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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readers_34132
    작성자 : 챠챠브
    추천 : 2
    조회수 : 332
    IP : 211.211.***.176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9/09/05 20:08:02
    http://todayhumor.com/?readers_34132 모바일
    릴레이를 해봅시다

    남자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잘못 들은걸까? 그런 일이 진짜로 일어날 리가 없잖아? 웃기지도 않는 그 소리를 덮기 위한 방어기제로 온갖 딴생각이 덮쳐왔다. 그러나 확인사살이라도 하듯 다시 한 번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씨, 2등이 뭐야. 이왕 되는거 1등했으면 그냥 인생역전하는거였잖아."


    남자의 표정이 단번에 무너졌다. 잘못 들은 게 아니었다. 그녀는 분명히 2등이라고 말하며 조금 훌쩍이고 있었다. 남자가 어깨너머로 여자를 살폈다. 그녀의 작은 체구 덕분에 조금만 내다보아도 뭘 하고 있는지 훤하게 보였다. 그녀의 한 손에는 이어폰이 연결된 휴대폰이, 반대쪽 손에는 숫자 여섯개가 찍힌 쪽지가 살살 떨리고 있었다. 


    "......!"


    남자는 터져나오려는 탄성을 간신히 틀어막고는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었다. 진짜다. 이 여자 진짜로 당첨됐어. 맙소사, 2등이면 아무리 못해도 3천은 땡기는거잖아. 남자는 곰곰히 계산해보았다. 성인이 될 무렵부터 매주 만원에서 오만원 어치씩 사댔으니, 지금까지 그 돈을 다 합해보면 자기야말로 3천만원은 투자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돌아온 것은 무의미한 휴지 조각들과 실망감뿐. 아, 언제 한 번 500원에 당첨된 적은 있었지. 남자는 분노에 찬 손으로 주머닛속에 꼬깃하게 쳐박았던 복권종이를 다시 한 번 움켜쥐었다.


    "야 아무튼, 너 아니었으면 이거라도 놓칠뻔했다. 평생 한 번 안사봤는데 이렇게 걸릴줄 어떻게 알았겠어."


    여자의 통화는 마치 남자보고 들으라는듯 적나라했다- 적어도 남자의 귀에는 그렇게 들렸다. 그의 눈에서 스파크가 튀어올랐다.


    '심지어 난생처음 복권 사본거였다고? 나는 평생을 제대로 한번 당첨 안되봤는데? 처음 사서 2등?'


    "어, 거기 알아. 나 이제 1층 내려."


    여자가 층수를 올려다보며 통화했다. 이윽고 1층 문이 열리고 여자가 엘리베이터에서 나갔다. 이제 엘레베이터는 지하3층 주차장으로 내려갈 차례였다. 남자가 애초에 눌러놓은 층수였다.

    그러나 남자는 1층에서, 여자의 뒤를 따라, 최대한 자연스럽게 엘레베이터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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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9/05 22:29:09  111.91.***.223  윤인석  721556
    [2] 2019/09/06 06:46:02  121.176.***.94  레콜이  87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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