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strong>*출처: 원순씨닷넷 (</strong><a target="_blank" href="http://wonsoonc.net/posts/5389eccbe3e89340bb0016aa" target="_blank"><strong>http://wonsoonc.net/posts/5389eccbe3e89340bb0016aa</strong></a><strong>)</strong></div> <div> </div> <div>==================================================================================================================================</div> <div> </div> <div><img src="http://wonsoonc.net/uploads/redactor_assets/pictures/5389ec21e3e8935f0d00170f/%EC%98%88%EC%A7%80%EA%B8%80_%EA%B0%80%EB%82%9C_%EB%B3%B8%EB%AC%B82.jpg" alt=""></div> <div><span></span> </div> <div><span>안녕, 안녕 세상이여. 안녕. 그로버스 코너스. 엄마와 아빠. 시계의 똑딱거림도 안녕. 그리고 엄마의 해바라기, 음식과 커피. 새로 다림질해놓은 드레스, 그리고 뜨거운 목욕... 잠자고 깨어나는 것.</span></div> <div>연극 <Our Town>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극 중에선 죽음 직후에 전생으로 잠깐 돌아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아이를 출산하다가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하게 된 주인공 에밀리도 생과 사를 관장하는 자에게 애원하여 어린시절의 한 때로 돌아갑니다. 너무 특별하지도 너무 평범하지도 않은 일상의 하루를 선택해서 돌아가지만, 주어진 24시간을 채우지 못하고 끝내 결국 스스로 죽음의 세계로 다시 돌아오기를 결정하게 됩니다. 죽기 전에는 몰랐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매 순간을 서로 제대로 마주볼 새도 없이 너무나도 빠르게 흘러버리는 1분 1초가 견딜 수 없어서 스스로 돌아온 것이죠.</div> <div>엄마의 해바라기며 새로 다림질해놓은 드레스며, 겨우 돌아왔던 이승세계를 떠나며 마지막으로 작별인사를 건네는 그리움의 리스트는 참 소박하기만 합니다. 물론 시대배경이 자본주의가 성행하기 전이라 즐길거리 자체가 화려하지 않은 시대이긴 합니다만, 만약 이 작품이 현대를 배경으로 쓰여 졌어도 그 리스트는 마찬가지로 평범한 일상의 기억이 묻어난 것들일거란 생각이 듭니다.</div> <div> </div> <div>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에 유가족들과 조문객들이 아이들을 위한 마지막 선물로 가져다 놓은 것들도 그랬습니다. 분향된 국화꽃 사이로 콜라며, 과자며, 그다지 비싸지 않은, 고인들이 평소에 즐겼을 일상의 물건들을 발견했을 때 나는 자연스레 <Our Town>의 에밀리가 했던 위 대사가 떠오르며 울컥거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소박한 일상의 파편들은 새삼 희생자들이 얼마나 어린 친구들인지, 그리고 사소한 것에 울고 웃었을 그들의 일상이 어른들이 강제한 지겨운 반복에도 숨길 수 없을 정도로 얼마나 찬란했을지 짐작케 했습니다. 그런 아이들이 짧은 마지막 순간에 간절했을 것들은, '그냥 딱 하루만 돌아와서 같이 잠만 자고 다시 돌아가도 여한이 없겠다'는 남겨진 가족들의 마음과 다르지 않았을 겁니다. 한 달동안의 멘붕에서 점점 벗어나 어찌되었든 산 자로서 일상으로 복귀하고 있는 우리들이 아무리 공감한다해도 마지막을 경험하기 전엔 알기 어려울 그리움과 고통입니다.</div> <div>이런 일상의 파괴 후에도 정치는 참 비루하기 짝이 없습니다.</div> <div> </div> <div>성찰을 피하고, 책임을 지는 시늉만 하고, 이용해 먹으려 들고, 떳떳하지 못하고, 정치게임이 성행 합니다.</div> <div>많은 사람들이 알레르기를 가지는 것이 당연할 정도로 정치는 썩어 있습니다.</div> <div>고인 물에서 나는 악취처럼 구린내가 납니다.</div> <div>그러니 혹여 그 썩은 물이 내새끼한테 닿을까봐, 나의 부모는 이 시국에도 집회같은데 얼씬하지도 말고 가만히 있으라 합니다.</div> <div>정치가 하도 부패하고 실망을 준 탓에 우리의 참정권은 자의반/타의반 박탈당해 왔습니다.</div> <div>'그동안은 가난했지만 행복한 가정이었는데, 이제 널 보내니 가난만 남았구나'</div> <div>사랑하는 이가 함께 하는 것 만으로도 행복했던 일상까지도 박탈당했습니다.</div> <div>똑같이 정치에 무관심했었을 가장과 주부들이 일상의 뼈아픈 상실 이후에 길바닥에 내앉게 된 것을 두고, 어떤 자들은 단편적으로 '정치적'이라고 표현하고 심지어 '미개하다'라고 합니다. 이 순간에도 좌빨과 종북을 운운하며, 순수한 유가족과 그렇지 못한 유가족을 나누고, 정치참여를 기준으로 좌/우를 나누려고 듭니다. 희생자들을 위해 눈물 흘리며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시민들이 연행되었고 청와대 앞 추운 길바닥에 내앉은 유가족들을 수많은 경찰과 경찰버스로 가로막았습니다.</div> <div> </div> <div>참 이상합니다.</div> <div>이것이 과연 좌/우의 이념 문제인지 정말 묻고 싶습니다.</div> <div>되려 우리들은 지극히 보수적인 이유로 정치를 다시 일상의 영역으로 복원시키려 하는 것 아닐까요.</div> <div>바로 우리의 찬란한 일상을 '지켜내기' 위해서 말입니다.</div> <div>지켜내지 못했을 때의 그 고통, 무력감, 죄책감, 자괴감과 절망을…우리 모두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으며 물려주고 싶은 유산이 될 수 없습니다.</div> <div>그러기 위해선 우선 정치의 일상화가 필요합니다.</div> <div>더러움에서 최대한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것 만으론 내 새끼를 지키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고,</div> <div>나 자신 조차도 그 귀함을 일 분 일 초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나의 일상은 너무도 아름다운 나머지, 누군가 대신 알아서 지켜주지 않는다는 것을 목도했고,</div> <div>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경제 생활을 하듯, 일상을 지키기 위해 정치 활동도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한 우리입니다.</div> <div>살면서 소중한 것 하나 쯤은 제대로 지켜줄 수 있는 어른이고 싶습니다.</div> <div>좌우 논리로 멋대로 나누려는 '배후세력'의 '선동'을 단호히 거절하고,</div> <div>야유의 대상도 아닌, 환호의 대상도 아닌, 잠자고 깨어나는 것처럼 일상적인 정치를 시작했으면 합니다.</div> <div>지금, 여기 우리로부터 말입니다.</div> <div>:: Yeji Julia Cheon with wonsoonc.net</div> <div> </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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