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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readers_36670
    작성자 : 15번지
    추천 : 1
    조회수 : 317
    IP : 118.41.***.164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22/01/14 00:21:14
    http://todayhumor.com/?readers_36670 모바일
    소설] 마왕의 목을 벤 다음날 - 17.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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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소녀

     

     

     

    플로렌시아! 아직 불을 거두어서는 안 돼! 다시 입구에 불을 질러, 어서! 다들 움직이지 마! 지금부터 우리가 원하는 답을 듣기 전까지는 누구도 여길 벗어날 수 없다.”

     

    칼을 빼든 갈라반이 허공에 칼을 휘두르며 살의를 내뿜었다. 현장에는 평생 칼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는 수련생들이라 갈라반의 위세에 눌려 누구도 나서질 못했다.

     

    자네도 흥분하지 말고 우선 칼은 거두게. 입구에 불을 질러두자는 건 그리 좋은 생각 같지는 않군. 그래봤자 화재 원인이나 피해 규모 따위를 조사하는 일이 더 구체적으로 진행될 뿐이야. 결국 뭔가 이상하다는 의심만 사게 되겠지. 그보다는 빨리 여기를 정리하고, 여러분들은 입을 맞춰주길 바라네. 누가 화재의 원인을 물으면, 그냥 바닥이 탄 냄비를 떨구어 마룻바닥을 조금 태운 거라고 하게. 그리고 유감스럽지만, 누구든 지금까지 보고 들은 걸 못 본 척해주길 바라네. 이건 사실 나의 점잖은 부탁 같은 게 아니야. 내가 여러분에게 강요할 수는 없지만, 여러분들이 발설하고 다닌다면, 분명 저 친구의 칼에 쥐도 새도 모르게 명을 달리하게 되겠지. 그렇지 않은가?”

     

    갈라반은 다시 칼을 거두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현명하시군요. 다시 말하지만, 여러분들이 궁금하게 여길 건 우리가 어디서 온 누구이며, 이게 무슨 소동이냐가 아닙니다. 비밀을 지키지 않고 입 밖으로 내게 된다면, 당신들이 원치 않는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란 사실이 중요한 문제이죠. 참고로 전 실수로 단칼에 끝내지 못해 두 번 이상 찌르긴 해도, 실수로 사람을 살려두지는 않습니다.”

     

    현자의 눈짓에 수련생들은 두려움에 떨며 현장을 치우기 시작했다.

     

    나를 따라오게나.”

     

    현자는 앞장서서 자리를 떠나 탑을 오르기 시작했다. 일행은 그의 연구실로 들어가고 나서야 제대로 된 인사를 나누고 대화를 시작할 수 있었다.

     

    제가 한 짓이라는 건 어떻게 단박에 알아내셨나요?”

     

    플로렌시아가 참지 않고 가장 먼저 현자에게 물음을 던졌다. 찻잔에 차를 따르던 현자는 웃으며 답했다.

     

    그래, 질의응답은 내 취미지. 그런데 질문 수준이 너무 낮아서 재미는 덜하군. 우선 저기 저 덩치 큰 양반이나 칼을 찬 양반은 말할 것도 없이 용의자가 아니었어. 둘 다 긴장감이 역력했고, 이런 장난을 치기엔 둘의 육체가 너무 건장했으니까. 화룡이 아무리 장난이 심하다고 한들 인간의 육체를 단련할 정도로 바보는 아닐 테니까. 다음으로 남은 건 고작 너와 저 아이 정도지만, 저 아인 네 치맛자락만 붙잡고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던 반면에, 넌 식은땀 하나조차 흘리지 않았으니까.

    이건 내가 아끼는 허브차야.”

     

    현자는 덩치 좋은 아리안에게 먼저 찻잔을 건넸다. 방금 소동을 겪은 사람치고는 지나치게 여유로워 보였다. 아리안은 그의 반말이 귀에 거슬렸지만, 내색 않고 찻잔을 받아들었다.

     

    자꾸 저를 보고 화룡이라고 하시는데, 그건 또 무슨 말인가요?”

     

    허허, 아니, 그건 또 무슨 농담이지?”

     

    찻잔을 돌리다 말고 현자는 얼굴이 굳어져서 플로렌시아를 돌아봤다.

     

    제겐 분명 이름이 있어요. 저는 벨드리안의 플로렌시아라고 해요. 우리 부모님이 직접 낳아서 길러주신 인간이죠. 그런데 자꾸 저를 보고 화룡이라고 하고 계시잖아요?”

     

    현자는 플로렌시아의 눈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묵묵히 찻잔의 차를 티스푼으로 저었다.

     

    그럼, 내가 묻지. 불을 어떻게 질렀지?”

     

    그건우린 사실 그걸 알아보기 위해서 여기까지 왔어요. 맞아요. 정상적인 방법은 아니에요. 불은 제가 머릿속에 구체적인 이미지를 떠올리면, 그것만으로도 불을 지를 수 있어요. 지금처럼 열기를 내면서 연기는 피어오르지만, 실제 타지 않는 불도 낼 수 있고 정말 세상 만물을 다 녹일 정도의 불도 낼 수 있어요. 그래서 전제가 무서워요. 부디, 도와주세요.”

     

    말을 마친 플로렌시아는 정중하게 허리를 굽혀 예를 표했다. 현자는 찻잔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뒤돌아서서 창밖을 내다봤다. 플로렌시아의 능력을 구체적으로 정확히 몰랐던 아리안과 갈라반은 입을 벌린 채 다물지를 못했다.

     

    네 말이 사실이라면, 그건 또 내 상식을 훨씬 벗어나는 말이야. 네가 화룡이라고 단정을 지었던 근거는 크게 세 가지나 있었어.

    첫째, 화재라고 하지만 아무것도 타지 않았어. 일반적인 불이 아니라는 거지. 이런 비현실적인 불꽃은 현실에 없는 거야. 그런 불꽃에 관한 이야기는 이곳 도서관에 보관된 고서에나 남아있지. 바로 고위 마법 말이야. 요즘 세상은 마법이란 말 자체를 전혀 신뢰하지 않는 세상이지만, 고서에서는 종종 마법에 관한 이야기가 나와. 그래서 난 불을 지른 범인이 평범한 인간은 절대 아닐 거라고 우선 단정을 지었어. 이제는 명맥이 끊긴 마법사이거나 용일 거라고 생각했지.

    둘째, 그런데 기록된 바에 의하면, 마법사는 마법을 부리기 위한 준비과정이 필요해. 필수과정이지. 그리고 각각의 마법마다 필요한 준비과정도 조금씩 다 달라. 큰 틀에서는 마법 시연을 위한 문양을 그린다, 주문을 외운다, 매개체를 이용해 정신력을 해방한다는 세 가지가 필요해. 그런데 마법마다 우선 정해진 문양이 다 다르다는 거야. 그래서 고서에도 마법사는 그 수가 많지 않았고, 모든 마법사가 모든 마법에 정통한 게 아니라, 저마다의 특기가 달랐다고 기록되어 있지. 그런데 현장에는 어떤 문양도 내가 보질 못했고, 정신력 해방을 위한 매개체 같은 것도 보질 못했어. 기록에는 보통 지팡이나 작대기 같은 걸 썼다고 하던데 그런 비슷한 것도 보질 못했다고. 그렇다는 건 의지만으로 불꽃을 조절할 수 있다는 건데, 그런 존재는 용처럼 신비로운 존재 말고는 없으니까. 오직 용만이 어떤 준비도 없이 의지만으로 마법이 가능하단 말이야.

    마지막 셋째, 농담. 고서에 따르면, 용들은 하나 같이 농담을 좋아했다고 하더군. 인간에 비하면 거의 무한할 정도로 사는 존재들이라서 무료함을 견디기 위해 온갖 장난을 다 쳤다고 하더라고. 감히 내가 있는 여기까지 와서 가짜 불을 질러 나를 불러낸다? 정말 굉장히 급한 일로 진심이거나, 아님, 교황이나 황제만큼의 힘이 있어 전혀 두려울 게 없는 존재겠지.

    그래서 네가 틀림없이 불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다던 화룡일 거라고 생각했어. 어차피 타지 않는 불이라는 비현실적인 현상을 목격한 이상, 비현실을 기록해둔 고서의 내용을 전적으로 신뢰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대전제이긴 했지만 말이야.”

     

    냉소적인 말투로 말을 했지만, 현자의 말은 전체적으로 논리적이었다. 그런 단계적 사고를 현장에서 바로 수초 안에 하고 결론까지 도달하여 행동으로 옮겼다는 점에서 이미 현자의 비범함은 따로 더 말할 필요가 없었다.

     

    그렇지만, 이 아이는 용 같은 게 아니요. 아이의 어미가 열 달 동안 배가 불러 있던 걸 내가 똑똑히 보았고, 이 아이의 탯줄을 내 아내가 잘랐으니까.”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아리안이 찻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의 큰 덩치 덕에 찻잔이 너무 작아 보여 마치 소꿉놀이 용품처럼 보일 정도였다.

     

    솔직히 지금 당신들이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아. 다시 말하지만, 내가 있는 이곳에서 그런 짓을 벌였다는 건 목숨 걸고 한 짓이 분명할 텐데, 나도 당황스러울 정도야.”

     

    그럼, 선생님께서도 제게 어째서 이런 능력이 있는 건지를 전혀 알 수 없다는 말씀인가요?”

     

    플로렌시아의 눈망울에 눈물이 차올랐다. 태오는 무력감에 고개를 숙였다. 갈라반은 어떻게든 현자에게서 답을 구하고자 적당한 말을 찾기 위해 머리를 굴려봤지만, 도무지 떠오르는 말이 없었다. 다른 경우를 생각하는 건 오직 아리안 뿐이었다. 먼 길을 달려왔지만, 원하는 답을 찾아내지 못했고, 소동은 크게 벌여서 입단속이 어렵게 되었다. 돌아나가는 길에 정말 불이라도 질러버려야 하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까지 들어 마음이 복잡해졌다.

     

    , 정말, 용은 아닌가 보네. 말을 딱 그 나이에 맞게 듣고, 그렇게 쉽게 잘라내서 생각하니까 말이야.”

     

    일행이 모두 다시 고개를 들어 현자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처음 내 예상과 달라서 당황스럽다고 했을 뿐, 내 입으로 전혀 알 수 없다고한 적은 없어. 내 말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단정을 지은 건 저 아이일 뿐이라고.”

     

    ! 그럼, 알 수가 있을까요? 제게 어째서 이런 능력이 있는 건지, 어째서 하루가 다르게 그 힘이 강해지는 것인지 말이에요.”

     

    플로렌시아는 결국 눈물을 터트렸다. 태오는 플로렌시아의 등을 황급히 두드려줬다. 현자는 플로렌시아에게 손수건과 함께 희망을 건네주었다.

     

    가능해. 다만 시간이 필요할 뿐이야. 그것도 꽤 많이. 우선 몇 가지 실험부터 해야겠지. 그리고 내가 잊고 놓친 내용이 있었는지 고서들도 재확인해야 할 테고.”

     

    실험이요?”

     

    실험이란 말에 아리안과 갈라반의 얼굴이 동시에 굳어졌다.

     

    이거 참, 대단한 학부모들 납시었군. ? 내가 저 어린 것을 데리고 산 채로 해부해서 인체실험이라도 할 줄 알고?”

     

    현자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해 보이더니 귀찮다는 듯이 한숨을 한번 몰아쉰 후 설명해주었다.

     

    뭐든 순서대로 두들겨봐야지. 적어도 내가 가진 상식의 범위 안에서는 저 아이가 용이어야 해. 근데 본인 입으로 용이 아니라 하고, 나도 용일 것 같지는 않다는 직감은 들어. 그런데 그렇다고 그대로 가능성 하나를 덮어두고 넘어간다고? 그건 터무니없는 이야기야. 과학이나 논리적 사고 따위는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나 할 짓이라고.

    우선 정말 이 아이가 화룡인지 아닌지를 확인하기 위한 몇 가지 실험을 할 거야. 장담하는데, 전혀 힘든 실험이 아니야. 진짜 용이라면, 내가 실험을 다 진행하기도 전에 알아서 정체를 드러낼 테고 말이야.

    그리고 솔직히 심적으로는 당신들이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우리 모두 모르고 지나쳤을 진실의 조각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까지 다 두들겨봐야 해. 당장 내 머리에는 용과 관련된 가설만 해도 몇 가지나 된다고.”

     

    몇 가지나요?”

     

    태오가 몸을 현자 쪽으로 틀었다.

     

    그래, 우선 큰 틀에서는 진짜 용이더라도 어떤 연유로 본인이 용이라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열어둬야겠지. 다음은 용의 장난에 당한 피해자라거나.”

     

    솔직히 난 내가 눈으로 보긴 했지만, 모두 다 터무니없는 헛소리로 들리는구려. 용이라니.”

     

    아리안이 커다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쓸어내렸다. 갈라반은 난처한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시간이 대략 얼마나 필요할까요? 솔직히 이곳에 오래 머물 수 있는 처지가 아니라서요.”

     

    ? 왕궁에 의심을 살만한 상대라도 있어서? 하기야 황제든, 교황이든, 이 아이의 존재를 알게 된다면, 가만히 두진 않겠지.”

     

    전 성기사단 소속입니다. 솔직히 그게 두려워서 상부에 보고도 하지 않은 채 여기에 온 겁니다. 그래서 조금 전의 소동도 두렵습니다. 현장에 있던 수련생 중 누가 입이라도 벙긋한다면, 다음은 상상도 하기 싫으니까요.”

     

    그렇다고 그 검으로 그 자리에 있던 모두를 벨 것이오? 그게 훨씬 더 수상하지 않겠소?”

     

    아니, 솔직히 난 그래서 나가는 길에 몽땅 다 태워버릴까도 생각했어.”

     

    아리안이 현자와 갈라반의 대화에 난입했다.

     

    진심이야. 깡마른 당신이 반말로 찍찍 내뱉어도 지금까지 참고 있었던 건 당신이 우릴 도울 수 있을 거라 믿고 싶었기 때문이야. 그런데 아까부터 꽤 회의적인 생각이 들더라고. 네놈의 세 치 혀를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말이야.

    결국, 넌 이 아이의 존재나 힘에 대해 아직 우리만큼이나 몰라. 별다를 게 없다는 거지. 그런데 감히 아이를 데리고 실험을 해야 한다고 말을 했어. , 그래, 좋아. 아프지 않을 실험이라면 말이야. 그런데 이제는 또 아이의 안전, 특히, 내 아이의 안전까지 위협할 만한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어.

    그냥, 현장에 있던 이들을 믿고, 묻어두고 있자? 이제까지 내가 살면서 들었던 개소리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으뜸인 개소리였어.”

     

    아리안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의 그림자만으로 깡마른 현자를 덮고 남을 정도였다. 그러나 현자는 비웃음을 감추지 않았다. 오히려 목을 길게 빼면서 아리안을 조롱했다.

     

    그럼, 얼른 베고 여기서 나가 버려. 난 시간이 걸리더라도 저 아이의 정체를 밝혀낼 수 있지만, 내가 아니라면, 다이아라 반도에서는 누구도 못 할 일이지. , 어서 베어버려.”

     

    모두 그만들 두세요. 저는 여기에 남겠어요. 남아서 실험체든 뭐든 하겠어요. 제가 가진 힘에 대해 정확히 알고 싶어요. 그렇지 않고서는 두려워서 못 견딜 거 같아요.”

     

    모두 그만두라고 말은 했지만, 말과 달리 플로렌시아는 아리안의 허리춤에 매달려 간청하는 자세였다. 갈라반 역시 아리안의 팔을 잡아끌었다.

     

    진정하세요. 현자에게는 분명 좋은 수가 있을 겁니다. 여기서 더 피를 봐선 곤란해요. 우린 아이들과 세상을 지키려는 거지 살인자가 되려는 건 아니니까요.”

     

    ? 세상을 지켜?”

     

    내 아들은 유성우가 떨어지는 날 새벽, 불꽃과 함께 태어났소. 전설의 용사가 될 아이란 말이오.”

     

    전설? 그래, 그런 접근도 고려해야겠군.”

     

    현자는 뜻 모를 말을 되뇌더니 자세를 고쳐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멍청이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들어. 난 지금 황제의 명으로 진행해서 결과를 내야 할 일들이 참 많아. 그런데 그 많은 일을 뒤로 다 미루고 이 아이의 정체를 알아내는 걸 먼저 우선으로 할 거야. 왜냐고? 내가 흥미를 느끼니까. 살면서 내 상식을 완전히 초월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니까. 그렇지만, 그래도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장담해줄 수가 없어. 나도 처음으로 겪는 현상이니까. 약속할 수 있는 건 내가 흥미로워서 진행하는 거니까 내가 전력을 다할 거란 거야.

    다음은 너희들 사정을 전부 봐줄 수는 없단 거야. 살인? 협박은 몰라도 진짜 칼에 피를 묻힐 거라면, 아무리 흥미롭더라도 나도 거절이야. 내 호기심 충족을 위해 제자들 등을 절벽으로 떠밀 수는 없는 법이지!

    그렇다고 황제나 교황이 좋을 짓도 하기는 싫어! 이건 더욱더 진심이야. 놈들이 겉으로는 후원해준다고 하지만, 결국은 창칼로 내 연구 결과물을 갈취해가고, 내가 원치 않는 숙제들만 쌓아두는 것들이니까. 내가 참고 있는 건 아직 내 덜떨어진 제자 중에 나보다 순박한 놈은 있어도 나보다 똑똑한 놈이 없어서야. 한 놈이라도 있다면, 모든 숙제를 다 떠넘기고 난 은퇴할 거야.

    그러니까 우선 여기 이 소녀를 맡겨두고 돌아가. 돌아가는 길은 대신 내 제자 중 하나가 동행할 거야. 아마 궁에서 너희 뒤를 지켜보던 놈들은 머리 숫자가 맞으니 의심하지 않겠지. 그리고 내 제자들 입단속은 내가 다시 한번 직접 하겠어.

    원래 비밀이란 게 틀어막으려 들면 더 틀어지기 마련이지. 방금 화재도 내 새로운 발명품을 실험하다가 빚어진 소동이었다고 소문을 내겠어.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벌어진 일들은 어쩔 수 없지만, 적어도 시간은 벌 수 있을 거야.”

     

    아리안은 현자의 말을 듣더니 팔짱을 끼고 갈라반을 돌아봤다. 갈라반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태오도 아리안의 눈을 올려다봤다. 아리안도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그건 다 뭐야? 난 통보를 한 거지 너희 멍청이들의 동의를 구하려고 한 적 없어. , 시간이 없어. 빨리 움직이자. 우선 왕궁에 먼저 편지를 쓰도록 하겠어. 최대한 너희가 여기서 오래 머물다가 갈 수 있도록 말이야. 그러려면 거기 그나마 머리 굴러가는 군인 양반, 자네가 내 옆으로 와주게. 말을 맞추어야 하니까. 그리고 꼬마, 넌 문을 열고 나가서 아무나 한 명 데리고 올라오렴. 너희 짐을 풀어두고 있을 침실부터 챙겨야겠지. 거기 덩치 큰 아저씨는 그냥 앉아있기만 하면 되고. 그게 날 돕는 가장 적극적인 방법이야. 끝으로, 문제의 소녀.

    넌 저기 저 의자에 앉아있도록 해. 지금부터 편지가 완성되는 대로 함께 실험할 게 많으니까. 이미 내 머릿속에서 실험 순서는 다 정해졌어. 긴장 풀고 거기서 차나 즐기고 있어 봐.”

     

    현자의 요구대로 갈라반이 현자의 옆으로 다가섰다.

     

    그런데 그 실험이란 건 대체 어떤 것들입니까?”

     

    , 대체로 단순해. 어차피 상식 밖의 일이라서 이젠 고문서의 적힌 것들과 구전으로 전해 내려오던 것들을 모두 의심하지 않고 시도해봐야 해.

    당장 처음으로 할 실험은 용을 다스리는 주문이야.”

     

    용을 다스리는 주문? 용이 실제로 존재했는지조차 의심이 드는데, 용을 다스리는 주문이 있었다고요?”

     

    일행이 모두 펜을 놀리는 현자를 돌아봤다. 그렇지만, 현자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은 채 펜을 놀리며 건성으로 대꾸했다.

     

    어떤 멍청이가 용이 없었다고 해? 용은 진짜야. 산맥 하나만 넘어가도 오크와 가고일 같은 비현실적인 마물들이 돌아다니는 게 세상이야. 그런데 너희가 살면서 용을 못 봤다고 해서 용이 없다는 게 말이나 되겠어? 용은 있어. 그리고 용을 다스리는 주문도 진짜고. 어떤 식으로든 용과 관련되어 있다면, 이 아이가 주문에 반응할 수밖에 없겠지. 그러니 편지가 다 완성되거든, 나머지는 다 침실로 가서 쉬시라고.

    세상에서 단 두 명만 알고 있는 주문을 너희 같은 멍청이들과 공유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 그리고 아까 말하던 우습지도 않던 말, 그래, 세상을 구하는 전설의 용사? 일단 그건 마지막으로 준비를 해뒀어. 구전되는 전설인 만큼 검증이 까다로우니까. 전설이란 게 결국 상징과 상징으로 이어진 문장들이잖아. 그러니까 태어난다가 정말 어미의 자궁을 통해 세상으로 나온다는 게 아니라, ‘각성하여 등장한다일 수도 있단 말이지.”

     

    아무렇지 않게 냉소적으로 툭툭 던지듯이 말하는 현자와 달리 일행은 모두 말을 잃었다. 마치 말하는 법마저 잊어버린 노인처럼 다들 입을 벌린 채 동공을 열고 멍한 얼굴로 정면을 응시할 뿐이었다. 아리안만이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태오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출처 http://m.novel15.net/product/list.html?cate_no=44
    15번지의 꼬릿말입니다
    13월을 살고 싶었지만.. 벌써 1월도 가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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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2/01/14 00:26:06  112.171.***.130  윤인석  721556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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