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우린 낭만에 목 마른 채 현실을 직시하며 살아간다</div> <div>소설 같은 일이 생길 거란 기대를 가슴속 깊이 쌀쌀한 면에 묻고 잊어버렸으나</div> <div>이따금 유적을 발굴하는 기분으로 오래 꺼내 보지 않은 그리움의 테두리를 더듬는 때만큼은</div> <div>나도 그다지 시시하기만 한 녹초인간이 아닌 언제든지 설렐 수 있는 사람이란 걸 환기한다</div> <div>시곗바늘대로 도는 쳇바퀴 삶은 자는 시간도 빠듯한 노동의 연속이지만</div> <div>충혈된 동공에나마 비친 벽돌 숲 사이 저녁놀, 달빛 한 움큼에도 나란 인간은 여전히 설레는 것이다.</div> <div>하늘로 치켜뜬 눈가에 어느샌가 주름이 늘어졌어도 뭇별을 훑는 마음은 늘 그래왔듯 아홉 살쯤이었다.</div> <div>힘 풀린 다리로 걷는 퇴근길에서 문득 멈춰 서 노을빛 공터를 바라본 적엔 구두를 신건 말건 공을 차고 싶었다.</div> <div>우린 성분표 없는 것들의 가치를 쉽사리 매기지 못해 물질이 아닌 마음에서 비롯되는 풍요를 자산으로 인정키 어렵다.</div> <div>꿈은 탄수화물이 아닐뿐더러 먹고 사는 시름이 관여하다 보니 당연하지만,</div> <div>가격을 갖지 못하는 것들에 설렌 순수한 요정 같은 나를 평소 녹초인간의 모습 대신 아무에게나 들키고 싶었다.</div> <div>지쳐있는 모두 어쩜 나와 같을 테니 요정들처럼 둥글게 손을 잡고 싶었다.</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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