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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테비아쩔어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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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readers_36585
    작성자 : 15번지
    추천 : 1
    조회수 : 313
    IP : 118.41.***.194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21/12/24 00:02:13
    http://todayhumor.com/?readers_36585 모바일
    마왕의 목을 벤 다음날 - 9. 소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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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소탕

     

     

     

    아리안! 산적들!”

     

    갈라반은 외마디를 지르듯이 아리안을 불렀고, 아리안이 반응하기도 전에 활시위를 당겨 활을 날렸다.

     

    으악!”

     

    .

    먼발치에서 비명과 함께 사람이 땅바닥으로 구르는 소리가 들렸다.

     

    아리안은 커다란 도끼를 꺼내 들고 아이들의 망아지 앞을 가로막고 서서 자세를 취했다. 갈라반도 언제 되돌아왔는지 아이들의 뒤를 지켜 서서 다시 활시위를 당겼다.

     

    당장 제 앞쪽에서 땅이 울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건 뒤쫓아 오는 무리가 없단 말이고, 그렇다면 여기가 녀석들 진영으로 들어가는 입구라는 말이겠죠. 저 녀석이 외곽 경계병이고요.”

     

    그럼, 아직 놈이 숨이 붙어 있을 때 몇 놈이 우리 앞을 막고 있는지를 물어봐야지.”

     

    도끼를 내려놓고 밧줄을 꺼내든 아리안이 안개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 뒷모습은 반달곰보다도 더 우람해 보였다.

     

    아빠도 참선생님, 위험한데 굳이 이 길을 따라가야 하나요? 그냥 길을 조금 돌아가도 되지 않나요?”

     

    아버님도 생각이 있으시겠지.”

     

    사실 갈라반의 생각도 태오와 크게 다를 게 없었다. 몇 명이 진을 치고 벼르고 있든지 최대한 불필요한 전투를 피해야 아이들이 안전한 법인데, 아리안의 생각은 전혀 달라 보였다.

     

    으아아아악!”

     

    오래지 않아 비명과 함께 안개 속에서 아리안이 돌아왔다. 아리안이 밧줄을 잡아끄는 대로 갈라반이 쏜 화살에 맞은 산적이 온몸으로 바닥을 쓸었다. 녀석은 오른쪽 골반 위, 맹장이 있을 법한 위치를 관통당한 상태로 이미 출혈이 상당했다.

     

    바른대로 말하면, 지금 당장 화살을 뽑고 상처를 꿰매어 줄 거야. 물론, 그럴 생각이 없다면, 우리도 널 여기에 두고 갈 거고.”

     

    돌아가는 길을 물어보죠.”

     

    아니, 너네 몽땅 몇 놈이냐?”

     

    이미 얼굴이 창백해진 산적은 목소리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지 겨우 손을 들어 손가락을 펴 보였다.

     

    여덟? 너 포함? 너 포함한 거 맞아? 아니라고? 그래, 알았다. 플로렌시아, 눈 감아라.”

     

    말을 마친 아리안은 망설임 없이 화살을 뽑아 들었다. 몸에서 관통했던 화살이 뽑혀 나가자 출혈은 더 심해졌고, 결국 산적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눈을 감아버렸다. 아리안은 이미 이렇게 될 걸 예상이라도 한 듯이 동작을 멈추지 않고 바로 녀석의 발을 묶어두었던 밧줄을 풀어 다시 말 안장에 걸었다.

     

    아직 여덟 명이나 남았다는데 어쩌려고 이러신 겁니까? 아이들을 데리고 굳이 불필요한 전투를 하겠다는 건가요?”

     

    내 눈이 틀리지 않았다면, 정면승부가 훨씬 시간 단축이 될 텐데 그러시네. 선생과 나라면, 이런 녀석들이라면 열여섯이 와도 그리 무섭지는 않을 것 같소.”

     

    그건 그렇지만어디까지나 근접전을 기준으로 했을 때죠. 적들은 분명 화살 같은 장거리 무기를 쓸 겁니다. 능숙하게 쓰는 녀석이라도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우린 애들도 지켜야 하고요.”

     

    갈라반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아리안을 쳐다봤지만, 아리안은 이미 도끼를 빼든 상태로 말 위에 올라 있었다.

     

    선생의 말은 다 맞는 말이오. 솔직히 지금은 내가 무모한 선택을 하고 있다는 걸 나도 압니다. 여행을 시작하기 전이었다면, 나는 선생보다 훨씬 더 보수적인 방법들을 말했을 거요. 그렇지만, 이미 여행은 시작되었다는 거지. 그리고 나는 지금 같은 순간을 위해서 이번 여행을 시작했다고 생각하오.

    생각해보시오. 이건 용사가 될 태오의 첫 모험이요. 그 모험 길에 정의가 남아서 기록되어야지 길을 돌아가는 짓 따위를 해서야 되겠소? 게다가 우리가 이 녀석들을 처리하고 가지 않는다면, 우리 뒤에 도착할 사람들이 이 녀석들에게 당할 거 아니오? 그걸 알면서도 내버려 둔다면, 그건 용사가 아니겠죠.

    태오는 지금 이 아비의 모습을 잘 봐두거라. 아비는 급한 대로 용사의 모습을 흉내 내는 사냥꾼에 불과하지만, 넌 정말 용사가 될 몸이다. 그러니 지금부터 정의를 위해, 사람들을 위해 희생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불의를 이겨내고, 꼭 살아남아라.”

     

    아리안이 말에 탄 채로 태오에게 다가와 아들의 머리 위에 손을 얹었다. 한 손만으로 태오의 머리를 모두 가릴 만큼 크고 넓은 손이었다.

     

    현장 실습 및 견학을 목적으로 현자의 탑으로 이동중. 교육의 목적은 우선 장기간 야영 생활에 익숙해지는 게 우선이라 함. 현자의 탑 견학은 용사의 교양과 식견을 넓히기 위함이라 함.’

     

    라투에르 교황이 전서구를 받았을 땐 이미 갈라반이 산적을 향해 화살을 날린 뒤였다. 교황은 그런 세세한 상황까지는 전혀 알 수 없었지만, 굳이 목적지가 현자의 탑이란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 사전에 보고 받지 못한 일정이기도 했고, 야영 체험과 견문을 넓히는 정도는 수도 테누오빈까지 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라투에르 교황은 넓은 정원을 천천히 거닐며 새하얀 턱수염을 쓸어내렸다. 사전에 보고 받기로는 용사가 확실히 펜보다는 검을 쓰는 타입이라고 했다. 그런 아이를 데리고 굳이 장거리 여행의 목적지로 마탑을 정한다는 게 여러모로 의심스러웠다.

     

    개들을 너무 풀어도 쓸데없이 사냥터만 요란해지는 법이라 그리 달갑지는 않군. 아니, 이번에는 혹시 모르니 남의 개를 빌려서 써볼까?”

     

    교황은 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황제를 알현해야겠다. 가마를 준비하도록.”

     

    왕비의 침실에서 눈을 뜬 레오폴드 황제는 한동안 품에 잠들어 있는 왕비의 얼굴을 지켜봤다. 이미 그에게 시집을 온 것도 오래전이고, 공주를 낳아준 것도 몇 년 전이다. 그 긴 시간 동안 왕비 외에도 여러 여자를 품었지만, 지금처럼 잠들어 있는 여인의 얼굴을 정성스럽게 지켜본 적은 없었다. 분명 황제에게 왕비는 특별한 사람이었다.

     

    그건 왕비도 마찬가지였다. 결혼이라고는 눈곱만치도 생각이 없었던 시절에, 정략적으로 결혼한 상대가 황제였다. 한눈에 봐도 자신밖에 모르는 철부지였고, 세상 물정에 관한 관심보다는 넘치는 권태를 어찌 다루어야 좋은 것인지를 연구하는데 전력을 다하는 한심한 소년이었다.

    반전이 있었다면, 그 소년이 다이아라 반도 최고의 권력자였다는 점과 자신에게만은 누구보다 신사적이었다는 점이다.

     

    바라만 봐도 좋은 꽃인데, 먼저 함부로 꺾는 바보 같은 짓은 하지 않을 것이오.”

     

    마냥 철부지인 줄로만 알았던 황제가 약혼식 때 춤을 청하며 했었던 말이었다. 실제로 황제는 결혼식 이후에도 왕비를 기다려주었다. 여전히 주변 신하들에겐 개차반과 같은 모습을 보였지만, 그녀에게만은 말을 가렸고, 위해주었으며, 자신이 권태의 맛을 본 만큼 그녀가 권태에 무너지지 않게 새로운 도전을 제안하고 응원해 주었다.

    한동안은 황제의 그런 태도가 자신이 아니라 시메온 가문의 눈치를 보며 떠는 가식이 아닐까 의심도 했지만, 오래지 않아 그녀의 오라비에게 무례한 언사를 아무렇지 않게 쏟아내는 걸 보고서는 그의 진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후로 함께한 긴 시간이었다. 모든 것이 다 만족스러운 건 아니었지만, 분명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결혼생활을 누렸던 건 아니었다. 훨씬 특별하게 다른 생활이었고, 외로움과 권태가 찾아들 수밖에 없는 왕족의 생활이었기에, 둘은 서로를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공주를 출산하고 오래지 않아 황제의 발길이 끊어졌을 때, 왕비의 배신감과 공허는 어떤 말로도 채울 수 없었다. 그리고 그건 황제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을 둘러싼 모두를 의심해야만 하는 상황을 인식한 시점에서 곧장 왕비에게 달려가 사실을 말할 수도 없었다. 자신과 왕비 주변의 눈과 귀를 치워버리는 게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숙제였다. 그리고 그 숙제를 마치자마자 당장에라도 왕비에게 달려가고 싶었지만, 다른 의중이 있다는 의심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결코 서두를 수 없었다.

     

    길고 지루한 시간 끝에, 이제야 다시 함께하는 시간이다. 그 첫날이다. 황제는 오랜만에 두통 없이 눈을 떴고, 창밖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에 만족하고 있었다.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행복 뒤에는 마주하기 싫은 불청객이 가장 먼저 고개를 들기 마련이다.

     

    폐하, 이제 기침하셨습니까? 라투에르 교황이 알현을 요청하옵니다.”

     

    아리안이 시체가 된 산적을 들어 올려 말 안장 앞에 두었다.

     

    이 녀석이 나무 위에서 떨어진 걸로 봤을 때, 녀석들 중 몇몇은 화살을 들고 나무 위에 있을 게 뻔하오. 그러기 위해서라면, 아마 큰길 양옆으로 몸을 숨기고 있겠지.”

     

    역시 잘 아시는군요. 전술 교육을 들은 적이 전혀 없으시다는 게 그저 놀랍기만 합니다.”

     

    원래 사냥이란 게 덫을 놓고 기다리는 일이라오. 녀석들은 우릴 사냥하려고 준비한 사냥꾼이고, 우린 그걸 알면서도 녀석들을 사냥하려는 사냥꾼이고. 하하, 살면서 입에 풀칠하려고 배운 짓이 이럴 때 써먹을 수 있을지 누가 알았겠소?”

     

    아리안이 멋쩍게 웃어 보였다. 갈라반은 그 짧은 순간에도 적들을 물리칠 전술을 떠올렸다.

     

    녀석들을 교란할 다른 수단이 있다면 참 좋겠지만, 지금 당장엔 망아지가 최선일 거 같네요. 망아지 위에 저 시체를 올려두고 길을 따라 달리게 한다면, 녀석들이 어떤 식으로든 반응을 할 겁니다. 우린 그때를 노려야죠.”

     

    뻔한 방법이지만, 확실히 작은 틈 하나 정도는 만들 방법이지. 가장 먼저 목을 내밀어 확인하는 녀석부터 노려보자고.”

     

    그리고 녀석들이 우리 망아지만큼 괜찮은 말을 가지고 있길 바라고요. 예상보다 겁쟁이 녀석들이라서 화살을 막 날려준다고 해도 그건 그거대로 걱정이네요. 그 화살에 우리 망아지가 죽거나 다쳐도 곤란해지니까.”

     

    , 그래도 녀석들 대장은 말 한 필 정도 타고 있지 않을까? 그럼, 시작해 보자고.”

     

    태오가 플로렌시아의 망아지 위로 올라탔다. 적지 않은 짐이 태오의 망아지에게 실려있었지만, 우선은 당장 필요한 것만을 챙기고 거기에 시체를 올렸다. 갈라반의 매서운 손이 망아지의 궁둥이를 후려치는 게 신호가 되었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아리안도 커다란 도끼를 들고 그 뒤를 쫓았고, 다시 또 거리를 두고 활시위를 당긴 갈라반이 뒤를 쫓았다. 태오와 플로렌시아는 거리를 벌리지 않고 바로 갈라반의 뒤에 붙은 채로 망아지를 몰았다.

     

    플로렌시아, 내가 신호를 주기 전에는 절대 그 힘을 써서는 안 된다. 그러니 약속해다오. 아무리 다급하더라도 내가 신호를 주지 않으면, 쓰지 않겠다고.”

     

    저도그러고 싶어요.”

     

    플로렌시아의 등 뒤에 붙어 있던 태오는 자신도 모르게 두 팔에 힘을 주어 플로렌시아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내가 지켜줄게. 누나가 힘을 쓰기 전에, 내가 선생님과 아빠를 도와서 끝장을 내겠어.”

     

    휘익.

    앞에서 화살촉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좋은 아침입니다. 왕비님과는 화해하셨나 보군요. 축하드립니다.”

     

    두 사람만 있기엔 너무 넓은 집무실에서 황제와 교황이 다시 서로를 보고 마주 앉았다. 지난 몇 년 사이에 달라진 점이 있다면, 황제의 얼굴에는 권태에 취해 흐느적거리던 어리숙한 철부지의 그림자가 지워졌다는 거다. 대신 긴장감이 깃든 중년의 얼굴이 완성되었고, 그만큼 몸에도 군살이 빠져 있었다. 반면, 라투에르 교황은 이전보다 더 나이를 먹은 탓에, 등이 더 구부러져 있었다. 그에게서 예복을 벗겨낸다면, 당장에라도 부서질 것 같은 노인의 앙상한 몸이 고스란히 드러날 판이었다.

    레오폴드 황제는 그런 라투에르 교황의 모습에 더욱 화가 났다. 당장 숨을 거두어도 이상할 것 하나 없는 노인네가 어째서 곳곳에 눈과 귀를 두고, 황제에게조차 비밀을 숨긴 채 힘을 모으고 있는 것인가?

     

    그런 이야길 교황께 듣게 되니 부끄럽기만 합니다. 저의 부부생활을 확인하고자 오신 건 아니실 텐데, 무슨 일이십니까?”

     

    용사와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용사?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그간 교황께서 잘 처리해 주셨던 걸로 알고 있는데요.”

     

    의심스러운 정황이 포착되었습니다만, 제가 당장 확인할 길이 없어서 도움을 요청하고자 찾아왔습니다.”

     

    신의 아이들이 처리 못 할 일이 있던가요?”

     

    송구스럽게도 당장 손을 써야 할 상황인데, 저의 수족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있어서요.”

     

    의식해서 티를 내지 않는다고 했지만, 황제의 눈빛은 절로 교황을 노려보고 있었고, 그와 달리 라투에르 교황의 눈매는 여전히 웃음을 띠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무엇을 도와드리면 좋겠소?”

     

    지금 용사가 될 아이가 현자의 탑으로 이동하는 중이라고 합니다. 이 부분이 여간 수상한 게 아니라서요. 견학을 위해서라지만, 그리 먼 곳까지 굳이 무리할 필요는 없는데, 갑작스럽게 기획하여 추진하는 게 매끄러워 보이지는 않습니다.

    은밀히 활동할 수 있는 자를 풀어 지금 용사와 동행하고 있는 자들에 관한 정보를 모았으면 합니다.”

     

    정보만?”

     

    , 당장에는 그거면 충분합니다.”

     

    알겠소, 그들 주변에 그림자 하나를 붙여두겠소.”

     

    레오폴드 황제는 하마터면, ‘당신이 내게 그랬던 것처럼이란 말을 그 자리에서 내뱉을 뻔했다. 그만큼 속을 알 수 없는 저 늙은이가 미워 견딜 수 없을 지경이었다.

    라투에르 교황은 그런 황제의 속내는 이미 다 꿰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여유 있게 웃어 보이며 황제에게 고개를 숙여 예를 올렸다.

     

    그리고 괜찮으시다면, 제 주변에 붙여두신 그림자들은 거두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그들의 수고와 달리 저는 노인의 몸이라서 딱히 그들에게 보여줄 게 없어서요. 그렇게 해주신다면, 그간 제 발톱들을 잘라가신 것에 관해서는 앞으로도 모른 척하겠습니다.”

     

    뭐라? 그게 무슨 말이오? 내가 그대 주변에 그림자를 뒀다? 그리고 그대의 발톱을 내가 잘랐다? 이게 다 무슨 기괴한 소리요?”

     

    폐하, 이 노구는 신을 모시는 사람이기 전에 폐하를 섬기는 몸입니다. 그래서 그저 억울해서 올리는 간청입니다. 오해는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사정들이 딱해서 제가 일부러 궁으로 불러온 사람들을 이런저런 이유로 그간 내치신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그들에게 면이 서질 않지만, 황제 폐하의 뜻이니 감히 어찌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 이들을 뒤에서 달래느라 이래저래 곤욕을 치렀지만, 그거야 당연히 신하 된 도리겠죠. 다만, 그저 말이 나왔으니 이번 기회에 저의 억울함을 알아주셨으면 하고 한번 드린 말씀에 불과합니다. 너무 심려치는 마시옵소서.

    그럼, 이만 저는 물러나도록 하겠습니다.”

     

    레오폴드 황제는 너무 어이가 없어서 입을 벌린 채 멀어져가는 라투에르 교황의 모습을 보고만 있었다. 늙은 구렁이는 그간 모든 걸 알면서도 오히려 황제가 어디까지 일을 벌이려는지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라투에르, 라투에르!”

     

    눈앞에서 교황의 옷자락까지 다 사라지고 나서야 정신이 든 레오폴드 황제는 라투에르 교황의 이름을 울부짖으며 허공에 고함을 지르는 게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출처 http://novel.naver.com/best/list?novelId=1032652
    15번지의 꼬릿말입니다
    13월을 살고 싶습니다.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21/12/24 15:19:49  112.171.***.130  윤인석  721556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단,비공감수가 추천수의 1/3 초과시 해당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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