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오유 바로가기
http://m.todayhumor.co.kr
분류 게시판
베스트
  • 베스트오브베스트
  • 베스트
  • 오늘의베스트
  • 유머
  • 유머자료
  • 유머글
  • 이야기
  • 자유
  • 고민
  • 연애
  • 결혼생활
  • 좋은글
  • 자랑
  • 공포
  • 멘붕
  • 사이다
  • 군대
  • 밀리터리
  • 미스터리
  • 술한잔
  • 오늘있잖아요
  • 투표인증
  • 새해
  • 이슈
  • 시사
  • 시사아카이브
  • 사회면
  • 사건사고
  • 생활
  • 패션
  • 패션착샷
  • 아동패션착샷
  • 뷰티
  • 인테리어
  • DIY
  • 요리
  • 커피&차
  • 육아
  • 법률
  • 동물
  • 지식
  • 취업정보
  • 식물
  • 다이어트
  • 의료
  • 영어
  • 맛집
  • 추천사이트
  • 해외직구
  • 취미
  • 사진
  • 사진강좌
  • 카메라
  • 만화
  • 애니메이션
  • 포니
  • 자전거
  • 자동차
  • 여행
  • 바이크
  • 민물낚시
  • 바다낚시
  • 장난감
  • 그림판
  • 학술
  • 경제
  • 역사
  • 예술
  • 과학
  • 철학
  • 심리학
  • 방송연예
  • 연예
  • 음악
  • 음악찾기
  • 악기
  • 음향기기
  • 영화
  • 다큐멘터리
  • 국내드라마
  • 해외드라마
  • 예능
  • 팟케스트
  • 방송프로그램
  • 무한도전
  • 더지니어스
  • 개그콘서트
  • 런닝맨
  • 나가수
  • 디지털
  • 컴퓨터
  • 프로그래머
  • IT
  • 안티바이러스
  • 애플
  • 안드로이드
  • 스마트폰
  • 윈도우폰
  • 심비안
  • 스포츠
  • 스포츠
  • 축구
  • 야구
  • 농구
  • 바둑
  • 야구팀
  • 삼성
  • 두산
  • NC
  • 넥센
  • 한화
  • SK
  • 기아
  • 롯데
  • LG
  • KT
  • 메이저리그
  • 일본프로야구리그
  • 게임1
  • 플래시게임
  • 게임토론방
  • 엑스박스
  • 플레이스테이션
  • 닌텐도
  • 모바일게임
  • 게임2
  • 던전앤파이터
  • 마비노기
  • 마비노기영웅전
  • 하스스톤
  • 히어로즈오브더스톰
  • gta5
  • 디아블로
  • 디아블로2
  • 피파온라인2
  • 피파온라인3
  • 워크래프트
  • 월드오브워크래프트
  • 밀리언아서
  • 월드오브탱크
  • 블레이드앤소울
  • 검은사막
  • 스타크래프트
  • 스타크래프트2
  • 베틀필드3
  • 마인크래프트
  • 데이즈
  • 문명
  • 서든어택
  • 테라
  • 아이온
  • 심시티5
  • 프리스타일풋볼
  • 스페셜포스
  • 사이퍼즈
  • 도타2
  • 메이플스토리1
  • 메이플스토리2
  • 오버워치
  • 오버워치그룹모집
  • 포켓몬고
  • 파이널판타지14
  • 배틀그라운드
  • 기타
  • 종교
  • 단어장
  • 자료창고
  • 운영
  • 공지사항
  • 오유운영
  • 게시판신청
  • 보류
  • 임시게시판
  • 메르스
  • 세월호
  • 원전사고
  • 2016리오올림픽
  • 2018평창올림픽
  • 코로나19
  • 2020도쿄올림픽
  • 게시판찾기
  • 오유인페이지
    개인차단 상태
    스테비아쩔어님의
    개인페이지입니다
    가입 : 18-12-13
    방문 : 1624회
    닉네임변경 이력
    회원차단
    회원차단해제
    게시물ID : readers_36551
    작성자 : 15번지
    추천 : 2
    조회수 : 335
    IP : 119.201.***.25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21/12/14 14:27:02
    http://todayhumor.com/?readers_36551 모바일
    마왕의 목을 벤 다음날 - 5. 변화
    옵션
    • 창작글

    5.변화

     

     

    벨드리안으로 돌아가는 길은 한적했다. 아기를 데리고 하는 이동에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걸 인식한 하후현은 이전처럼 병사들을 닦달하지 않았다. 다만, 말을 달리는 시간과 휴식을 취하는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다루기로 했다. 이전에는 아기의 상태에 모든 게 맞추어졌던 거라면, 그보단 병사들의 상태에 조금 더 초점을 두기로 한 것이다. 예를 들어, 이전에는 아기가 울면 당장 말을 멈추고 상태를 살폈다면, 이제는 아기가 울더라도 말을 바로 멈추지 않고 속도를 늦추면서 달래고 보는 식이었다.

    이런 변화는 병사들의 사기에 당장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속도와 관계없이 정해진 시간 동안 달리고, 정해진 시간 동안 쉰다는 단순한 원칙이 지켜지자 병사들은 조금씩 적극성을 되찾아갔다. 하후현은 바람직한 변화에 만족하며 선두에서 햇살과 바람을 즐겼다. 불편을 느끼는 건 더는 목청을 높이지 못하는 노파뿐이었다.

     

     

    하후현과 갈라반이 길 위에서 만난 건 신전을 떠난 지 나흘째 되는 날이었다.

     

     

    명령을 받자마자 달려왔습니다.”

     

     

    갈라반의 도착은 하후현의 예상보다도 하루가 빨랐다. 갈라반을 호출하는 전서구를 신전을 떠나면서 날렸었는데, 덩치가 더 커졌으면서도 그 먼 거리를 정확히 나흘 만에 주파했단 사실이 그저 놀랍기만 했다.

    물론, 겉으로는 그런 내색을 조금도 하지 않았다.

     

     

    잘 와주었네. 모두 잠시 말에서 내려 쉬도록 한다. 갈라반, 너는 나를 따라오도록.”

     

     

    하후현은 말에서 내려 갈라반을 데리고 길옆의 나무 그늘로 들어섰다. 말에서 따라 내리는 갈라반을 보니 그 잠깐 사이에 키가 더 자라 있었다. 하후현은 갈라반의 그런 변화가 아주 만족스러웠다.

     

     

    그래, 이제 더는 파발꾼이 아니군. 키도 더 자랐고, 어깨도 더 벌어졌어. 훌륭해. 이대로 조금만 더 노력한다면, 금방 육체적으로는 완성이 되겠어.”

     

     

    감사합니다. 모두 대장님 덕분입니다.”

     

     

    갈라반은 투구를 벗고 고개를 숙여 예의를 보였다. 이미 그의 키는 하후현에 조금 못 미칠 정도로 자라 있었다. 젖살이 빠진 날렵한 턱선이 더는 소년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다.

     

     

    이제부터 나는 자네에게 특별한 임무를 줄 것이네. 특별한 임무라고는 하지만, 사실 이전과 조금도 다르지 않아. 현장에서 나를 대신해 눈과 귀가 되어주고, 때때로 나를 대신해 판단하고 대응해주기만 하면 된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 먼저 준비가 필요하다. 단순히 말만 전하는 발 빠른 파발꾼이 아니라, 실력 좋은 기사가 되어야 해. 그것도 남을 가르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으로. 알겠나?”

     

     

    , 잘 알겠습니다. 그런데 그러면저는 여기에 있는 동료들과 함께하지 않는 겁니까? 이번에도 몇 년씩 임무가 고정되는 겁니까?”

     

     

    갈라반은 어렵게 용기 내어 질문했다. 하후현이 달가워하지 않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입을 열자마자 길 위의 흙먼지가 입속으로 달려드는 것 같은 불쾌한 감정에 사로잡혔다.

    다행히 하후현은 예상과 달리 이번에는 싫은 기색 하나 없이 갈라반의 질문에 답해주었다.

     

     

    그렇다, 이변이 없다면, 몇 년, 몇십 년 동안 주된 임무는 바뀌지 않을 거다. 별개로 준비과정은 오 년에서 육 년 정도다. 넌 그 시간 안에 빠르게 성장하여 좋은 선생이 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넌 표면상 소속 부대부터 변경될 거야. 황궁기사단의 전투병과 소속이 된다. 오늘부터 당장 실전에 투입되어도 좋을 전사로 성장해야 하니까 말이야. 그러니 오늘 이 길 위에서 헤어지게 되면, 곧장 너는 북동쪽으로 말을 몰아 제1사단 군영으로 가라. 이미 연락은 모두 취해두었다. 넌 그곳에서 훈련병 생활부터 다시 시작하면 된다.

    걱정하지 마라, 겉으로 군복만 달라질 뿐이다. 넌 앞으로도 영원히 신의 아들일 것이고, 우리의 모든 작전은 교황님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건 변함이 없다. 너라면 분명, 훌륭히 해낼 거다.

    그전에 먼저 너를 급히 여기로 부른 건 너의 변화를 내 두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서 부른 것도 있지만, 앞으로 네가 맡게 될 임무를 직접 네 눈으로 봤으면 해서다.”

     

     

    말을 마친 하후현은 손을 들어 길옆에 정차한 수레를 가리켰다. 영문을 모르는 갈라반은 그의 손끝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때마침 불어온 바람이 갈라반의 갈색 머릿결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지나갔다. 갈라반의 푸른 눈동자에 아기를 곱게 감싼 천의 끝자락이 들어와 박혔다.

     

     

    레오폴드 황제는 평소와 달리 홀로 서재에 있었다. 창으로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고 새들의 지저귐이 책장에 매달려 춤을 출 정도로 아름다운 날이었지만, 레오폴드 황제는 혼자서 가만히 자리에 앉아 생각을 정리하느라 바빴다.

     

     

    사실 그는 교황의 일 처리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애써 너무 어려운 길로 간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전설 따위야 거리의 민중들이나 주고받는 심심풀이 농담 같은 것일 뿐, 결국 압도적인 무력만 있다면 지금과 같은 통치는 앞으로도 손쉽게 이루어질 것 같은데, 교황은 전설의 용사라는 카드를 손에 쥔 채 일을 너무 어렵게 꼬아버리는 것 같아 불만과 의심만 커가던 중이었다.

     

     

    혹시 내게 말하지 않은 사실들이 따로 더 있는가?’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일이었다. 처음부터 황제는 선대의 황제로부터, 교황은 전임 교황으로부터 그들의 의지, 그들의 과업을 이어받았다. 그 과정에서 양측 모두 왕국의 미래를 위해 각자의 자리를 지키며 서로에게 무조건 협력하라는 메시지를 이어받았지만, 과연 그런 단편적인 내용만 있었을까? 왕궁이 아닌 신전 측에서는 처음부터 다른 계획이 더 있었던 건 아닐까? 만약 그런 메시지가 따로 있다면, 세대를 이어가면서 전달할 만큼의 어떤 비밀이라면, 그 비밀은 무엇일까?

     

     

    레오폴드 황제는 그의 아버지에게서 직접 들었던 이야기들을 다시 떠올려봤다. 그가 살면서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봉인된 마왕과 그의 부활을 기다리는 마물 군단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내부의 적을 잘 다스려야 대륙을 넘볼 기회가 온다는 이야기, 그 수단으로 전설의 용사를 도구로 사용한다면 민심의 호응을 쉽게 끌어낼 수 있을 것이란 이야기까지. 그 이야기들에 맞추어서 다시 라투에르가 했던 이야기들을 하나씩 맞추어봤다. 제법 빈틈없이 아귀가 잘 맞았다. 그렇지만, 영문 모를 위화감이 드는 건 여전했다.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카드라는 건 알겠지만, 지나치게 수고스러워. 너무 많은 변수가 열려있는데, 그걸 어렵게 통제하느라 정말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였고. 아니, 앞으로 더욱 큰 노력과 정성이 들어가겠지. 그래도 그 비용이 모두 앞에서 무력 과시를 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고 효과적이라는 건가? 정말 그런 건가?’

     

     

    오랜 시간 생각에 빠져 있던 레오폴드 황제는 노을이 들 무렵이 되어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단 하루 만에 그의 뺨은 몰라보게 수척해져 있었지만, 그의 눈빛은 굳은 결심으로 불처럼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아니야, 내가 황제인데, 누구의 눈치와 의중을 내가 왜 먼저 살펴야 하는가? 입맛에 들지 않으면, 입맛에 드는 자로 바꿔 버리면 그만인걸!’

     

     

    아리안의 벌어진 상처가 모두 아물고, 두 팔과 두 다리의 힘이 이전보다 더 강해져 준비를 마쳤을 때쯤, 소년병 하나가 말을 몰아 벨드리안 마을에 들어섰다.

     

     

    아드님이 궁궐에서 되돌아오는 중입니다. 대대장님이 친히 병사들을 끌고 안전하게 귀가하는 중입니다. 앞으로 이십일 내에 도착할 듯합니다.”

     

     

    아리안은 하후현이 느닷없이 들이닥쳤을 때만큼이나 당황스러웠지만, 아기를 무사히 돌려보내 주겠다고 하는데 굳이 열을 낼 이유는 없었다.

     

     

    아기가 무사히 도착하지 않는다면, 내가 반드시 그 대장이란 자의 목부터 딸 것이오.”

     

     

    소년병의 눈에 비친 아리안은 당장이라도 거대한 앞발로 내려찍을 것 같은 반달곰의 모습, 그 자체였다. 아리안의 기세에 겁이 질린 소년병은 결국 되돌아 나오는 길에 말 안장 위에서 소변을 지리고 말았다. 힘차게 말을 내달렸지만, 성난 아리안의 눈빛이 바로 등 뒤까지 쫓아와 소년의 전투복을 갈가리 찢어버릴 것 같은 극도의 공포감을 안겨주었기 때문이다.

     

     

    며칠 후, 다행히 아리안의 아기는 약속대로 무사히 되돌아왔다. 그렇다고 아리안의 분노가 사그라든 것은 아니었지만, 아기를 곁에 두고 다짜고짜 군인들과 한바탕 치를 만큼 아리안이 무모한 것도 아니었다.

     

     

    그간 안녕하셨소? 약속한 대로 아기는 내 손으로 직접 무사히 다시 데려왔소.”

     

     

    하후현은 처음으로 아리안과 마주했을 때처럼 두 손을 등 뒤로 두었지만, 내뿜는 살기를 거두지는 않았다. 허리춤의 칼을 내보이며, 아리안의 기세를 꺾으려 들었다. 그간 몸을 흉기처럼 날카롭게 단련했던 아리안은 그런 하후현의 태도에 조금도 위축되지 않았고, 오히려 할 수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손에 든 몽둥이로 하후현의 낯짝을 뭉개버릴 생각을 하고 있었다.

     

     

    보아하니 그간 몸이 더 좋아지셨군. 허허, 그런데도 용케 가슴의 상처가 아물다니. , 다행이네그려.”

     

     

    약속대로 아기를 무사히 돌려주신 것은 고맙습니다. 그렇지만, 아직 당신이 내 가슴에 칼을 휘두른 빚까지 다 갚은 건 아닙니다. 그날 이후로 여러 번 생각해봤습니다. 내가 그때, 더 빠르고, 더 강하게 휘둘렀어도 당신의 잔재주가 통하였을까? 아니, 그냥 빈 주먹이 아니라 쇠몽둥이로 휘둘렀어도 그랬을까?”

     

     

    기가 눌리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당차게 정면으로 도발해 오는 아리안의 태도를 보며 하후현은 느닷없이 큰소리로 웃어 보였다.

     

     

    껄껄껄, 이거 미안하오. 솔직히 선생의 기백이 얼마만큼 당찬지 확인하고 싶어서 내가 잠시 농을 좀 부렸다오. 지난번의 칼부림도 내가 도가 지나쳤던 거 같으니 사과하겠소. 나라의 앞날을 위해 명을 다한 것이었다고는 하지만, 분명, 조금 더 부드러운 방법도 있었을 텐데, 내가 성급했음을 인정하오.”

     

     

    하후현은 갑자기 태도를 돌변하여 아리안에게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 사죄의 인사를 하였다. 당장이라도 휘둘러 버릴 기세로 단단하게 몽둥이를 쥐고 있던 아리안은 순간 당황하여 손에 힘이 풀려버렸다. 신분이 다른 하후현이 먼저 고개를 숙여버리니 상대에게 위협을 보여주겠다는 의욕조차 생기질 않았다.

     

     

    나를 당장 두 쪽 내고 싶은 심정은 이미 잘 알고 있소. 그런데 그만큼 내게 물어보고 싶으신 것도 많을 거란 것도 잘 알고 있다오. 이럴 게 아니라, 저번처럼 선생의 집으로 들어가서 단둘이 이야길 했으면 하오.”

     

     

    아리안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후현의 말처럼 그의 머리를 쪼개버리는 건 궁금했던 걸 모두 물어본 후에 해도 될 일이었다. 둘은 이전처럼 거실 의자에 걸터앉았다. 그때와 다를 게 있다면, 둘 사이에 기다란 탁자가 제자리를 찾아 들어와 있다는 정도였다.

     

     

    먼저 가장 궁금한 것부터 말해주겠소. 선생의 아기가 정확히 전설의 용사인지, 아닌지는 신전에서도 확인하지 못했소.”

     

     

    그건 또 무슨 소리입니까? 갓난아기가 거기까지 일부러 갔는데 확인을 하지 못했다니요?”

     

     

    미안하지만, 우리도 이런 특수한 경우는 처음이라 그렇소.

    공교롭게도 그날 전국에서 기이한 불꽃과 함께 태어난 아기가 선생의 아이만 있었던 게 아니었다는 말이지. 내가 도착했을 때, 이미 다른 아기들도 신전에 도착해 있었소. 교황께서는 거기에 모인 갓난 아이들을 모두 후보라고 하셨소.”

     

     

    , 그럴 수가

     

     

    아리안은 기가 막혀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하후현도 난감하다는 듯이 마른 웃음을 지어 보였다.

     

     

    , 그렇게 되었소. 교황께서는 앞으로 후보들을 모두 신중하게 관찰할 거라고 하셨소. 그러면서 아기들을 모두 궁에 둘 수도 없고, 부모 곁에서 아이를 뺏는 것도 매우 잔혹한 일이니 모두 집으로 돌려보내라고 하시더군. 아이들이 자라나는 모습을 천천히 지켜봐야 정확히 알 수 있을 거라고 말이오.”

     

     

    그렇다는 건 언제든 또 교황님이 내 아들을 찾으러 올 수 있다는 이야기군요.”

     

     

    아리안은 다시 정신을 가다듬었다. 신중하기 위해 음성에도 힘을 주어 천천히 하후현의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 하후현은 아리안의 시선을 정면으로 받으며 담담하게 답해주었다.

     

     

    그건 그렇지 않겠소? 혹시라도 선생이 여길 버리고 어딘가로 숨는다고 하여도 우린 찾아낼 거고, 다시 소환할 거요. 말했지만, 아기는 전설의 용사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오. 한 번쯤, 생각은 해봤을 거요. 왜 하필 우리 아기일까? 정말일까? 다른 아기와 헷갈린 건 아닐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린 헷갈린 적 없소.

    아니, 오히려 더 정확하게 알고 있다오. 그날 밤, 내 담당구역에서는 저 아기 하나뿐이었지만, 다이아라 반도 전체에서 태어난 아기들, 당장 보고된 아기들만 수백 명에 이른다오. 그중에서 정말 솥에 끓이던 물이 넘쳐서 그런 것이든, 아니든, 주변에 불이 난 곳은 손가락에 꼽을 수 있을 정도고. 더욱 놀라운 사실을 알려드릴까? 우린 건국 황제께서 명하신 이후로 지난 일백여 년 동안 이런 확인 작업을 남몰래 매일 하고 있었다네. 그러니까 지난 일백여 년간, 유성우가 떨어지는 날에 태어난 아기들은 있었어도 어떤 식으로든 그 주변에 불기둥이 솟아오른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다는 거지.

    그런데 지금은 그런 후보만 몇이나 된다는 거요. 그러니 아시겠소? 당신의 아기가 전설의 용사가 아닐 수는 있지만, 지금 다이아라 반도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절대 진실이라는 거고, 당신의 아기는 분명 여기에 어떤 식으로든 연관이 되어 있다는 거요.”

     

     

    하후현은 웃음기 하나 없는 얼굴로 아리안을 응시했다.

     

     

    잘 가르쳐주셨으면 하오.”

     

     

    ?”

     

     

    어쩌면 정말 전설의 용사가 될 아이니까. 아버님의 각별한 지도편달을 바란다는 말이오. 아까 선생의 기백을 확인해 보고자 한 것도 그런 거요. 믿고 맡겨도 될까? 어쩌면 우리의 운명을 가지고 마왕과 겨룰지도 모를 아이인데, 이대로 돌려보내도 될까?

    ,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게 사실이거든. 그런데 괜한 걱정이더군. 난 솔직히 군인이나 검사도 아닌데 내게 정면으로 덤빌 생각을 할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에 매우 놀랐다오. 매우 인상적이야. 이런 상황만 아니었다면, 당장에라도 입대를 권했을 것이오.”

     

     

     

    아리안은 커다란 두 손을 들어 얼굴을 감싸 쥐었다. 아기가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무엇 하나 그의 예상대로 진행된 일이 없었다. 그때부터 피어오르기 시작한 커다란 혼란이 그에게 두려움을 안겨주기 시작했다.

     

     

    격렬할 줄 알았던 하후현과 아리안의 재회는 이처럼 조용조용하게 지나가고 있었다. 하후현의 말대로 그 둘은 나눌 이야기가 많았다. 아리안의 처지에서는 앞으로 지금처럼 열악한 환경 속에서 어떻게 아이를 키울 것인가에 대한 현실적인 물음들을 처음으로 쏟아낸 날이기도 했다.

    오히려 동네가 모두 알 정도로 시끌벅적하게 난리를 피운 집은 맞은편 플로렌시아의 집이었다. 플로렌시아와 그녀의 엄마는 반가운 마음에 서로를 얼싸안기 바빴지만, 그녀의 아비는 달랐다. 다짜고짜 아내를 향해 욕설과 함께 따귀를 날렸다.

     

    이런 망할 여편네야! 우릴 놔두고 누구 맘대로 집을 나가!”

     

    당신 미쳤어요! 누가 집을 나가요? 가엾은 아기와 함께 병사들에게 끌려갔다가 온 거잖아요!”

     

    아내도 지지 않고 대꾸하며 손에 집히는 대로 물건을 들어 남편을 향해 집어 던지기 시작했다. 그 틈에 행여라도 남편이 갑자기 달려들까 싶어 빠르게 뒷걸음질 치며 거리를 벌렸다. 그러자 순식간에 그녀의 엉덩이가 부엌의 테이블을 만나게 되었다.

     

    내가 그간 어떤 고생을 했는지나 알아요!”

     

    미쳤어? 저 아기가 우리 아기야? 우리 아기냐고? 네가 뭔데 따라나서, 나서길!”

     

    결국 서러움에 북받친 아내가 쇠로 만든 프라이팬을 꺼내 들고 눈물을 흘리며 사정없이 휘두르기 시작했다. 당황한 남편은 뒤늦게 뒤통수를 손으로 가리며 고개를 숙였지만, 폭주한 아내를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이 비열한 자식아! 어디 다시 한번 지껄여봐! 그 소리를 내가 아닌 사냥곰 앞에서도 당당하게 해보라고! 병사들에게 끌려갈 땐 찍소리도 못하고 구경만 하더니!”

     

    그 모든 과정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어린 플로렌시아는 결국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만 해요, 제발, 그만 해요, 엄마제발

     

    사정없이 프라이팬에 얻어터지던 남편은 플로렌시아의 울음소리까지 들리자 화가 꼭지까지 돌아버리고 말았다. 지난 한 달간 그를 쥐어짜던 소리였다. 마음대로 일이 풀리지 않을 때마다 터져 나오던 소리, 이젠 지칠 대로 지쳐서 조금도 듣고 싶지 않은 딸의 울음소리가 또 터져 나오자 결국 이성을 잃고 말았다.

     

    저리 꺼져, 이 미XX!”

     

    홧김에 앞도 제대로 보지 않은 채 막무가내로 두 팔을 뻗어 아내를 강하게 밀쳐버렸다. 인정사정없이 두 팔만 휘두르기 바빴던 아내는 돌발상황에 뒤로 나자빠지고 말았다. 비겁한 남편은 그때를 놓치지 않고 엎어진 아내를 발로 밟았다.

     

    아빠! 제발, 그만!”

     

    플로렌시아의 감정이 격해지면서 눈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플로렌시아의 울음소리가 얼마나 컸던지 지나가던 마을 사람들이 모두 플로렌시아의 집 앞으로 모여들 정도였다. 하후현을 기다리며 대기하던 병사들조차 시선을 돌려 플로렌시아의 집을 바라봤다.

     

    그만!”

     

    그제야 남편도 동작을 멈췄다. 다행히 체력이 좋지 못한 탓에 이젠 힘들어서 숨을 고르기에도 벅찼다. 곤죽이 되어버린 아내를 내팽개쳐두고 등을 돌려 의자에 앉으려던 그때, 그의 눈에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는 솥단지가 들어왔다.

     

    제기랄! 망할, 플로렌시아! X이냐? X이 솥에 불을 올린 거야? 저녁에 데워먹을 수프를 네 덕에 다 태워 먹었잖아! 대체 넌 또 무슨 생각으로 이딴 짓을 한 게야?”

     

    , 아니에요. , 제가 아니에요, , 아빠.”

     

    이제는 눈물, 콧물이 범벅이 되어버린 플로렌시아가 겨우겨우 말을 이어갔다. 그러거나 말거나 성질이 날 대로 난 아비는 플로렌시아에게도 따귀를 날렸다.

     

    무슨 짓이야! 애가, 애가 아니라잖아.”

     

    그럼, 너냐? 너야? ? 먼 길 다녀오니 배가 고프디? 그랬어?”

     

    다시 한번 아내에게 다가가 두어 번 더 발길질해댔다. 그러고 나서 다 타버린 솥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걸 보고는 질펀하게 욕을 쏟아낸 뒤 집밖으로 나가버렸다.

     

    .

    바람을 일으키며 현관문이 거칠게 닫혔다. 플로렌시아는 그제야 다시 목놓아 큰소리로 울음을 울었다. 덕분에 매타작에 힘을 잃어 뻗어버린 플로렌시아의 엄마도, 눈물로 눈앞이 몽땅 다 일그러진 플로렌시아도, 모두 보질 못했다.

     

    플로렌시아의 울음소리를 따라 솥단지 밑의 푸른 불길이 춤을 추듯 일렁이는 것을.

     

     

     

    - 장르소설의 트랜드 같은 거 일절 무시하고 쓰는 중입니다만, 관계없이 네이버 챌린지리그에서 베스트리그로 승격이 되었네요. 

    어차피 분량 채워지면 알아서 단행본 낼 생각이었네, 이런 뜻하지 않은 일을 겪게 되니 그저 어리둥절할 뿐입니다. 

    출처 http://novel.naver.com/best/detail?novelId=1032652&volumeNo=7
    15번지의 꼬릿말입니다
    13월을 살고 싶습니다.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21/12/14 18:22:17  112.171.***.130  윤인석  721556
    [2] 2021/12/14 20:15:00  220.90.***.2  흐엥꾸엥  786249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단,비공감수가 추천수의 1/3 초과시 해당없음)

    죄송합니다. 댓글 작성은 회원만 가능합니다.

    번호 제 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79
    딜레마 [10] 스테비아쩔어 24/04/15 16:17 366 8
    178
    수요일에 이어 [2] 스테비아쩔어 24/04/12 17:43 293 3
    177
    정치혐오 [8] 스테비아쩔어 24/04/11 17:04 456 5
    176
    투표일에는 [10] 스테비아쩔어 24/04/09 17:25 495 6
    175
    벚꽃쩔어 [8] 스테비아쩔어 24/04/07 17:56 617 9
    174
    사전투표 완료 [4] 스테비아쩔어 24/04/06 17:29 479 7
    173
    이제 슬슬 [9] 15번지 24/04/02 12:24 379 4
    172
    오늘은 [6] 15번지 24/04/02 08:18 397 5
    171
    아침부터 병원에 왔더니 [5] 15번지 24/03/30 08:29 417 5
    170
    꿈에 오유인들과 술마심 [17] 15번지 24/03/29 18:31 456 5
    169
    화요일이라서 그런지 [13] 15번지 24/03/26 07:39 600 5
    168
    월요일 따위.. [3] 15번지 24/03/25 07:43 760 6
    167
    다들 날씨도 좋은데 꽃이나 보러가유~ [8] 15번지 24/03/17 08:57 303 5
    166
    까짓 친목질 좀 하면 어때? [4] 15번지 24/03/16 08:51 358 12
    165
    우울의 맛은 결코 씁쓸하지만은 않다 [8] 15번지 24/02/22 11:40 577 4
    164
    여긴 비가 오고 있습니다. [1] 15번지 24/02/05 12:00 348 1
    163
    대한민국에 극좌가 있긴 있는가? [3] 15번지 24/01/25 15:36 624 1
    162
    나다~ 싶으면 손 듭시다 [6] 15번지 24/01/20 21:32 695 5
    161
    전 오늘 스파게뤼 [10] 창작글 15번지 24/01/20 12:30 839 7
    160
    자작시] 시선(視線) ㅡ 제주에서 라울 뒤피를 만난 후 창작글 15번지 24/01/18 15:57 426 0
    159
    자작시] 눈썰매장 - 의성 청학마을에 창작글 15번지 24/01/17 11:29 720 2
    158
    자작시] 국도에서 [3] 창작글 15번지 24/01/16 11:58 643 2
    157
    자작시] 가남지에서 [5] 창작글 15번지 24/01/12 11:04 368 2
    156
    그럼 나도 광고나 혀야지 [5] 15번지 24/01/05 17:28 455 2
    155
    새해도 밝았으니 [4] 15번지 24/01/03 15:42 478 2
    154
    2024년이니까 [2] 15번지 24/01/01 08:32 344 3
    153
    건강검진 결과 [6] 15번지 23/12/29 11:35 801 4
    152
    오늘은 처가 식구들이 오는 날 [8] 15번지 23/12/27 16:21 744 6
    151
    다들 클쑤마쓰를 어찌 보내셨는지효? [11] 15번지 23/12/26 09:45 478 4
    150
    잉여력 해소를 위해 [7] 15번지 23/12/12 12:24 468 4
    [1] [2] [3] [4] [5] [6]
    단축키 운영진에게 바란다(삭제요청/제안) 운영게 게시판신청 자료창고 보류 개인정보취급방침 청소년보호정책 모바일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