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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테비아쩔어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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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readers_36608
    작성자 : 15번지
    추천 : 1
    조회수 : 292
    IP : 14.45.***.27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21/12/29 11:5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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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왕의 목을 벤 다음날 - 11.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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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 매번 똥글을 업데이트할 때마다 죄스러운 마음이 쌓이네요.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복이 함께하시길.

     

     

    11. 문장

     

     

     

    줄리아 왕비의 뿌리는 다이아라 반도 남동부 평야 지역을 평정한 시메온 가문이다.

    플로렌시아와 태오의 집인 벨드라인 숲을 동쪽으로 빠져나와 처음으로 접하게 되는 농토부터가 시메온 가문의 영역이었다. 그러니 굳이 따지자면, 벨드라인 숲은 다른 가문과의 경계선이었다.

    비옥한 평야를 기반으로 형성된 가문인 만큼 시메온 가문의 자산은 주변 다른 귀족, 다른 가문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마르지 않는 우물과도 같아서 세대를 거듭하여도 자산이 줄기는커녕 오히려 그들의 주머니는 더욱 무거워졌다. 어지간한 실수, 어지간한 실패로는 흠집조차 나지 않는 수준이었다.

     

    시메온 가문의 막대한 부가 유지되는 바탕은 분명 광범위하게 소유한 비옥한 농토다. 그렇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한 부분이 있다. 다이아라 반도에서 평야를 소유한 가문이 시메온 가문만 있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늘 압도적일 수 있었던 건 시메온 가문이 패배를 몰라서다.

     

    시메온 가문의 힘을 단적으로 말해줄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시메온 가문의 문장이다. 왕족은 물론이고, 귀족 가문마다 그들의 내력과 정체성을 알리고 권위를 보이기 위해 상징적인 문양들로 문장을 그리기 마련이다. 시메온 가문 역시 방패 모양 위에 몇몇 상징적인 문양들을 그려 넣음으로 그들의 위세를 알렸다. 특이한 건 다른 가문들이 매나 늑대, 양날의 검처럼 다소 공격적인 소재들로 그들의 용맹함을 상징화했을 때, 시메온 가문은 전혀 반대로 방어적인 이미지를 형상화했다는 점이다.

     

    시메온 가문의 문장은 매우 단순하다. 방패 모양 위에 노란 물감으로 바닥을 칠해 그들의 비옥하고 넓은 토지를 상징화하고, 그 위에 철갑투구를 그려둔 것이 전부다.

    혹자들은 그걸 보고 중장비로 무장한 기사단들을 떠올리거나 시메온 가문의 영웅인 그들의 시조를 떠올리기도 했지만, 실제 철갑투구 문양은 훨씬 더 단순한 걸 말하고 있었다.

     

    이곳을 지킨다.’

     

    시메온 가문이 패배를 모르는 건 주변 세력에게 굳이 선제공격을 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며, 동시에 어떤 공격을 받든 다 뿌리치고 수비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드넓은 개활지 위에 세워진 성이 어떻게 요격에 용이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 수도 있겠지만, 그건 시메온 가문의 사람들이 얼마나 극단적으로 단순 과격한지를 몰라서 하는 소리다.

    수비가 절대적으로 불리한 개활지 위에 세워진 성이라면, 성벽을 의지하는 전투를 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적보다 훨씬 더 압도적인 병사 수를 앞세워 성밖에서 승부를 보는 것. 그것이 시메온 가문의 방법이었다. 주변을 선제공격하지는 않지만, 주변보다 더 많은 병력과 더 많은 자원을 늘 확보해 두고 걸어오는 싸움을 한발 앞서 성밖에서 요격으로 응하는 것.

    그들은 가장 단순한 방법으로 가장 쟁취하기 어려운 칭호를 획득하였다.

     

    불패, 시메온.’

     

    줄리아 왕비는 그런 시메온 가문의 여자였다. 선제공격하지 않고, 상대의 실력을 제대로 측정하여 그에 맞는 덫을 만드는 전략가.

     

    요격은 적을 내가 원하는 길목에서 상대하는 것부터가 그 시작이다.’

     

    줄리아 왕비는 늦은 밤에 목욕물을 데울 것을 명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탕에 들어섰을 땐, 이미 푸른 달빛만이 창에 머무를 때였다. 왕비는 자신의 몸을 씻기는 시녀의 손을 잡아끌어 그 귓가에 속삭였다. 당황한 시녀의 손이 왕비의 어깨에서 미끄러져 가슴의 아랫부분까지 내려갔다.

     

    성 밖으로 드나드는 네 남동생이 있다는 걸 알고 있어. 내가 편지를 하나 줄 테니 그걸 네 남동생에게 바로 전해주렴. 그리고 새벽을 등에 업고 달려서 시메온 가문으로 달려가라고 해. 뒤도 돌아보지 말고. 누구의 말도 듣지 말고. 내 오라비 중 한 명에게 편지가 전달되기 전까지는 절매 멈추지 말라고. 그리고 넌 날이 밝거든 장이 열리길 기다렸다가 저잣거리로 나가서 내가 주는 장신구를 팔아서 오렴. 기왕이면 보는 눈이 많을 때 팔도록 해.”

     

    말을 마친 왕비는 시녀의 손을 놓아주었다. 당황한 시녀의 손은 한동안 왕비의 젖가슴을 더듬어야 했다. 왕비는 그런 시녀가 귀엽다는 듯이 바라보다 다시 한번 나직하게 속삭였다.

     

    그래, 지금처럼 어리숙하게 하렴. 누가 봐도 허술해 보일 정도로 말이야.”

     

    그 시각, 항구를 비우고 최전선을 뒤로 물린 하후현은 마물 군단을 상대하기 위한 전략을 세우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었다.

     

    대장님, 저희를 믿고 맡겨주십시오! 저희는 지금까지 쿠스텐버 부대원으로써 이 일대의 경계를 책임져 왔습니다. 습격에 당한 것은 사실이지만, 같은 적에게 두 번이나 당할 만큼 하찮은 자들도 아닙니다. 부디 명예 회복의 기회를 주십시오!”

     

    모두의 뜻은 내가 잘 알고 있다. 나 또한 그 부분은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니까. 다만, 전장에서 살아남은 경험자 입장에서 하는 말이다. 안타깝지만, 그대들은 하피를 상대할 수 없다. 녀석들을 직접 상대하며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온 내가 누구보다 잘 알지 않겠나? 나조차도 여전히 두려울 정도다. 당장에는 명예나 자존심보단 군과 지역민 모두가 함께 살아남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전선까지 뒤로 물려 진지구축까지 새롭게 한 것이니, 부디 제발 무용을 떨치고자 나서지들 마라.”

     

    아직 제대로 된 전투조차 치르지 않은 상태였지만, 하후현의 얼굴은 이미 패배한 장수의 얼굴이었다. 마물 군단과 단 한 차례도 직접 교전을 해본 적이 없는 쿠스텐버 부대원은 그런 하후현의 태도가 답답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역전의 맹장이라 불리는 그들의 대장을 단숨에 얼어붙게 만든 마물 군단이란 존재가 두렵기도 했다.

     

    이미 사단장님과 교황님께 직접 보고를 드린 상태다. 전장에서 마물 군단을 직접 상대한 경험이 있는 인원들을 차출해달란 요구사항까지 함께.

    절대 내가 여러분들의 용맹함을 믿지 않아서가 아니다. 우리들 신의 아이들은 어떤 적 앞에서든 전력을 다할 것이란 걸 전장에서 살아남은 내가 더 잘 알고 있지. 오히려 그걸 너무 잘 알고 있어서 지금과 같은 대응을 하는 것이다.

    경험 없이 적을 상대한다는 건 무작정 목숨을 내던지는 것과 다름이 없다. 실제 하피를 상대한 경험이 있는 내가 장담한다. 당시의 나는 어디까지나 운이 좋아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거다. 여기 이 상처 하나로 끝난 채 오늘 여러분들과 다음 전술을 논의할 수 있게 된 것 자체가 엄청난 행운이다. 놈들의 움직임은 우리의 상식을 초월하고 있다. 그러니 당장 전면전은 최대한 피할 것이다. 부득이하게 전면전을 치른다고 하더라도 지금 여기 있는 인원을 최전방에 세울 생각은 없다. 그보다는 지원받게 될 인원들, 경험 있는 병사들을 정예병으로 앞세워 적과 최전선에서 대치하고 그 경험을 부대 전체가 나누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그러니 나의 전략을 의심하지 말고 당장은 칼끝을 전방으로 겨눈 채 지켜보고만 있길 바란다.”

     

    하후현의 고집스러운 결정에 누구도 이의를 표할 수 없었다. 얼핏 그의 결정이 매우 합리적으로 보인 탓도 있지만, 그보다는 그의 고집스러운 기세를 누구도 감히 꺾을 생각을 하지 못한 탓이 더 컸다.

    하후현의 쿠스텐버 부대는 방패 뒤에 몸을 웅크린 자세가 되어 텅 빈 테누항을 노려보았다.

     

    아리안의 예상대로 산적 잔당들은 아리안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숨어있었다. 동료들보다 앞서 죽어버린 산적이 숨이 끊기기 직전까지 도망치려던 방향은 역시 중요한 단서가 되어주었다. 인근에서 그의 동료들이 몸을 웅크린 채 숨어있었던 건 그리 놀라울 일이 아니다. 어차피 탈영병들이 아닌 이상, 속세에서 버티지 못하고 산으로 숨어든 산적들이 제대로 된 군사훈련을 받았을 리가 없다. 오히려 이런 식의 매복을 구상했다는 것 자체가 그들 눈높이에선 굉장히 훌륭한 전술이었으리라.

    다만 운 나쁘게도 그들은 전쟁터를 누비던 군인과 일대의 사냥꾼 중 가장 실력이 출중한 남자를 적으로 두었을 뿐이다.

     

    산적 잔당의 흔적을 발견한 아리안은 한동안 숨을 죽인 채 머리를 굴렸다. 이미 차례대로 동료들의 비명을 들었을 테고, 기다려도 누구도 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확인했으면서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건 확실히 바짝 겁을 먹은 상태라는 말이었다. 이대로 녀석들을 자극하지 않고 큰길을 따라 수도로 향한다고 하더라도 녀석들은 감히 뒤쫓아 오지 않을 게 분명했다.

    그렇지만 아리안은 그런 선택을 하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든 뿌리를 뽑고 간다는 생각만이 남아 그를 움직였다.

     

    갈라반은 역시 제대로 해주었군. 밥 짓는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어. 문제는 이 정도로 빈틈을 보여도 녀석들이 나올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는 거지. 어지간해서는 꿈쩍도 하지 않을 모양이군. 이래서는 덫을 파둔 게 전혀 쓸모가 없겠는데?’

     

    아리안 몸을 바짝 엎드렸다. 포복 자세로 엉금엉금 기어가면서 잔당의 머리 숫자를 헤아리며 위치를 파악했다.

     

    하나, , . 뒈진 녀석이 거짓말을 한 건 아니었군. 단칼에 두 놈을 어찌하는 건 어렵지 않지만, 남은 하나가 달아나도 문제고, 녀석이 내 빈틈을 보고 달려들어도 골치야. 이렇게 되면 어쩔 수 없지. 단순하고 무식하게 가는 수밖에.’

     

    아리안은 작정했다는 듯이 허리춤의 손도끼를 꺼내 들었다. 나오지 않는다면, 먼저 찾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아리안은 노골적으로 소리를 내지르며 산적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받아라, 이 잡놈들아!”

     

    적들이 당황할 틈도 없이 아리안은 그의 사정거리에 표적이 들어오자마자 손도끼를 던졌다.

     

    .

     

    간발의 차이로 표적은 빗겨나갔고, 허공에서 헛돈 도끼는 그대로 뒤에 서 있던 떡갈나무에 박혀버렸다. 아리안은 본인의 예상을 훨씬 웃도는 상대의 반사신경에 놀라며 그대로 자세를 숙였다. 아니나 다를까, 화살 하나가 그의 머리 위로 스쳐 지나갔다. 기습에 실패한 아리안에게 남은 선택지는 이제 전력을 다해 도망치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그냥 내빼기만 할 수도 없지!’

     

    번개처럼 몸을 굴린 아리안이 지그재그로 내달리며 비탈길을 내려갔다. 살아남은 잔당들은 아리안의 좌, , 뒤에서 추격하며 좁혀 들어왔다. 다행히 전문적인 훈련을 받지 못한 녀석들은 달리는 중에 동료를 피해 화살을 날리지는 못했다. 그것을 눈치챈 아리안은 역으로 돌멩이를 집어 들어 던졌다.

     

    .

     

    어깨 힘이 좋은 장사가 노리고 던진 돌멩이였다. 달려 내려오는 가속과 힘이 실린 돌멩이가 허공에서 맞부딪히게 되니 뼈가 부서지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아악!”

     

    외마디 비명과 함께 그의 왼편을 쫓던 산적 하나가 그 자리에서 나뒹굴었다. 아리안은 놈의 두개골 우측을 노리고 던졌던 것이지만, 돌멩이의 무게 덕에 살짝 빗나가 놈의 코뼈를 부수어버렸다. 이후 돌무더기 비탈길을 구르면서 자연스레 머리에도 충격이 가해졌으니, 완벽한 명중이었다.

     

    남은 둘은 갖은 욕설을 날리면서 다시 아리안의 좌, 우에서 거리를 좁혀왔다. 이번에는 당하면서 본 게 있다 보니 녀석들이 먼저 돌멩이를 집어 들고 던지기 시작했다. 오른쪽에서 날아든 돌멩이 하나가 아리안의 정강이 강하게 때렸다. 아리안은 그 충격에 내딛던 무릎에 힘이 들어가지 않게 되어 균형을 잃고 땅을 구르게 되었다. 덕분에 연이어 왼편에서 날아든 돌멩이들은 표적을 잃고 허공을 빗겨나갔지만, 땅바닥을 구르는 고통은 충분히 돌팔매질과 맞먹는 고통을 주었다.

     

    잡았다!”

     

    산적들이 돌바닥 위에서 구르다 멈춘 아리안에게 달려들었다. 위기를 직감한 아리안은 전신을 쑤셔오는 고통 속에서도 허리를 틀어 몸을 일으켰다. 그 과정에서 발목에 차고 있던 단검을 빼서 던진 건 어디까지나 본능이었다. 평소 사냥 후에 짐승들의 털가죽을 벗겨내기 위해서 들고 다니던 단검이었다. 그러니 던져서 표적을 꿰뚫을 만큼 앞날이 예리하게 다듬어진 게 아니었다. 오히려 오랜 시간 한쪽 면으로만 사용되던 것이라 매우 뭉툭한 편이었다.

     

    아앗! 제기랄!”

     

    다행히 무게는 있었기에 맞은편에서 달려드는 적에게 얼마간의 타격감은 확실히 안겨줄 수 있었다. 아리안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다시 몸을 일으켜 내달리려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돌팔매질에 당한 정강이가 멀쩡할 리가 없었기에, 전력으로 달려 나가기는커녕 고작 걷는 것보다는 나은 수준으로 비틀거리더니 이내 외발로 뜀박질을 하기 시작했다.

    이제 산적들은 그런 아리안을 걸어서 쫓았다.

     

    네깟놈 때문에 우리 애들이 다 줄초상이 났어.”

     

    저길 봐! 해리스야. 저놈들이 해리스를 저 지경으로 만들어뒀어!”

     

    산적들의 눈에 죽은 동료의 시체가 들어왔다. 밧줄에 꽁꽁 묶여 나무에 매달린 주검을 보게 되자 그들은 발작에 가까운 괴성을 내질렀다.

     

    네놈이! 네놈이 내 동생을 죽였어! 절대 네놈을 곱게 죽이지 않을 거야! 바로 저 자리에 산 채로 매달아두겠어. 살아서 까마귀밥이나 되어보라지!”

     

    그 와중에도 아리안은 묵묵히 외발 뜀박질을 멈추지 않고 이어갔다. 그대로 매달아 둔 시체 밑에 이르자 왼발에 경련이 일었다. 갑작스럽게 뭉쳐진 근육에 아리안은 제자리에 꼬꾸라질 수밖에 없었다.

     

    넌 불쌍한 해리스부터 풀어줘. 내가 저 자식의 멱을 딸 테니!”

     

    혼자서 괜찮겠어? 덩치가 장난이 아닌 녀석인데?”

    그래봤자 이젠 두 다리도 못 쓰게 된 녀석이야. 돌덩이로 머리를 찍어누르고 시작하면 그만이지.”

     

    그럼, 알았어.”

     

    충분히 숨 고르기를 마친 산적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나는 밧줄을 풀기 위해 묶어둔 나무에 다가섰고, 하나는 돌덩이를 두 손으로 들고 아리안에게 다가섰다. 그리고 그 둘의 운은 거기까지였다.

     

    먼저 비명을 내지른 쪽은 나무에 묶인 밧줄을 풀려고 하던 놈이었다. 묶어둔 밧줄을 풀면 동료의 주검만 땅으로 떨어질 줄 알았는데, 어째서인지 그의 등 뒤에서 뾰족하게 갈린 나뭇가지가 날아와 단번에 등뼈를 부수었다.

     

    잡았다.”

     

    바닥에 드러누운 아리안이 덫이 작동한 소리를 듣고 내뱉은 말이다. 돌덩이를 들고 아리안에게 다가오던 녀석은 그 소란에 놀라 돌덩이를 떨어트리고 말았다. 분명 눈앞의 적은 두 다리를 꼼짝도 못 하고 드러누워 있었지만, 남은 동료의 목숨까지도 앗아갔단 사실이 그에게 공포 이상의 충격을 안겨주었다.

     

    뭐냐? 대체 이게 뭐냐고! 무슨 짓을 한 게야!”

     

    이성을 잃은 녀석은 괴성을 지르며 허리춤에 차고 있던 칼을 빼 들고 허공에서 휘둘렀다. 아리안은 그 틈에 상반신을 일으켜 세웠지만, 당장 다음 수가 생각나지 않았다. 고작 생각이 나는 건 기어가서 바닥에 널브러진 돌멩이를 손에 잡히는 대로 줍고 그걸 던진다는 정도였다.

     

    갈라반!”

     

    아리안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갈라반의 이름을 외쳤다. 부디 그의 화살이 이곳까지 날아와 주길 바라면서. 그렇지만, 아리안의 희망은 문자 그대로 실낱과도 같았다. 갈라반이 큰길에서 애들과 함께 있다면, 아리안의 목소리 자체를 듣지 못할 수도 있다. 운이 좋아서 소리를 듣는다고 하더라도 그 먼 거리를 단숨에 달려와 주지도 못하리라.

     

    가아알라아바아안!”

     

    아리안은 다시 있는 힘껏 갈라반의 이름을 길게 외치며 손에 잡히는 대로 적을 향해 던지기 시작했다. 상대도 도움을 요청하는 아리안에게 반응하여 정신을 차렸다.

     

    네놈을 산 채로 매달지는 못하더라도 목은 챙겨서 가주마. 공놀이를 내 얼굴로 대신해주마. 앞으로 두고두고 말이야.”

     

    다시 말하지만, 운이 없는 건 산적들이지 아리안은 아니었다. 기어 다니는 아리안과 날아드는 돌멩이들을 피하는 산적의 소모적인 실랑이 속에서 아리안은 미세하지만, 땅바닥이 울리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아리안은 마지막 힘을 짜내어 다시 갈라반의 이름을 외쳤다.

    그리고 산적이 다짜고짜 아리안의 가슴팍으로 우악스럽게 달려들었을 때,

     

    .

     

    화살 하나가 날아와 적의 왼쪽 손바닥을 꿰뚫었다.

     

    끄아아악!”

     

    갑작스러운 기습에 산적은 고통의 비명을 감추지 않고 내질렀다. 그러나 그 비명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얇고 긴 칼 한 자루가 산적의 울대뼈를 그대로 꿰뚫었기 때문이다.

     

    , 태오야.”

     

    아리안은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기뻐할 겨를이 없었다. 눈앞에서 적의 목을 꿰뚫은 검을 챙겨 드는 건 갈라반이 아닌 덩치 작은 태오였기 때문이다. 태오는 여전히 흥분이 가시지 않아 들썩이는 어깨로 아리안의 품에 달려들었다.

     

    , 다행이에요! 우리가 늦지 않았어요, 아빠!”

     

    그래, 네가 날 살렸구나. 내가 중간에 다리를 다쳐서 약속된 지점까지 유인해내질 못했어. 놈들이 형편없어서 다행이었지. 덕분에 네가 날 살릴 수 있었어.”

     

    그런 건 이제 다 괜찮아요. 다행이에요, 다행! 제가, 제가 앞으로도 우리 가족 누구도 다치지 않게 하겠어요.”

     

    태오의 첫 실전, 첫 살인은 그렇게 태오의 오열 속에서 끝을 맺었다.

    출처 http://novel.naver.com/best/list?novelId=1032652
    15번지의 꼬릿말입니다
    13월을 살고 싶습니다.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21/12/29 20:35:39  112.171.***.130  윤인석  72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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