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간하면 5천자까지는 써보는데, 이건 간만에 진짜 망한 거라서 기념으로. <div><br></div> <div><br></div> <div>-</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div> 세상의 모든 일은 예고 없이 일어난다. 그게 큰일이면 더 큰일일수록. 그날도 그랬다. 해가 밝아오는 2019년의 1월에, 의도치 않게 일찍 일어나버린 1일에도 세상은 예고를 하지 않았다.</div> <div><br></div> <div> - 나 살해 설명서</div> <div><br></div> <div> 내 앞으로 온 한 통의 편지 역시도 그랬다. 그게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div> <div><br></div> <div> 단지 그뿐이었을 뿐이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div> <div><br></div> <div><br></div> <div> “밖이냐?”</div> <div> “아니.”</div> <div> “해 뜨는 거 보러 안 가냐?”</div> <div> “이제 잘 거다.”</div> <div><br></div> <div> 몇 통인가 전화를 돌렸지만 대부분은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졸음이 핸드폰 너머까지 날아오는 느낌이라 급히 통화를 끊었다.</div> <div><br></div> <div> 나는 멍하니 고개를 들었다. 바깥은 아직 어두웠다.</div> <div><br></div> <div> [AM 05:45]</div> <div><br></div> <div> 해가 뜨기까지는 제법 시간이 많이 남았다는 걸, 작년에 산 디지털시계가 고지해주고 있었다. 디자인이 예쁘다는 이유로 산 디지털시계는 그 후로 건전지를 한 번도 갈아주지 않았는데도 아직까지 제 기능을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었다.</div> <div><br></div> <div> 사람도 저 시계 같으면 좋으련만, 하고 생각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사람은 시계와 다르다. 시계와 달리 불확정성에 기대야 하는 생물이다.</div> <div><br></div> <div> 이를테면 새해 첫날에 일찍 일어나서 해돋이를 보러 가는 것과 같은.</div> <div><br></div> <div> 물론 그건 다들 한 번씩 겪는 성장통과 같은 것이었다. 굳이 차이가 있다면 성장통과 달리 해돋이를 보기 위해 일찍 일어나는 건 아프지 않다는 것 정도. 대신 하루가 피곤하긴 하지만.</div> <div><br></div> <div> 그리고 이미 성장통을 운운할 나이는 아니었다. 이미 이십대 후반이었고, 이미 해돋이는 여러 번 갔었고, 이미 그런 불확실한 것은 믿지 않을 만큼 어른이 되어 있었다.</div> <div><br></div> <div> 따라서 오늘도 일찍 일어날 생각은 없었다. 그저 눈이 일찍 떠졌을 뿐이었다.</div> <div><br></div> <div> 겸사겸사 일어나보기로 했다가 금방 주저앉았다.</div> <div><br></div> <div> “개 춥네…….”</div> <div><br></div> <div> 전기장판을 먼저 체크했다.</div> <div><br></div> <div> 43도, 확인.</div> <div><br></div> <div> 그 다음은 보일러였다. 보일러는 사망. 끈 기억은 없는데 무언가 잠결에 걷어찬 기억은 있다. 대체 침대에서는 한참이나 먼 보일러 스위치를 걷어찰 건 뭐냐 싶었지만 내가 한 짓이었기에 나무랄 사람이 없었다.</div> <div><br></div> <div> 다시 누웠지만 잠에 들 수는 없었다. 몸이 이미 수면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이불에서 한참을 뒹굴다 결국 빠져나오는 쪽을 선택했다.</div> <div><br></div> <div> 냉장고에는 마침 먹을 게 없었다. 새해 기념으로 편의점에 다녀오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div> <div><br></div> <div> 어제 신었던 양말을 다시 신고 슬리퍼를 신으려는데, 무언가 낯익은 봉투 하나가 신발장 위에 놓여있는 게 보였다.</div> <div><br></div> <div> - 나 살해 설명서</div> <div><br></div> <div> 보내는 곳은 적혀있지 않았다. 어깨를 가볍게 털어낸 다음 봉투를 뜯었다.</div> <div><br></div> <div> 봉투에 든 것은 한 통의 편지였다. 그리고 편지의 첫 문장은 다소 기괴했다.</div> <div><br></div> <div> - 당신은 누군가를 죽여본 적이 있습니까?</div> <div><br></div> <div> “뭐야?”</div> <div><br></div> <div> 저절로 그런 목소리가 흘러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 편지는 영국에서 시작되었으며…’ 어쩌고 하는 옛날이야기가 떠올랐다. 당연히 장난이라고 생각했지만 장난 치고는 정성을 들였다는 생각이 들었다.</div> <div><br></div> <div> - 지금부터 당신은 한 명의 인간을 죽여야 합니다.</div> <div> - 동시에 당신은 그 인간에게서 살아남아야 합니다.</div> <div><br></div> <div> 거기까지 읽었을 때 대번에 감이 왔다. 게임 광고였다. 다만 보통은 문자로 광고를 하는 걸 감안하면 상상 이상으로 정성을 들였다는 생각이 들었다.</div> <div><br></div> <div> “미친 사람들 참 많아.”</div> <div><br></div> <div>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봉투를 찢었다. 나가는 길에 버릴까 하다가 들고 있으면 손이 시릴 것 같아서 방바닥에 그대로 던졌다.</div> <div><br></div> <div> 그리고 그 순간 바라보고야 말았다. </div> <div><br></div> <div> [AM 05:45]</div> <div><br></div> <div> 시계는 예고도 없이 멈춰져 있었다. 그것이 새해 첫 불확정성이었다.</div></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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