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우리나라 정치 수준이다.

 이건 자조도 아니고 비난도 아니다. 그저 현실을 인정하는 것일 뿐.

 정치발전의 속도가 경제발전의 속도와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을 뿐이고,

 또 한번 우리나라 국민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게 된 것일 뿐이다.

 우리는 5년 전 전과 14범을 뽑던 정치수준에서 거의 한발자국도 나가지 못했다.

 비록 젊은 층의 정치참여가 늘었고, 투표율도 올랐지만

 억압과 압제를 바라고 갈구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을 뿐이다. 물론 본인은 깨닫지 못할 테지만.

 그들은 미래를 이야기하기보다는 과거로 돌아가기를 원했고

 능력을 보기보다는 배경에 눈을 돌렸다.

 민주주의의 주인으로서 사는 것을 포기하고 지배당하는 것을 선택했고

 평화를 기원하기보다는 대립을 지지했다.

 그래서 그들은 박근혜를 뽑았다.

 새삼스레 정의가 이렇게도 이기기가 어렵다는 것을 깨닫는다.

 쿠데타를 해도, 독재를 해도, 강도짓, 납치, 고문, 살인을 해도

 자기에게 직접 해를 끼치지 않으면 다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공공의 정의를 외면하고 본인의 감상과 이익에만 몰두하는 사람들에게

 민주주의는 사치일 뿐이다. 딱 북한처럼.

 그렇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 정의가 언제 이기기라도 했던가?

 4.19는 군사쿠데타로 힘을 잃었고, 6월 민주항쟁은 삼당 합당으로 빛을 잃었다.

 아, 한번 있었다. 노무현 때.

 김대중은 IMF가 아니었으면 되지 못했을테니 그건 정의의 승리라고 보기도 어렵다.

 코너에 몰려서야 겨우 다른 대안을 선택한 것일 뿐.

 아직 이 땅의 독립운동과 민주화는 진행중이고,

 제대로 서지 못했던 정의와 민주주의는 여전히 폭력과 탐욕과 무지와 싸우고 있다.

 더 시간이 흘러야할 것이다.

 많은 시간이 더 흐르고 나서야, 민중의 피를 더 먹고 나서야

 비로소 진정한 광복을 맞게 될 것이고 진정한 민주주의의 꽃이 필 것이다.

 다만, 그 동안 겪게 될 눈물과 고통이 안타까울 뿐.

 밤이 참 길고 춥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