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n style="font-family:dotum;font-size:13.3333px;"> 카단 최고의 의복 재단사인 로넬은 운좋게 손에 넣은 별빛 비단으로 그의 인생 최고의 걸작을 만들어냈다. 입고 움직일때마다 밤의 장막처럼 흔들리는 옷단과 그 위에서 반짝이는 별빛 비단만의 특별한 광채. 유일한 아쉬운점이라면 한정된 비단으로 만드려니 필연적으로 여성복이 되어버렸고, 그는 재단사이자 무용수지만 보통보다도 훨씬 큰 거구의 남성이었다. 크기만 맞았어도 여장을 불사했을 터인데 힘들게 만든 옷이 늘어나는 것만은 참을 수 없었으니 어쩔 수 없이 그는 무희를 찾아나서기로 했다.</span> <div style="font-family:dotum;font-size:13.3333px;"><br></div> <div style="font-family:dotum;font-size:13.3333px;"> 그런 그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것은 붉은 사자패의 중견 무희 노엘. 붉은 금발이 인상적인 그녀는 중견이라는 수식어가 붙긴 하지만 굉장히 어릴때 데뷔를 한 편이라, 불명인 그녀의 나이가 혹 스물도 되지 않느냐는 말이 있을만큼 동안이었다. 햇수로 17년 이상을 활동했으니 농담임이 뻔하지만 어떻게 봐도 20대 초반인 그녀의 앳된 외모는 고혹적인 춤사위와 함께 굉장히 유명한 편이었다.</div> <div style="font-family:dotum;font-size:13.3333px;"><br></div> <div style="font-family:dotum;font-size:13.3333px;"> 로넬은 지체없이 그녀에게 오늘 저녁 무대에서 자신이 만든 옷을 입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div> <div style="font-family:dotum;font-size:13.3333px;"><br></div> <div style="font-family:dotum;font-size:13.3333px;"> "굉장히 아름다운 옷이네요. 제안 고마워요. 하지만 난 붉은 빛 의상밖에 걸치지 않아요."</div> <div style="font-family:dotum;font-size:13.3333px;"><br></div> <div style="font-family:dotum;font-size:13.3333px;"> 로넬은 다시한번 권했다. 빙긋 웃고 만 노엘은 그 권유가 세번째가 되었을때 인상을 팍 찡그리며 다그쳤다.</div> <div style="font-family:dotum;font-size:13.3333px;"><br></div> <div style="font-family:dotum;font-size:13.3333px;"> "아 좀 짜증나게 굴지 말아요. 뺨맞고 싶어요?"</div> <div style="font-family:dotum;font-size:13.3333px;"><br></div> <div style="font-family:dotum;font-size:13.3333px;"> 그녀의 동안인 얼굴, 매혹적인 춤사위와 함께 극소수의 매니아층이 선호하는 막돼먹은 성질머리가 채 세마디를 버티지 못하고 툭 튀어나와버렸다. 극소수의 매니아층에 속하는 로넬은 비록 옷을 입히지는 못했지만 만족하고 돌아섰다. 물론 뺨을 맞는 것도 잊지 않았다.</div> <div style="font-family:dotum;font-size:13.3333px;"><br></div> <div style="font-family:dotum;font-size:13.3333px;"> 밖으로 나와 하늘을 올려다보니 산너머의 한편에 벌써 푸른 밤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름있는 별들은 벌써 반짝이기 시작한 시간. 무대의 밤이 오기 전에 이 장막과도 같은 의상도 반드시 주인을 찾으리라. 그렇게 결심한 로넬은 지체없이 다음 춤패인 푸른 코끼리패를 찾아갔다. 묘하고 이색적인 작풍으로 가득한 무대가 시야로 쏟아지듯이 나타났다. 여자들만으로 이루어진 이 무용단은 그녀들 끼리 남성역과 여성역을 나눠 맡아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무대의 미술도, 음악도, 음식과 소품설비까지도 모두 그녀들의 손에서 이루어졌다. 그로 말미암아지는 농도짙은 청색은 어떤 남성도 정신을 아찔하게 만들었다. </div> <div style="font-family:dotum;font-size:13.3333px;"><br></div> <div style="font-family:dotum;font-size:13.3333px;"> 안면이 있는 긴 흑발의 무희 하나가 로넬에게 다가왔다. 항상 한참 내려다 보아야하는 다른 무희들과는 다르게, 그녀의 흑발은 굉장한 장신인 로넬의 턱 아래에 거의<span style="font-size:10pt;"> 닿을듯했다. 다정한 웃음이 그를 반겼다.</span></div> <div style="font-family:dotum;font-size:13.3333px;"><br></div> <div style="font-family:dotum;font-size:13.3333px;"> "반가워요 로넬. 직접 들고나올 정도의 의상이라니, 이번에 대단한 작품을 만드셨나봐요?"</div> <div style="font-family:dotum;font-size:13.3333px;"><br></div> <div style="font-family:dotum;font-size:13.3333px;"> 검은 흑발이 살짝 흔들리자 로넬의 심상도 함께 흔들리는 듯 했다. 이년이야! 하고, 로넬은 마음속으로 조금 상스러운 환호를 외쳐버리고 말았다. 고개를 두어번 흔든 로넬은 신중하게 의상을 권해보였다. 흑발의 여인, 미아는 마치 먼저 찾아온 밤이 눈앞에서 흘러내리듯한 아름다운 비단의 빛깔에 감탄을 흘렸다.</div> <div style="font-family:dotum;font-size:13.3333px;"><br></div> <div style="font-family:dotum;font-size:13.3333px;"> "와 이런 천.. 정말 처음봐요. 게다가 이런 질감인데도 이음매 하나 보이지 않는 재단이라니. 로넬, 이번엔 정말 힘 좀 썼는데요?"</div> <div style="font-family:dotum;font-size:13.3333px;"><br></div> <div style="font-family:dotum;font-size:13.3333px;"> 로넬은 넘쳐 흐르는 자부심을 절제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옷을 번갈아보며 눈을 반짝이던 미아는 이내 아쉬워하며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div> <div style="font-family:dotum;font-size:13.3333px;"><br></div> <div style="font-family:dotum;font-size:13.3333px;"> "그런데 정말 미안해요 로넬. 오늘은 소중한 사람이 만들어준 옷을 입기로 먼저 약속이 있어서.. 마음같아선 정말 입고싶지만 그녀의 옷 대신 이걸 입었다간 상처받을거에요. 너무 훌륭한 옷이라서 그녀가 자신의 옷과 비교하며 자괴심을 가지지 않을까도 걱정되구요."</div> <div style="font-family:dotum;font-size:13.3333px;"><br></div> <div style="font-family:dotum;font-size:13.3333px;"> "흐음."</div> <div style="font-family:dotum;font-size:13.3333px;"><br></div> <div style="font-family:dotum;font-size:13.3333px;"> 끄덕. 재단사로써 로넬 스스로도 우려될 정도의 고민이었다. 선약이 있다면, 권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겠지. 조심해서 의상을 갈무리한 로넬은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푸른 코끼리 무용단의 거점을 떠났다.</div> <div style="font-family:dotum;font-size:13.3333px;"><br></div> <div style="font-family:dotum;font-size:13.3333px;"> 다음은 어디로 가야 할까.</div> <div style="font-family:dotum;font-size:13.3333px;"><br></div> <div style="font-family:dotum;font-size:13.3333px;"> 선뜻 떠오르는 곳이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여자 무용수로 유명한 곳은 단연코 붉은 사자와 푸른 코끼리 두곳이었다. 자신의 인생 최고의 걸작인만큼 되도록이면 가장 주목받는 무대에 세우고싶다. 그것은 타당한 욕심이었다.</div> <div style="font-family:dotum;font-size:13.3333px;"><br></div> <div style="font-family:dotum;font-size:13.3333px;"> 그런 그가 문뜩 바라본 것은 큰 음악소리와 함께 넓은 무대를 종횡무진하며 활기찬 궤적을 그리는 소녀 무용수의 손끝이었다.<span style="font-size:10pt;"> 야외무대, 그것도 가끔 코끼리의 묘기도 올라올만큼 커다란 무대를 아무렇지 않게 누비며 커다란 곡선을 그리고 있는 춤사위. 빠르고, 경쾌하고, 활기차다. 잠시간 바라보는 사이 음악이 시끄럽단 사실을 잊었다. 그녀의 색깔도 잊었다. 그 요동치는 동적인 감각만이 머릿속에 남았다. 로넬은 이끌리듯 달려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span></div> <div style="font-family:dotum;font-size:13.3333px;"><br></div> <div style="font-family:dotum;font-size:13.3333px;"> "히익!"</div> <div style="font-family:dotum;font-size:13.3333px;"><br></div> <div style="font-family:dotum;font-size:13.3333px;"> 어린 소녀의 거의 두배는 될법한 몸집의 사내가 갑짝스레 다가들어 소녀의 손을 붙잡자 주변의 분위기가 한순간 놀라 일어서며 들썩였다. 하지만 이내 사내가 재단사 로넬이라는 것을 알아본 이들 덕에 웅성거림은 큰 소란없이 수습되기 시작했다. 로넬은 그 틈에 소녀에게 옷을 권했다.</div> <div style="font-family:dotum;font-size:13.3333px;"><br></div> <div style="font-family:dotum;font-size:13.3333px;"> 이 상황을 이해시킬만한 설명은 없었지만, 솜털호랑이 무용패의 어린 소녀는 눈앞에 드리운 의상의 아름다움을 보고 납득했다. 이 커다란 남자는 누군가에게 이 옷을 입히고 싶어서 내 손을 놓아주지 않는 거구나.</div> <div style="font-family:dotum;font-size:13.3333px;"><br></div> <div style="font-family:dotum;font-size:13.3333px;"> 그 누군가가 자신이라는 사실에 소녀는 머뭇머뭇 입을 열었다.</div> <div style="font-family:dotum;font-size:13.3333px;"><br></div> <div style="font-family:dotum;font-size:13.3333px;"> "하..하지만 토야는.. 입은 옷을 금방 더럽혀 버려요.."</div> <div style="font-family:dotum;font-size:13.3333px;"><br></div> <div style="font-family:dotum;font-size:13.3333px;"> 로넬의 눈길이 소녀의 옷매무새를 훑었다. 상의 쪽은 비교적 양호했지만 하의쪽은 맨발에서부터 말아올려 무릎쯔음에 동여묶었음에도 그리 깨끗하지 않았다. 풀어헤친 채로 춤을 췄다면 수선이 힘들만큼 너덜너덜해 졌을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로넬은 깊은 고뇌에 빠졌다. 몇 해에 한번도 손에 넣기 힘든 귀한 비단이다. 하지만 옷이 망가질테니 조심하라는 이유로 소녀의 힘찬 몸짓을 억누르는 것은 너무나도 아까운 일이었다. 무용수의 매력은 곳 의상에 가치에도 직결되는 일이다.</div> <div style="font-family:dotum;font-size:13.3333px;"><br></div> <div style="font-family:dotum;font-size:13.3333px;"> 어떻게 해야 할까. 지상의 무대 위를 밤하늘처럼 흐르는 비단의 춤사위가 보고 싶다. 그러나 그 광경이 아름다울수록 닳는다는 사실 또한 안타까움을 더할터였다. 문제는 어려운데 고민을 위해 주어진 시간은 짧았다. 관객들의 시선이 무대가 재개되길 기다리고 소녀 토야의 기대와 걱정이 로넬을 향해 별빛처럼 떨려왔다.</div> <div style="font-family:dotum;font-size:13.3333px;"><br></div> <div style="font-family:dotum;font-size:13.3333px;"> 그날 하루의 햇살이 얼마나 아름다웠더라도 별빛이 뜨면 석양을 거두는 하늘처럼, 로넬도 내일 새벽이면 닳아 사라질 밤하늘을 입히는 것을 결심해야 했다.</div> <div style="font-family:dotum;font-size:13.3333px;"><br></div> <div style="font-family:dotum;font-size:13.3333px;"><br></div> <div style="font-family:dotum;font-size:13.3333px;"><br></div> <div style="font-family:dotum;font-size:13.3333px;">-----------------------------------</div> <div style="font-family:dotum;font-size:13.3333px;">-----------------------------------</div> <div><div><font face="dotum"><span style="font-size:13.3333px;"><br></span></font></div> <div><font face="dotum"><span style="font-size:13.3333px;"><br></span></font></div> <div><font face="dotum"><span style="font-size:13.3333px;"> 요즘 별쳐다보기에 관한 이야기를 구상하고 있는데 옛날엔 어떤 이야기를 썼었더라하고 궁금해서 하드를 뒤지다보니 이런 글이 있었어요. 같이 게임하던 친구들 닉네임을 섞어서 쓴 짧은 글인데 겨우 3년 전쯤 글이지만 요즘은 제가 잘 쓰지 않는거같은 문장이 눈에 띄어서 신기한 느낌이 들더라구욤.</span></font></div> <div><font face="dotum"><span style="font-size:13.3333px;">제 오따꾸감성이 절호조였던 이때로 돌아가고자하고 마음을 다져보았어요. 근데 옛날 글을 올리려고 하니까 왤케 사족이 길어지고 몬가 부끄러운지 몰르겟네요. 어릴때 쓴 일기장 발표하는 느낌..</span></font></div></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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