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안녕하세요 32세 여징어입니다.</div> <div> </div> <div>서울에서 아동청소년복지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지라... 세월호 사고로 정말 사무실 분위기가 침울합니다. </div> <div>하루종일 훌쩍훌쩍... 누군가의 훌쩍이는 소리, 또 한숨소리만 가득한지 벌써 일주일이나 되었네요. </div> <div>외근이나 출장 다녀온 사람들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뭐 좋은소식...? 하고 물었다가 서로 고개를 떨구고 한숨만 쉬곤 합니다.</div> <div> </div> <div>온 나라가 슬픔에 빠져있는데도 종종 타인의 아픔에 공감은 커녕 더 큰 상처를 주는 생각없는 사람들 얘기때문에</div> <div>아... 도대체 이 나라에 미래란게 있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div> <div>잠시 콘크리트층에 대해서 작은 얘기지만 하나 해볼까 합니다.</div> <div> </div> <div>저희 아버지는 30년 넘게 군에 계셨어요.</div> <div>사관학교 출신에,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를 즐겨보던, 그야말로 콘크리트 중에 콘크리트셨지요.</div> <div> </div> <div>오죽하면 제가 집을 떠나 서울에서 혼자 자취하며 대학교 다니던 시절, 가끔 집에 내려가면 이런 말도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div> <div>" 노통 얘기 할거면 집에 오지마라 "</div> <div>" 촛불시위같은거 가지 마라 그거 다 북한의 소행이다. 북한이 남침하면 다시 할아버지 때처럼 전쟁난다. 그런데 현혹되지 않을거라고 믿는다. "</div> <div>고 하셨던 분입니다.</div> <div> </div> <div>어쨌거나 그런 아버지가 바뀌기 시작한 건 </div> <div>아주 천천히 조금씩이었습니다.</div> <div> </div> <div>처음엔 조선, 동아일보를 끊는 일로 시작됐었죠. </div> <div>초년장교시절 국비로 미국유학도 다녀오셨을 만큼 저희 아부지는 영어도 잘하십니다.</div> <div>노통돌아가셨을 즈음, 또 광우병논란 등 MB집권기 동안</div> <div>종종 아버지와 영어공부를 핑계로 CNN등 외신을 보여드렸었고</div> <div>혼란스러워 하는 아버지께 다양한 증거자료(특히 외신에서 이야기 하는)들을 보여드렸었는데</div> <div> </div> <div>아버지가 그 뒤로 어느날엔가는</div> <div> </div> <div>" 아- 조선동아일보 끊는다고 했더니 하도 계속 넣길래 [또 한 번 더 그런 쓰레기 집앞에 갖다두면 쓰레기 무단투기로 신고하겠다]고 경고문 붙였더니 이제 않넣더라-_-ㅋㅋㅋ " 하시더군요.</div> <div> </div> <div>제 고종사촌 여동생이 일베를 한다는 사실을 아신 어떤날은</div> <div>조용히 고종사촌 여동생을 불러</div> <div>" 머릿속에 똥만 채우고 살거면 외삼촌 볼 생각 말거라. 다신 그런 쓰레기 같은 곳에 재미로라도 들어가지 마라. " 고 하셨습니다.</div> <div> </div> <div>또 이번 대선때에는 81세인 할머님을 모시고 선거하러 가시기 전</div> <div>" 어머니 1번은 안되요. 1번에 도장 찍으시면 가난한 애들 위해 일하는 큰 애(아동복지 일하는 저를 얘기하신 겁니다) 뜻도 못펴고, </div> <div>이 나라가 다시 유신시절로 돌아갑니다. " 하고 할머님께 설명하셨어요. << --- 저 이 얘기 듣고 화들짝 놀랐습니다. 예전 우리아부지 맞는걸까;;; 하면서 말이죠.</div> <div> </div> <div>그렇게 조금씩 변해온 저희 아부지가</div> <div>오늘 가족톡에서 가족들과 그냥 보통때의 대화를 나누던 중 보니</div> <div> </div> <div style="text-align: left"><img id="image_0.03073653812422633" style="border-top: medium none; border-right: medium none; border-bottom: medium none; border-left: medium none" alt="CYMERA_20140423_214742.jp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404/13982579523CwwK6LIhSNRUYfYvX.jpg" width="576" height="1024" /></div> <div style="text-align: left"><img style="border-top: medium none; border-right: medium none; border-bottom: medium none; border-left: medium none" alt="CYMERA_20140423_214818.jp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404/1398257952zPx7WedAzqWGWRiWu228bFmI8CL6b.jpg" width="576" height="1024" /></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노란 리본을 달고 계십니다.</div> <div style="text-align: left">(천서방은 제 남편입니다. 결혼한지 한달되었는데 곧 베트남 출장을 가게 되어서 그거 걱정하시느라 월남갔냐고 물으신 거에요)</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저희 집안은 사실 6.25시절 학생으로 서울에 홀로 유학와 계시던 할아버지가 이북 출신임에도 북에 계신 가족들 찾겠다고</div> <div>국군으로 참전하셨던 역사가 있습니다. 할아버지는 다행히 6.25에서 살아남으셨지만</div> <div>평생 이라는 3대 독자임에도 불구하고 전쟁 이후 부모님도 못뵙고 오마니를 그렇게 찾으시던 할아버지가 기억이 나네요.</div> <div>할아버지는 육군 상사로 제대하셨지만 작은 화랑무공수훈장만 뽀얗게 먼지를 인채로 국가유공자라는 말이 무색하게</div> <div>현충원에서 할아버지를 모시지 못하게 했었습니다. (후에 다행히 아버지의 탄원활동으로 할아버지와 다른 참전용사 할아버님들이 현충원에 묻히시게 되긴 했어요)</div> <div>평생 전쟁의 상흔을 가진 할아버지 아래서 가난하게 자란 아버지가 학비없이도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어서 택했던 사관학교는</div> <div>박통시절이었던지라 저희 집안이 월남자 출신이라는 이유로 아버지의 입교를 거부당할뻔 했다고 합니다. </div> <div>(할아버지가 국군참전용사셨기에 겨우 입교가 가능했었다네요)</div> <div>아버지는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장교로서 우리나라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단 한번도 없다고 하십니다.</div></div> <div style="text-align: left">빨갱이요? 저희 아부지는 아직도 북한빨갱이들이 우리 대한민국의 주적인건 사실이라고. 북한의 불쌍한 보통사람(인민)이 아니라 미친 독재 김정은이와 그 수하들은 쳐부숴야할 악당이라고 말하시는 분입니다. 허허허.</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오늘 동료들과 대화하던중,</div> <div style="text-align: left">이 나라 콘크리트들은 이 참사에도 종북운운하며 희생자가 아닌 정부감싸기에 바쁘다 라는 얘기가 나오고 더더욱 침울해졌었습니다.</div> <div style="text-align: left">그러나 콘크리트도 깨집니다.</div> <div style="text-align: left">진실과 마주하고 잠시 엄청 혼란스러워 하시더라도 말이죠.</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아버지가 이번 세월호 사고 보시다가 가만히 눈물을 훔치시는 모습을 보고</div> <div style="text-align: left">" 아부지... " 그랬더니</div> <div style="text-align: left">헛기침 하며 </div> <div style="text-align: left">" 담배나 펴야 쓰것다. 저 생떼같은 자식새끼들 잃은 부모들 보고 있으니 거참... " 하고 애써 붉어진 눈시울 감추시던 생각이 납니다.</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이념이고 나발이고</div> <div style="text-align: left">모두에게 귀한 아이들을... 한두명도 아니고 이백이 넘는 그 꽃다운 녀석들을 어처구니 없이 잃었습니다.</div> <div style="text-align: left">그것도 다 살릴수 있었던 아이들을 어른들의 무심함과 어리석음, 이기심으로 말이죠.</div> <div style="text-align: left">모두에게 너무 아픈 봄입니다. </div> <div style="text-align: left">모두의 비통함에 공감하지 못하고 이념이니 종북이니 떠들어 대는 이들이 있지만</div> <div style="text-align: left">언젠가는 깨질겁니다. 그 콘크리트 같은 신념도요.</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