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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sisa_998133
    작성자 : MoRi
    추천 : 3
    조회수 : 819
    IP : 123.108.***.152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7/11/23 10:4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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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기레기다. 펜을 든 양아치이자 조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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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기레기다. 펜을 양아치이자 조폭이다




    나는 기레기다. 펜을 양아치이자 조폭이다. 아니라 상당수의 기자들은 펜을 양아치다. 펜을 조폭이다. 펜을 무기로 조져서 광고를 따낸다. 평기자들 가운데서 짓거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는 않다. 대부분 윗분들이라 불리는 데스크들이 짓거리를 평기자에 오더를 내리고 광고를 챙기고 수당을 가져간다. 


    전형적인 수법은 오너나 혹은 CEO 제목에 쓰는거다. 오너나 CEO 별개의 문제라 할지라도 이들 이름을 제목에서 거론하면 소방수 역할인 홍보팀은 긴장한다. 내용에서조차 어떻게 해서든 조지고 문제를 CEO 오너랑 연계한다. 


    국내 주요 대형 재벌들의 경우 상황은 반전된다. 오히려 빨아주지 못해 안달난다. 조그마한 일이라 하더라도 부풀리고 성과를 오너, CEO에게로 돌린다. 특히 굴지의 기업인 경우는 더하다. 담당 기자수는 꼴랑 2명인데 기사는 10 이상이 쏟아진다. 쏟아내게 만든다. 찬란한 수식어들은 모두 붙는다. 모두 최대 광고주여서 하는 짓거리다.


    연말연시 기업들의 인사 시즌이다. 주요 재벌 계열사들의 CEO 향배가 그들이 주목하는 부분이다. 어느 분야나 경제/산업에 예외는 없다. 의미인 즉슨 광고를 안주는 곳은 조지고, 광고를 주는 곳들은 빨아주라는 의미다. 


    오늘만 해도 업계에서 주요한 간담회가 있었다. 간담회와 관련된 기사 발제를 냈다가 전화로 욕을 먹었다. 요금 같은 시기 쓸게 얼마나 많은데 2 연속 비슷한 발제냐는 소리였다. 그는 기사를 보지도 않았나보다. 업계 입장에선 분명 다른 발제인데 같은 기사라며 소리를 높였다. “인물을 쓰라고라고 언급했다. 대놓고 펜을 조폭, 양아치짓을 하란 소리다. 


    물정 모르던 시절 나도 펜을 조폭이었다. 당시 조폭 같은 기사를 작성할 오더가 왔다. 그래도 당시 오더를 내리는 데스크는 이런 이런 저런 저런 내용들을 녹여서 작성하라고 가이드라인이라도 줬다. 지금 있는 곳의 데스크는 업계의 기사들의 밸류를 모른다. 업계 내용 자체를 모른다. 모르니 가이드라인도 없다. 없어도 있지만 그런 기사를 쓰는 것엔 이골이 났다. 질릴대로 질렸고 지칠대로 지쳤다. 


    대학생 시절 언론은 사회의 창이라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현재 언론은 사회의 창이 아니다. 단순 조폭에 불과하다. 얼마전에도 오더로 취재를 해서 기사를 작성했다. 기사 작성 중간 카톡이 왔다. 대놓고내려갈 있는 기사라고 언급했다. 비판하는 기사를 광고 등을 구두로 협약하고 기사를 삭제하는 방식이다. 업계에선 소위 엿바꿔먹기라고 표현한다. 


    업체 홍보팀은 전화로 내게 사정을 설명하면서의도를 가지고 쓰셨는지는 모르겠지만...”이라고 부언했다. 의도는 뻔했지만 취재는 정상적으로 했고 문제는 있어 보여서 썼다. 그럼에도 전화를 받으며 쥐구멍에 들어가고 싶었다. 반나절 가량 올라갔던 기사는 결국 내려갔다. 


    정보 제공 창구로서의 역할도 수행 못한다. 업종 차이는 있지만 전문성이 있어야 생존한다. 전문성이 없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기레기 밖에 안된다.


    현실은 시궁창이다. 하루에도 수차례 오더가 내려온다. 전문성을 기를 시간 따윈 없다. 그리고 데스크라는 것들은 전문성에는 관심 조차 없다. 오더가 별로 없는 날에도 언제고 오더가 내려올지 모르고 어떤 돌발 변수가 발생할지 몰라 전전긍긍한다. 7시반 출근에 퇴근 시간은 평균이 6 반이다. 이슈가 많은 날엔 8~9 이후에 끝난다. 최근에는 점심도 거르는 날이 태반이다. 업체와의 점심 약속을 미룬적도 허다하다. 저녁에는 술자리도 많다. 몸은 망가진다. 위장장애는 달고 산다. 담배는 늘어만간다


    잠을 줄여가며 전문성을 기르는 것은 현실을 고려하면 사실상 불가능한 이야기다. 그럼에도 데스크라는 것들은 전문성을 이야기 한다. 그들이 말하는 전문성은 기업체를 조지거나 빨거나 하는데 필요한 전문성이다. 


    사회의 창도 아닐 더러 정보 제공 창구로서의 역할도 못하는 거라면 기자는 단순 기레기이며 단순 노동자다. 펜을 조폭행세를 하며 돈을 버는게 기자라면, 기레기로서의 역할만을 담당하는 거라면 응당 노동의 대가라도 정당히 받아야 한다. 노동권이라도 보장 받아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역시 시궁창이다. 노동시간 단축을 요구해봐야 돌아오는 답변은기자가 당연하지. 주말에도 오더가 내려온다. 주말에도 늘상 컴퓨터를 키고 일을 하건 기사를 서칭하는데 반나절 이상은 쓴다. 주말 당직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도 때도 없이 오더다. 주말 오더에 대해서도 돌아오는 답변은기자가 주말이 어딨어. 연차나 월차, 연휴때도 오더가 내려오기 일쑤다. 노트북은 언제고 들고 다닌다. 그렇다고 세상이 바뀔 기사를 쓰는 것도 아니다. 당직자도 있다. 월급도 업무량과 비교하면 초라하기 그지 없다. 야근 수당 따윈 전혀 없다. 


    조금의 욕심 때문에 기자질을 떠나질 못했는데 자꾸만 후회가 된다. 기회가 있을때 빨리 시궁창을 벗어났어야만 했다. 하지만 진짜 기자로서 살고 싶은 마음이 조금은 있고 기레기, 조폭으로 만들지 않는 매체가 있을까 싶어 미루고 미루다 아직까지 헬조선 기레기 바닥에 붙어있었다. 8 가량에 걸친 기자질의 결론은 바닥엔 답이 없다는 거다. 이 처럼 답없는 곳도 그리 많지 않을거란 생각이다. 


    혹여라도 커뮤니티에서 기자일을 꿈꾸는 사람들이 있다면 하고 싶은 말이 있다. 국내 대다수의 언론사 환경은 시궁창이다. 기레기이자 펜을 양아치, 조폭을 양산한다. 곳과 작은 곳의 차이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곳은 많이 땡기고 작은 곳은 적게 땡긴다. 곳은 업무강도가 높은 대신 수당이라도 많이 챙겨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자질을 바라는 사람들이 혹여 있다면 경제/산업은 절대 담구지 않을 것을 권한다. 이곳은 언론사들에게 금맥이다. 곳과 작은 곳의 차이는 더하냐 덜하냐 수준 차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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