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정치사에 거의 종교화된 신 수준으로 여겨지는 존재가 두명있다. 하나는 박정희 다른 하나는 노무현. 후자는 다 알테니까 각설하고 박정희는 도대체 왜 신화의 영역안으로 들어갔을까? 그도 역시 전두환처럼 독재자에 불과한 사람인데 만약 10.26이 없었다면 부산 마산 바닥이 광주 5.18 처럼 됐을 가능성이 높은데.
일단 박정희= 경제성장 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게 아니다. 그런 표면적인 이유 가지고서는 이 현상을 설명할수 없다. 늙은 양반들이 박정희를 좋아하는 까닭은 바로 배고픈 시절에 배를 채워준 사람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유는 단 하나 배고픔을 해결해준 사람이다. 지금은 이해하기 힘들지만 과거 1950년대 1960년대에는 보릿고개가 있었다. 가을에 추수해서 겨울을 보내고 봄이 되면 쌀이 떨어진다. 보리도 여물지 않아서 사람이 굶주리게 되는데 이것을 해결해주는 정권이나 사람이 없었다.
성군이라도 일컬어지는 세종대왕이나 정조 같은 임금도 해결하지 못했다.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하지 못한다. 이게 보통 민초들의 삶이었다. 근데 이걸 박정희가 해결해주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웃지못할 코메디가. 당시에 벼 100% 자급한다고 통일벼를 권장하고 새마을운동을 벌이고 이게 다 그런 맥락에서 나온거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될 것이다. 근데 통일벼는 맛도 드럽게 없고 병충해에 엄청 약해서 오히려 손해가 많았다. 농사일 하면서 막걸리 마시던 박정희의 이미지를 보면 된다.
이런 이미지의 사내. 이런 이미지의 남자. 이런 이미지의 국가 지도자. 유래 없는 성스러운 인간이 아닌가? 그 당시에 니들이 굶어나 봤냐? 우리가 굶었던 것을 해결해준 사람이 박정희다. 이 어리석은 것들아. 니들이 그 시대에 살아봤어 ? 박정희만한 사람이 없어.
박정희는 조중동등 이른바 메이져 신문에게 보도지침을 내리면서 이런 이미지를 만든다. tv도 신문도 (인터넷도 없던 시절에) 박정희 정권을 찬양하기 바빴다. 이런 이미지를 만들어낸 박정희는 경제성장이라는 환상을 사람들에게 심어준다. 뿐만 아니라 북한과도 일전을 겨룰수 있는 강력한 반공 지도자라는 인식을 심어대니 한국전쟁을 경험했던 세대들에게는 잘 먹여줘 빨갱이들로 부터 나라를 지킨 구국의 영웅이었을 것이다.
박정희의 여자문제 박정희의 정치 문제는 밑의 사람들이 다 잘못해서 일어난 일 박정희는 잘 하려고 하는데 그 주변에서 문제를 만든 일이라고 생각하고 박정희에 대항하는 정치인들은 빨갱이의 사주를 받았거나 빨갱이의 지시를 받은 놈들이고 박정희에 대항해서 싸운 학생들은 공부나 열심히 하지 왜 저것들이 데모질 해서 나라 망치는 것들. 이라는 소리를 해댔다.
한마디로 망상에 빠져서 살았던 국민들이었더랜다. tv도 신문도 통제하고 외국인들도 드물었던 시절에 한국은 그냥 그저 3류 독재자가 지배하던 3류 국가였을 뿐이다. 오히려 그 당시에는 필리핀이나 아르헨티나 더 잘살았고 (지금은 망가졌지만 ) 동남아 국가들이 훨씬 살기가 더 나았으며 심지어 북한과의 체제 경쟁에서 남한이 뒤지고 있었던 시절이다. 미국의 푸에블로 호 납치 사건이 일어나고 북한공비가 청와대를 습격한다고 내려오고 그러던 시절이다.
배고픔을 해결해주고 반공이데올로기로 국시를 삼아버리자 미국조차 독재자지만 말 잘듣는 개처럼 생각하고 용인해버린다. 미국은 당시 박정희에 대해서 매우 비판적으로 생각했고 언제든지 기회만 닿으면 독재자를 갈아치우려고 했었다. 그리고 딱 10.26 운명이 그날이 온거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밥먹고 살게 해준 은인이라는 그 믿음을 깨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ㅂㄱㅎ 가 경제성장에 실패한 댓통령으로 남는다 하여도 박정희 신화는 굳건하다. 박정희가 우리가 밥을 먹게 해준게 아니라 국민이 스스로 밥을 지어 먹었다. 라는 사실에 대한 인지가 중요하다. 즉 과거의 일을 제대로 기억하는게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사책이다.
박정희의 올바른 인식은 올바른 교육에서 부터 나온다. 역사책에서 박정희가 민주주의자들 탄압했던 역사를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할배 할매등 인식이 부족한 세대들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역사의 무대에 완전히 사라질때까지는 어쩔수 없다. 한번 늙어버린 뇌는 다시 되돌리기 힘들다. 그 세대가 완전히 저물어질때 비로소 박정희는 신화의 영역에서 내려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