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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readers_36690
    작성자 : 15번지
    추천 : 1
    조회수 : 315
    IP : 119.201.***.86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22/01/20 10:17:19
    http://todayhumor.com/?readers_36690 모바일
    연재소설] 마왕의 목을 벤 다음날 - 19. 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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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 사나흘 병상에 드러누워 있느라 정신이 없었네요. 사실 여전히 없습니다. 뭐, 곧 나아지겠죠;;

     

     

     

     

    19. 견제

     

     

     

    군인이 전장에서의 경험을 꿈으로 다시 마주하는 건 아주 흔한 경우다. 숱한 전장에서 어렵게 살아남은 군인일수록 그때의 충격에 사로잡혀 꿈속에서도 다시 칼을 휘두르고, 피할 곳을 찾고, 당장 숨이 끊길 듯한 고통과 방금 숨이 끊긴 동료들을 다시 마주한다. 역전의 맹장인 하후현도 예외가 아니다. 피로에 지친 육체를 달래기 위해 자심 빠져든 낮잠에서 하후현은 하피 무리와 다시 마주했다.

     

    녀석들의 날카로운 발톱을 어렵사리 칼로 받아내면, 뒤에서 다른 녀석이 날아와 그의 등을 후렸고, 무게 중심을 잃고 쓰러지면 곧장 다시 측면에서 다른 발톱이 날아왔다. 연이은 공격을 겨우 피해내고 한숨이라도 돌리려고 하면, 곧이어 등료의 비명이 이어졌고, 시체가 된 전우는 공중에서부터 떨어져 골이 부서지는 굉음과 함께 하후현의 옆을 나뒹굴었다. 오래지 않아 두 팔은 천근보다 무거워졌고, 칼날은 이가 다 빠져서 기다란 고철덩이 신세로 전락했다.

     

    이대로는 죽는다.’

     

    방어에 지친 하후현이 눈앞으로 날아든 놈들의 발목을 노렸다. 살아남기 위해 적의 공격 무기를 무력화시키겠다는 그의 판단은 좋았지만, 무뎌진 칼날은 마물의 두꺼운 외피를 뚫지 못했다. 오히려 놈들의 발톱이 그의 왼쪽 눈 옆으로 스쳐 지워지지 않을 깊은 흉터를 남겼다.

     

    죽을 뻔했다!’

     

    눈두덩이에서부터 흘러내리기 시작한 피가 그의 시야를 가렸고, 하후현은 살아남아야 한다는 본능에 의존해 시체가 된 전우들을 덮어쓰기 시작했다.

     

    저것들을 죽여줘! 복수해줘!’

     

    시체들이 하후현의 귓가를 향해 외쳤다. 두려움에 벌벌 떨며 몸이 굳어버린 하후현은 그대로 작아져서 어느 순간 유년 시절로 돌아가 있었다. 피비린내 나던 전우의 시체들은 비린내 나는 생선 내장으로 바뀌어 있었고, 머리 위에서 생명을 위협하던 하피들은 썩어가는 생선으로 하후현의 머리를 내리치는 동네 아이들로 바뀌어 있었다.

     

    이러지 마, 살려줘!’

     

    그때 먼발치에서 군복을 입은 무리가 지나갔다. 하후현은 필사적으로 달려가 군인들에게 매달렸다. 그러나 살려달라는 말은 목구멍에 걸려서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하후현은 갖은 힘을 다 짜내어 몸을 틀며 목소리를 내 보았다.

     

    저를, 저를, 데려가 주세요!’

     

    군인들이 하후현의 팔을 잡아끌자 하후현의 팔이 바닷물에서 건져 올린 오징어 다리처럼 흐물거리며 미끄러져 내렸다. 팔로 바닥을 짚고 싶었지만, 그마저도 되지 않고 전신이 녹아내려 흐물거렸다.

     

    그래, 야망이 있어 좋구나. 세상에 복수하고 싶거든 나를 만족시켜라. 거기서부터 모든 게 시작될 거야.’

     

    아직 주름이 덜 잡힌 중년의 라투에르 교황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순간 패배감과 두려움만으로 가득했던 하후현의 가슴속이 불에 지진 듯한 통증과 함께 분노로 가득히 차올랐다. 그의 전신이 다시 형태를 갖추었고, 그의 손에 예리한 칼이 다시 들려 있었다. 머리 위로 다시 하피가 날아 들어왔다. 발걸음을 뒤로 빼며 자세를 취하자 그의 어깨에서부터 전우들의 시체가 쏟아져 내렸다. 하후현은 전우들의 시체를 밟고 뛰어올라 하피의 목을 베었다.

     

    방해물은 뭐든 다 베어버릴 테다!’

     

    목이 잘려져 나간 하피 뒤로 수십 마리의 하피가 일제히 날아와 하후현을 덮쳤다. 하후현은 다시 정신없이 칼을 휘둘렀고, 다시 방어하기 바빠졌으며, 다시 칼날의 이가 다 빠졌고, 다시 상처에서 피가 흘러내려 시체 밑으로 몸을 숨겼다. 부관이 그를 깨우기 직전까지 하후현은 그렇게 꿈속에서 같은 꿈을 반복하고, 또 반복하며 꾸어야 했다.

     

    대장님을 뵙겠다고 사람이 찾아왔습니다. 자신이 켈리오스 가문의 심부름꾼이라며 가문의 직인을 보여주었습니다. 대장님과 긴히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합니다.”

     

    귀족?”

     

    악몽에서 방금 깨어난 하후현은 불쾌한 표정을 숨기지 않고 그대로 드러냈다.

     

    하후현의 막사로 켈리오스 가문의 심부름꾼이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왕궁 황제의 집무실에서도 라투에르 교황이 문을 열고 들어서고 있었다.

     

    교황 라투에르 드 폴리에, 황제 폐화를 알현합니다.”

     

    황제는 대꾸하지 않고 턱짓으로 그가 앉을 자리를 가리켰다. 라투에르는 군말 없이 황제의 뜻대로 자리를 찾아가 앉았다.

     

    귀족들이 병력을 보내오기로 했으니 이제 모든 밑그림이 다 그려진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이대로 귀족들이 병력을 보내오는 것을 확인하고, 용사와 관련된 긍정적인 소문만 퍼지게 만들면 되겠습니다.”

     

    정말, 이대로 다 괜찮은 게 맞소?”

     

    레오폴드 황제가 단상에서 내려와 라투에르 교황의 코앞까지 얼굴을 들이밀며 물었다. 라투에르는 눈썹 하나 깜짝하지 않고 태연히 대꾸하였다.

     

    , 이제는 시간이 도와주기만 하면 됩니다.”

     

    레오폴드는 교황의 뻔뻔한 대처에 어깨를 으쓱해 보이더니 맞은편 의자에 몸을 앉혔다.

     

    정말, 괜찮다? 가짜 하피 시체와 흔적들로 항구마을 하나를 잡아 흔들어 소문을 만들어낸 걸로 모든 게 다 정리되었다? 원래 당신의 의도대로?”

     

    그렇습니다. 나머지는 용사와 관련된 소문들만 잘 퍼져주면 됩니다.”

     

    레오폴드 황제는 깍지를 낀 양손 위로 고개를 올렸다.

     

    그럼, 그것 말고 내게 따로 더 할 말이 남았소?”

     

    있습니다. 우선 말씀드린 용사와 관련된 건입니다. 현재 그들이 보고했던 내용대로 현자의 탑에 당도했다고 합니다. 좋은 소식은 용사가 이동 중에 산적 집단 하나를 궤멸시켰다는 겁니다. 아주 시기적절한 희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관련된 나쁜 소식은 그 과정에서 용사의 활약은 사실 아주 미비했다는 겁니다. 성장을 더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그리고 탑에서도 기별이 있었습니다. 현자가 보낸 전서구에 따르면 용사의 기본 소양이 부족한 듯해서 기초 교양 수업을 직접 지도한 후에 보낼 생각이라고 합니다. 이건 그다지 좋은 소식이 아닌 것 같습니다. 굳이 일정에도 없던 탑을 갑자기 방문했는데, 현자가 그들을 직접 만났고, 직접 가르침도 준다는 건 뭔가 석연치가 않습니다. 현자의 반응이 너무 빠릅니다. 그림자를 조금 더 가까이 붙여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 부분에서 레오폴드 황제는 별 대수로울 게 없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동행한 일행들을 확인해 보니 문제가 될 건 없어 보이더군. 가정교사와 그의 아비, 그리고 빨래와 밥을 해주기 위해 달라붙은 계집애 하나가 전부야. 가정교사야 우리의 명대로 움직이는 개일 테고, 그의 아비야 자식 걱정 때문일 테고. 계집애는 뭐, 말할 것도 없지 않은가?”

     

    사실 계집이라고 해서 꼭 가벼이 여길 필요도 없죠.”

     

    라투에르 교황은 최근에 당한 일을 떠올리며 계집애라는 말에 순간 얼굴이 붉어졌다. 레오폴드 황제는 일부러 라투에르 교황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던 중이라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즐길 수 있었다.

     

    어쨌든, 산적 궤멸의 소식은 정말 좋은 소식입니다. 앞으로 용사의 활약상은 많을수록 좋은 거니까요. 사실 용사를 영웅으로 만들기 위한 별도의 작업이 필요할까 염려가 많았습니다. 필요하다면, 격투대회를 열어서라도 용사의 명성을 높여볼 생각도 했었으니까요. 그렇지만, 당장 이런 사건을 겪었으니 용사에게 직접 임무를 부여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을 합니다.”

     

    임무라고? 왕궁에서 직접 용사에게 명령을 내린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귀족들에게 병력을 요청해서 얻는 부분도 있지만, 빈틈도 있습니다. 황궁기사단과 성기사단이 거점 지역을 경계하여 귀족 간의 다툼을 미리 방지하는 기능을 했었지만, 앞으로 모두가 외곽 경계로 눈을 돌리고 병력을 이동하게 되면, 필시 몇몇 지역은 다시 분쟁이 발생할 겁니다. 용사에게 그런 주요 거점들을 알려주고 순찰을 하게 하면 용사에게도 좋은 경험이 되고, 때에 따라서는 손을 써서 적절한 용사의 미담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레오폴드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만약 국고를 그냥 쌓아뒀다면, 지금의 대대적인 병력 재배치 과정에서 라투에르가 성기사단 병력을 늘리며 황궁과 가까운 거점마다 배치하려 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황궁기사단 병력을 외부로 돌리고 충원된 성기사단 인원들을 거점 견제의 이유로 내부로 돌린다면, 수도는 방어 수단이라고 할 것도 없이 라투에르의 손에 언제든 넘어갈 수 있게 된다.

     

    가능성이 없진 않겠지만, 그런 방법이라면, 이렇게 오랫동안 시간을 끌었을 리가 없긴 해. 지금이라도 성기사단을 부려서 일을 꾸밀 거라면, 피해 규모가 조금 클 뿐, 언제든 왕좌를 노릴 만하니까.’

     

    레오폴드는 새삼 라투에르의 의중이 궁금해졌지만, 조금도 티를 내지 않았다. 줄리아 왕비의 말대로 이제 수가 틀어져 조바심이 생긴 쪽은 라투에르 교황일 테니까.

     

    용사가 잘 대처해주기만 한다면, 분명 적은 비용으로 부대 운영을 하며 외곽 경계를 단단히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그 외곽 경계라는 게 굳이 꼭 필요한 짓이오? 그렇지 않소? 실제 마왕군들이 움직인 것도 아니고 우리가 조작한 정보로 만든 형국인데, 굳이 이렇게까지 긴장감을 유지할 필요가 있냐는 거요.”

     

    말씀드렸지만, 칼날의 방향을 북쪽으로 두고 선제공격을 위한 물자를 확충하는 게 목적입니다. 귀족들도 국경 지역에서 계속 마물들과 대치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내부에서도 서로 이권 다툼을 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면, 자연스럽게 협조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우리가 이렇게까지 군사적인 움직임을 보인다면, 정말 마왕군이 먼저 선제공격을 해올 가능성도 농후하다고 봅니다.”

     

    레오폴드 황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얼굴은 굳어있었다.

     

    정말 자신 있소? 정말 쎄라누이 산맥을 넘어 저들을 격파하고 미지의 대륙에 테오나 왕국의 깃발을 꽂을 자신이 있냐는 것이오? 그리고 회의 중에 군사기밀이라며 우리가 선제공격할 수단이 있다고 했는데, 정말 그런 게 우리에게 있기나 한 것이오?”

     

    라투에르 교황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이에 따라 굽은 허리에 힘을 주어 가슴을 펴고 황제를 바라봤다. 라투에르의 눈동자는 주름 속에 파묻혀 있었지만, 여전히 빛나고 있었다.

     

    비밀 병기는 없습니다. 단합된 우리의 군대, 우리의 철갑과 창칼이 우리의 힘이며, 전부입니다. 그렇지만, 우리에겐 전설의 용사라는 의지가 될만한 깃발이 있습니다. 충분한 물자만 확보된다면, 꼭 쎄라누이 산맥을 넘는 게 아니더라도 수로를 이용해서라도 북쪽으로 진군할 수 있습니다.”

     

    알겠소. 믿어보도록 하지.”

     

    레오폴드 황제는 말을 마치고 곧장 집무실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테오나 왕국에는 비밀 병기가 없지만, 라투에르에게는 비밀 병기가 있을 거라는 걸 확신했다. 레오폴드 황제는 그의 흔들림 없는 조력자, 줄리아 왕비가 있을 곳을 향해 발걸음을 내디뎠다.

     

    하후현은 명령으로만 살아온 인생이라 상급자 외에는 사람을 상대하기가 여간 껄끄러운 게 아니었다. 특히 귀족처럼 사회적 신분이 높은 계층들은 그에게 기피의 대상이었다. 상대해봤자 얻는 것 하나 없이 피곤하고 잃을 것만 있는 관계라 항상 거리를 두며 지냈다. 상급자에겐 열과 성의를 다한 충심을 보이면 늘 그만큼의 보답이 있지만, 귀족들은 달랐다. 시시때때로 말이 바뀌고, 자신들의 입에 달지 않으면 뱉어내기 바쁜 종자들이었다. 그러니 이런 뒤숭숭한 분위기에서 누가 일부러 사람을 보내왔다는 건 그에게 조금도 달가운 일이 아니었다.

     

    켈리오스 가문이라고? 한 번 안면조차 튼 적 없는 사이인데, 굳이 여기까지 사람을 보냈다고? 성가신 일에 엮이게 되었군.”

     

    하후현은 만남을 회피하고 싶었지만, 귀족의 심부름꾼을 문전박대 했단 이유로 또 어떤 트집이 잡힐지 몰라 우선 사람을 만나보기로 했다.

     

    안녕하십니까, 켈리오스 가문에서 보낸 바시르가 용맹한 장군님을 뵙습니다.”

     

    막사 문을 열고 들어선 심부름꾼은 한눈에 봐도 하후현과 같은 처지의 이민족이었다. 하후현과 다른 점이 있다면, 동쪽이 아닌, 서쪽에서 왔을 것으로 보이는 피부 색깔이었다. 바시르라는 사내는 손톱과 치아 외엔 모든 게 다 시꺼멓게 보였다. 하후현의 날카로웠던 경계심이 같은 한풀 꺾여 무디어졌다.

     

    하후현이라 하오. 먼 길을 달려서 오셨을 텐데, 이리로 와서 앉으시오.”

     

    감사합니다만. 그냥 이대로 바닥에 서 있겠습니다. 몸에 익어 훨씬 더 편합니다.”

     

    바시르는 정중하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하후현은 그 모습을 보며 자신도 군복을 입지 않았으면, 그와 똑같은 처지를 면치 못했을 거란 생각이 들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아니오, 그러지 말고 여기 앉으시오. 보는 내가 불편하니까.”

     

    하후현은 괜찮다는 바시르의 손을 끌어 자리에 앉혔다.

     

    솔직히 말하겠소. 나도 이민족 출신이라 당신이 남 같지 않아서 그런 거요. 부디 있는 동안 만이라도 편히 있다가 가시오.”

     

    장군님의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그렇지만, 저의 주인이신 랜돌프님도 제게 평소 많은 은혜를 베풀어 주십니다. 그래서 장군님의 걱정만큼 제가 고생스럽진 않을 겁니다.”

     

    바시르는 이번에도 예의 바르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전체적으로 동글동글하게 생긴 그의 인상은 매우 선해 보였다.

     

    , 그럼, 내게 전할 말은 무엇이오?”

     

    저의 주인이신 랜돌프님께서는 직접 마물과 대치하셨던 장군님의 활약상을 듣고 깊게 감명을 받으셨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갑자기 궁금증이 많아지셨습니다. 궁금한 게 생기시면 절대 참지 못하시는 성격이라 저를 여기에 따로 보내실 정도이시죠.

    랜돌프님이 궁금하게 여기시는 건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왜 굳이 시간을 들여가며 소규모 병력으로 응전한 것인지, 둘째는 저의 전력을 연구하기 위한 표본을 어째서 다 태워버렸는지 하는 겁니다.”

     

    마음의 경계를 풀던 하후현의 얼굴은 급격히 굳어버렸다. 하후현은 잡아먹을 듯한 눈으로 바시르를 노려보며 답했다.

     

    두 가지 모두 군사기밀이라 내가 이 자리에서 답할 건 없네.”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군사기밀이라 하시지만, 랜돌프님은 켈리오스 가문의 가주되시는 분입니다. 이미 황제 폐하가 직접 주관하시는 회의에 참석도 하셨던 분이기에, 이런 상세한 정보까지 알고 계시는 겁니다. 그러니 충분히 답해주셔도 된다고 봅니다.”

     

    하후현은 눈을 가늘게 뜨며, 고개를 숙이고 있는 바시르의 얼굴을 살폈다.

     

    보아하니 그냥 심부름꾼은 아니군.”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할아버지 때부터 켈리오스 가문을 섬겨온 하인일 뿐입니다. 그러니 말씀해주시는 대로 듣고, 주인님께 그 이야길 있는 그대로 전할 뿐입니다.”

     

    잠시 바시르를 노려보던 하후현은 주먹을 움켜쥔 후, 천천히 힘을 주어 말했다.

     

    첫째, 당시 부대원들은 누구보다 용맹하다지만, 인간 대 인간의 전투에 능숙한 무리였을 뿐이오. 사실상 후방 병력이라 인간 대 마물의 전투는 경험이 전혀 없는 부대란 말이오. 그런데도 총공격을 강행했다면, 이겼다고 하더라도 훨씬 많은 인명피해를 입었을 것이오. 인명피해보단 건물이나 배가 타버리고 마는 게 낫지 않겠소?

    둘째, 테누항에서 왕궁까지의 거리는 내가 따로 설명할 필요도 없을게요. 표본이라고 해서 사체를 그대로 보내면, 가는 동안 부패해서 어차피 연구용으로 쓰지도 못했을 거요. 게다가 이번에도 실력을 보였지만, 우리 군에는 마물과 직접 대치하여 살아남은 전력들이 있고, 그들이 남긴 말들을 기록하여 정보를 남긴 책까지 이미 존재하지 않소? 무엇보다 하피에 관해서는 당시 내가 상세히 구술하였기에, 그 책에도 제대로 적혀있을 거란 말이오.”

     

    바시르는 다시 한번 허리를 굽히며 하후현에게 답했다. 그의 말투는 조금도 거친 부분 없이 나긋나긋하기만 했다.

     

    그 부분은 저의 주인님도 잘 알고 계십니다. 장군님 같은 분들 덕에 만들어진 마물도감(魔物圖鑑)’은 확실히 큰 도움이 되고 있죠. 다만, 평소 호기심 넘치고 명확하게 확인하는 걸 좋아하시는 성격이라서 사체를 통해 도감의 내용과 비교를 원하셨던 것 같습니다.”

     

    바시르의 말이 끝나자마자 하후현은 그 자리에서 박장대소를 하고 말았다.

     

    네가 그냥 심부름꾼이라고? 그렇다면, 켈리오스 가문에서 기르는 강아지가 있다면, 그건 강아지가 아니라 지옥의 군견쯤 되겠군, 그래. 으하하하!”

     

    지나친 과찬이십니다.”

     

    하후현은 갑자기 웃음을 그치더니 허리춤에 차고 있던 칼을 꺼내 바시르의 턱밑으로 들이밀었다.

     

    돌아가서 네 주인에게 똑똑히 전해. 다시 한번 더 군()이 하는 일에 간섭하려고 든다면, 켈리오스 가문이고, 뭐고, 군법대로 그 안마당부터 불을 지르고 시작하겠다고.

    목숨을 내걸고 전쟁터를 누비는 내가 어련히 알아서 잘 처리했을까? 마물이 아닌 인간들은 철갑을 두르고 있어 봤자지. 철갑이 단단하다고 한들 마물들의 외피에 비하면 빈틈투성이거든. 내가 언제든 목을 벨 수 있는 것들이야. 그러니 뒤뜰에서 훈련도 건성으로 하는 귀족의 사병(私兵)들 따위야 내 한 칼이면 한 소대쯤은 그냥 나가떨어질 거라고. 알겠어? 그러니 헛짓거리 따위 집어치우고 마물이 궁금하면 마물도감이나 닳도록 읽고 있으라고 해.”

     

    바시르는 다시 조용히 고개를 숙이더니 그대로 뒷걸음질로 하후현의 막사를 빠져나갔다. 하후현은 재빠르게 검을 검집에 넣고, 급히 전서구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귀족 중 신의 아이들을 의심하는 자 있음. 켈리오스의 랜돌프.’

    출처 http://m.novel15.cafe24.com/product/list.html?cate_no=44
    15번지의 꼬릿말입니다
    13월을 살고 싶었지만.. 이미 1월도 가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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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2/01/20 21:13:16  112.171.***.130  윤인석  72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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