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을 강행할 것으로 보여 반발이 예상된다. 방통위는 29일 오후 4시 전체 위원회에서 ‘통신망의 합리적 관리‧이용과 트래픽 관리의 투명성에 관한 기준’ 제정에 관한 사항을 논의할 예정이다. 

망중립성의 기본 원칙은 “모든 콘텐츠를 동등하게 취급하고 어떠한 차별도 하지 않아야 한다”는 데 있다. 그러나 방통위에서 준비하고 있는 트래픽 관리 기준안은 네트워크 트래픽이 폭증한다는 이유로 통신사들이 자의적으로 서비스를 차별하거나 아예 차단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망중립성이 아니라 망독점성을 보장하는 제도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29일 방통위가 포털과 통신사, 케이블 업계, 학계 전문가들의 의견 수렴 결과를 반영해서 작성한 기준안에는 “망 혼잡 관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 P2P와 기술 표준을 준수하지 않은 콘텐츠, 그리고 초다량 이용자의 망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기준안이 통과되면 통신사들이 카카오톡의 음성통화를 제한할 수 있게 된다. 트래픽 관리라는 이름으로 사용량이 많은 이용자들에게 추가 과금을 하는 사실상의 종량제를 도입할 명분도 생긴다. 다만 대용량 동영상 서비스는 이번 기준안 포함되지 않았다. 

  
망중립성 개념도, HMC투자증권 정리.

망중립성 이용자 포럼은 29일 성명을 내고 “주요 대선 후보들이 망중립성 원칙을 지지하고 무선 인터넷전화(mVoIP) 서비스 차단 반대를 공약으로 채택하고 있는데 현 정부가 선거일에 임박해 이런 제도를 제정하려는 의도는 시기적으로 매우 부적절할 뿐만 아니라 통신사 편의 봐주기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윤철한 경실련 시민권익센터 국장은 “방통위의 트래픽 관리기준안은 망 혼잡관리를 이유로 모든 형태의 서비스‧콘텐츠‧어플리케이션을 차단하고 차별할 수 있는 근거로 작동할 수 있다”면서 “mVoIP 차단을 비롯해 애매모호한 다량 이용자에 대한 제한이나, 이용자의 동의를 이유로 한 트래픽 차단 역시 이용자 권리를 실질적으로 침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윤 국장은 “투명성 기준을 정하는 것을 제외하고 나머지 조항들은 만들어져서는 안 된다”면서 “현재로서는 트래픽 가이드라인의 대부분의 규정들이 사회적 합의에 이르지도 못했고 내용상으로도 이용자 친화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이사는 “망이 혼잡할 때 다량 이용자는 분명히 문제지만 혼잡하지 않을 때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면서 “평소 많이 쓰는 사람을 혼잡이 발생한다는 이유로 우선적으로 차별해서 어떤 서비스나 콘텐츠의 이용을 제한한다는 발상 자체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전 이사는 다량 이용자 제한이 실제로는 종량제를 도입하려는 명분쌓기라고 보는 입장이다. 전 이사는 “또한 가이드라인 내용 전체가 DPI(심층패킷검사, Deep Packet Inspection) 감청 기술 없이 불가능한데도 이를 공개 고지하지 않고 본인 동의도 없이 허용하고 있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보라미 법무법인 동서파트너스 변호사는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사회적 논의나 의견수렴 절차가 거의 없었다”면서 “트래픽 관리기준은 이용자의 권리와 직결된 사안으로 다양한 이해 당사자의 의견수렴과 논의를 통한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방통위는 지난 7월 토론회 당일 트래픽 관리 기준안을 처음 공개한 뒤 별다른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망중립성 정책자문위원회의 회의자료와 회의록, 의사록, 결과물 등 관련 자료도 전혀 공개하지 않았다. 

민주통합당 유승희 의원도 이날 오전 성명을 내고 “트래픽 관리 기준안 상정을 즉각 중단해달라”고 요청했다. 유 의원은 “기준안이 확정될 경우 가장 영향을 받는 이용자와 콘텐츠·인터넷사업자들의 우려는 여전히 심각한데, 어떠한 우려도 아직 제대로 해소된 바도 없고, 방통위는 이런 우려의 해소를 위해 노력한 바도 없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그간의 논의에 대해 일반 이용자에게는 물론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도 전혀 공개한 바도 없어, 오늘 상정될 트래픽관리기준이 어떤 내용일지 짐작할 수조차 없는 상황”이라며 “이번 국정감사에서 확인된 것은 현재의 유무선 네트워크가 과도한 트래픽으로 부담을 가진다는 어떠한 실증적 데이터도 없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 의원은 “이런 상황에서 방통위가 왜 갑작스럽게 트래픽관리기준을 확정하려는지 그 진정성을 의심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대선 이후 사회적 합의를 거쳐 해당 기준을 만드는 것이 행정부가 마땅히 지켜야할 원칙”이라면서 “혁신과 성장의 플랫폼인 인터넷의 운명을 방통위의 몇몇 실무자가 결정해서는 안 되며 안건 처리를 강행한다면 방통위는 그 결과에 대해 심각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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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이 트래픽 많이 쓴다고 차단하면서 대용량 동영상 서비스는 차단 대상이 아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