에 최대한 집중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게 중요하다.
- 남태희가 오랜만에 복귀했다. 그리고 황의조가 소속팀에서 측면에 배치됐는데 이에 대한 우려는 없는지?
남태희의 경우 부상으로 대표팀에 장시간 합류하지 못해 우리도 안타까웠다. 이 선수가 가진 기술력이 출중하다. 포워드 바로 밑에 있는 섀도우 스트라이커로 좋은 능력을 보일 수 있고, 4-3-3 포메이션에서 중앙 미드필더로도 뛸 수 있다. 측면에서 프리롤도 가능하다. 우리 팀에 많은 걸 가져다줄 수 있을 것이다. 부상에서 복귀한지 시간이 됐고, 소속팀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에 대표팀에서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황의조는 다른 선수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팀에 이적하면 당연히 새로 이적한 환경에 적응해야 하고 맞춰야 한다. 지금은 대표팀에서 플레이 할 때와 다른 포지션에서 뛰고 있고, 대표팀에서 사용한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측면에서 뛰기도 한다. 스리백을 바탕으로 원톱 밑에서 받쳐주는 역할도 수행 중이다. 이런 다양한 역할이 황의조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대표팀에서 황의조는 원톱 혹은 투톱에서의 최전방 자원으로 분류되고, 그렇게 활용할 계획이다.
- 상대 밀집수비 대비책은? 김신욱의 활용 방법은?
투르크메니스탄전의 경우 전반 30분까지는 좋았고, 그 시간에 이 경기를 끝낼 수도 있었다. 그렇게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후반전에 불필요한 위기를 겪었다. 매 경기마다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기에 다양한 대비를 해야 한다. 앞으로 주중경기가 있고 경기까지 많은 변수들이 있으며 여러 상황이 있기에 선수가 소집되면 어떻게 대응할지 고려할 것이고, 김신욱도 어떻게 활용할지 결정하겠다.
글=안기희
사진=대한축구협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