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span style="font-size:9pt;">문재인이 되어서 다행이다.</span></div> <div>문재인을 찍지 않았다.</div> <div>그래서, 문이 낙선되었더라면 괴로웠을 것이다.</div> <div>저번 선거엔 야권통합후보가 나왔기에 문을 찍었다.</div> <div>하지만, 이번엔 평소의 정치지향과 가장 비슷한 정당의 후보가 나왔고, </div> <div>그래서 심상정을 찍었다.</div> <div><br></div> <div>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div> <div>마지막 여론조사 결과, 문, 홍이 3% 내외의 접전이었다면,</div> <div>그 고민은 더 깊었을 것이다.</div> <div>개인적인 예상은 문 38, 홍 34, 안 19, 심 5, 유 3 이었다.</div> <div>출구조사는 문 41, 홍 23, 안 21, 유 9, 심6 이다.</div> <div>유가 홍의 표를 크게 가져갔다. </div> <div>마지막 토론 때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있사옵니다"가 어필했던 것 같다.</div> <div>홍의 장점이 선명성이었는데,</div> <div>막바지의 철새 영입이 자신의 원칙을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왔다.</div> <div>세 불리기는 골룸의 반지와 같다.</div> <div>눈앞에 있으면 판단력이 흐려지게 되는 것.</div> <div><br></div> <div>우리 집도 표가 갈렸다.</div> <div>기억엔 9년 전 표도 갈렸던 것 같다.</div> <div>아내에게 나의 지지자를 권유하지 않았고, 권유받지 않았다.</div> <div>사실, 누굴 찍어야 하는지 아내가 물어오긴 했었다.</div> <div>마음에 가는 사람을 찍으면 된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할 수밖에 없었다.</div> <div><br></div> <div>선거 한 달 여 전, 갖고 있던 기준을 말해준 적이 있다.</div> <div><br></div> <div>"3% 이상 벌어지면 심을 찍을 거고, </div> <div>3% 이내의 접전이면 고민 좀 해봐야겠다."</div> <div><br></div> <div>선거날 아침 간단한 의견 교환이 이뤄졌다.</div> <div><br></div> <div>"자기는 문을 찍고, 나는 심을 찍으면 되겠네."</div> <div><br></div> <div>투자도 분산 원칙을 지켜야 하지만, 정치 포트폴리오도 분산이 든든하다.ㅎ</div> <div>사이좋게 투표장으로 향했고,</div> <div>각자 지지하는 후보자를 찍고,</div> <div>다시 사이좋게 돌아왔다.</div> <div><br></div> <div>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종교와 정치적 입장의 프레셔를 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div> <div>'똘레랑스'가 우리집 가훈에 가깝다.</div> <div><br></div> <div>정치적 관점의 선거, 그리고 후보 이야기를 좀 더 해보자.</div> <div>인물을 볼 것인가, 당을 볼 것인가.</div> <div>역사를 맑스주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 편한 나는,</div> <div>당을 배제하고, 인물을 보고 선거를 한다는 관점을 이해하지 못한다.</div> <div>그 당이 걸어 온 역사,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div> <div>안철수를 지지한 많은 사람들은 당보다 인물을 택한 것이다.</div> <div>내 기준으로 이해되지 않는다고 그분들의 선택이 틀린 것이 아니기에,</div> <div>그들의 존재를 인정해야 한다.</div> <div><br></div> <div>하지만 고백건대, 단 한 순간도 안철수란 인물에 대해 호의를 가진 적이 없었다.</div> <div>당이 아닌 인물로만 봐서도,</div> <div>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는 모호함이 질리게 만들었다.</div> <div>안철수, 당신은 진보인가, 보수인가, 증세를 할 것인가, 감세를 할 것인가.</div> <div>돌아온 대답은 매번 모호했고, 양쪽에 다리를 걸친 모습은 역사와 철학의 부재였다.</div> <div><br></div> <div>권리장전은, </div> <div>사회계약은, </div> <div>프랑스혁명은, </div> <div>근대시민사회는 그런 식으로 형성되지 않았다. </div> <div><br></div> <div>그냥 좋은 사람이 되고 싶고, 인기를 얻고, </div> <div>그래서 어쩌면 그렇게 대통령이 되기를 기대하는 사람을 지지할 수는 없었다.</div> <div>다만, 그런 안철수를 지지하는 20% 국민의 존재를 존중해야 한다.</div> <div>당이란 정치 기구에 관심 없는 인구 말이다.</div> <div><br></div> <div>당이 아닌 인물로만 보자면,</div> <div>고백건대 가장 친구 하고 싶은 사람은 홍준표다.</div> <div>생각은 완전 다르지만,</div> <div>정치적 지향도 다르고, 하나부터 열까지 의견을 일치시키기 참 힘들어 보이는 사람이지만,</div> <div>인간적인 매력이 있다.</div> <div>자기의 생각을 숨기지 않는다.</div> <div>그리고, 그 의사결정의 백그라운드엔, 동의하긴 힘든 우파 철학이 견고히 있다.</div> <div><br></div> <div>후보 수락 연설을 유튜브로 봤는데,</div> <div>주변 강대국, 트럼프, 시진핑, 푸틴, 아베를 거론하며</div> <div>모두 극우정권인데 우리도 스트롱맨이 나와야 한다고 할 때,</div> <div>이 사람 솔직하다고 생각했다.</div> <div>이번 선거가 '박애주의 인권 변호사' vs '정의로운 우파 검사'가 되리라 그때 생각했던 거 같다.</div> <div><br></div> <div>비록, 그가 속한 정당이 역사적으로 도무지 동의할 구석이 없고,</div> <div>그가 지향하는 정치적 가치가 하나같이 르펜 쌈 싸 먹은 극우주의고,</div> <div>경제적 지향은 프리드먼, 하이예크류의 시카고학파 신자유주의 우파지만,</div> <div>당을 떠나 인물로만 보면,</div> <div>유도리 있고, 친해질 수 있는, 부산 계열, 영남 계열 특유의 정 많은 머스마다.</div> <div><br></div> <div>일화를 하나 알고 있는데,</div> <div>옛날, 재래시장에서 야채파는 할머니 앞을 홍준표가 지나가며,</div> <div>"할매, 그거 다 떨이로 주소. 싸게 주소" 했던 적이 있다.</div> <div>부산 상남자 특유의 츤데레다.</div> <div>정치적으로 함께 할 수 없는 상남자, 홍준표의 향후 행보를 기대해본다.</div> <div><br></div> <div>사사건건 앞으로 시비 걸고, </div> <div>때론 뚜껑 열리는 정치적 판단을 하겠지만,</div> <div>민주주의란 게 원래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div> <div>자유롭게 다른 생각을 말하며 사는 세상 아닌가.</div> <div><br></div> <div>자신이 투표했던 후보의 당선을 축하드리며,</div> <div>낙선을 위로 드린다.</div> <div>나 또한 낙선자 그룹이니, 어느 정도의 위로를 나눠도 괜찮지 않을까.ㅎ</div> <div><br></div> <div>사고 없이 무사히 선거가 마쳐서 다행이다.</div> <div>민주주의가 한 뼘 더 성숙해진 느낌이다.</div> <div>볼테르의 깡디드 마지막 대사처럼,</div> <div>'이제 우린 우리의 뜰을 경작해야 한다.' </div>
<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212/253afc4dd106c06085b7bae533f3a2cd.jpg" alt="253afc4dd106c06085b7bae533f3a2cd.jpg">
댓글 분란 또는 분쟁 때문에 전체 댓글이 블라인드 처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