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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readers_32676
    작성자 : 레콜이
    추천 : 3
    조회수 : 248
    IP : 121.176.***.94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8/11/28 19:57:20
    http://todayhumor.com/?readers_32676 모바일
    검투사와 아가씨(상)
    <div><br></div> <div>몇 일 전 <a target="_blank" href="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readers&no=32658&s_no=32658&page=1" target="_blank">문장연습(사투, 참견, 도도, 생각, 밤)</a>에 썻던 댓글의 뒷 이야기를 써 보았어요!</div> <div><br></div> <div>검투사와 아가씨(상) ←</div> <div><a target="_blank" href="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readers&no=32677&s_no=32677&page=1" target="_blank">검투사와 아가씨(중)</a></div> <div><a target="_blank" href="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readers&no=32678&s_no=32678&page=1" target="_blank">검투사와 아가씨(하)</a></div> <div><br></div> <div><br></div> <div> <div>-------------------</div></div> <div><br></div> <div><br></div> <div> <div> 그녀는 그의 사투에 참견할 수 없다. 이기적인 행동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옛날에 한번 의문스러워 질문을 건넨 적이 있다. '그'는 아니었고, 다른 검투사에게였다.</div> <div><br></div> <div> "왜 목숨을 걸고 싸우나요? 그냥 행복하게 살면 될텐데요. 정원을 관리하거나 하면서요. 날붙이를 잘 다루잖아요."</div> <div><br></div> <div> 검투사는 이 아가씨가 무슨 세상물정 모르는 소릴 하냐는 듯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설명하려고 했지만, 아쉽게도 그는 배운 것 없는 싸움꾼이었다. 무언가 어려운 것을 설명할 수 있을 만큼 제대로 된 어휘력을 갖고 있지 않았다. 그의 대답은 결국 단순한 것이 되었다.</div> <div><br></div> <div> "불가능해서요."</div> <div><br></div> <div> "왜요?"</div> <div><br></div> <div> "나는 싸움밖에 못해요. 세상엔 그런 종자들이 있습니다. 이것 말고는 살아갈 수가 없어요."</div> <div><br></div> <div> "이해가 안 돼요."</div> <div><br></div> <div> "상상이 안 되시는 거겠지요." 검투사는 자신이 무례를 저지르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덧붙였다. "귀족 아가씨는 못난 사람들의 삶이라는 걸 꿈도 못꿔볼테니."</div> <div><br></div> <div> 아가씨는 어렴풋한 기억으로, 그저 무례한 말에 화가 났던 것만을 기억했다. 자신의 질문이 이기적이었음을 깨달은 것은 먼 훗날이었다. 그 검투사는 이미 결투에서 패해 죽고 난 후였다. 아가씨는 이따금씩 그 기억을 떠올리며 투기장을 찾곤 했다. 그때마다 그녀가 응원하는 투사는 오래 못가 죽었다.</div> <div><br></div> <div> 지금 응원하고 있는 '그'는 특별한 경우에 해당했다. 1년 하고도 3달째. 이정도면 굉장한 기록이었다. 상금을 챙겨 투기장을 떠날 수도 있을텐데 그는 어째선지 그러지 않았다. 아가씨는 진심으로 궁금했다.</div> <div><br></div> <div> '왜 당신은 목숨을 걸고 싸우나요?'</div> <div><br></div> <div> 하지만 질문할 수 없었다. 이기적이라는 사실을 이젠 알았으므로. 그리고 어떻게하면 이기적이지 않은 질문이 되는지 알 수 없었으므로. '이제 그만두면 좋잖아요' 하며 사지로 걸어나서는 그의 발걸음을 붙잡고 싶다. 관심을 가지던 사이 진심으로 그가 이번에도 승리해 살아남기를 바라고 있었다.</div> <div><br></div> <div> 그런 탓에 어느순간부턴가 그녀는 그의 승리에 가장 많은 돈을 거는 후원자가 되어있었고, 그 후원 자격으로 그가 출전할 때는 가장 가까운 특등석에 앉아야 하게 되었다. 출전하는 이가 바로 곁을 지나쳐가는 자리이고 말을 건넬 수도 있었다.</div> <div><br></div> <div> 하지만 아가씨는 무심한 체를 했다. 관심 없는 척. 걱정 없는 척. 의문스럽지 않은 척. 온갖 도도함을 다 부렸다. 그러다보니 결국 어떤 말도 꺼내지 못했다. 그런 무언의 반복이 세번째 쯤 되었을때, 그녀는 결국 스쳐지나가는 '그'의 팔뚝을 손을 뻗어 잡아버렸다. 급한마음 탓이었다. 단단한 팔근육과 두드러진 핏줄에 화들짝 놀라 손을 떼고 말았다. 투구를 쓴 그가 아가씨를 바라본다.</div> <div><br></div> <div> 아가씨는 스스로도 생각지 못한 말을 꺼내었다.</div> <div><br></div> <div> "밤에 시간 있어요?"</div> <div><br></div> <div> 그의 표정은 투구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div> <div><br></div> <div>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가 답했다.</div> <div><br></div> <div> 검투사의 인생은 단순하다. 모르는 것은 결투의 승패 뿐. 모른다는 것은, 결투의 결과가 그것을 좌우한다는 의미였다. 승리한다면 있을 것이고, 패배한다면 없을 것이다. 죽은 이에게 시간은 없다. 아가씨는 그 말을 이해했다.</div> <div><br></div> <div> "이긴다면 있겠군요." 아가씨가 물었다.</div> <div><br></div> <div>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div> <div><br></div> <div> "좋아요. 난 항상 당신이 이긴다는데 걸어왔으니까. 난 당신에게 걸어서 실패한 적이 없어."</div> <div><br></div> <div> "이번에도 성공하시길 빌겠습니다."</div> <div><br></div> <div> "그래요."</div> <div><br></div> <div> 아가씨는 지금부터 사투를 벌이러가는 검투사보다 자신 쪽이 더 열띈 기색이 되어서 덧붙여 말했다. "성공하면 당신의 오늘 남은 시간은 다 제꺼에요."</div> <div><br></div> <div> 최고 후원자가 자기 검투사를 개인적인 여흥을 위해 부르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것에 응하는 것도 검투사들 암묵의 룰이었다.</div> <div><br></div> <div> "좋으실대로 하십시오." 투구 속의 목소리가 대답했다.</div> <div><br></div> <div> "좋아요."</div> <div><br></div> <div> 다른 의미는 없고, 대답이 시원스러워서 좋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아가씨는 마음이 복잡했기 때문에, '나쁘지 않네요.' '시원스런 대답이군요.' '당연히 그래야지요' 하는 귀족 영애다운 고상한 대답을 못한 것이 못내 부끄러웠다.</div> <div><br></div> <div> 이정도로 돈을 썼으면 괜찮겠지. 당신에게 무엇을 물어도 말이야. 아가씨는 오늘 긴 의문을 끝낼 생각이었다. 이기적이라는 것을 깨달아 알아도 궁금한 것은 여전히 남았다. '사투를 그만두고 행복하게 살면 안 돼?' '대체 왜 안 되는거야?'. 여전히 모른다. 귀족 영애인 아가씨는 도저히 알 수 없다.</div> <div><br></div> <div>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정원사가 되어라. 안 되면 내 호위라도. 그게 아니라면 서방이든 뭐든 시켜주겠다.</div> <div><br></div> <div> '불가능해? 안된다고? 난 이해 못하겠어.'</div> <div><br></div> <div> 아가씨는 증명하고 싶다. 그녀가 그들의 사투뿐인 삶을 꿈에서도 상상 못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삶이 어떤 형태로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인지, 저 근육만 우락부락한 남자들이 꿈에도 상상하지 못하는 것이다.</div> <div><br></div> <div> '각오해. 오늘밤 이해시켜 줄테니까.'</div> <div> </div> <div> 아가씨의 눈빛이 불탄다. '그'는 투기장의 한가운데로 나서며 처음으로 침을 꼴깍 삼켰다. 그의 우람한 삼두박근이 찌르르 떨려왔다. 등 뒤에서부터의 전에 느껴본적 없던 살기였다.</div></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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