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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테비아쩔어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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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readers_36604
    작성자 : 15번지
    추천 : 1
    조회수 : 353
    IP : 14.45.***.27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21/12/28 11:4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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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왕의 목을 벤 다음날 - 10. 하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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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하피

     

     

     

    미끼로 먼저 보낸 망아지 주변으로 화살이 쏟아졌다. 놀란 망아지는 더 빠른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고, 갈라반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일발필중.

    달리는 말 위에서 쏘는 화살이었지만, 마치 바람 한 점 없는 들판에 서서 날리는 화살처럼 흔들림 없었다. 전장을 누비면서 살아남은 군인답게 갈라반은 움직임에 낭비가 없었다. 곧이어 다음 활시위를 당기며 말머리의 방향을 급격하게 틀었다.

     

    으아아악!”

     

    갈라반이 연이어 두 명을 해치웠을 때, 아리안은 도끼를 들어 가슴팍으로 날아든 화살을 막아내고 있었다. 동시에 적의 위치를 파악한 아리안은 망설임 없이 말을 내몰아 도끼를 휘둘렀다. 아리안에게 겁 없이 화살을 날렸던 산적은 목울대가 도끼에 찍혀서 비명조차 내지르지 못한 채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었다.

    아리안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등 뒤에 숨겨뒀던 작은 손도끼를 꺼내 들며 말머리를 돌렸다. 머리 위로 나무들이 흔들리는 모습을 지켜보며 적의 수와 움직임을 가늠했다.

     

    갈라반! 여기엔 이제 두 놈이 전부다!”

     

    크아악!”

     

    아리안의 외침이 끝나기도 전에 외마디 비명이 이어졌다.

     

    아니요, 이제 하나만 남았습니다. 놈이 잔당과 합류하기 전에 숨통을 끊어야 합니다.”

     

    뒤에서 달려온 갈라반이 아리안의 왼편으로 말을 몰기 시작했다. 돌무더기로 이어진 비탈길이었다. 갑작스러운 지형 변화에 말의 속력이 급격히 줄어버렸다. 갈라반은 고개를 한 번 갸웃하더니 활을 하늘을 향해 높게 들고 화살을 메겼다.

     

    설마이렇게 먼 거리를?”

     

    아리안이 놀랄 사이도 없이 갈라반의 화살은 하늘로 치솟았다. 그리고 먼발치에서 어김없이 짧은 외마디 비명이 들려왔다. 갈라반은 그대로 쫓아가지 않고 바닥에 엎드려 땅바닥에 귀를 기울였다.

     

    상처가 얕은가 보군요. 아직 달리는 속도가 제법입니다. 그래도 나무를 타는 건 포기한 것 같군요.”

     

    그렇다는 건 놈이 피를 흘리기 시작했다는 소리군. 추격은 쉽겠어.”

     

    아리안은 갈라반을 기다려주지 않고 그대로 말을 몰았다. 갈라반은 아리안의 뒤를 바짝 쫓으며 주의를 환기하였다.

     

    놈들은 총 여덟이라고 하였고, 우린 앞서 나와 있던 다섯 중 넷을 해치운 겁니다. 아직 도망 중인 녀석까지 넷이 남아있습니다. 거기엔 이제 무리의 두목도 있겠죠.”

     

    그리고 지금 도망치는 녀석이 일부러 계획된 곳으로 우릴 유인하는 것일 수도 있고.”

     

    다행히 잘 아시는군요. 그럼 전 만약을 대비해서 아이들과 함께 뒤로 물러나 있겠습니다. 이미 충분히 따라잡았으니 너무 무리하게 따라붙지는 마십시오.”

     

    걱정하지 말게. 토끼몰이는 내 전문이네.”

     

    말을 마친 아리안은 돌무더기로 된 길 위를 거침없이 내달렸다. 뚜렷한 핏자국과 함께 그의 시야에 화살 박힌 어깨를 움켜쥔 채로 뜀박질을 하는 사냥감이 들어왔다.

    아리안은 적당히 속도를 맞추어 달리며 손도끼를 다시 허리춤에 넣었다. 그리고 이내 밧줄을 꺼내어 올가미처럼 매듭을 지은 후 머리 위로 원을 그리듯이 돌리며 도망치는 적을 향해 소리쳤다.

     

    당장 도망을 멈추면, 다리는 자르지 않으마!”

     

    하후현이 직접 테누항으로 순찰을 하고 온 지 이틀이 채 되지 않았을 때였다. 일과를 마치고 막사로 복귀하려는 그에게 당직 근무자가 달려와 긴급 보고를 올렸다.

     

    대장님, 테누항에 정체불명의 괴한들이 나타나 항구를 습격했다고 합니다. 분대 단위의 규모로 보이며, 몸놀림이 일반적인 인간과는 달라 보인다고 합니다.”

     

    소문이 사실이었군. 최초 발견한 경계 근무자들의 안전은? 즉각 대응은 제대로 이루어졌나? 아니, 지금 내가 직접 테누항으로 가겠다. 부대에서 대기 중인 긴급상황 대기조는 지금 즉시 나와 함께 이동한다. 부대장은 인원을 정비하여 중대급 병력을 언제든 출동할 수 있도록 대기하라. 현장에서 사태가 심각하다고 판단이 되면, 바로 호출하겠다.”

     

    부대 전체에 종이 울렸고, 단출한 가죽 갑옷으로 무장한 대기조가 흙먼지를 일으키며 즉시 달려왔다. 하후현은 칼 한 자루만을 챙겨 허리에 두르고 말을 달렸다.

     

    여기서 테누항까지의 거리는 제법 멀다. 이미 상황은 끝난 뒤라고 하지만, 녀석들이 두 번, 세 번, 다시 나타날지도 모를 일이다. 지금부터는 숨을 몰아쉬는 것조차 아껴가며 말을 달린다!”

     

    전장에서 살아남은 지휘자답게 하후현의 명령은 간결하고 정확했으며, 본인이 직접 현장으로 출동하는 중에도 만약을 대비하여 흩어진 부대원들을 유기적으로 배치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덕분에 하후현과 그를 호위하는 무리들은 달이 별 무리에 숨기 전에 테누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늦은 밤이었지만, 빠른 복구를 위해 해안 경계를 담당하고 있던 병력들이 여전히 현장의 피해를 파악하고 경계를 강화하고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상세히 보고하도록.”

     

    하후현은 말에서 내리자마자 현장의 지휘관을 찾아 습격 피해 상황을 확인했다.

     

    사건은 지난 새벽에 일어났습니다. 항구에 정박해 있던 어민들의 배 세 척이 불에 탔고, 우리 군의 군함 두 척은 돛이 파손되었습니다.”

     

    민간인들의 배와 우리 군함이 근거리에 함께 정박해 있는 건 아니지 않은가? 그렇다는 건 피해 지역이 생각보다 광범위하단 거군.”

     

    , 분대 단위의 병력으로 보였지만, 각자 몸놀림이 무척 빨랐다고 합니다. 병사들 말로는 마치 하늘을 나는 것처럼 보였다고 합니다.”

     

    헛소리! 인간이 하늘을 날 수는 없지. 최초 목격자들을 전부 데리고 와.”

     

    하후현의 한마디에 주변이 술렁거렸다. 곧이어 땀에 찌든 병사 몇 명이 하후현 앞에 나타났다.

     

    너희가 최초 목격자인가?”

     

    그렇습니다.”

     

    지금부터 그들의 몸놀림에 대해 과장 없이 사실대로 상세히 말하라.”

     

    확실한 건 놈들이 갑판 위로 다닌 게 아닙니다. 돛대와 돛대 사이로 다녔고, 배와 배 사이를 건너뛸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그 모습이

     

    마치 날아다니는 것 같았다?”

     

    분명 그렇게 보였습니다. 인간이었다면, 갑판을 전혀 밟지 않고 그렇게 다닐 수는 없습니다.”

     

    정말 터무니없군. 신을 모신다는 자들이 한다는 소리가 기껏 헛것을 봤단 소리가 전부인가? 그런 건 몸놀림 좋은 뱃사람들이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다들 살면서 곡예사 구경도 한번 안 해봤단 말이야? 밧줄을 몸에 감고 공중그네를 타듯이 앞뒤로 흔들었겠지.”

     

    불려온 모두가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하후현은 한심하다는 듯이 손사래를 치며 그들을 물렸다.

     

    여기 작전지휘소는 어디에 설치해뒀는가? 난 지금부터 진위 파악이 끝날 때까지 부대로 복귀하지 않고 지휘소에 있겠다.”

     

    작전지휘소에 시설을 확충하여 간이침대를 마련해 두겠습니다.”

     

    내 잠자리 정도는 내가 알아서 해결하지. 그런 것보단 혹시 모르니 녀석들이 옮겨 다녔다는 배들을 다시 살펴보게. 인간의 도구를 흠집 내지 않고 다룰 수 있는 건 인간밖에 없어. 정말 인간이 아닌 녀석들의 소행이라면, 돛대 여기저기에 긁힌 흔적들이 남아있을 테니까.”

     

    그럼, 병사들의 이야기를 믿으신다는 말씀입니까?”

     

    아니, 그저 내 경험을 믿을 뿐이네. 정말 인간이 아니라면, 이런 짓을 할 수 있는 건 하피들 뿐이지. 이런 상황에서는 확실히 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

     

    하후현은 굳은 얼굴로 왼쪽 눈썹 위 상처를 가리키며 말했다. 전장에서 마물을 직접 상대하고, 그곳에서 살아 돌아온 사람은 극히 일부다. 그런 만큼 하후현의 한마디는 부하들 모두에게 극도의 긴장감과 압박감, 그리고 두려움을 충분히 심어줄 수 있었다.

     

    늙은 구렁이가 오늘은 보란 듯이 날 농락하고 갔소. 드디어 내게 정면으로 이를 드러내기 시작한 게야!”

     

    집무실에서 돌아온 황제가 왕비의 드레스에 몸을 눕힌 채 흥분을 가라앉히고 있었다. 들끓어 오르는 분노를 잠재우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진정해요, 레오. 당신 말대로라면, 아직 그는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은 사람, 아니, 남들 눈에는 오히려 당신의 걱정을 덜어주고 있는 충신이에요.”

     

    제기랄!”

     

    아직 속셈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확실히 그는 이미 선을 넘었어요. 당신을 조롱하다니요!

    . 그렇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해요. 누가 보더라도 아직 교황은 아무 짓도 하지 않은 거나 마찬가지니까요. 그가 정확히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지를 알아야만 해요.”

     

    이유 없이 힘을 기르고, 그걸 또 애써 숨기려는 사람은 없소. 분명 꿍꿍이가 있는 게 분명하오. 물론, 이해가 되진 않소. 지금 당장 그가 성기사단을 이끌고 궁으로 밀고 들어온다면, 우린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한 채 무너질 수도 있을 텐데굳이 힘들게 거리를 두고 있는 이유를 모르겠소.”

     

    어쩌면, 그가 정말 원하는 건 지금과 같은 상태일지도 모르죠.”

     

    그건 또 무슨 말이오?”

     

    그냥, 단순히 느낌이에요. 목적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그의 목적을 위해서는 어쨌든 지금의 상태가 유지될수록 그가 유리한 것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어서요.”

     

    왕비는 황제의 머리를 쓰다듬으려 그를 내려다봤다. 푸른 드레스를 깔고 누운 황제의 모습이 투정 부리는 어린아이처럼 보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마냥 측은해 보이기도 한다.

    황제는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왕비의 손길을 따라 그의 생각을 천천히 정리하기 시작했다. 라투에르 교황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는 몰라도 분명 그에겐 허수아비 황제와 이름뿐인 용사, 그리고 공공의 적으로 낙인이 찍힌 마왕이 필요했다.

     

    아무래도 이럴 땐 당사자에게 직접 물어서 확인을 해봐야겠죠. 그가 정말 평화를 원하고 있는 건 맞는지부터 확인을 해보죠.”

     

    말을 마친 왕비가 황제의 이마에 키스한 후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녀의 푸른 드레스가 곧게 뻗는 그녀의 허리를 따라 주름을 펴고 풍성하게 벌어졌다. 황제는 그런 왕비의 뒷모습을 보며 날개를 펼친 공작새를 떠올렸다.

     

    아리안의 경험은 연약한 사람이 아니라 사나운 들짐승을 상대하며 쌓인 것들이었다. 아리안은 적을 생포할 생각으로 올가미를 던졌지만, 도망치던 산적은 그 자리에서 바로 갈비뼈가 부러지며 뼛조각이 그의 폐를 찌르고 말았다. 결국 갈라반이 먼저 쏜 화살 덕에 피를 많이 흘려 죽은 게 아니라, 아리안의 올가미 덕에 그 자리에서 즉사하게 된 꼴이 되었다.

     

    조금 살살하셨다면, 좋았을 텐데 말이죠. 폐가 찔려서 입도 벙긋하지 못하고 가버렸군요.”

     

    나도 당황스럽군. 산짐승들은 이 정도로 어림도 없었는데 말이야.”

     

    이제 여기서부터 어쩌는 것이 좋을까요? 남은 잔당들의 위치를 전혀 알 수 없게 되었는데, 그래도 놈들을 찾으려고 한다면, 무리할 수밖에 없어요.”

     

    역시 아이들을 데리고 강행하는 건 무리가 있겠지.”

     

    갈라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만, 아리안은 여전히 두 다리를 떼지 않고 있었다. 위험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어떤 이유에서인지 돌아서려고 하지 않았다.

     

    우리가 이대로 큰길로 돌아가서 길을 간다면, 녀석들이 우리를 내버려 둘까?”

     

    이미 전력의 반을 잃었는데, 녀석들이 감히 그런 선택을 할수 있을까요?”

     

    그 물음에 확신이 서질 않아서 말이야.”

     

    아리안은 말에 오르지 않은 채 주변을 살폈다. 갈라반은 고개를 들어 해의 위치를 살폈다. 이제 막 해가 뜨기 시작한 터라 시간은 넉넉했지만, 이대로 수색이 길어진다면, 오늘 밤 야영이 안전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었다.

     

    우선 자네가 아이들과 함께 왔던 길로 돌아가게. 망아지를 되찾고, 그곳에서 불을 피워 점심 먹을 준비를 하고 있게.”

     

    불을 피우라고요? 우리 위치를 알리는 것밖에는 안 될 텐데요?”

     

    그러니 불을 피우게. 덫을 놓는 게 내 전문이니까. 여기 내 말도 가지고 가게. 우리가 녀석들을 쫓는 게 아니라, 녀석들이 우리에게로 오게 될 거야.”

     

    아리안은 올가미에 묶여 죽어버린 산적을 그대로 큰 나무에 매달아버렸다. 그리고는 허리춤의 있던 손도끼를 꺼내 스스로 팔뚝에 작은 생채기를 냈다. 붉은 선혈이 도끼날을 타고 흘렀다. 아리안은 옷 일부를 잘라 피를 닦고서는 그대로 길 반대편으로 던져버렸다.

     

    서두르게. 시간이 그리 많지는 않아.”

     

    알겠습니다. 믿고 기다리겠습니다.”

     

    내가 돌아올 때까지 활에 화살은 메긴 채로 있고.”

     

    갈라반과 아리안은 그 말을 끝으로 찢어져 서로 반대 방향으로 내달렸다. 태오와 플로렌시아는 처음으로 화살이 날아온 이후 지금까지 단 한마디도 않은 채 갈라반의 뒤만 쫓고 있었다. 숨죽이고 자세를 낮춘 채 발 빠르게 움직인 덕에 별다른 상처는 없었지만, 두 아이 모두 정신적인 충격은 제법 컸다.

    플로렌시아는 이미 타인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정신적으로 성숙한 상태였지만, 죽음 앞에서 피를 내뿜으며 고통에 몸부림치는 모습을 직접 보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현장에서는 누구든 시체가 될 수 있단 공포감이 플로렌시아를 잡아 끌어내렸다. 그리고 이런 공포감이 주는 충격은 플로렌시아보다 태오에게 더 강력하게 작용했다.

    지금까지 현장에서 동료를 지키고 상대를 무찌르기 위해 검술을 익혀왔지만, 이렇게 눈앞에서 살인 과정을 직접 보게 되니 그간의 훈련은 모두 장난에 불과했단 생각이 들었고, 그런 생각은 그간 익혀온 모든 동작과 반응 요령을 새까맣게 잊게 했다.

     

    솔직히 첫 실전을 이렇게 빨리, 그것도 이처럼 잔인하게 치르게 할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게다가 상대가 진짜 산적이라니너희는 다이아라 반도 전체에서 가장 형편없는 가정교사를 둔 아이들이 틀림없을 거야.”

     

    이제야 여유를 챙길 수 있게 된 갈라반이 아이들을 돌아보며 어떻게든 분위기를 누그러뜨릴 말을 찾기 시작했다. 공포감에 짓눌린 플로렌시아와 태오에겐 모두 부질없는 짓이었지만, 갈라반의 노력이 전혀 쓸모없는 건 아니었다.

    그러는 사이에 그들은 큰길로 돌아와 있었다.

     

    새벽안개가 짙게 내려앉기 시작하자 항구는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생업을 위해 배를 띄우려는 어민들과 조사가 끝나지 않았으니 이를 저지하려는 군인들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진 탓이다.

     

    해적들이 바다 위에서 기다리고 있을지 모릅니다. 출항을 허가할 수 없습니다.”

     

    그럼, 돈이라도 내놓던가! 이러다 해적들에게 목이 잘리는 게 아니라, 모조리 굶어 죽는 게 더 빠르겠어!”

     

    하후현은 먼발치에서 그 소란을 지켜보고 있었다. 어민들이 군인들의 협박에도 굴하지 않는 이유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기에, 그는 별도의 후속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

     

    여전히 배들을 살펴보고 있는 건가? 사건이 발생하고 시간이 꽤 지났는데, 아직도 이러고 있다는 건 평소 군기가 빠져 있다고 볼 수밖에.”

     

    하후현의 자조 섞인 말에 부관은 눈치를 살피며 항구 쪽을 바라봤다. 때마침 손에 뭔가를 들고 병사 몇 명이 작전지휘소로 다가오고 있었다. 부관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먼저 하후현에게 알렸다.

     

    수색 작업 중 단서를 찾은 게 있나 봅니다.”

     

    다행이군. 어서 이리로 들게 하라.”

     

    곧이어 지휘소 천막 문이 열리고 병사 두 명이 들어섰다.

     

    대대장님께 직접 보고드립니다. 명령대로 현장에서 돛대를 면밀히 살펴보았습니다. 수상한 흔적들이 있어 돛대의 가장 끝부분을 잘라서 가지고 왔습니다.”

     

    둘 중 선임병으로 보이는 병사가 직접 품에서 굵은 나무 조각들을 꺼내어 하후현의 눈앞에 펼쳐 보였다. 그건 돛대의 끄트머리 부분만을 잘라 온 것들이었다.

     

    전부 각각 다른 배에서 잘라 온 것입니다. 그런데 모두 같은 흔적들이 있습니다.”

     

    이건

     

    하후현의 얼굴, 왼쪽 눈썹 언저리에서 경련이 일었다. 이국적인 그의 얼굴이 일그러져 더욱 기괴해 보였지만, 누구도 함부로 입을 열지는 못했다.

    굵은 나무 조각들의 머리 부분에는 모두 새의 발톱에 찍힌 듯한 흔적이 있었고, 그 크기가 같았다. 마치 거대 독수리의 발톱이 움켜쥔 듯한 자국들이었다.

     

    이건 사람의 흔적이 아니다, 하피다! 여기 병력으로는 절대 진압할 수 없다. 지금 당장 어민들을 데리고 항구를 비운다!”

     

    하후현이 내뱉은 하피라는 말에 현장에 있던 모두가 얼어붙었다. 다이아라 반도 최남단에 마왕군의 마물 병력이 나타난 것이다.

    출처 http://novel.naver.com/best/list?novelId=1032652
    15번지의 꼬릿말입니다
    13월을 살고 싶습니다.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21/12/28 15:33:32  112.171.***.130  윤인석  721556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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