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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readers_32166
    작성자 : 밤의작가들
    추천 : 3
    조회수 : 196
    IP : 58.239.***.3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8/08/18 01:07:06
    http://todayhumor.com/?readers_32166 모바일
    [초단편 연재] 날개를 펴는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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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어봐요, 그이는 얼마나 나를 사랑하는지요. 그이와 내가 처음 만났던 날, 그는 그 많은 방 중에서 가장 햇볕이 잘 드는 방에 내 침실을 마련해주었지요. 매일 아침 손수 준비한 최고급의 음식을 내 침실로 갖다 준 건 또 어떻고요. 예민한 나를 위해 내 침실이 너무 덥지는 않은지, 또 너무 습하지는 않은지 매 시각 체크하며 내 건강을 살펴주었죠. 무엇보다 그이의 눈빛이 어찌나 다정하던지요. 나를 바라보던 그이의 눈빛은 내가 하고 있던 모든 일을 다 잊게끔 했답니다. 그이의 손길은 다정하지만 가끔은 또 거칠어, 그이의 손길이 닿을 때면 나의 털은 쭈뼛 서기도 하고 또 움츠러들기도 했답니다. 하지만 그이의 사랑을 알기에 찬찬히 그의 손길에 몸을 맡겼답니다. 그이는 기억나지 않는 내 부모님보다 나를 아끼고 사랑해줬지요.
      물론 그의 궁전에는 나 혼자만 있는 것만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나는 확신할 수 있어요. 그이의 가장 사랑받는 이는 나라는 것을. 그이는 다른 이들에게도 나만큼의 애정을 주려고 노력했지요. 하지만 마음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 법이라지요. 어느 누구는 나에 대한 그이의 사랑을 질투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이의 사랑은 정말 진심이었답니다. 내가 어둠에 갇혔을 때, 그이는 내가 그곳에서 나오기를 애타게 기다리면서도 채근하지 않았어요. 아아, 제발 그이의 그 헌신적인 사랑을 헐뜯지 말아요, 보세요, 그이의 다정한 손길이 다시 내게 다가오고 있어요. 안녕, 친구들. 난 이제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그의 곁으로 갈게요. 이젠 아래에서 그를 바라보는 것만이 아닌 그의 옆에서 날아다닐 거예요. , 이 뜨거운 느낌은 뭐죠? 이곳이 천국일까요?
     

      포르말린 냄새가 가득한 과학실에는 많은 유리 상자들이 곳곳에 놓여있다. 학기 말, 마지막 과제를 제출하는 날이다.
      “, 오늘은 그동안 키워온 나비의 표본을 만드는 날이다. 날개를 조심해서 포르말린에 담그도록!”
      학생은 조심스럽게 핀셋으로 노란 나비를 잡아 올려 포르말린이 담긴 병에 넣는다. 나비는 움찔거리다가 서서히 움직임을 멈춘다. 학생은 나비의 다리를 준비된 스티로폼에 핀셋으로 고정한다. 그러고는 조심히 약간 말려있는 날개를 편다. 펴진 날개 위에 투명 비닐을 올려 주변에 핀셋을 꽂는다. 모든 과정은 수월하다. 왼쪽 아래, 왼쪽 위, 오른쪽 위.
      그때, 학생은 문득 나비의 눈과 자신의 눈이 마주쳤다고 느낀다. 부릅뜬 나비의 눈은 마치 자신을 원망하는 듯하다. 순간, 그는 스티로폼에 꼽아야 할 핀셋을 나비의 날개에 꽂고 만다.
      “, 이런.”
      종전까지 아름답게 빛나던 날개는 이제 찢겨있다. 그는 미련 없이 날개가 고정된 나비를 쓰레기통에 버린 뒤, 자신의 나비가 있는 상자에서 새로운 나비를 꺼내어 든다. 핀셋으로 고정된 나비의 노란 날개가 움찔거리다, 서서히 움직임이 옅어진다.
        
     

    written by 홀연 / 밤의작가들
    밤의작가들의 꼬릿말입니다
    아마추어 작가모임 <밤의 작가들>의 초단편 연재 프로젝트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18/08/18 09:26:00  121.176.***.94  레콜이  87565
    [2] 2018/08/18 17:44:21  222.97.***.145  다른이의꿈  346249
    [3] 2018/08/18 20:09:41  121.169.***.228  방랑돌  72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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