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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readers_34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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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 : 2
    조회수 : 298
    IP : 119.201.***.182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9/10/15 00:54:12
    http://todayhumor.com/?readers_34248 모바일
    실패한 소설들(1)
    각종 공모전 수상에 실패한 소설들을 어떻게 할까 하다가 오유에 올려두기로 했습니다.

    단편 분량으로 완성한 것도 있고, 쓰다 만 것도 있습니다.


    -


    당신은 시체입니다



      어느 날부터인가 시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건 봤다기보다 보였다는 개념에 가까운 것으로, 우발적으로 일어나는 일들 중 하나였다. 시체를 본 내 감상은 다소 평범했다. 생각보다도 훨씬 징그럽다는 것이었다. 그건 사람에 대한 것과 별반 다르지는 않았다. 만년 과장 자리에 있는 김 과장은 이번에 새로 들어온 신입사원의 엉덩이를 노골적으로 치곤했다. 미투 운동 때문에 세상이 한참 시끄러울 때였지만, 세상의 소음 정도는 김 과장에게는 닿지 않는 것 같았다. 김 과장을 보며 느낀 감정과 시체에서 느끼는 감정은 거의 비슷했다. 다만 그걸 생리적인 거부감으로 치부하기에는 시체에게 조금 미안한 기분이 들었다.
      거기에 시체는 김 과장보다 상태가 심각했다. 업무 시간에 김 과장이 바깥을 돌아다니는 건 자주 있는 일이었지만, 시체가 바깥에 돌아다니는 건 평범한 일은 아니었다. 거기에 관에나 있어야 할 시체가 허공에 떠있다는 것은 제법 심각한 문제였다.
      시위를 하려는 걸까?
      억울하게 죽은 사람이 저승으로 가지 못해 나 죽었다, 하고 억울함을 토로하는 것일까.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나는 그 시위에는 동참해줄 수 없었다. 죽는 것만큼 억울한 일은 얼마든지 있었다. 나는 시체의 사연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하늘을 나는 시체의 사연은 궁금했다. 나는 말을 걸어보기로 했다.
      저기요.
      그 말을 하는 동안, 나는 내가 비로소 바보가 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시체가 떠있는 장소는 집 근처의 편의점 간판 옆이었다. 몹시 모호한 장소였다. 어느 집의 지붕에 서서 사람들을 보고 있는 것도 아니었고, 사람들의 등에 올라타 있는 것도 아니었고, 교회의 십자가 같은 곳에 매달려 있는 것도 아니었다. 시체는 시그니쳐나 마스코트라도 되는 양 편의점 간판 옆에 떡하니 붙어있었다.
      바람이 불면 좀 날아가서 위치가 달라지겠거니 했지만 시체는 날려가지도 않았다. 나는 시체에게 말을 거는 것은 잠시 보류하기로 했다. 그 편의점은 공원 앞에 있어서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시체에게 말을 거는 것과 내가 멍청하게 보이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조금 여유를 두기로 했다. 말하자면 시체에게 주는 여유였고, 동시에 내게 주는 여유이기도 했다.

      시체를 일주일 쯤 보았을 때, 나는 더 이상 시체가 놀랍지 않았다. 시체가 떠있다는 것도 놀랍지 않았다. 그건 으레 있는 일처럼 느껴졌다. 불과 일주일 사이 김 과장과 신입사원은 친해진 것처럼 보였다. 내 상식으로는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상식이 통하는 시대는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둘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다시 시체를 보았다.
      나는 그간 시체를 관찰하며 몇 가지에 대해서 깨달았다. 시체는 항상 그 자리에 있었지만, 이따금씩 사라지기도 했다. 나는 사라진 시체가 어디로 가는 것일지 유추해보았지만 대답을 얻을 수는 없었다. 적어도 영안실이나 관으로 가지는 않았을 거라는 것만은 분명했다. 그랬다면 돌아올 리는 없을 테니까.
      시체를 보는 동안 나는 일본의 공포만화가를 떠올렸다. 만화가의 이름은 이토 준지였다. 기이하고 괴기한 만화를 그리는 것으로 유명했다. 나는 어릴 적에 그런 만화를 본 탓에, 뇌의 어떤 부분이 지나치게 자극되어 이런 환상을 보는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상상력이 마침내 현실의 영역을 침범한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여겼다. 그러나 시체는 상상이 아니었다. 상상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내 상상이 너무 조촐했다. 시체는 움직이지도, 말을 하지도 않았기 때문이었다. 춤을 추는 일도 없었다. 나는 하늘을 배회하는 시체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 상상했지만, 그 상상이 현실로 나타나는 일은 없었다. 시체는 그저 떠있기만 할 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점차 시체에 관심을 끊게 되었다. 애초에 시체는 놀랍기는 하지만 재미를 느낄 만한 대상은 아니었다. 나는 해부학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추리소설을 읽으며 시체의 사연에 궁금증을 느끼는 사람도 아니었다. 시체는 떠있기만 했고 나는 가능한 다른 길로 귀가를 했다. 흥미를 잃은 시체는 꺼림칙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있어야 할 곳에 있지 않는 것이 얼마나 불필요한 일인가에 대해 새삼 깨달았다. 시체는 관에 있을 때나 의미가 있는 것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어느 사건 현장이라던가. 그게 아니더라도 일단 편의점 간판은 아니었다. 그건 많은 부분에서 시체의 자격이 없는 셈이었다.
      시체를 본 지 한 달쯤 지났을 때였다. 아내와 딸이 있는 김 과장과 막 대학교를 졸업한 신입사원의 관계는 꽤 발전해 있었다. 술자리에선 자연스럽게 같이 앉아 있었고, 택시를 타고 함께 귀가하기도 했다. 거기에 대해서는 많은 소문이 돌았다. 견해는 몇 가지가 있었지만 그것들을 한데로 묶는 공통분모는 잠자리였다. 이미 잤을 거라는 게 대부분의 의견이었다. 그건 한동안 사내에서 재밌는 가십거리로 떠올랐지만, 보통의 가십거리가 그렇듯이 오래가지는 않았다. 김 과장과 신입사원의 묘한 관계는 치정으로 파국을 맞았다. 남편의 부정을 알아낸 아내가 회사로 들이닥쳐, 신입사원의 뺨을 시원하게 올려붙였다. 다소 억지스러운 드라마 같은 광경이었지만 회사에서 벌어지기에는 충분히 재밌는 일이었다. 그리고 신입사원은 대본대로 움직이는 배우는 아니었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아내의 뺨을 올려붙였다. 회사 사람들은 모두 엉덩이를 들기는 했지만 두 여자의 싸움을 말리지는 않았다. 대신 한 남자를 둘러싼 두 여자의 싸움.avi라는 제목의 영상이 한동안 사내 단체 톡방에 오르내렸다.
      그 싸움의 결과로 과장은 전근을 갔고, 신입사원은 회사를 그만두었다. 그리고 그 맘쯤 시체는 자세를 고쳤다. 정자세로 떠있던 시체는 다소 불편한 자세로 허리를 구부정하게 숙이고 있었다. 나는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 건지 궁금했지만 달리 알 방법이 없었다. 술자리가 끝나고 우연히 편의점 쪽으로 돌아오던 날, 나는 술기운에 시체에게 말을 걸었다.
      고생이 많으시네요.
      하고. 물론 시체는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시체에게서 시선을 뗐다. 시체가 입을 연 건 그 순간이었다.
      그러게요.
      하고 시체는 말했다.

      시체와 말을 섞었기 때문인지, 오래된 기억이 나를 찾아왔다. 초등학생 때 얼굴만 아는 아이 하나가 초등학교 문구사에서 죽었다. 사인에 대한 소문이 며칠이고 동네를 떠다녔다. 오락기에 연결된 전선에서 전류가 흘러 감전사했다는 이야기도 있고, 전선에 걸려 넘어지면서 뇌진탕으로 죽었다는 이야기도 있고, 넘어지면서 못 같은 것에 머리를 박았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확실한 것 한 가지는 그 아이가 죽었다는 것보다 사람들은 죽은 이유에 대해 더 관심을 보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건 자연스레 문구사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어졌다. 초등학생이 죽은 일이 장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리가 없었다. 문구사는 이름을 바꾸기 시작했다. 새싹문구사였던 문구사는 곧 우리문구사로 바뀌었다. 그 다음 해에는 희망문구사로 바뀌었다. 문구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소문은 사라지지 않았다. 저 문구사에서 애가 죽었대요, 그런데도 뻔뻔하게 장사하고 있대요, 하는 말이 시체처럼 동네에 떠다녔다. 하늘에 뜬 시체와 차이가 있다면 소문은 활발히 돌아다니고 있다는 정도였다. 공통점이라면 소문과 시체 모두 죽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랬을 터였는데, 시체가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 양상은 빠르게 바뀌었다. 시체는 시체 치고는 꽤 평범한 목소리였는데, 시체가 말을 하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으므로 그게 평범한지 아닌지는 잘 알 수 없었다. 사람이 내는 목소리라면 평범한 것도 같았고, 시체가 낸다고 하면 조금 이상한 것도 같았다. 시체는 그어어, 하는 목소리를 내지 않고 제법 또박또박한 목소리로 의사를 전달했다.
      오늘이 며칠인가요?
      시체가 물었다. 나는 대답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였다. 이미 취기는 달아난 후였다. 취기라고 하늘에 떠있는 시체가 무섭지 않을 리 없었다. 하지만 기왕 말을 섞었기 때문에 나는 시체에게 대답해보기로 했다.
      2019년 8월 13일입니다.
      시체는 잠시 생각하는 듯했다. 고민하는 것 같기도 했다. 시체가 생각을 한다는 점에서 시체로서는 역시 탈락인 것 같았지만, 나는 애꿎은 시체에게 시비를 걸지는 않았다. 대신 시체가 할 말을 기다렸다. 꽤 오랫동안 침묵을 지킨 시체는 역시 담담한 목소리로, 요즘 정신이 없어서 시간 가는 걸 모르겠네요, 하고 대답했다.
      시체와 이야기를 하기에는 적당한 밤이었다. 편의점을 드나드는 사람들이 몇몇 있었지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나는 시체에게 말했다.
      안녕하세요.
      그렇게 말하는 순간, 시체와 나 사이는 몹시 어색해졌다. 시체는 별로 어색하는 기색 없이 네, 안녕하세요, 하고 말했다.
      그러고 나니 정적이 찾아들었다. 나는 대인관계는 원만한 편이었지만, 아무리 고민해도 귀갓길에 맞닥뜨린 시체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할지는 알 수 없었다. 그것도 제법 오랫동안 관찰해온 시체였다. 어떤 연유로 여기에 오게 되었는지가 궁금했다. 하늘은 좀 지낼 만한지도 궁금했다. 하지만 나는 묻지 않았다.
      적막을 깬 것은 시체 쪽이었다.
      일 끝나고 돌아가시는 길인가 봐요?
      나는 말을 아꼈다. 시체에 대한 이해가 없기 때문이었다. 시체가 생전에 뭘 했는지,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지 못했다. 나는 무난한 대답을 골랐다. 네. 이제 회식 끝나고 들어가려고요. 그러자 시체는 구부정한 자세로, 조심히 들어가세요, 하고 말했다.

      그날 이후부터 나는 꾸준히 시체를 찾았다. 생긴 건 혐오스러웠지만 생각보다 대화가 통하는 상대라는 것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주말에도 시체를 찾았다. 그리고 시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시체는 내게 물었다. 제가 징그럽지 않아요? 하고. 아무래도 시체는 자신이 시체라는 것을 자각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간 시체는 제 이야기에 대해 꺼내지 않았고, 그래서 나도 묻지 않았다. 그건 일종의 불문율이었으나 그게 마침 깨진 참이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겉보기엔 멀쩡해도 이상한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당신은, 시체는 그렇지 않다는 뜻이었다. 그러자 시체는 시체답지 않게 웃었다. 저도 죽기 전에는 이상한 사람이었는데요 뭐. 나는 애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시체가 농담을 하는지 진담을 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었다. 사람의 마음만큼 알 길이 없는 게 시체의 마음이었다. 나는 하늘에서 떠드는 시체를 향해 물었다.
      내려올 수는 없어요?
      안 돼요. 그건.
      왜요?
      시체니까요.
      나는 궁금했다. 이렇게 자아를 가지고 이야기할 수 있는 시체는, 스스로가 시체라는 걸 알고 있는 시체는 얼마나 바람직한가. 스스로가 이상한 사람이라는 걸 자각하지 못하는 대다수의 사람들보다는 훨씬 사람다웠다. 나는 사람보다 사람다운 시체, 라는 말을 떠올리곤 조금 웃었다. 그리자 옆에서 서성이던 사람들이 말을 걸어왔다.
      아저씨.
      안면이 없는 학생이었다. 나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이내 아저씨가 지칭하는 게 나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형식상 예? 하고 물었다. 학생은 망설이더니 이렇게 말했다.
      귀신같은 거 보여요?
      아.
      나는 시체가 익숙했다. 꽤 오래 보았기 때문이기도 했고, 대화를 섞으면서 제법 친해졌기 때문이기도 했다. 시체인 것만 제외하면 사람과 다를 바가 없으니, 마음이 쓰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그건 나와 시체의 사정이었다. 주변에서 보기에는 이상한 사람으로 느껴질 것이다. 나는 학생을 바라보았다.
      여기에
      시체가 있는데 말이야, 하고 시작되는 이야기를 할 참이었다. 그러나 학생과 나 사이에 익숙하면서도 징그러운 물체 하나가 끼어들었다. 시체였다. 나는 숨을 삼켰다. 시체는 나와 시선을 맞추었다. 시체는 입을 열지 않았지만 나는 시체가 말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그 이야기는 하지 말아주세요, 하고 시체가 시선을 보내왔다. 나는 그 시선이 조금 혐오스러워서 고개를 떨어뜨렸다.
      네?
      이윽고 학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말을 더듬거리다가,
      아니. 그냥 연기 연습 하고 있는 거야.
      하고 대답했다. 시체는 이미 하늘로 올라가버린 후였다.

      시체가 돌발 행동을 하기는 했지만 나는 시체가 싫지 않았다. 오히려 좋은 편이었다. 자취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말동무가 없던 참이었다. 주말이면 하루에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무료하게 하루를 보내고 난 다음에야 오늘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는 걸 깨닫고는 했다. 그런 대화의 부재가 이어지던 와중에 나타난 시체에게, 나는 그 이후에도 많은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그러다 김 과장과 신입사원의 이야기가 나왔다. 여태껏 눈에 띄는 반응을 보이지 않던 시체가 동요하는 게 보였다. 시체는 처음에는 네, 하고 의식적으로 대답하다가 이야기의 마지막에는 아예 입을 다물어버렸다. 시체의 정적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나는 그게 조금 부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 시체는 말을 하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 그게 평범한 것처럼 느껴졌다. 시체는 허리를 이전보다 더 구부정하게 숙였다.
      저기요.
      네?
      그렇게 반문하면서 나는 조금 꺼림칙한 기분을 느꼈다. 시체가 저기요, 하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시체는 나를 그간 이름으로 불렀다. 그러나 저기요, 하고 부르는 순간 나는 시체가 시체라는 것을 깨달았다. 환상은 짙어지면 외려 옅어지는 법이었다. 시체는 처음부터 시체였으나 나는 시체가 시체라는 것을 잊고 있었다.
      그 이야기는 이제 그만할까요?
      시체는 몹시 사람처럼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시체에 대해 생각했다. 시체는 죽어있는 게 보통이지만 이 시체는 살아있다. 그러면 사람의 연장선상에 두어도 될까. 살아있지만 죽은 사람, 죽어있지만 살아있는 시체. 어느 쪽이 더 정확할까.
      그 후로도 나는 시체와 대화를 나누었지만 오가는 건 피상적인 이야기뿐이었다. 시체는 자기 사연 같은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기피했다. 반면에 나는 시체의 사연이 궁금했다. 어떤 연유로 이곳을 방황하고 있는지가 몹시 신경이 쓰였다. 그래서 며칠 후, 예정보다 일찍 시체를 찾아갔다. 안경에 장착하는 초소형 카메라를 동반한 채였다.
      시체를 관찰하기 위해서였다. 영상으로 기록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시체를 관찰한다는 것에서 고양감을, 영상으로 기록될지에 대해서 흥분을 느꼈다. 그러나 그 고용감과 흥분은 시체의 한 마디 때문에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나를 본 시체가 말했다.
      그거, 몰래카메라죠?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한 박자 늦게, 무슨 소리냐고 되물었다. 시체도 대답하지 않았다. 다시 나와 시체 사이에 정적이 감돌았다. 시체는 나를 나무라는 것 같기도 했고, 나무라지 않는 것 같기도 했다. 다만 그게 정확히 어떤 감정이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시체였기 때문이다. 시체의 일그러진 얼굴에서는 이렇다 할 것을 읽어낼 수 없었다.
      애써 화제를 돌리려고 했지만, 시체는 딱히 반응하지 않았다. 마치 이제 와서 본연의 시체처럼 행동하려는 것처럼. 그러나 시체가 시체를 연기하는 건 너무 늦었다고 생각했다. 시체는 말을 하지 않고, 허공을 배회하지도 않는다. 나는 입을 다문 시체를 보며 분노를 느꼈다. 그리고 그 분노 끝에 시체는 또 허리를 구부정하게 숙였다.

      다음 날부터 나는 시체를 찾을 수 없었다. 편의점 주위를 넓게 돌았지만, 시체는커녕 시체와 비슷한 것도 찾을 수 없었다. 시체가 그곳에 있었다는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나는 사라져버린 시체에 대해 생각했다. 사라진 시체는 어디로 가는 걸까. 관으로? 영안실로? 나는 시체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체가 생전에 누구였는지도 알 수 없었을 뿐더러, 안다고 해도 이미 죽은 사람을 찾는다는 건 불가능했다. 내가 필요한 건 하늘을 날아다니며 말을 하는 시체였지, 끔찍한 주검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후에도 시체는 한참이나 보이지 않았다. 나는 시체가 완전히 사라져버렸다고 판단했다. 사실 애초부터 이상한 일이었다. 시체가 보인다는 것도 이상했고, 그 시체가 하늘을 날고 있다는 것도 이상했고, 시체와 태연하게 말을 섞는다는 것도 이상했다. 그것을 다시 한데로 묶는 것은 나였다. 내가 이상하다면 다른 것들은 이상하지 않았다.
      대리님. 어디 아프세요?
      누군가 물었다. 나는 괜찮다고 대답하려 고개를 들었지만 말은 할 수 없었다. 입안의 단어가 모두 뭉개진 느낌이었다. 나는 퇴사했을 터인 신입사원을 바라보았다. 퇴사한 게 분명한 신입사원이 까만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신입사원은 허리를 구부정하게 숙였다. 그러면서 말했다.
      고생이 많으시네요.
      신입사원은 내게 박카스 한 병을 내밀었다. 신입사원이 덧붙였다. 요 앞 편의점에서 산거예요. 나는 신입사원을 바라보았지만 신입사원은 이미 종종걸음으로 제 자리로 돌아간 후였다. 박카스 병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감촉만이 이게 현실인 것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나는 불안함에 휩싸였다. 김 과장은 전근을 갔다. 신입사원은 퇴사를 했다. 그러나 퇴사한 신입사원이 있다는 것은…
      신 대리.
      나는 흠칫했다. 낯익은 목소리 때문은 아니었다. 나를 부르는 목소리의 높낮이가 불쾌할 만큼 익숙하고 불편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애써 꾸며낸 표정을 지으며 등을 돌렸다. 거기에는 마찬가지로 전근을 갔을 터인 김 과장이 있었다. 나는 불안했다. 불안한 목소리로 김 과장님, 하고 말했다. 김 과장은 내 불안까지는 채 읽지 못했다는 듯이 ‘지난번’이라는 이야기를 꺼냈다. 지난번에 거래처 이사 접대를 위해 갔던 곳이 좋더라는 이야기였다. 토악질이 올라올 것 같았다.
      적어도, 내가 미쳐있거나 세상이 미쳐있다는 건 확실한 모양이었다. 나는 핸드폰을 열어 날짜를 확인했다. 문득 시체에게 대답했던 말이 떠올랐다. 2019년 8월 13일입니다. 핸드폰에 찍힌 날짜는 8월이었다. 머리가 아파왔다. 관자놀이를 짚었다.
      나는 김 과장의 목소리를 흘려들으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금방이라도 토악질을 할 것만 같았다. 짧게 숨을 토해내는데, 김 과장이 허리를 구부정하게 숙였다. 나는 참지 못하고 속을 게워내고야 말았다.

      그리고 시체는 보이지 않았다. 하늘은 깨끗했다. 나는 이 이상한 일(이를테면 김 과장과 신입사원의 일이 없던 일이 되어버린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에 대해 생각했다. 삶이 너무 재미없던 나머지 주변 인물들을 가지고 망상을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시체는? 그 역시도 일상의 범주에 둘 수는 없었다. 내가 방황하는 사이 시간만 속절없이 흘러갔다.
      김 과장과 신입사원은 별 인연이 없는 사람이었다. 나는 진위여부를 확인이라도 하려는 것처럼 김 과장과 신입사원을 끈질기게 관찰했지만, 두 사람은 지극히 평행선만 달릴 뿐이었다. 끝내는 내가 무엇을 위해 두 사람을 관찰하고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내가 미쳐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일지도 모른다고, 김 과장과 신입사원이 같은 모텔에서 나오는 걸 본 날 나는 생각했다.
      그 날 이후로 나는 다시 시체를 볼 수 있었다. 그건 봤다기보다 볼 수밖에 없었다는 개념에 가까운 것으로,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일들 중 하나였다. 나는 시체를 향해 손짓했다. 몇 번 손짓해도 시체가 다가오지 않자 나는 말했다.
      김 과장님이랑 잤어요?
      그러자 시체는 빠른 속도로 내게 다가왔다. 특별히 위협적이지는 않았다. 이미 안면이 있는 사이였으므로. 시체는 구부정하게 허리를 숙이고 말했다. 뭘 상상하든 내 마음이지만 허리를 숙인 시체는 극히 혐오스러웠다. 나는 생각을 의식적으로 밀어내면서 대답했다.
      그간 어디에 있었어요?
      시체는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다시 말했다.
      시체처럼 살고 있네요. 당신.
      시체는 마찬가지로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시체를 바라보았다. 시체는 한동안 내 시선을 외면하다, 이윽고 시선을 맞춰왔다. 담담한 시선이었다. 시체가 말했다.
      그러면 안 되나요?
      이번에는 내가 대답을 삼켰다. 시체는 타인이었다. 신입사원도 타인이었다. 하지만 나는 타인일 뿐인 시체와 신입사원을 보고야 말았다. 어떤 세상을 접한 이후에는 그것을 알기 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는 법이었다. 내가 말했다.
      김 과장이 뭐가 그리 좋아서요? 순 변태인데.
      이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한 거 아닌가요?
      시체가 반문했다. 나는 시체를 노려보았다. 시체가 말했다.
      왜요. 저한테 관심 있어요? 그래서 화를 내는 거예요? 김 과장님에게 빼앗긴 게 분한가요? 진짜 최악이네요.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런 말들은 시체에게서 나오기에는 부적절한 말인 것처럼 느껴졌다. 한편으론 신입사원이 내뱉기에는 적당한 말처럼 느껴졌다. 부정을 저지르는, 양심을 팔아버린 신입사원의 시체가 여기에 있었다. 나는 한참 고민하다 말했다.
      불륜이잖아요.
      그래서요.
      시체가 받아쳤다. 내가 침묵하자 시체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러면 안 되나요?

      시체에게는 잘못이 없었다. 죽은 사람에게는 대개 책임을 물을 수 없는 법이니까. 하지만 살아있는 시체는 아니었다. 출근하는 시체는 더더욱 아니었다. 다음날 출근해서 나는 시체를 만났다. 정확히는 시체가 나를 찾으러 왔다.
      안녕하세요.
      시체는 시체답지 않은 활발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무실까지 침입해온 시체를 도무지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누군가 말했다. 요번에 새로 들어왔대요. 사무실 사람들은 시체를 반겼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 수 없었지만 사람들을 따라 시체를 맞이했다. 바깥에서 보는 시체는 조금 섬뜩했지만 티를 낼 수는 없었다. 설령 시체가 잘못됐다고 해도 신입사원이 시체라는 걸 말하는 순간 잘못된 쪽은 내가 될 것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시체가 공손하게 말했다. 그리고 그새 시체는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있었다. 시체가 내민 손은 상당히 부패되어 있었다. 나는 주변의 시선을 느끼면서 마지못해 시체와 악수를 했다. 손이 감염되는 느낌이었다.
      신 대리. 신입한테 회사 소개 좀 시켜줘.
      그런 와중에 부탁을 받았다. 나는 시체를 바라보았다. 시체도 나를 바라보았다. 마침 잘 됐다 싶었다. 시체를 데리고 사무실 바깥으로 나갔다. 나는 시체에게 물었다. 왜 여기까지 온 거예요? 시체는 대꾸하지 않았다. 잠깐 망설인 시체가 말했다. 네?
      나는 그제야 알아차렸다. 누구의 시체인지는 확인하지 않았다. 자세히 보니 눈앞의 시체는 편의점 위에 떠올라있던 시체가 아니었다. 불륜을 저지르지도 않았다. 나는 죄책감을 느끼면서 조금 전에 물티슈로 닦아냈던 손을 매만졌다. 이제는 어느 쪽이 잘못됐는지 확신할 수 있었다. 잘못된 건 시체가 아닌 나였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나는 공연히 편의점을 찾았다. 편의점 위에는 시체가 있었다. 불륜을 저지른 시체는 태평하게도 간판 위에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시체가 빙긋 웃었다. 나는 시체를 무시한 채 편의점으로 들어섰다.
      편의점에는 시체가 있었다. 시체는 물품을 진열하고 있었다. 시체가 나를 돌아보고 말했다. 어서 오세요. 참을 수가 없는 기분이 되어서 편의점에서 도망치듯 나왔다. 그리고서 반사적으로 편의점 간판을 바라보았다. 시체는 이미 사라진 후였다.

      사라졌다고 생각한 시체는 어느새 증식해 있었다. 신입사원을 비롯해 걷고 있는 사람들의 절반이 시체였다. 시체는 무기력한 모습으로 거리를 배회하고 있었다. 물리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체를 발견할 때마다 시선을 피했다. 혹시라도 나를 발견하고 달려 들까봐 무서웠다. 사무실에 도착하고 나서야 나는 숨을 토해냈다. 막 의자에 앉으려는데 출근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모두 시체였다.
      망연자실한 채로 고개를 떨어뜨리는 순간 핸드폰이 울렸다. 나는 핸드폰마저도 시체가 된 게 아닐까, 하는 염려를 하면서 핸드폰을 꺼냈다. 액정에는 모르는 번호로 부재중 전화가 몇 통이나 와있었다. 문자도 남아있었다. 아이를 지웠더라는 이야기로 시작된 장문의 문자에는 욕설이 가득했다. 문자를 삭제하려고 액정을 더듬는 순간이었다. 누군가 등 뒤로 다가왔다. 썩은 냄새를 풍기면서 다가온 시체가 말했다.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나는 무심코 액정을 들여다보았다. 까만 액정 속에 비친 것은 한 구의 시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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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다 만 이유: 쓰기가 너무 어려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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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10/15 07:09:02  111.91.***.146  윤인석  721556
    [2] 2019/10/15 07:54:54  91.141.***.78  오지리  77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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