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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readers_33958
    작성자 : HK.sy.HE
    추천 : 1
    조회수 : 304
    IP : 175.223.***.179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9/07/20 01:02:20
    http://todayhumor.com/?readers_33958 모바일
    [역사판타지연재소설]민족혼의 블랙홀 제6화 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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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족혼의 블랙홀

    제6화 오기(傲氣)

    검을 찾아 꺼내어, 번개 같이 빠른 솜씨로 도적 두목의 목에 겨눈 것이다.

    목에 검을 들이댄 채, 서늘한 기세로 살기(殺氣)를 내뿜었다.

    “대감께서 아프시니, 말과 수레는 놓고 갈 수 없다. 노잣돈은 아까 도망간 놈이 다 들고 튀었다. 길을 터라.”

    도적 두목이 성내어 말했다.

    “이런,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이 어린 놈이! 냉큼 이 칼 치우지 못할까?”

    그러자 다른 도적들도 합세했다.

    “넌 혼자지만, 우리는 많다 이거야! 순순히 칼 치워!”

    “여기 어린 계집애하고 예쁜 색시, 콱 잡아다가 기생집에 팔아 버린다! 얼른 두목님을 놔 줘!”

    성남이가 무과(武科)에 급제하여 나를 얻겠다는 다짐은 가히 허언(虛言; 빈말)이 아니었다. 시선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의 속도로 움직였다. 목을 겨누던 검은, 목을 살짝, 그러나 길고 얕게 그어 피를 흘렸다. 뒤이어 다리를 그었다. 효과는 굉장했다. 목과 다리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보고 일순간 두목 이하 여러 명이 공황 상태에 빠져 뻣뻣하게 굳었다.
      다시 검이 날았다. 검등으로 수염이 무성한 도적의 혈(穴)을 내리쳤다. 소를 빼앗겼다고 아버지에게 하소연하던 도적이 쓰러졌다. 눈썰미가 빠른 다른 도적들이 대항하려 하였다. 뾰족하게 깎아 만든 죽창과 갈퀴, 도끼가 검(劍)을 향해 날아들었다.
    죽창이 허공을 갈랐다. 쌀에다 모래를 섞은 환곡을 받았던 할아버지였다. 그는 잽싸게 몸을 숙여 피했다. 검등으로 할아버지의 정강이를 내리쳤다. 할아버지가 고꾸라졌다.
    군포 부담을 못 이겨 아내와 야반도주했다던 꺽다리 아저씨가 쇠갈퀴를 휘둘렀다. 그는 몸을 틀어 갈퀴를 피하면서, 쇠갈퀴를 든 자의 등짝을 역시 검등으로 후려쳤다. 맞은 자는 워낙 못 먹고 말라서, 한 번 타격을 입자 허수아비처럼 푸슬푸슬 쓰러졌다.
    “네, 이놈!”
    피죽 한 사발에 땅을 빼앗겼다던 떡대가 도끼를 꼬나 잡고 달려왔다. 대뜸 손목을 내리쳤다. 아니, 내리치려 했다. 그 전에 이미 그가 반 바퀴 회전하면서, 그 반동으로 일격을 가하지 않았더라면.

    성남이는 기민하게 움직여 모든 도적을 제압했다. 단 한 명만 빼고.

    “이랴!”

    어느 틈에 말에 오른 두목이, 아직도 목과 다리에서 피를 흘리며 말고삐를 당겼다. 말은 아버지가 엎드려 사죄하시는 바람에 비어 버린 수레를 그대로 끌고 달려가 버렸다.

    “두목님!”

    “저, 저, 저, 같이 살아보자더니, 인제 보니 저 혼자만 도망가네?”

    무력화 시켰지만, 죽이지는 않았던 도적들이 한 마디씩 했다.

    망했다.

    어린 내 머릿속에서도 절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는 방금까지 수레에 누워서 이동하고 계셨던 것이다.

    어머니와 어멈이 서로 끌어안고 울었다.

    “아씨, 저를 벌하여 주십시오. 전부 죽여버렸다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성남이가 피 묻은 검을 갈무리하고는, 내 앞에 부복하여 말했다.

    “무슨 말을 그리 하는가. 우릴 지켜 주어 정말 고맙다. 네가 아니었더라면, 저 도적들 말처럼, 어머니와 나는 기생집에 팔려 갔을 것이다.”

    오연(傲然)하게 말했다.

    “아, 아닙니다. 어찌 감히 양반 댁의 부인과 처자를! 두목을 구하려고 그냥 한 번 해 본 말입니다.”

    검에 다쳐 널브러져 있던 도적이 말했다.

    “아니긴 뭐가 아냐? 여긴 한양도 아닌데, 몰래 팔면 쌀 몇 석을 받는줄 알아? 벗으면 양반인지 노비인지 알게 뭐야. 한 번 몸 팔면 영원히 기생이지.”

    쓰러져 있던 다른 자가 이죽거렸다. 성남이는 그에게 다가가 지그시 한 번 더 밟았다.

    “성남아, 정말 잘 했다. 하마터면 우리가 큰 욕을 당할 뻔 했구나.”

    얼굴이 창백해진 어머니가 치하(致賀; 고마움을 칭찬)하셨다.

    “역시, 우리 아들이야! 이게 다 이런 일을 내다보신 나리의 혜안 덕분입니다. 수군통제사 식객에게 지도받게 하실 적에, 장차 이런 일에 써 먹을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어멈이 말했다.

    어머니의 유모의 딸이라고 말했지만, 어멈 역시 그저 평범한 양인은 아니었다. 어머니가 태어날 당시에만 해도, 외할아버지는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정승이셨다. 입궐할 때 신변보호를 위해 휘하에 거느린 무장만 수십이었다. 어멈은 그 중 한명의 서녀(庶女)였다. 그렇게 연이 닿아, 지인의 사돈의 팔촌의 소개를 거쳐, 수군통제사의 식객에게 무술을 익힌 연유이다.

    내가 한참 생각에 빠져 있을 때, 저쪽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아영아.”

    아버지셨다.

    죽어가던 몸을 지팡이에 의지하고, 힘겹게 일어서신 것이다.

    -제7화에서 계속-  
    출처 https://m.blog.naver.com/dankebitte/221590306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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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7/20 01:50:05  119.200.***.209  윤인석  72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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