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style="line-height:1.5;"> <span style="font-size:16px;font-family:'돋움';">단절이면서 소통의 형상을 한 유리창은 벽이면서 투명했다</span> </p> <p style="line-height:1.5;"> <span style="font-size:16px;font-family:'돋움';">전날 밤 좀 춥게 잠든 새 영하권에 머문 아침 성에가 뿌옇게 유리창의 속성을 단절로 기울인다</span> </p> <p style="line-height:1.5;"> <span style="font-size:16px;font-family:'돋움';">창밖에 실핏줄 같은 서리 비쳐 마치 얼릴 곳 찾느라 희번덕거린 동장군의 관음증을 커튼으로 가린 후</span> </p> <p style="line-height:1.5;"> <span style="font-size:16px;font-family:'돋움';">방안은 평소보다 무겁게 느껴지는 탄소 농도로 아늑해진다</span> </p> <p style="line-height:1.5;"> <span style="font-size:16px;font-family:'돋움';">새우잠 탓에 뭉친 찌뿌둥함과 덜 마른 옷을 입은 듯한 몸살기로 거동이 굼떠져도</span> </p> <p style="line-height:1.5;"> <span style="font-size:16px;font-family:'돋움';">나름 노체라도 되는 양 적은 힘만 써 요령 있게 조신하는 잔재미가 있다</span> </p> <p style="line-height:1.5;"> <span style="font-size:16px;font-family:'돋움';">한속 풀어줄 차를 달이는 김에 모처럼 난방도 후하게 가용하자 누택에 이식한 심장 소리가 구석구석 울려 퍼진다</span> </p> <p style="line-height:1.5;"> <span style="font-size:16px;font-family:'돋움';">물 끓는 걸 지키다가 부엌에 딸린 보일러실의 웅웅거린 가동음에서 아련한 뱃고동을 연상하며</span> </p> <p style="line-height:1.5;"> <span style="font-size:16px;font-family:'돋움';">떠나는 배 경치 좋게 노을 진 수평선 대신 피어오른 버너 불꽃의 그라데이션에 멍하니 포근해졌다</span> </p> <p style="line-height:1.5;"> <span style="font-size:16px;font-family:'돋움';">낡아서 허술하게 맞물리는 창과 문들 틈에 덧댄 문풍지를 입동 이후로 처음 살피고</span> </p> <p style="line-height:1.5;"> <span style="font-size:16px;font-family:'돋움';">전등 불빛에 소외된 공간의 모서리마다 미묘하게 감돈 외풍을 가능한 차폐를 보강해 누그리니</span> </p> <p style="line-height:1.5;"> <span style="font-size:16px;font-family:'돋움';">눈발 거센 실상과 동떨어진 차원처럼 홍차 한 잔 초연히 한파 주의보가 다른 행성의 야단 같아진다</span> </p> <p style="line-height:1.5;"> <span style="font-size:16px;font-family:'돋움';">내키는 고립감이었다 어쩜 지구인은 나 말고 전원 빙하기로 멸절하였으리란 도도한 허구에 심취하는데</span> </p> <p style="line-height:1.5;"> <span style="font-size:16px;font-family:'돋움';">그럴 때 전화벨이라도 울릴 참이면 광년을 너머 걸려 온듯싶은 이질감이 들었다</span>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