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 잃은 나와 스마일-

MADE IN JIIN

웃는 사람 하나 없는 만원 지하철 안에서 ‘지겹다...’ 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 나 뿐만은 아닐 것이다.

지겹다...

어제도 지겨웠고, 오늘도 지겨웠다.

물론, 오늘이 아직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라서 뭔가 지겹지 않은 일이 벌어질 수도 있지만, 오늘이 끝나기까지 이제 불과 4시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분명 오늘도 지겹게 끝날 것이다.

지하철역 밖으로 나오자마자 어제와 마찬가지로 차가운 바람이 나에게 시비를 걸었다.

어제와 다른 점 이라고는 바람이 싣고 온 노란 비닐봉투가 내 얼굴을 덮쳤다는 것뿐이었다.

나는 짜증스러운 몸짓으로 신경질적인 표정의 내 얼굴을 덮고 있는 비닐봉투를 손으로 잡았다.

노란 비닐봉투에는 일그러진 내 얼굴과는 정반대의 얼굴이 그려져 있었다.

스마일이었다.

스마일이 그려진 비닐봉투는 어디를 그렇게 싸돌아 다녔는지는 몰라도 잔뜩 구겨진 상태였다.

하지만 봉투에 그려진 스마일의 미소에는 구김살이 전혀 없었다.

녀석은 얼굴에 주름이 있든 말든 상관하지 않는 것처럼 그저 밝게 웃고 있다.

나는 스마일을 바라보면서 입꼬리를 올려 보았다.

웃는 것을 까먹은 것 마냥 미소가 잘 지어지지 않았다.

스마트폰의 알람이 내 귀를 사정없이 때리는 것을 시작으로 나의 오늘이 또다시 시작되었다.

분명 오늘도 지겨운 하루겠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알람을 끄려고 스마트폰을 잡았을 때 ‘뭔가 이상한 녀석이 있다.’ 라는 문장이 내 머릿 속에 적혀졌다.

‘이상한 녀석’은 스마트폰 아랫부분에 있는 스피커였다.

왜 스피커에 ㅡ_ㅡ  ←이 녀석이 있는 걸까?

어제 귀갓길에 마주쳤던 노란 스마일 때문에 스마트폰 아랫부분에 있는 스피커가 귀여운 표정처럼 보이는 것이 분명하다.

나는 ‘이상한 녀석’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ㅡ_ㅡ  ←이 녀석을 보면서 나는 나도 모르게 피식 하고 웃어버렸다.

왜 웃음이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웃음이 나와 버렸다.

나는 웃으면서 방을 한번 훑어보았다.

방 안에 있는 사물들 하나하나가 모두 귀여운 표정을 짓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때문인지 늘 지겨웠던 아침이 조금 밝아진 것처럼 느껴졌다.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은 어제 우연히 보았던 스마일 만큼은 아니지만 나름 괜찮게 웃고 있는 표정이었다.

출근 준비를 마친 나는 현관문 손잡이를 잡은 채 생각했다.

이 문을 열면 재밌는 표정들이 얼마나 많이 내 눈에 들어올까?

나는 현관문을 열면서 분명 어제와 마찬가지로 지겨운 하루겠지만, 그래도 웃을 일이 많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내 발걸음은 굉장히 가벼웠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