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프롤로그.</div> <div><br></div> <div>-</div> <div><br></div> <div> 남은 탄알은 세 발.</div> <div><br></div> <div> 남은 몬스터는 다섯 마리.</div> <div><br></div> <div> 하지만 부족하지는 않다. 나는 정면을 향해 힘껏 방아쇠를 갈긴다. 총성이 빗방울을 가르고 날아간다. 이미 한껏 젖어있지만 화약을 걱정할 염려도 없다.</div> <div><br></div> <div> “리체인지(Re-Change)”</div> <div><br></div> <div> 명령어 구동과 함께 다시 형태가 변환된다.</div> <div><br></div> <div> 남은 탄알은 다시 세 발.</div> <div><br></div> <div> 남은 몬스터는 네 마리.</div> <div><br></div> <div> 아직도 부족하지만 걱정할 건 없다. 능력에는 제약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으로서 쏠 수 있는 건 한 발이 한계이지만 그 한계는 찾아오지 않는다. 능력을 한도까지 쓰지 않는 이상은.</div> <div><br></div> <div> 탕.</div> <div><br></div> <div> 메마른 총성이 고요한 골목을 적신다. 아니, 사실 고요하지는 않다. 누군가는 울어야만 하는 밤이고 누군가는 울었을 밤이며, 또 누군가는 울게 될 밤이기 때문이다. 그 흐느낌을 외면할 수 없는 이상 이 새벽은 고요하지 않다.</div> <div><br></div> <div> “하성아.”</div> <div><br></div> <div> 멀리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내가 짤막하게 대꾸한다.</div> <div><br></div> <div> “예.”</div> <div> “그 능력 아직까지 어떻게 안 되냐?”</div> <div> “……예.”</div> <div><br></div> <div> 내 목소리가 빗소리에 녹아들어간다. 무어라 더 말할까 했지만 그냥 입을 다물기로 한다. 처음에는 가랑비였던 것이 어느새 소나기가 되어 있다. 이런 빗속에서는 목소리가 잘 투과되지 않는다. 하물며 울적한 목소리는 더더욱.</div> <div><br></div> <div> “그것만… B급… 텐데.”</div> <div><br></div> <div> 빗소리 때문에 상대의 목소리도 뭉개진다. 하지만 나는 다시 짤막하게 예, 하고만 대꾸하는 쪽을 택한다. 리더의 말은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div> <div><br></div> <div> ‘복제 헌터’라는 애매한 호칭만큼, 실력도 무척이나 애매하다는 것이 세간의 평가. 단독으로서는 화력을 기대할 수도 없고 기동성도 기대할 수 없다. 서포터로서 특출 난 것도 아니다.</div> <div><br></div> <div> 굳이 손에 꼽을 만한 걸 찾자면 능력 자체의 활용도.</div> <div><br></div> <div> 타고난 능력 자체가 ‘모방’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다른 헌터와의 시너지가 좋다. 제약이 있는 능력을 제약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전투 안정성이 높다.</div> <div><br></div> <div> 거기에 변수를 만들어낼 여지가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허울.</div> <div><br></div> <div> 복제라는 능력은 일장일단이다. 한 가지 장점이 있다면 곧바로 한 가지 단점이 따라붙는다. 횟수에 제한이 없다는 장점이 있는 대신 능력을 사용하면 변신 시간이 압도적으로 줄어든다는 단점이 있다.</div> <div><br></div> <div> 능력 자체에서 오는 불확실성이 안정성을 크게 저하시킨다. 결국 능력으로 인한 이점이 단점으로 다시 상쇄되는 셈.</div> <div><br></div> <div> 거기에 이론적으로는 가장 강한 헌터의 능력을 복제하면 좋겠지만, 정작 복제의 대상이 되는 헌터가 꺼려하는 편이다.</div> <div><br></div> <div> 당연한 이치다. 어렵사리 키워놓은 능력을 빼앗기는 기분일 테니까. 모르는 바는 아니다.</div> <div><br></div> <div> “괜찮습니다, 저는.”</div> <div><br></div> <div> 짐짓 그렇게 말해보지만, 그 목소리가 리더에게 닿았는지 어땠는지는 알 수 없다. 그저 참방거리며 뭉개지는 빗물이 애처롭다고 여길 뿐이다.</div> <div><br></div> <div> “가자.”</div> <div><br></div> <div> 빗속에서도 그 말만큼은 선명하게 들린다. 나는 주검이 된 헌터 한 명을 마지막으로 기억에 담고 등을 돌린다.</div> <div><br></div> <div> 또다시 누군가가 울어야만 하는 새벽이었다.</div>
댓글 분란 또는 분쟁 때문에 전체 댓글이 블라인드 처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