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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readers_34250
    작성자 : 폴딩
    추천 : 2
    조회수 : 274
    IP : 119.201.***.182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9/10/15 01:00:28
    http://todayhumor.com/?readers_34250 모바일
    실패한 소설들(3)
    문장력은 근래 쓴 것중에는(이것도 오래 되긴 했지만) 가장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작위적인 부분이 많았음. <div><br></div> <div>지금이라면 더 깔끔하게 고칠 수는 있겠지만 그래서 당선이 될 것 같지는 않음.</div> <div><br></div> <div>제목은 김씨표류기였는데 결국 타일이 됨.</div> <div><br></div> <div><br></div> <div>-</div> <div><div><br></div> <div><br></div> <div>타일</div> <div><br></div> <div><br></div> <div>  김 씨는 화장실 변기에 앉아 가만히 바닥을 바라보았다. 바닥에는 평범한 사각 무늬의 타일이 깔려 있었다. 이 타일은 언제부터 있었던가. 이제 와서 타일의 유래 따위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미련이 남았기 때문인가. 김 씨는 타일을 바라보았다. 꽤 오랫동안 화장실을 썼지만 타일이 있다는 것은 생각하지 않았다. 타일의 무늬에 대해 고민해본 적도 없었다. 그건 처음부터 있는 것이었고, 당연한 것에는 시선이 가지 않기 때문이었다. 죽을 때가 되어서야 타일이 보이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김 씨는 한숨을 토해냈다.</div> <div>  자살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대중적으로 이용되는 대표적인 자살로는 투신이 있고, 가스를 마셔 죽는 사례도 많다. 그것들은 무엇보다 쉽고 편리하다. 열심히 살았으니 갈 때 정도는 편하게 가도 되지 않겠느냐, 는 이야기를 한다면 김 씨는 무심코 고개를 끄덕이고 말 것이다. 그러나 그건 김 씨의 정의는 아니었다. 그렇게 맥 빠지게 죽고 싶은 게 아니었다. 죽을 결심만큼은 똘똘 뭉쳐있지만 그것을 어떻게 풀어놓을지는 아직 정하지 못했다. 그래서 하릴없이 화장실에서 타일이나 구경하고 있는 것이다.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했던 것처럼 죽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도 생각 이상으로 어려웠다. 쉬운 삶이 없는 만큼 쉬운 죽음도 없는 것이다. 침을 삼킨 김 씨는 아예 화장실 바닥에 드러누워 보기로 했다.</div> <div>  화장실 바닥은 안락하기보다는 차가웠다. 몇 년간 써왔던 화장실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싸늘했다. 김 씨가 사는 원룸의 화장실은 작았다. 그간 김 씨는 화장실의 크기에 적응해왔다고 생각했지만, 방금 생각을 고쳐먹었다. 쓰지 않아서 몰랐던 것이고 가려져서 알 수 없었던 것이다. 김 씨의 화장실은 넓은 편이었다. 죽으려는 마당에 드러누운 김 씨를 품고도 공간이 남았다. 김 씨의 손길이 닿지 않았던 화장실 변기 뒤쪽이며 세면대 아래로 손을 뻗었다. 그러다 무언가가 손에 걸렸다. 차가운 쇠붙이의 느낌이었다. 김 씨는 그것을 한참이나 매만지다가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러나 세면대 아래는 얼굴이 들어갈 만큼 넓지 않았고, 어두컴컴해서 잘 보이지도 않았다. 하는 수 없이 김 씨는 손가락의 감각만을 이용해 그것의 정체를 확인해보기로 했다. 김 씨는 손가락 끝에 정신을 집중하고 세면대를 천천히 훑었다. 세면대와 벽 사이, 혹은 벽과 세면대 사이 어느 좁은 틈에 있던 쇠붙이는 좀처럼 정체를 드러내지 않았다. 무언가의 볼트 같기도 했고 언젠가 잃어버린 화장품 뚜껑 같기도 했다. 문제라면 그것이 왜 세면대에 걸려 있느냐는 것이었다. 죽을 마당에 쇠붙이의 이유가 궁금해진 김 씨는 열심히 팔을 움직였다. 평소에 청소를 하지 않은 터라 피부에 거뭇거뭇한 녹이 들러붙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씻어내면 그만인 것은 씻어내면 그만이었기에. 그러다 손가락에 쇠붙이가 닿았다.</div> <div>  안녕하세요.</div> <div>  쇠붙이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김 씨는 손길을 거두고 천천히 바닥에서 일어섰다. 머리 쪽으로 피가 쏠려있었기 때문인지 주변이 공허하게 느껴졌다. 김 씨는 쇠붙이에 닿았던 손가락을 바라보았다. 무언가에 닿았던 느낌은 있었다. 아마도 축축하고 차가운 것일 게 분명했다. 그러나 그런 것 치고는 손가락이 깨끗했기 때문에 김 씨는 가만히 고개를 떨어뜨렸다. 다시, 오래된 타일이 김 씨를 마주하고 있었다.</div> <div><br></div> <div>  김 씨는 내친 김에 샤워를 했다. 반이 넘게 남은 샴푸도 마음껏 썼다. 삶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아까운 것이 없었다. 머리를 헹궈낸 다음 바디워시를 찾았지만 모두 빈 통이었다. 잠깐 샴푸를 쳐다본 김 씨는 손바닥에 샴푸를 쭉 짜냈다. 그리고는 몸에 바르기 시작했다. 겨드랑이며 가랑이 사이, 엉덩이까지 샴푸를 꼼꼼하게 바른 김 씨는 생각했다. 샴푸를 몸에 바르는 것이 이토록 이상한 일이었나. 뜨끈한 물로 몸을 씻어낸 김 씨는 화장실 문턱에 발을 얹어놓았다. 그리고서 화장실을 바로 나가지 않은 것은 예의 이상한 쇠붙이 때문이었을 것이다. 화장실과 세면대 사이, 혹은 세면대와 화장실 사이에 끼어버린 쇠붙이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김 씨가 죽고 이 집에 들어올 세입자는 그런 사소한 것에는 신경을 쓰지 않을 것이다. 굳이 화장실 바닥에 누워서 지저분하게 손을 뻗어보지는 않을 것이다. 타일의 무늬에 신경을 쓸 일도 없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김 씨는 돌연 외로워져서 화장실 문을 닫았다. 그러자 다시 적적한 공기가 화장실에 들어찼다. 이 공기는 필시 외로운 사람의 것일 게 분명하다, 고 생각하면서 김 씨는 다시 화장실 바닥에 드러누웠다. 방금까지 따뜻한 물로 덥혔던 몸이 차가운 바닥에 닿자, 바닥이 놀란 것처럼 몸을 떨었다. 김 씨는 조금 웃었으나 오래 가지는 않았다. 이제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몸은 완전히 식어버릴 것이다. 온도 차이를 느낄 수도 없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새삼 삶이 멀어져서, 김 씨는 작은 한숨을 몰아쉬었다. 김 씨는 다시 세면대로 손을 뻗었다.</div> <div>  처음 뵙겠습니다.</div> <div>  김 씨의 손가락이 쇠붙이에 닿은 순간, 다시 쇠붙이가 목소리를 흘려냈다. 환청이 아니었다. 젊은 여성의 목소리였다. 김 씨는 곰곰이 생각했다. 녹음기를 산 기억은 없었다. 애초에 세면대와 벽 사이에는 무언가가 들어갈 만한 공간이 없었다. 소리를 흘려낼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도청 장치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김 씨는 급히 손을 움직였다. 다시 쇠붙이를 만진 김 씨는 힘을 주었지만 좀처럼 당겨오지 않았다. 공간이 협소해서 힘을 주기도 어려웠다. 그때 목소리가 다시 흘러나왔다.</div> <div>  너무 세게 하진 마세요.</div> <div>  그러니 김 씨는 이 상황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이상한 것은 어느 쪽인가. 자살을 결심한 자신인가, 드러누워서야 넓은 것을 알아차린 화장실인가, 화장실 세면대와 벽 사이에 끼어버린 쇠붙이인가, 쇠붙이에서 흘러나오는 여성의 목소리인가. 김 씨는 더듬거리는 목소리로 쇠붙이를 향해 물었다.</div> <div>  거기 누구 있습니까?</div> <div><br></div> <div>  그건 다시 생각해도 이상한 일이었으나, 만약 같은 상황이 온다면 김 씨는 똑같이 물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쇠붙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더는 목소리가 흘러나오지도 않았다. 정체를 확인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핸드폰으로 라이트를 켜봤지만 무엇인지 확인하는 게 어려웠다. 그저 무언가가 있다는 것만 알았다. 김 씨는 조용히 화장실을 나섰다.</div> <div>  기계 부품은 아닌 것 같았다. 그간 화장실을 쓰는 동안 틀림없이 물줄기를 뿌렸을 테니까. 한편으로 세면대 밑에 숨어서 물을 맞을 일이 없었던 건 아닌지에 대해 생각했지만 알 수는 없었다. 다시 화장실로 들어가 물을 뿌려볼 수도 있었지만 그럴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 후에 샤워를 했으니 오늘만 해도 샤워를 두 번이나 한 셈이었다. 굳이 또 씻을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화장실에서 나오고 보니 그 목소리가 음산하게 들렸던 것 같기도 했다. 혼자 사는 남자 집에서, 그것도 화장실에서 흘러나오는 젊은 여성의 목소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좋을지에 대해서 김 씨는 배운 기억이 없다. 신고를 해볼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는 쉽지 않았다. 김 씨가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라곤 화장실에서 젊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는 것뿐이고, 그것만으로는 경찰이 신고를 받아줄 거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김 씨는 외모가 출중한 편도 아니었고 덩치가 왜소한 것도 아니었다. 더욱이 여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누군가 김 씨에게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상황은 좀처럼 오지 않을 것이다.</div> <div>  만약 경찰이 온다고 해도 문제였다. 우선 경찰은 화장실 타일의 무늬를 확인해야 할 것이고, 그 다음에 화장실 바닥에 누워 화장실이 넓다는 것을 이해해야 할 것이고, 세면대와 벽 사이에 낀 쇠붙이를 만져야 할 것이고, 쇠붙이에서 나오는 목소리를 들어야 할 것이다. 그건 너무 번거로운 일이었고 쇠붙이가 다시 말을 할지는 의문이었다. 단순히 도청 장치라면 어째서 도청한 사람이 목소리를 내었는가는 알 수 없었다. 외롭기 때문이라면 이야기가 되겠지만 그러기에는 상황이 너무 우스웠다. 김 씨는 그보다 현실적인 것, 그러니까 구체적인 자살 계획에 대해 생각해보기로 했다. 너무 소박한 것도 싫었지만 필요 이상으로 화려한 것도 싫었다. 죽음은 죽음다워야 했다. 그런대로 장엄하면서 다소 해학적인 분위기도 있어야 했다. 김 씨의 장례식장을 방문한 사람에게서 인생 참 좆같네, 같은 소리가 절로 흘러야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김 씨의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다고는 생각하기 어려웠다. 명예롭거나 숭고한 죽음이 아니라는 점도 그랬다. 누군가를 위한 고결한 희생이면 더할 나위 없겠으나 김 씨에게는 그런 결심도 각오도 없다. 스스로를 위해 희생할 마음조차도 없었다. 있다고 한다면 자살 정도였다. 오래 고생했으니 이제 쉴 여유를 주는 것 정도의 작은 아량만이 김 씨가 허락한 전부였다.</div> <div><br></div> <div>  김 씨의 의심스런 목소리 때문일지, 그 후로 쇠붙이는 침묵했다. 당연히 그래야 할 것처럼 소리를 내는 것을 포기했다. 김 씨는 막역하게 쇠붙이의 정체를 추측했다. 누군가 설치했던 도청 장치에 마이크 기능이 있는 건 아닌가. 김 씨를 도청하던 상대는 저도 모르게 소리를 낸 건 아닌가. 그다지 현실성 있는 질문은 아니었다. 김 씨는 달력을 노려보다 눈을 감았다. 죽는 마당이다. 한 가지 의문 정도는 품고 가도 좋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으나 좀처럼 잠에 들 수 없었다. 끄지 않고 덮어놓은 오래된 노트북만이 김 씨의 옆에서 이따금 낡은 소리를 냈다.</div> <div>  그날 새벽에 김 씨는 불현 듯 잠에서 깨어났다. 처음에는 목이 말라 깨어났던 김 씨는 이윽고 아래가 축축한 것을 느꼈다. 허벅지가 축축했다. 몸을 일으키자 악취가 김 씨의 코를 찔렀다. 자다가 소변을 본 모양이었다. 그런 징조는 느끼지 못한 걸로 봐서, 몸이 천천히 죽어가고 있는 증거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김 씨는 죽음에 다다를 것이다. 김 씨는 축축하게 젖은 팬티를 벗었다. 불을 켜자 간밤의 흔적이 침대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시트는 이미 누런 빛깔로 물들어 있었고, 아래의 전기장판도 무사하긴 그른 듯 싶었다. 빨래를 하려고 시트를 들었던 김 씨는 생각을 고쳐먹고 시트를 내려놓았다. 조용히 죽는 것에 비해 오줌을 지리고 죽는 건 얼마나 격정적인지를 생각했다. 뉴스에 보도될 리는 없지만 망자가 생애의 마지막 순간에 오줌을 지렸다는 건 나름대로 충격으로 다가올 것이다. 죽어본 사람은 남아있지 않기에 죽음의 순간은 언제나 충격적이고, 김 씨가 원하는 죽음은 그런 것이었다. 이를테면 인상적인 죽음이었다. 김 씨는 가랑이를 넓게 벌리고 화장실로 걸어갔다. 화장실로 들어간 김 씨는 팬티를 아래로 떨어뜨렸다. 젖은 팬티가 화장실 타일과 닿자 화장실 타일은 놀란 듯 몸을 떨었다. 김 씨는 곧장 샤워기를 틀어 허벅지 위로 물을 뿌렸다. 허벅지가 뜨끈해진 다음에는 팬티에 물을 뿌렸다. 물기를 잔뜩 머금은 팬티를 발로 천천히 짓밟았다. 묵직하면서도 가볍게 바스러지는 느낌이 무척이나 좋았다. 김 씨는 한동안 그렇게 있다가 세면대를 보았다. 세면대의 쇠붙이는 아직도 있을까. 김 씨는 다시 타일에 누웠다.</div> <div>  젖은 팬티와 타일에 함께 누워 천정을 바라보았다. 화장실 천정의 불빛은 김 씨의 눈까지는 닿지 않았다. 둥근 세면대가 빛을 가리고 있었다. 그건 이를테면 김 씨의 인생이었다. 별 것도 아닌 세면대가 눈앞의 빛을 가리는 것처럼, 별 것도 아닌 많은 것들이 김 씨의 인생을 가리고 있었다. 그러나 세면대가 빛을 가려준 덕에 편히 잠들 수 있을 것이다. 그 덕에 팬티는 덜 수치스러울 것이다. 김 씨는 아직 무거운 눈꺼풀을 깜빡였다. 빛이 채 스며들지 못하고 타일로 새어나갔다. 김 씨는 손을 뻗었다.</div> <div>  쇠붙이의 느낌은 단단했다. 세면대와 벽 사이에 단단하게 낀 것 같았다. 김 씨는 정신을 집중하고 쇠붙이를 조심스레 더듬었다. 지금껏 쇠붙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보다는 무른 것 같기도 했다. 덜 딱딱했고 덜 견고했다. 김 씨는 그것을 손가락으로 계속 건드렸지만 별 다른 수확은 얻을 수 없었다. 날이 밝으면 세면대를 드러내자. 그러면 김 씨는 마침내 쇠붙이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젊은 여성의 목소리를 냈던 쇠붙이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김 씨는 허리를 세우고 일어나려 했으나 순간적으로 허리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급히 바닥을 짚었다. 김 씨가 화장실 바닥을 짚은 건 분명했다. 그러나 화장실 타일에 스며들었던 물기는, 어쩌면 조금은 남았을지도 모르는 김 씨의 오줌은 김 씨의 손바닥을 미끄러트렸다. 미끄러진 김 씨는 균형을 잃고 그대로 넘어졌다. 하필 변기에 머리를 찧은 바람에 김 씨는 화장실 쇠붙이처럼 침묵했다. 마치 원래 그랬던 것처럼 조용히 눈을 감았다.</div> <div><br></div> <div>  눈을 감았던 김 씨가 깨어난 것은 아마도 한참 후였다. 김 씨는 천천히 눈꺼풀을 밀어올린 다음에 몇 가지 사실에 안도했다. 첫 번째로 깨어날 수 있다는 것에 안도했고, 두 번째로 눈앞이 보인다는 것에 안도했다. 김 씨는 어렵지 않게 마지막 순간을 떠올릴 수 있었다. 쇠붙이를 확인하려 누웠다가 일어나지 못하고 넘어졌다. 그 증거로 화장실 타일에서 올라오는 한기가 계속해서 김 씨의 뺨을 두드렸다. 김 씨는 조심스레 타일을 매만졌다. 타일 사이에 있는 작은 흠에 손가락을 가져다댔다. 먼저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거기까지는 문제가 없었다. 팔에 힘을 싣자 통증이 허리를 두드렸다. 김 씨는 비명을 지른 후에 다시 화장실에 엎드렸다. 아무래도 일어나는 건 포기해야 할 성 싶었다. 김 씨는 기어보기로 했다. 화장실에서 화장실 바깥으로. 김 씨는 조심스레 상체에 힘을 주었지만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허리에 힘을 주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김 씨가 엎드린 곳이 운동장 바닥이라면 어떨지 몰랐으나 이곳은 화장실 바닥이었다. 화장실 바닥에 깔린 타일은 김 씨를 돕지 않았다. 물기는 거의 없었지만 김 씨가 힘을 주는데 도움을 주지는 않았다. 그러고 보면 화장실 타일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었던가. 화장실 타일에게 도움을 받은 적은 결단코 없었다. 젖은 타일 때문에 미끄러졌으면 미끄러졌지, 타일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진 적은 없었다. 애초에 상생의 관계가 아니었다. 김 씨는 입술을 곱씹으면서 처절하게 상반신을 움직였다. 그런 것들은 모두 화장실 안에서 이루어졌으므로 허사에 그쳤다. 김 씨와 화장실은 상생 관계가 아니었다. 화장실이 김 씨의 인생에서 유용했던 것은 사실이나 김 씨가 화장실에 감사함을 느낀 건 아니었다. 그건 처음부터 있는 것이었고, 당연한 것에는 시선이 가지 않기 때문이었다. 김 씨는 길게 숨을 내쉰 다음 겨우 돌아누웠다. 또다시 화장실 타일이었다. 헛웃음이 날 것 같았지만 애써 웃음을 죽였다. 웃는 순간 허리에서 느껴질 아픔이 상상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김 씨는 잠자코 숨을 몰아쉬었다. 그게 최선이었기 때문이었다.</div> <div>  김 씨의 생은 화장실에서 마감될 것인가. 김 씨는 눈을 깜빡였다. 눈을 깜빡이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가. 김 씨는 다시 눈을 깜빡였다. 허리를 제외한 상반신은 쓸 수 있었다. 손가락은 잘만 움직였고, 무리를 하지 않는다면 팔도 쓸 수 있었다. 허리에 부담이 가지 않는다는 선에서 몸을 일으킬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시도할 마음은 들지 않았다. 어차피 죽으려는 마당이다. 애쓰고 싶지 않았다. 열심히 살았으니 갈 때 정도는 편하게 가도 되지 않겠느냐, 는 이야기를 한다면 김 씨는 무심코 고개를 끄덕이고 말 것이다. 아직까지도 그건 김 씨의 정의는 아니었으나 지금만큼은 거기에 동의했다. 김 씨는 주변이 점점 차가워지는 것을 느꼈다. 오랫동안 화장실 바닥에 누워있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물을 틀어놓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그랬다면 눈을 뜨지도 못했을 것이다. 김 씨는 발가락에 힘을 주었다. 거기까지도 문제가 없었다. 김 씨는 내친 김에 허벅지도 움직여 보았다. 허리를 제외한 남은 신체는 비교적 정상에 가까웠다. 그러다 잘못 힘을 주는 바람에 김 씨는 소리 없는 비명을 내질렀다. 자기 처지를 깨달은 김 씨는 입도 열지 않고 눈만 깜빡였다. 에너지 손실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서였다. 세면대가 보여서 김 씨는 인상을 구겼으나 그것도 에너지가 손실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하지 않기로 했다. 김 씨는 생에 처음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에 들어갔다. 김 씨는 모든 것을 그만두고 육체에 맡겼다. 반복적으로 숨을 들이켰다가 내쉬기를 반복하는 것. 이따금 느껴지는 한기에 몸이 저절로 움직여 열을 발산하도록 하는 것. 그것만을 제외하고 김 씨가 하는 것은 눈을 감고 뜨는 게 전부였다. 대신 그러는 동안 김 씨는 부지런히 생각하기로 했다. 얼마 남지 않은 생을 위해서.</div> <div><br></div> <div>  이윽고 김 씨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그건 쇠붙이의 정체였다. 쇠붙이는 시계였다. 몇 달 전, 김 씨가 여행을 떠나있는 동안 집을 봐주었던 친구가 잃어버린 시계였다. 집에서 잃어버린 건 분명하다고 해서 한참 찾았던 기억이 있다. 시계는 처참한 모습이었다. 알맹이 부분만 남아서 세면대와 벽 사이에 끼여 있었다. 어떻게 시계가 이런 모습으로 남아있는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동안 찾으려고 애쓰던 게 시계였다는 게 중요했다. 시계가 말을 할 리는 만무했고, 결국 그건 김 씨가 들었던 환청이었다. 막상 정체를 알고 나니 차라리 쇠붙이였을 때가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맥 빠지는 결말이라니. 그건 김 씨의 결말과도 다르지 않을 것 같았다. 김 씨는 차근차근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쇠붙이였던 시계를 바라보았다. 시계는 알맹이만 남은 채 김 씨를 바라보고 있었다.</div> <div>  나머지는 어디 있을지 찾아보았지만 적어도 김 씨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아마 친구는 시계를 화장실 어딘가에 두었고, 그것을 까먹은 채 화장실 바깥으로 나갔을 것이다. 그 순간 시계는 친구의 것에서 화장실의 것으로 바뀌었을 것이다. 아마도 선반에 있었을 시계는 미끄러져 떨어졌고 이토록 절묘한 위치에 끼여서 누군가를 기다렸을 것이다. 그 일이 있었던 지도 한참이나 되었기 때문에 남은 부품은 자연스레 분해되어 떨어져나갔을 것이다. 그렇게 결론을 내린 김 씨는 빙그레 웃었다. 김 씨는 겨우 변기에 앉았다. 변기에서는 시계가 잘 보이지 않았다. 시계는 시간이 지난 다음 세면대에 붙어 쇠붙이가 되었다. 시계는 몸을 완전히 감추고 반드시 보이는 자세에서만 보일 수 있게끔 되었다. 김 씨는 손을 뻗어 쇠붙이를 만졌다. 이제 쇠붙이는 다시 쇠붙이였으나, 김 씨에게는 시계로 느껴졌다. 완전히 시계의 질감이었다. 부식이 된 것인지 꺼끌꺼끌한 감촉도 있었다. 발견에 대한 환희가 조금이나마 퍼져나가려는 순간이었다. 김 씨의 부산스런 손길에도 얌전하던 시계는 돌연 목소리를 내었다. 이제 좀 빼주실래요?</div> <div><br></div> <div>  그건 여전히 여자의 목소리였고, 시계인 게 분명한 쇠붙이에서 나는 목소리였기 때문에 김 씨는 질겁했다. 질겁한 김 씨가 침착하게 시계에서 손을 뗄 수 있었던 건 허리가 아팠기 때문이었다. 본능적으로 허리를 쓰지 않는 선에서 몸만 약간 뒤쪽으로 젖혔다. 김 씨는 침을 삼켰다. 쇠붙이는 시계가 아니었나. 김 씨는 머리가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넘어질 때 머리를 다쳤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희미하게 빛이 닿는 순간에 쇠붙이의 형상을 시계로 착각했을 가능성도 있었다. 김 씨는 멍하니 고개를 들었다. 화장실은 터무니없이 조용하게 느껴졌다.</div> <div>  거기에 누구 있습니까?</div> <div>  김 씨는 정중하게 물었다. 그런 다음 아무래도 이상한 질문이라는 생각에, 질문을 고쳐보기로 했다. 제가 보입니까? 그건 도촬을 겨냥한 물음이었다. 설마 혼자 사는 남자를 훔쳐볼 사람이 있겠냐마는, 또 그런 것이 가능하겠냐마는 김 씨의 예상에 그것이 이 상황에는 가장 적합한 시나리오였으므로 김 씨는 그렇게 물었다. 쇠붙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쇠붙이가 설령 시계였더라도 대답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건 쇠붙이의 한계였고 시계의 한계였다. 김 씨가 김 씨의 한계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김 씨는 인내심 있게 쇠붙이의 말을 기다렸지만 쇠붙이는 침묵했다. 그게 정상이었다.</div> <div>  하긴 쇠붙이가 카메라였더라도, 쇠붙이가 시계였으며 시계에 카메라 기능이 달린 칩을 심었더라도 말을 하는 게 정상은 아니었다. 김 씨는 쇠붙이를 다시 만졌다. 쇠붙이는 전혀 시계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카메라처럼 느껴지지도 않았다. 애초에 만져보지 않은 것을 상상하며 만지는 것은 실제 물건을 만지는 것과는 달랐다. 김 씨는 열심히 카메라를 상상했지만, 도무지 카메라가 세면대 아래에 끼여 있는 상상을 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대체 쇠붙이의 정체는 무엇인가. 말을 하는 쇠붙이는 어떤 연유로 김 씨의 집에, 화장실 세면대 아래 숨어들었다는 말인가. 김 씨는 생각했다. 그 답을 가지고 있는 건 친구일 가능성이 농후했다. 김 씨네 집을 빌려 쓴 친구는 모종의 이유로 카메라를 화장실에 설치했다. 그리고는 김 씨를 지켜보았다. 그 가정은 현실적이지는 않았다. 김 씨의 친구는 남자였기 때문이었다. 김 씨는 고개를 꺾어 세면대를 바라보았다. 만약 세면대에 있는 것이 카메라라면, 그건 어디를 찍고 있는가. 카메라의 방향이 향하는 것은 어디인가. 카메라의 렌즈 안에 담기는 것은 무엇인가. 김 씨의 하체인가, 아니면 화장실 타일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김 씨의 삶 자체인가. 김 씨는 마른세수를 한 다음 자리에서 일어서보기로 했다. 지금이라면 가능할 것도 같았다. 허리에는 힘을 싣지 않은 채, 벽을 지지대 삼아 겨우 몸을 일으켰다. 이제 화장실 밖으로 나갈 수는 있었다. 그러나 발걸음을 채 내딛지 못한 것은 쇠붙이 때문이었다. 빌어먹을 쇠붙이. 김 씨가 말했다. 그러자 쇠붙이가 대답했다. 욕 하지 마세요.</div> <div><br></div> <div>  김 씨는 바깥으로 나왔다. 졸지에 화장실에서 쫓겨난 김 씨는 어설픈 걸음걸이로 침대까지 걸었다. 침대에 조심스레 드러누운 김 씨는 눈을 감았다. 망가진 허리에 침대가 달라붙고 있었다. 아주 조금 긴장을 푼 김 씨의 귀에 낯익은 소리가 들려왔다. 배고픔을 호소하는 배가 정적을 깨고 계속해서 꼬르륵거렸다. 김 씨는 눈을 떴다. 기억이 정확하다면 냉장고에는 먹다 남은 치킨이 있다. 치킨을 남긴 이유는 간단했다. 기왕 가는 거 배불리 먹어보자는 생각에 배달 음식을 과하게 시켰다. 그러면서도 남은 음식을 냉장고에 우겨넣은 것은 채 삶을 포기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미련이 들러붙은 냉장고를 보던 김 씨의 입에서 옅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움직일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div> <div>  졸음이 쏟아졌지만 잘 수는 없었다. 김 씨의 직감 때문이었다. 화장실에 얼마나 붙잡혀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음식물을 입 안으로 넣은 게 오래되었다는 것만큼은 분명했다. 허리에서 느껴지는 통증도 그 일환일지도 몰랐다.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잠들면 다음번은 없으리란 생각이 들어 김 씨는 기어가기 시작했다. 먼저 벽까지 기어간 김 씨는 서랍에서 파스를 꺼냈다. 대충 펼친 파스를 환부에 바른 김 씨는 이를 악물고 몸을 조금 세웠다. 허리가 끊어질 것 같았지만 대충 견딜 만은 했다. 허리는 쉽게 끊어지지 않는 법이고 김 씨는 본인이 얼마나 엄살이 많은지는 알고 있었다. 나를 이해하는 것이 이렇게 요긴하게 쓰일 줄이야. 김 씨는 입맛을 다시면서 몸을 밀어 침대에서 바닥으로 내려왔다. 그대로 냉장고까지 기어가 문을 열었다. 냉장고에는 예상대로 치킨이 있었다. 비록 딱딱하게 굳어 있었지만 충분히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요리를 하는 것은 요원하게 느껴졌다.</div> <div>  치킨을 먹어치운 김 씨는 돌연 화장실을 바라보았다. 화장실의 쇠붙이를 어찌한다. 말하는 쇠붙이의 정체는 라디오가 아니라면―정황상 라디오라고 생각하기는 어려웠다―마이크가 달린 카메라일 것이다. 누군가를 몰래 찍기 위한 카메라에 마이크를 다는 건 아무래도 어폐라고 생각했지만 범인의 생각 따위는 궁금하지 않았다. 여자가 아닌 남자의 화장실에 저런 것을 설치한 것부터 이해의 여지 너머에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다시 침대로 돌아갔다. 많은 문제가 남아 있었지만 지금은 눈을 감기로 했다. 생각보다 죽음이 멀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div> <div><br></div> <div>  낮이 되어서야 잠에서 깨어난 김 씨는 허리의 통증이 완화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쾌조라면 쾌조였지만 죽으려고 작정한 남자의 상태가 좋아진다는 것이야말로 어폐였다. 삶과 죽음의 아이러니에서 찝찝한 입맛을 다신 김 씨는 몸을 일으켰다. 요의가 느껴져서 화장실에 들어가려던 김 씨는 문고리 앞에서 주춤했다. 화장실에는 타일이 있다. 바디워시 대신 쓴 샴푸도 있다. 카메라 같은 쇠붙이도 있다. 김 씨는 문을 벌컥 열었다. 그러나 어떠랴, 이곳은 김 씨의 화장실이었다. 어제까지는 그랬다. 오늘이라고 다를 건 없었다. 처음부터 그렇게 정해져 있었다.</div> <div>  김 씨는 세면대를 등진 상태에서 오줌을 누었다. 오줌이 변기에 닿아 물에 떨어지는 소리가 적나라하게 들려왔다. 이 소리까지 녹음되고 있는 건 아니겠지. 김 씨는 불안한 마음에 등 뒤를 의식하며 물었다.</div> <div>  이런 짓 하고 싶습니까.</div> <div>  김 씨가 여자였다면 오늘까지 지체하지 않고 사건을 끝냈을 것이다. 곧장 경찰을 불러 화장실에 카메라고 있다고 알렸을 것이다. 만약 쇠붙이의 정체가 카메라가 아니더라도 의혹을 제거할 수 있으므로 차선 정도는 될 터다. 그러나 김 씨는 아직까지 건장한 남자였고, 남자를 도촬할 사람이 있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카메라에서 나온 목소리가 여자의 목소리였기 때문에 김 씨는 짐짓 조심스레 물은 것이었다. 묻고 나서야 상대에게 예를 갖출 생각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왕 물은 것이니 점잖은 척 하기로 했다.</div> <div>  범죄인 건 아시죠.</div> <div>  재차 물었으나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김 씨는 변기의 물을 내린 다음 카메라가 있는 쪽으로 돌아섰다. 역시 쇠붙이는 보이지 않았다. 미묘한 위치에 있어서 빛이 비추는 각도에 따라 모습이 달리 보였다. 하는 수 없이 김 씨는 손을 뻗어 쇠붙이를 만졌다. 쇠붙이는 투박했다. 김 씨는 쇠붙이를 더듬으면서 말을 이었다. 이런 말을 할 만한 처지는 아니지만, 적어도 저는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아요. 야동은 보지만 도촬을 하지는 않는 것처럼요. 요즘 유행하는 미러링인가 뭔가를 하려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만두세요. 이런 건 누구도 승자로 만들 수 없어요.</div> <div>  그렇게 말한 김 씨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너무 젠 체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 데다 확실히 그런 말을 할 처지는 아니었다. 김 씨는 헛기침을 하는 것으로 부끄러움을 대신했다. 김 씨는 계속해서 쇠붙이를 추궁하며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그러다 세면대에서 쇠붙이가 빠졌다. 쇠붙이는 김 씨의 손가락을 건드린 다음 타일로 떨어졌다. 느닷없이 두들겨 맞은 타일이 탁한 소리를 냈다. 김 씨는 멍하니 쇠붙이의 정체를 바라보았다. 쇠붙이는 다름 아닌 반지가 들어간 철제 케이스였다.</div> <div><br></div> <div>  행복했던 순간은 누구에게나 있다. 김 씨도 마찬가지였다. 생애 첫 연애를 했던 순간을 김 씨는 기억하고 있다. 추억은 희석된다지만 적어도 김 씨가 그 추억을 보존된 상태로 품고 있는 것은 첫 연애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김 씨의 여자 친구를 좋게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김 씨는 여자 친구에 대해 떠올리면 먼저 어머니에 대해 추억해야 했고, 어머니를 추억하면 어머니를 둘러싼 병원의 풍경에 대해 생각해야 했고, 병원의 풍경에 대해 생각하면 어머니의 산소호흡기를 떼었던 의사에 대해서도 떠올려야만 했다. 여자 친구를 잊는 게 최선이었지만 어머니를 잃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고 부모님의 원수를 놓칠 수도 없었다. 그래서 김 씨는 여자 친구와 헤어지던 날에 반지를 철제 보관함에 넣어 화장실 선반 맨 위에 두었다. 그 후로 한 번도 반지를 확인하지 않았기에 반지가 세면대에 끼었다는 사실을 알 수 없었던 것이다. 김 씨는 선반을 확인했지만 예상대로 케이스는 없었다.</div> <div>  그렇다면 김 씨가 들었던 여자의 목소리는 전 여자 친구의 목소리였나. 김 씨는 케이스를 바라보았다. 케이스를 열 수는 없었다. 다시는 열지 않을 생각으로 잠가둔 것이다. 케이스를 박살낼 수는 있겠지만 반지까지 훼손될 우려가 있었다. 김 씨는 쇠붙이였던 케이스를 바라보았다. 당연한 일이지만 케이스가 목소리를 낼 일은 없다. 벽에 걸어둔 수건으로 케이스를 정성스레 닦은 김 씨는 케이스를 흔들어보았다. 반지 두 개가 부딪혀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침대에 앉아 핸드폰을 꺼낸 김 씨는 캘린더를 확인했다. 죽을 방법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못한 채 시간을 보냈다. 예정일까지는 앞으로 삼 일이었다. 김 씨는 이어 예정일이라는 말에 대해 생각했다. 별 것도 아닌 자살도 이렇게 포장하니 무게가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가, 또 자살이 별 게 아닌 건 아니지 않은가에 대한 물음에 빠져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김 씨의 눈앞에는 자살의 빌미를 제공한 반지 케이스가 있었다. 김 씨는 눈을 감고 케이스를 만지작거렸다. 쇠붙이의 느낌이긴 했으나 처음과는 사뭇 달랐다. 실체란 이런 것이다. 알고 나면 알기 전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는 법이었다. 김 씨는 이제 케이스를 단순한 쇠붙이로 느끼지는 못할 것이다. 카메라로 느끼지도 못할 것이다. 언제든 김 씨에게서 케이스는 케이스일 게 분명했다. 적어도 김 씨가 케이스를 완전히 잊기 전까지는 케이스는 쇠붙이로 되돌아갈 일은 없었다. 김 씨는 케이스를 내려놓았다.</div> <div>  여자 친구는 남자에게 속아 죽음을 택했다. 당시 소식에 따르면 여자 친구에 이어 여자 친구의 배에 있던 아기까지, 두 생명이 죽음을 맞이했다. 여자 친구를 속인 남자는 김 씨의 친구였다. 술자리에서 김 씨가 삶이 얼마나 힘든가에 대해 토로하고 있을 때 남자는 김 씨에게 헤어진 여자 친구를 만나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그 때 김 씨의 대답 여하에 따라 결과가 바뀌었을지는 알 수 없었지만, 김 씨는 얼마든 괜찮다고 대답했다. 오기와 객기가 밀어낸 대답은 김 씨의 속내 어딘가에 박혀 양심을 짓누르고 있었다. 처음에는 타인이었던 여자 친구는 이별 후에도 완전히 타인이 되지는 못했다. 김 씨는 그 이후에 반지 케이스에 반지를 넣었다. 김 씨의 죄책감이 선명하게 잠든 곳이었다. 거기에 있어? 김 씨가 케이스를 향해 물었다. 투박한 철제 케이스에는 아무런 기능도 없었다. 김 씨는 어떤 대답도 듣지 못한 채 시간을 보냈다. 시간이 다시 흘러 김 씨의 자살 예정일이었다. 무리하게 숨어 들어간 아파트의 옥상에서 김 씨는 반지 케이스를 꺼내들었다. 반지와 함께 투신할 생각이었다. 기자들에 의해 김 씨의 자살과 영문 모를 철제 케이스는 접점을 가질 것이다. 창의적인 기자들이 거기에서 김 씨의 친구를 찾아낼 수 있을지는 몰랐지만, 어떻게 되든 좋을 것이다. 적어도 그건 김 씨가 죽은 이후의 일이기도 하고 김 씨의 자살은 보복성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김 씨가 몸을 던지려던 순간에 철제 케이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정신 차려!</div> <div><br></div> <div>  김 씨는 고개를 들어 불빛을 받아들였다. 천국의 빛인가, 하고 생각하던 김 씨는 어렵지 않게 화장실 불빛이 얼굴을 비추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김 씨는 천천히 몸에 힘을 주었다. 발가락이며 손가락이 조금씩 꿈틀거렸다. 김 씨는 손을 뻗어 주변을 더듬기 시작했다. 손끝에 느껴지는 것은 까슬까슬한 타일의 감촉이었다. 메마른 타일을 더듬던 눈을 떴다. 화장실이었다. 몸을 일으키려던 김 씨는 고개를 돌려 세면대를 바라보았다. 세면대와 벽 사이에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것이 카메라인가, 철제 반지 케이스인가는 중요하지 않았다. 무언가가 있다는 점만이 중요했다. 김 씨는 손을 뻗어 단단하고 견고한 쇠붙이를, 힘껏 움켜쥐었다.</div> <div><br></div> <div>(200x76매)</div></div> <div><br></div> <div><br></div> <div>-</div> <div><br></div> <div>한글로 쓴 걸 메모장에 옮겼다가 다시 올리는 건데, 너무 글자가 빽빽해서 엔터를 여러번 쓰는게 나을 것 같기도 함.</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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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10/15 07:26:29  111.91.***.146  윤인석  721556
    [2] 2019/10/15 16:21:22  91.141.***.78  오지리  77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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