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에 대한 좀 다른 의견 내봅니다.

 이번 1,2차 토론 전까지.. 이정희는 팽당한 정도가 아니라 거의 쓰레기, 간첩 취급을 받았었죠.

 물론 지금도 그 대접에서 크게 달라진 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박근혜 저격수로서 환영하고 있기는 한 것 같습니다. 일종의 대리만족으로.

 속시원하게 하고 싶은 말도 대신 해주고, 논리적이기도 하고, 필요한 말도 잘하고..

 하지만 그러면서도 '이정희는 종북 때문에..' 이런 말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근데 정말 종북이 문제였던가요?

 애초 지난 4.11 총선에서 통합진보당이 문제가 됐던 것은..

 종북 문제가 아니라.. 통합진보당 내 경선과정에서의 불투명, 부조리 때문 아니었던가요?

 그에 대한 반성이나 뉘우침은 없고.. 부정이나 우기기만 있었다고..

 그래서 그에 반발한 비당권파들과 그 난리를 피웠던 거고.. 진보정의당으로 나뉘기까지 한거죠.

 근데 지금 이정희를 새삼 종북 때문에 비판한다?

 경선과정에서의 문제가 잘 봉합되고 그래서 따로 갈라지지 않았어도 그게 지금 문제됐을까요?

 (물론 그랬으면 애초 야권 단일화로 인해 TV 토론에 나오지도 않았겠지만.)

 '말도 잘하고 정책도 좋은 게 많지만.. 종북 때문에..'

 정말 이정희를 간첩으로 생각하시는건가요들?

 이정희를 종북으로 비판하는 것은.. 조중동 프레임을 그대로 따르는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정희라고 안보를 포기하겠습니까? 그냥 휴전선 열자? 아니잖아요?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다만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느냐가 문제였고, 북한에 대해선 최대한 포용하자는 게 그들 입장 아닙니까?

 물론 이런 게 시기상조일 수는 있겠지만.. 그 방향 자체를 틀리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이정희를 종북으로 비판하는 게 더 문제되는 것은..

 나중에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었을 때의 대북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문재인과 민주당이 북한과 대화에 나설 때..

 새누리당은 당연히 트집을 잡거나 발목을 잡으려고 할 것인데..

 (박근혜조차도 지난 토론에서 조건없이 대화하겠다고 했지만.. 그때 되면 다 잊어버릴 거임.)

 그때 또 들고 나오는 것이 종북문제일 것입니다.

 근데 지금 이정희를 종북으로 비판하면.. 나중에 문재인은 선택의 폭이 좁아집니다.

 새누리당처럼 꽉 막혀서도 안되고, 이정희처럼 종북으로 찍혀도 안되면..

 그 사이에 운신의 폭은 상당히 좁아질 수 밖에 없죠.

 문재인과 이정희를 종북이라는 걸로 둘 사이를 갈라놓으면..

 이 둘은 나중에 협력을 하기도, 그렇다고 협력을 안하기도 어렵습니다. (게다가 새누리당이 국회 다수잖아요?)

 기왕 북한과 조건없이 대화하겠다고 했으면.. 그 폭을 충분히 넓힐 수 있게..

 적어도 우리편이라고 생각되는 이정희를 (당내 경선 문제 아니었으면 당연히 그랬겠죠?)

 종북으로 몰아부치는 것은 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또 통합진보당 내에서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됐다고 생각하면.. 민주통합당이나 진보정의당이나..

 통합진보당과 연대할 수 밖에 없는 시기가 또 올 것입니다.

 그때도 종북 문제 때문에 거부하실 건가요?

 정말 종북이라면..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 국정원이나 검찰이 알아서 잡아갈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편끼리 먼저 그 문제로 그렇게 치고 박고 싸울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진보가 분열되지 않도록 격려하고 채찍질하는 게 필요하지..

 종북으로 덧씌워서 그 문제를 물고 늘어지는 건..

 조중동식 프레임에 놀아나는 결과밖에 되지 않을 것입니다.

 나중에 문재인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라도..

 이정희를 종북으로 몰아부치는 건 자제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