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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readers_34076
    작성자 : HK.sy.HE (가입일자:2017-04-27 방문횟수:60)
    추천 : 1
    조회수 : 119
    IP : 118.42.***.160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9/08/23 06:46:02
    http://todayhumor.com/?readers_34076 모바일
    [역사판타지]민족혼의 블랙홀 제34화 군주와 현주(순한글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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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족혼의 블랙홀



    제34화 군주와 현주


    “낭군이시여. 아직 어린 아이들에게 너무 길고 지루한 수업을 하는 것이 아닙니까. 입양 가서 왕통을 잇는 것이 확실하지도 않은데, 벌써부터 제왕학 수업이라니요?”

    소반에 차와 과일을 받쳐 들고, 명복이의 첫째 누나가 다가왔다. 남편인 구당 선생을 향해 눈웃음을 쳤다. 구당 선생은 고개를 숙이고 얼굴을 붉혔다. ‘낭군’이란 표현이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긴 했지만, 다정해 보이는 둘 사이가 보기 좋았다. 각 사람에게 차를 대접하기 시작했다.





    “군주! 이 무슨 망발인가! 조용히 하게!”


    아직도 그 자리에 있던 현부인이 대경실색하며 딸의 입을 막았다.


    “아직 젊으신 주상 전하께서 멀쩡하게 잘 계시는데, 입양이니, 왕통이니, 제왕학이니 하는 말이 집 밖으로 나돌면, 안동 김 씨에게 밉보인 다른 종친 일가와 같이, 우리 역시 역모죄에 얽히지 않겠니!”

    재영군주 이 씨가 반문했다.

    “왜입니까? 모인 사람들 모다 우리 가족인데요. 여기 민 소저도, 장차 우리 집안에 시집올 몸 아닙니까? 누가 말을 옮긴다는 거예요?”

    “대저, 낮말은 새가 듣고-”

    재영 군주는 어머니의 말을 중간에 끊었다.

    “민 소저, 우리 집안에 시집 올 거지?”

    나는 버벅댔다.

    “음... 저... ”

    결국 제대로 된 말은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댓돌 바깥에 서 있는성남이가 무섭도록 얼굴을 굳히는 것이 보였다. 조각 같은 얼굴이 석상 같았다. 신경 쓰였다.

    “보소. 얼굴이 빨개졌잖소. 아직 어린 데 이렇게 놀릴 필요가 있소?”

    얼굴 표정을 원래대로 돌린 구당 선생이 한 몫 거들었다. 그러나 재영 군주는 남편의 말을 무시했다.

    “여기 재선이, 재면이, 재황이 셋 다 모여 있네. 이 중 누구에게 시집가고 싶어?”

    대학 책을 펴 놓고 나란히 앉아 있던 세 소년의 시선이 일제히 나를 향했다. 적지 않게 당황했다.

    “군주! 자영이는 이미...”

    그러나 현부인은 말을 잇지 못하였다.

    “어머니! 오늘 뜬금없이 저 아이를 부르신 게 혼사 때문이옵니까?”

    재면이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며 물었다.

    “아니, 그것은 아니다...... 자영이는 이미...”

    이번에도 현부인의 말은 중간에서 막혔다.

    “제게, 제 색시로 주세요!”

    재면이가 깡총거리며 외쳤다.

    “날마다 저 놈 자식이 경전 외우며 잘난 체 하는 거 듣다가 기가 팍 꺾이는 것 보니까, 십 년 묵은 체중이 싹 내려가는 것 같습니다! 제 색시 삼으면, 앞으로 저 대신 경전을 외우게 시킬 것...아이쿠!”

    구당이 회초리로 재면이를 한 대 더 쳤다.

    “재면이! 종친으로서 말버릇이 그게 무언가? 저 놈 자식이 뭐야? 그리고, 십 년 묵은 체중이 아니라, 체증이라고 해야지! 민 소저는 너 대신 공부하는 인형이 아니다. 의도가 불순하구나. 공부가 하기 싫어 남에게 대신 시키려 들어?”

    명복이가 끼어들었다.

    “내가 언제 잘난 체 했다고 그래? 형이 멍청하고 바보 같아서 못 외우는 거잖아!”

    재면이 분노했다.

    “이게 끝까지!”

    주먹이 날아가 명복이의 얼굴을 한 대 쳤다.

    “왜 때려!”

    명복이가 지지 않고 맞받아 쳤다. 그러나 키 차이가 나는 바람에, 명복이가 날린 주먹은 재면이 가슴팍에 가서 맞았다.

    “때릴 만하니까 때린다. 왜!”

    재면이가 이번에는 동생을 발로 찼다. 그러자 명복이는 온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머리통으로 재면이를 들이 받았다.


    “이 쪼끄만 게!”

    둘 사이에 주먹질과 발길질, 고함이 오갔다. 나이가 많아 체격이 큰 재면이가 유리했다. 싸움, 아니, 일방적으로 두들겨 패는 행위를 말리려고 한 걸음 나서는데, 대학 구절을 암송한 이후, 침묵을 지키고 있던 재선이 먼저 앞으로 나섰다.

    “현부인 마님, 소인에게도 기회가 있는 것입니까?”

    지금까지 봄볕처럼 따사롭던 현부인의 표정이 눈 녹듯 사라졌다.

    “양자로 갈 자격이 있는 자는 정실의 자식에 한한다.”

    재선은 나를 한 번 더 힐끗 쳐다보더니, 고개를 떨구었다.

    “어머니! 제게는 입양 이야기를 하지 말라 하시지 않았어요. 재선이에게 말씀이 너무 심하십니다. 그리고 너희들! 그만 싸워!”

    재영 군주가 싸움을 말리며, 재면이를 한 손으로 붙잡았다. 보복으로 형을 때리려는 명복이의 주먹도 다른 손으로 함께 붙들었다. 둘 다 멱살을 잡고 안채 바깥으로 끌어냈다.

    불완전한 정보의 편린이 내게 흘러 들어왔다. 어떤 주제에 대해 말을 하고 있는지 따라잡기 힘들었다. 그 때였다.

    “재선 오라버니!”

    멀리서 소녀 한 명이 급하게 걸어 왔다. 언뜻 본 인상만으로도 미색이 뛰어났다.

    “현주, 이리 와 차 한 잔 들게.”

    차갑던 현부인의 표정이 다시 녹아 흐물흐물해졌다. 종잡을 수 없었다.

    “민 소저, 여기 현주를 만난 적이 있던가. 이름은 재은이다. 재선이의 동복 누이동생이지. 재은아. 이쪽은 앞으로 우리 올케가 될 민 첨정 댁 아씨란다. 아니지, 네게는 새언니가 되겠구나.”

    군주가 소개했다.

    재은 현주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커다란 눈에서 기대의 빛이 일렁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새언니! 재은이라고 불러주세요.”

    나와 비슷한 또래의 여자아이와 만나는 것은 처음이었다. 나 역시 기대로 가슴이 설레었다. 아직 시집온 몸이 아니라는 사실은 가슴 한 켠에 밀쳐놓았다.

    “민가 자영이라 하옵니다.”

    “현주, 체통을 잃지 마. 새언니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종친이니까 반말을 해야지.”

    군주 언니가 충고했다.

    “새언니! 너무 예뻐요.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 같아요! 피부도 희고, 살결도 곱고, 응, 또...”

    재은 현주가 꺄악 하며 말했다.

    갑자기 부끄러워져 입을 다물었다.

    올케니, 새언니니 하는 말을 주고 받자 저쪽에 서 있는 성남이의 얼굴이 시시각각 더욱 어두워졌다. 성남이의 얼굴을 보고서야, 나는 여기에 온 진짜 용건이 비로소 생각났다.

    “현부인 마님!”

    서두를 열었다.

    “오냐, 자영아~ 어쩜 목소리도 이리 고울꼬.”

    현부인이 상냥하게 대답했다.

    나는 그 상냥함에 용기를 얻어 본래 왔던 용건을 꺼내 들었다.

    “종친이시니, 주상 전하의 용안을 뵈옵고 문안을 드리시지 않습니까.”

    “응. 자주는 아니고, 가끔.”

    성남이가 과거 시험에서 어떤 부당한 대우를 받았는지, 무과 초시에서 어떠한 부정이 저질러졌는지를 간략히 언급했다.

    “...그리하여, 안동 김씨가 대놓고 입시 부정을 저지르는 것을 상감 마마께 아뢰어 달라?”

    현부인이 방문 요지를 잘라 말했다.

    “예.”

    내가 공손히 대답했다.

    “미안하지만, 그건 안 될 것 같구나.”

    명료한 거절의 대답이 들려 왔다.

    친절한 현부인의 말에 잔뜩 기대하고 있다가, 막상 거절을 당하자 눈에 가득 눈물이 차 올랐다. 고개를 숙였다.

    “새언니, 울지 마세요.”

    재은 현주가 다가와 날 꼭 안았다.

    “자영아, 우지 마라. 내 딸처럼 아끼는 미래의 며느리가 이리 작은 것 가지고 울면 쓰니.”

    현부인이 다정하게 말했다.

    “사실 너도 아까 들었지만, 우리 집안은 여기 있는 내 아들 둘 중 하나를 주상 전하의 양자로 보내려고 계획 중이다. 중간에 동티가 나지 않도록, 대감께서는 일부러 옷을 허름하게 차려 입고는 상갓집 개라고 불리며 운종가를 돌아다니고 계시지. 입양 건은, 안동 김 씨가 우리 계획을 끝까지 눈치 채지 못해야 쓸 수 있는 방법이란다. 우리 집안이, 그러니까 돌아가신 남연군 대감 집안과 우리 여흥 민 씨 집안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유일한 동아줄이야. 그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일이 이루어질 때까지는 죽은 듯이 납작 엎드려 있어야 해. 하물며 입시 부정 사건 같은 것으로 소란을 떨어서는 더욱 아니 된단다. 너 역시 미래의 우리 집안 며느리로서, 몸가짐을 조신하게 하렴. 이런 일에 끼어들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하지만......”

    “무릇 큰 것을 위해서는 작은 것을 잠시 희생해야 하는 법이지.”

    엄숙한 목소리가 들려 왔다. 흥선군 대감이 어느 새 안채에 와 있었다.

    “네 말을 다 들었다. 내가 대원군이 되기만 하면! 이 모든 적폐를 깨끗하게 짓부술 것이야!”

    흥선군의 눈동자가 형형하게 타 올랐다.

    “그러나 무릇 군자는 일을 거행할 때와 그렇지 아니할 때를 구분하는 것이 인지상정. 힘도 없으면서 섣부른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개죽음을 초래할 뿐이다. 벌써 종친 몇이 죽어 나갔는지 모른다.”

    흥선군의 눈동자가 잠시 성남이에게 이동했다가, 다시 내게 머물렀다.

    “구당이 이르기를, 대학 전체를 왼다고?”

    “예, 그러하옵니다.”

    여상하게 대답했다.

    “추후로, 계집이 글을 읽는다는 태를 내고 다녀서는 아니 된다. 내가 그리 해도 된다고 말할 때까지. 내 말 알아듣겠느냐?”

    흥선군이 낮은 목소리를 경고했다. 어찌된 일인지 머리카락이 쭈뻣 서는 것 같았다.

    “...어째서인지 여쭈어 보아도 되겠습니까?”

    “내 재능은 나만 알고 있을 때 불시에 써 먹을 수 있는 것이다. 상대편도 나를 알고, 나 자신도 나를 알면, 백 번 싸워 오십 번만 이길 수 있다고 하질 않았느냐.”

    손자병법을 인용했다. 성남이가 보았던 복시, 과거 2차 시험과 겹쳐져, 기시감이 들었다.

    “명심하겠사옵니다.”

    내가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흥선군은 기특한 듯 내 머리를 몇 번 쓰다듬었다.

    “늦은 시간까지 폐를 끼치어 참으로 면목이 없습니다. 감고당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오냐, 잘 가거라.”

    형식적으로 사양하는 티를 낼 법도 한데.

    나는 성남이를 데리고 운현궁 밖으로 나왔다.

    “잠깐!”

    헐떡이는 소리가 들었다.

    재선이였다.

    -35화에서 계속-



    -작가의 한 마디-

    0 군주(郡主): 여성이 가질 수 있는 정2품 직책으로, 원래대로라면 왕세자의 정실부인의 딸에게 내리는 칭호. 흥선‘군’(興宣君)의 정실 부인이 낳은 ‘딸(主)’이고, 스스로의 집안을 높이는 가족 전통 덕분에 가내에서는 군주라고 부른다.

    0 현주(縣主): 왕세자의 첩이 낳은 딸에게 내리는 칭호. 흥선군의 첩의 딸이므로 가족 내에서 현주라고 부른다.

    0 남연군(南延君): 흥선군의 친아버지, 정조의 서자의 양자로 들어감으로써 왕위계승서열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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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는변화하는가
    #인간의욕심은끝이없고같은실수를반복한다
    #인간은자신의어리석음을잊어버리고같은과오를계속반복한다
    #열등감
    #비교
    #경쟁
    #평등
    #시대물
    출처 자작소설
    HK.sy.HE의 꼬릿말입니다
    일과 병행하고 있어서 규칙적인 시간에 업뎃하는 데 한계가 옵니다.
    최대한 꾸준히 쓰려고 노력 중입니다.
    한자가 어렵다고 하셔서 모두 없애고 어려울 것 같은 단어는 맨 뒤에 사족을 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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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8/23 09:14:24  111.91.***.223  윤인석  72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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