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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sisa_542565
    작성자 : v^_^
    추천 : 5
    조회수 : 722
    IP : 125.7.***.139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4/08/05 07:42:01
    http://todayhumor.com/?sisa_542565 모바일
    [딴지일보 - 스압] 이미 공포 바이러스가 전염되었다
     
    ===============================================================================================================
     
    2014. 08. 04. 월요일
    카인

     
    갑작스레 바이러스 얘기가 나돈다. 그것도 열라 무섭다는 에볼라 바이러스의 얘기다. 영화 및 소설인 <아웃브레이크>, 30대 이상이라면 기억하고 있을 옛날 드라마인 <M>에 등장하는 그 에볼라 바이러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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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볼라는 바이러스 역사상 최악의 먼치킨(사전적 의미로는 난쟁이나 어린 아이와 같은 키 작은 존재를 지칭하는 단어였으나 현재는 '무지 쎄다'는 의미의 은어로도 통용되고 있다. -편집부 주) 바이러스다. 감염되면 잠복기가 평균 일주일, 길어봐야 3주일이고, 이 짧은 잠복기 후에 발병하면 최고 90%가 죽는다. 내부 장기가 죄다 괴사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다섯 종류의 변종이 발견되었는데, 이 중 하나는 인간에게 무해하고 하나는 인간 감염 사례가 하나뿐이지만, 나머지 세 개의 변종은 치명적이다. 가장 치명적인 변종 둘의 경우엔 운 좋게 살아남은 생존자가 10%이고 다른 한 변종도 기본 50%는 먹고 들어간다. 증상에는 대처할 수 있지만 치료제는 아직 없다. 숙주 생물은 박쥐라는 설이 지배적이지만 아직 특정되지도 않았고, 피 등의 체액 접촉으로만 전염된다는 것이 정설이지만 레스턴 변종의 경우엔 공기로도 전염된다.

    즉 에볼라 바이러스는, 감염 경로 - 전염 경로 - 치료법을 전부 모르는 현존 최악의 바이러스다. 생존자가 너무 적어서 연구 샘플도 부족하다. 유일한 약점이라면, 잠복기가 짧고 치사율이 너무 높아서 광범위하게 전염되기 전에 빠르게 막을 수 있다는 점뿐이다.

    그리고 이 조루 특성 덕에 에볼라 바이러스는 아직 인류를 멸망시키지 못했다.

    조루.jpg
    강하긴 하지만 결국엔 조루라서 다행

    현재 서아프리카의 3개국, 기니-라이베리아-시에라리온에서는 에볼라 바이러스가 튀어나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첫 발병이 2월이었으니 반 년 가까이 박멸이 안 되고 있는 거다.

    지금까지 에볼라 바이러스는 발병 즉시 집중 방역 공격의 대상이 되었고, 모든 검역 기관의 0순위이다 보니 빠르게 진정되곤 했다. 그런데 이번엔 예전과 달리 제대로 통제가 안 되고 있는 것이다. 감염을 제대로 잡지 못하자 감염자와 사망자는, 비록 감염 지역 내에서만이긴 하지만, 계속해서 늘어가고 있다. 7월 31일에는 사망자가 역대 최고인 729명에 달했다.

    실제로 저 3국의 영토를 합하면 대한민국의 2배. 그리고 창궐 지역은 3국 영토의 1/4이니 실제 지역은 한국의 반 정도 되는 지역이다. 그나마 대부분 시골이라서인지 아프리카 특유의 부족 문화 덕인지 다른 지역과의 연결점은 적고. 덕분에 인근 국가로 퍼져나가지는 않고 있다는 것이 유일한 위안이다.

    퍼져나갔다고 할 수 있는 경우는 딱 한 건, 나이지리아에서 발생했다. 라이베리아에서 항공편으로 온 여행객 한 명이 수도 라고스에서 발병하고 곧장 사망해버렸다. 그게 지난 7월 26일이었다. 자국인이 전염되어 죽은 것은 아니지만 라고스는 곧장 집중 검역 체제로 들어갔고, 사망한 여행객이 잠깐 들렀던 토고 역시 검역하느라 난리다.

    평균 잠복기인 1주일이 지나 가장 큰 고비는 넘겼지만 아직 2주일의 위험 시간이 더 남은 상태다. 일단 아직까지 추가 보균자나 발병자가 나오지는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나이지리아를 발병국가로 치는 기관도 있고 안 치는 기관도 있다.

    이렇게 서아프리카의 3국 및 그 인접국들이 공포에 떨고 있는 가운데, 곧 한국에서는 국제 대회 하나가 열린다. UN Women Congress다.

    UN.png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 아프리카 등지에서 총 300명이 참가하는 대회이니 작은 대회가 아니다. 그리고 한국은 공포에 휩싸였다. 이 UN Women 대회에 아프리카 사람들이 참석한다는 점 때문이다. SNS에서는 그 공포가 제대로 표출되었다. 다음 아고라에는 (당최 어디 소용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서명 공간이 열렸고 덕성여대 페이스북은 홍역을 앓기 시작했다.

    질질 끌지 않고 본론을 들이밀겠다. 이 공포는, 오바질이다. 그것도 무식과 무지에서 비롯된 오바다.

    일단 이 사상 초유의 에볼라 창궐 사태, 그 발병 지역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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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지역들이다. 주로 도시보다는 시골 방면이다.

    BuFyIUsIQAAWbZY.jpg
    아프리카 대륙 전체에 대입해보면 이렇게 된다.

    초유의 사태에, 한국 반 정도 되는 지역이라더니, 생각보다 작잖아? 싶을 수 있다.

    당연하다. 왜냐하면 서부의 기니와 동부의 케냐의 거리는 한국-인도만큼이나 떨어져 있고, 한국-인도 사이에 바다가 있듯이 기니-케냐 사이에는 광활한 사막과 초원과 우림이 있다. 꼭 동서뿐만이 아니다. 아프리카 대륙 자체가 워낙에 넓고 그 대부분이 사막-초원-산맥의 반복이다 보니, 북부-동부-중부-서부-남부가 정치/문화적으로 따로 노는 성향이 강하다. 동남아시아-동북아시아-중앙아시아-남아시아가 그렇듯이 말이다. 멀리 갈 것 없이 잠깐 세계사 지식을 돌이켜보라. 이집트, 모로코, 알제리 등의 북아프리카는 산맥과 사막으로 인해 남쪽과 단절돼있다 보니, 인간 역사 내내 아프리카 문명권보다는 지중해 문명권과 더 많이 지지고 볶았다. 로마의 라이벌이었던 카르타고가 현재 알제리와 튀니지 자리에 있지 않았나.

    즉 서아프리카에 위치한 기니-라이베리아-시에라리온에서 발병했다 하여 UN 대회를 취소해 모든 아프리카 국가 국민들의 입국을 거부하라는 발상은, 인도나 부탄쯤에서 에볼라가 발생했으니 한국인과 일본인 또한 출국하지 말자고 말하는 것과 같다. 실제로 2009년에는 필리핀에서 에볼라 바이러스가 발병한 적이 있었다. 다행히 빠른 대처가 있어서 인간 감염은 4건으로 끝났지만, 만약 당시에 유럽이나 미국에서 '필리핀에서 에볼라가 발생했으니 같은 아시아인 한국, 일본, 중국, 우즈베키스탄, 인도 모두의 입국을 불허한다'는 결정이 나왔다면 어땠을까?

    그러나 한국은, 평범한 미국인들이 자기 바깥 세계에 관심이 별로 없는 것만큼이나, 동아시아/미국 외의 세계에 매우 무감각하고 무지하다. 특히나 아프리카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따라서 '가나를 비롯한, 인접 서아프리카 국가들의 참가를 불허하라' 정도면 공포의 표출로 충분할 것이 '아프리카 죄다 안 되니 대회 자체 취소'로 흐르게 된다. 만약 대회가 취소되었을 경우, 참가국 중 동부-남부 아프리카 국가들은 어떻게 느낄까. 그들이 서부 아프리카에 대해 갖는 심리적-실제적 거리감은 한국이 인도나 싱가폴에 대해 갖는 거리감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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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 대륙 국가와 아프리카 대륙의 면적 비교. 
    이렇게 무식한 넓이에, 사막-초원-산맥-우림으로 인해 경제권과 문화권이 조각조각 나있다.
    게다가 부족 중심의 사회 문화 때문에 국가 내에서도 활발한 교류가 적어 
    무역이나 개발보다는 자원에 기대는 경제가 대다수 아프리카 국가의 경제다.
    내전과 독재로 쑥대밭이 된 이번의 발병 3국은 더욱 그러하여, 격리 조치가 매우 쉽게 먹혀들었다.

    게다가 발병 3국은 최근까지 군부 독재를 겪었거나 지금도 겪는 중이다. 이런 정권은, 우리가 겪어봐서 알듯이, 자국민을 억압하고 통제하는 성격의 무력 사용에는 매우 유능하다. 통제에 유능한 독재 정권들이 WHO에 적극 협력중이다. 덕분에 매우 높은 수준의 격리조치가 실행되었고, 현재 감염의 확산은 막았다고 볼 수 있다.(나이지리아와 토고에서 남은 2주의 위험기간 동안 발병자가 나오지 않는다면 확실시된다) 다만 감염 지역 내에서의 감염 통제가 안 되고 있어서 그렇지.

    결국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대회 취소 요구는, 기본적으로는 무지와 공포에 기인한다.

    에볼라 바이러스가 그 파괴력에 비해 잠복기가 짧고 사망률이 높기에 격리하기에는 오히려 쉽다는 특성을 모른다. 그 파괴력 덕분에 세계 모든 보건/검역 기관들이 최우선으로 빠르고 강경하게 대처해왔다는 역사를 모른다. 아프리카 대륙이 얼마나 넓은지도 모른다. 알기 위해 찾아본다 하더라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루머에 속는다. 이번 대회에 발병 3국의 하나인 기니도 참가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기니는 참가하지 않는다. 다만 사천타악축제에 기니 팀이 참가하긴 하지만, 이 팀은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던 팀이다. 고국에 한동안 가보지도 않았던 이 팀을 걱정하려면 차라리 후쿠시마 방사능에 피폭되었을 가능성을 걱정하는 게 더 낫겠다. 게다가 사망자가 수천 명(!)이라는 과장된 정보는 SNS에서 아직도 돌아다닌다.

    물론 현재 700명이 넘어간 사망자 수는 충분히 공포로 다가올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일련의 취소 요구 행렬에서 무지와 공포만 보이진 않는다.

    행렬.png
    생각하면서 살라고 하지만, 과연 누가 생각을 하지 않고 있는 걸까.

    댓글의 세계에서, 사람들은 매우 성급해진다. 인터넷의 역사가 쌓이면서 등장한 댓글 시스템과 그 문화는, 생동감 있는 교류를 가능하게 했지만 동시에 생각하기 이전에 행동할 수 있는 여지를 없앴다. 때문에 누군가를 성토하거나 누군가의 잘못(으로 보이는 무엇)이 드러난 글이 보이면 사람들은 열심히 흥분하여 타겟을 향해 아주 쉽게 극딜을 던진다. 꼭 자극성이 있는 게시물에만 그런 것은 아니지만 자극성이 있는 게시물에서 더욱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사람들의 문장은 짧아지고, 맞춤법은 많이 무시되며, 단어는 공격적이 되고, 논리는 많이 생략된다.

    즉각적인 감정 반응의 댓글은, 당연하지만 더 빠르게 달린다. 게시물을 보자마자 드는 감정을 그대로 써두는 것이니, 여기에 논리적 여유는 존재하지 않는다. 제일 먼저 등장한 강렬한 반응의 댓글은 이후 게시물에 도달한 사람들에게 '추천'을 받게 된다. 더 먼저 더 확실하게 반응한 댓글이 많은 추천을 얻고, 그 추천수만큼 더 많이 노출된다. 쌓인 댓글만큼의 감정이 쌓이면, 댓글을 읽고 또 댓글을 다는 후발 주자들도 비슷한 감정 상태를 공유하게 된다. 댓글 게시판에서의 다수 의견이 만들어지는 최초의 메커니즘이다. 포털 사이트의 기사 댓글에서, 유명인이나 유명단체의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이런 모습은 자주 볼 수 있다. 그 반응이 옳거나 그르거나와 상관없이, 즉각적인 감정 반응이라는 사실은 늘 변함이 없다.

    이런 '성급함'이 덕성여대를 향한 분노의 행렬에서도 감지된다. 무지와 공포에서 비롯된 감정 반응이 성급함을 타고 표출된다. 무지는 '나도 죽는 거 아냐?'라는 공포를 퍼올리고, 공포는 에볼라 바이러스와 아프리카 대륙에 대해 검색이라도 해보기엔 시간이 없는 성급함을 통해 발산되는 것이다. 좀 더 신중하여 이것저것 찾아본 후에 판단을 내리는 사람들의 '어라? 그건 아닌 거 같은데...?' 라는 말은 잘 들리지 않는다. 유언비어는 공포에 빠진 사람들을 먹잇감으로 노리는 또 다른 바이러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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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커뮤니티에서는 이런 지도를 가져와서,
    '서부에서만 에볼라가 창궐한 게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이 지도에 구현되어 있는 시간대를 잘 봐라. 1976년부터다.
    결국 이를 지적한 몇몇(초반 함께 분노한 몇을 지난 후에 등장한) 댓글이 이를 지적했고,
    얼마 뒤 게시물은 지워졌다.

    그렇게 우리는 오늘도 분노했다. 일견 옳을 수도 있지만, 끝내는 오바질이 되고 마는 분노 말이다. 공포라는, 거부할 수 없는 원초적 감정에 기인한 분노이기에 더욱 그 확산을 막기가 힘들다.

    반면 UN Women과 덕성여대가 내린 결정은 합리적이었다. 대회 참가국의 명단에서 발병 3국이 빠져있는 것을 확인했고, 나아가 자국민은 아니지만 여행객 1명이 발병한 나이지리아에는 참석 불허를 통보했고, 발병자가 없는 나머지 서아프리카 국가들에는 그래도 인접국이니 더욱 강화된 검역 시스템을 적용하기로 했다.(당연하겠지만, 이건 UN과 WHO의 소관이다.) 아무리 초유의 사태라지만 대륙 한구석에서 일어난 참사 때문에 대륙 다른 편에 있는 국가들뿐 아니라 다른 대륙 국가들까지 참가하는 국제 대회를 개회 직전에 취소한다는 건, 오바스러운 어불성설이니까 말이다.

    그러나 분노는 아직 끊이지 않는다. 덕성여대의 긴 해명글은 성급한 우리들에겐 읽기 귀찮은 장문의 스크롤 압박일 뿐이다. 읽어봐야 기니가 어디 있고 케냐가 어디 있는지 알지 못하는 우리에겐 다 같은 아프리카로 읽힌다. 서글픈 일이다.


    초기 기독교가 지중해 세계에 전파될 당시의 일이다. 사도 바울의 선교팀은 그리스 전역을 순회하며 포교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바울의 선교 전략은 첫 번째로는 유대인에게, 두 번째는 그리스인을 비롯한 이방인에게 전하는 것이었다. 이미 지역 사회에 속해 있는 유대인부터 공략한 후, 비교적 사상의 거리가 먼 이방인으로 옮겨가는 전략이었다.

    그들은 테살로니카에 도착해 포교 활동을 벌여, 테살로니카 시에 기독교 공동체를 건설하는 데에 성공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신실한 유대교도 입장에서 기독교는 이단이며, 그리스 신화와 철학을 사상 기반으로 삼고 있는 그리스인에게 기독교는 도전자였다. 이 심리적 장벽을 넘지 못한 시민들 중 몇몇이 바울과 그의 선교팀에 대해 강한 적의를 드러냈다. 살해 위협이 점점 현실이 되었다. 불과 며칠만에 테살로니카 공동체가 세워졌지만, 첫날부터 무기를 들고 협박하기 시작한 무리들은 이제 무기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결국 그들은 도시에서 추방당했다.

    일견 이해가 되는 반응이다. 아무리 사상의 자유가 있는 로마 제국이었다지만, 고대인들에게 종교와 철학은 세계관을 구성하는 사조 그 자체다. 기독교라는 신흥 사조는 환영받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사람은 처음 보는 것에는 공포를 느끼니까. 게다가 이 사조는 유대인들에게는 반동이요 이단이지 않은가.

    바울과 선교팀은 근처 도시인 베뢰아로 이동했다. 그리고 거기서 그들은 강한 인상을 받는다.

    베뢰아.gif
    당시 바울의 방문을 기념하는 베뢰아의 기념물

    베뢰아 시민들은 테살로니카 시민들과 정반대의 반응을 보여주었다. 기독교의 교리와 철학은, 당시 존재하는 성경인 구약의 새로운 해석으로 시작하게 마련이다. 베뢰아 시민들은 그 해석에 대해 "당신들 해석이 일리가 있는지, 정말 그러한지 좀 보자." 라고 반응한다. 한국어 성경에서는 그들이 '신사적'이었다고 번역했고, 다른 번역에서는 '열려 있어서'라고 번역했다. 로마 제국의 사상적 관용과 그리스 문화의 비판적 사고를 체화한 사람들이었다.

    베뢰아의 유대인과 그리스인들은 구약 성경을 펴놓고는 '검증'을 시작했다. 당신들이 내놓은 신학적 해석은 모순 없이 논리적인가, 지금 말하는 출전은 정말 이 부분에 있는가, 그렇게 해석할 여지가 과연 있는가 등등. 당연히 이런 활동은 토론 광장인 그리스 아고라 혹은 로마 포럼이나 유대교 회당인 시나고그에서 열렸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당연히, 난상토론이다. 테살로니카에서 쫓아온 추적팀이 베뢰아에 도착할 때까지, 바울과 그의 팀은 베뢰아의 시민들과 계속 토론을 벌였다.

    새로운 사조, 즉 새로운 정보를 접한 두 도시의 반응은 이렇게 정반대였다. 테살로니카는 이 '위험한 사상'에 폭력으로 반응했다. 베뢰아는 '우선 검증하자'며 토론장으로 나갔다. 빠른 반응과 신중함의 차이다.

    현대의 댓글 메커니즘과 완벽하게 등치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덕성여대 건과 같이 타겟에 대한 빠른 분노를 볼 때마다 난 이 일화가 떠오른다.

    똑같이 기독교를 도시 내에 받아들이긴 했지만, 테살로니카와 베뢰아의 미래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유입된 신(新)사조를 위험 사상으로 찍어놓은 완고한 테살로니카는 당연히 도시 공동체가 분열되고 반목할 수밖에 없다. 반면 사상적 충돌을 검증과 토론으로 소화시킨 베뢰아는 그런 분열이 한층 적을 수밖에 없다. 어느 쪽이 더 건강한 공동체가 되어갔을지는 자명하다. 꼭 기독교와 같은 신사조에 대해서만 이랬을까. 도시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있어서 테살로니카와 베뢰아가 각각 어떻게 대응했을지 상상해보는 것도 그닥 어렵지 않다.

    Book-Club.png

    그리고 아직 우리는 베뢰아보다는 테살로니카에 가깝다.

    어떤 정보나 해석이 앞에 도달하면, '이것이 정말 그러한가' 확인하는 단계가 없이 빠르게 댓글을 달고 반응하는 것에 더욱 익숙해져 있다. 빠른 속도를 중시하는 현대 사회의 산물이라 하기엔 너무 서글프다. 빠르게 분노하고 구체적인 확인의 여유는 없다. 양화가 언제나 악화를 구축하는 것은 아니기에 수시로 속기도 한다. 그렇게 반응한 끝에서 나온 결론이 비록 옳다 하더라고, 과정이 틀려먹었으니 사안에서 거리감을 느끼는 다른 사람들의 신중함을 설득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오히려 '빠'나 '까'의 낙인을 받기 쉽다.

    그러다 보면 좀 더 완고한 사람들은 반항심을 느껴 고집도 부린다. 우린 이게 분명 옳다고 확신하는데 세상은 몰라준다. 세상이 썩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제 세상을 바꿔야 한다. 때문에 우리는 투사가 된다. 높은 확률로 인지부조화도 일어난다. 결국 구조상으로는 혐오범죄자들과 다를 것이 없게 된다. 이런 우리가 만드는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1.png
    무지에서 비롯된 성급한 범주화 → 공포에 의한 빠른 분노 
     차별적 인식 및 발언 → 실제 차별 행위 및 경직된 사회

    인지부조화가 끼어들어갈 틈이 매우 많다. 빠른 분노와 빠른 공포의 취약한 메커니즘이다.
    그리고 우린 이런 걸 너무 많이 봐왔고, 너무 많이 해왔다.


    UN Women Congress는 지금 이 시간 열리고 있을 것이다. 이 대회가 취소되어 동/남부 아프리카 국가들 및 타 아시아 국가들의 '뭥미'하는 반응을 볼 일도 없을 것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합리적 결정을 내린 덕성여대는 가루가 되도록 까일 것이고, 그 무지의 분노를 가라앉히려는 몇몇의 자정 활동은 쉽게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피로감이 쌓일 것이고, 결국 남는 것은 냉소뿐이 될 것이다.

    지금껏 그래왔기 때문이다. 이미 다양한 형태의 공포에 감염된 우리는, 조금씩 괴물이 되어가고 있다. 누군가는 공포에 의해, 누군가는 공포의 변종에 의해.

    그래도 어쩔 것이냐. 답은 늘 간단하면서 어렵다. 최소한 약간이라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계속 해보는 수밖에 없다.

    쉽게 반응하는 우리든, 좀 더 신중한 우리든, 최소한의 선의는 믿고 가는 것이 그나마 유일한 희망이다. 종래에는 혐오자와 같은 괴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지만 그 선의를 잊지 않는 것만이 그나마, 그나마, 그나마, 유일한 희망이기 때문이다.

    결론이 이 따위로 나이브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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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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