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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readers_33618
    작성자 : 흐메
    추천 : 2
    조회수 : 284
    IP : 121.179.***.15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9/04/17 17:58:13
    http://todayhumor.com/?readers_33618 모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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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5.jpg

    쏴아아 쏴아아
    하늘색이 심상치 않더니 예보에 없던 소나기가 쏟아졌다. 빗줄기가 거칠고 빨리 그칠 것 같지 않아 근처 카페로 들어가 몸을 피했다. 창밖이 잘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따뜻한 커피 한잔과 쾌적한 에어컨바람에 물기를 말려본다. 창밖으로 쏟아지는 비는 거리에서 사람들을 몰아냈다. 몇 년전 화재로 타버린 건너편 벽돌건물은 다시 재치장하여 평소에는 흔적을 찾을 수 없지만 이렇게 비가 내리면 그 때의 흉측한 흉터를 드러낸다. 물이 닿자 외벽은 검게 변하고 그위로 빗 물이 흘러내린다.

    뚜둑 뚜둑
    건물의 흉터를 보는 중에 빗 방울은 점점 줄어들고 차가워진 커피잔이 바닥을 보였지만 나는 카페의 쾌적함과 잔잔한 음악소리가 좋아 눈을 감고 10분만 더 머물기로 한다.

    똑 .똑..
    소나기가 멈추고 한두방울 떨어질때 쯤 회색우비를 뒤집어쓴 세사람이 시야로 걸어들어왔다. 그들은 검게 변한 건물 앞에 짐이 잔뜩 든 파란색 푸대를 내려놓았다. 그 우스꽝스런 모습에 내 시선은 그들에게 고정되었다. 그들은 잠시 대화를 나누며 두리번거리더니 여자로 보이는 사람이 푸대에서 양동이를 꺼내 길 위에 올려 놓았다. 내 생각엔 아마 행위예술가들 인것 같다. 아쉽게도 소나기가 쫓아내 버린 사람들의 모습이 다시 보이지 않아 그들을 구경하는 사람도 나하나 뿐인거 같다. 나 역시도 좀 더 머물다가 갈 생각이니 카페안에서 창밖으로 보이는 그들을 잠시 관찰하기로 했다. 그들은 파란색 푸대에서 공만 몇개 꺼내놓는다. 악기연주를 할거란 예상과 달리 푸대안에 악기나 그런것은 보이지 않는다.

    ‘그런걸로 무슨 공연을 하나 쩝’
    나는 금세 실망을 하며 궁시렁거렸다. 서서히 공연준비를 하는 세사람 앞으로 사람들이 하나 둘 지나간다. 다들 비 때문에 시간을 지체했는지 공연하는 세명은 눈에 들어오지 않나보다. 색빠진 황금모자를 쓴 첫번째 사람이 먼저 파란포대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그리고 공 두개를 하나씩 손위에 세운다. 공 두개가 본드를 붙었는지 딱 달라 붙어있다. 턱수염이 지저분하게 자란 두번째 남성은 농구공을 오른손에 들고 살포시 공위에 올라서더니 앉았다. 순간적으로 벌어진 모습에 나는 입이 딱 벌어졌다. 다 큰 성인 남성이 금색두건을 쓴 사람의 오른손위에 앉았는데도 전혀 무거움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평온한 자세로 앉아있다.

    ‘분명 안보이게 지지대를 댔을거야. 안그러면 저게 가능할리가 없잖아’
    궁금함에 중얼거리는 사이 검은색 선글라스에 스카프를 머리에 두른 세번째 여성이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한다. 맨 밑 사람의 어깨에 발을 올리고 두번째 남성의 무릎위로 올라가는데 역시 두사람다 평온한 표정으로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세번째 여성이 남자의 머리위에 걸터 앉고 오른손공위에 발을 올린다. 마치 시간과 공간이 멈춘 무중력상태인것 만 같다. 그들은 단 한명의 관객인 나에게 고개를 돌렸고 나는 그들과 시선을 마주했다. 우리는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같은 공간에 있는듯 나도 가벼워짐을 느껴졌지만 지나는 사람들은 아무도 그들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잔뜩낀 구름사이로 한 줄기의 햇빛이 내려와 내 눈을 감겼다. 몇 분이나 있었을까? 나는 시계를 보고 서둘러 짐을 챙겨 카페문을 열었다. 미처 씻기지 못한 거리위의 흙이 비와 뒤섞여 고약한 비린내를 풍긴다. 미간을 잔뜩 좁히고 나는 그들을 뒤로하고 다시 길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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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4/17 18:32:15  121.147.***.55  윤인석  721556
    [2] 2019/04/17 22:12:17  182.209.***.10  울지마소녀야  729620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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