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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readers_32092
    작성자 : 레콜이
    추천 : 2
    조회수 : 531
    IP : 121.176.***.94
    댓글 : 4개
    등록시간 : 2018/08/03 11:55:25
    http://todayhumor.com/?readers_32092 모바일
    [단편]천장에 매달린 여자
    옵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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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운 밤

    선풍기 바람에 의지해 불 끄고 누운 자리의 천장에서 마치 창문으로 좁은 가로등 불빛이라도 비친 것 마냥 거꾸로 매달린 여자가 나타났다.


    뒤로 꺾인 두 다리는 창백했고 직시해 내려다보는 시퍼런 눈동자는 그대로 뚝뚝 떨어져 내릴 것 같다.


    숨멎을 듯한 놀람에 어디가 바닥인지도 생각 없이 버둥거려 일어난 남자는 벽에 매달리다시피 하며 방 불을 켰다.


    다시 본 천장에 여자는 없었다.


    그리고 다시 불을 끄자 창백한 다리로 부터 늘어진 흰 잠옷 너머로 거꾸로 매달린 여자의 눈빛이 전등 스위치에 달라붙은 그에게 옮겨와 있었다.


    그는 목에 핏대를 세우고 비명을 삼키며 다시 방 불 스위치를 켜고 방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불 밝혀진 방바닥에서 숨을 몰아쉬었다.


    "흐억..흐..으억.."


    그런데 무언가 서늘하게 그의 볼에 와 닿았다. 방에는 남자 외에 아무것도 없다. 침을 꼴깍 삼킨 그는 홀린 듯 다시 전등 스위치로 손을 가져가, 불을 껐다.


    "으으아아악!!"


    머리카락을 드리운 여자가 여전히 거꾸로 매달린 채 그의 눈앞에 얼굴을 들이밀고 있었다.


    비명을 내지르며 뒷걸음 친 그는 방문도 부서져라 쾅 하고 닫아버렸다.


    하지만 바깥에서 잠그려면 열쇠가 필요한 방문의 손잡이가, 그가 돌리지도 않았는데 서서히 회전하더니 달칵, 하고 문이 열렸다. 문틈 새로 보인 여자가 웃었다.


    죽어라 등을 돌려 현관문을 박차고 나온 그는 자신의 2층 자취방을 내버려두고 도로로 뛰쳐나갔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니 마찬가지로 현관문으로 기어 나온 여자가 2층 벽을 타고 올라가더니 그대로 앞의 3층 건물 옥상을 도마뱀처럼 타고 넘어 그를 쫒아오기 시작했다.


    "시..시..시ㅂ..!!"


    입에서 욕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발작처럼 뒷걸음질 친 그는 개 같은 모양새로 네발로 다 땅을 짚으며 몸을 돌려서 반대편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주택지를 벗어나 사거리로, 그리고 강을 건너는 다리로 횡단보도의 붉은 불도 무시한 채 내달린 그는 다리 위로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에 부딪쳐서야 조금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생각했다.


    '어디로 가? 경찰서? 소방서?'


    뒤를 돌아보자 3층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린 여자가 몸을 뒤집고 여전히 도마뱀 같은 움직임의 엄청난 속도로 그를 향해 기어왔다. 여자도 횡단보도의 신호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


    - 빠아아앙!


    트럭이 와서 여자를 박아버렸다. 귀신이 교통사고를 당하는 비현실적인 광경을 목격한 남자는 상황파악을 못한 눈으로 도로 쪽을 바라보다가 안절부절 못하던 손을 살짝 내려놓았다.


    '뭐야.. 저거 죽은 거야..?'


    그렇게 생각하는데, 옆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남자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다리의 인도부분을 지나, 수십 미터 아래의 강으로 이어지는 허공밖에 없는 난간 바깥에서 세번째로 시선이 마주쳤다. 난간에 매달린 여자의 퍼런 눈동자가 남자를 봤다.


    "개..시..으..으악악아아!!"


    주먹을 꽉 쥐고 난간 바깥을 향해 휘둘렀지만 여자의 얼굴이 등을 뒤로 확 꺾어 아래쪽으로 사라졌다가, 다시 천천히 그를 향해 올라왔다.


    "아아아악!!!시!!악!!시!!"


    남자는 다시 뒷걸음질 쳐서 다리의 인도에서 도로 쪽을 막는 펜스에 부딪쳤다. 그리고 그 펜스에 반쯤 매달려 옆으로 기다시피하며 다시 건너왔던 곳의 반대편 방향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여자는 쫒아오지 않았다. 라고 생각했으나, 잠시 후 그게 아니었다. 난간에 매달린 여자 말고도 수많은 여자가 다리 아래쪽부터 기어 올라와 그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뒤도 안돌아보고 내달려 시내의 파출소로 뛰쳐 들어간 남자는 횡설수설하기 시작했다.


    "경찰..경찰..흐억으..흐..경찰아저씨.. 여자..저거 파란눈..여자.."


    설명을 하려고 해도 나오는 말도 없고 너무 달려온 탓에 숨이 벅차올라 울음이라도 나올 것 같았다. 그런 그를 자리에 앉아있던 경찰이 미친 취객이라도 바라보듯이 아니꼽게 올려다봤다. 그런 와중에 남자는 느낄 수 있었다. 눈 앞 허공에 뭔가 있다는 걸. 경찰서 천장에도 뭔가가 매달려있다는 걸.


    홀린 듯이 뒷걸음질 쳐 나온 남자는 정말로 미쳐버린 사람처럼 달려서 경찰서에서 멀리 떨어진 후 뒤를 돌아봤다.

    정신 나간 사람인가 하며 밤거리로 따라 나온 경찰의 등 뒤에 여자가 올라타 있다. 머리와 어깨 위로 그 여자의 머리카락이 흘러내리고 있는 경찰의 눈이 시퍼랬다.


    '경찰서..경찰서는 안 돼.. 소방서로 가..'


    남자는 덜덜 떨리는 판단력으로 자정이 넘어 아무도 없이 텅 빈 시장거리를 내달렸다. 소방서가 어딘지도 생각 안 났다. 무작정 달렸다.


    그렇게 도착한 은행이 앞 사거리 한복판. 어떤 소년이 양촛불을 두르고 앉아있었다. 눈이 빨갰다.


    "뭐야 아저씨 여기 어떻게 들어와. 어? 산사람이야? 신기하네. 도망쳤어?"


    남자는 소년이 뭐라는지도 제대로 듣지 않은 채 겁먹은 사람처럼 고개를 좌우로 흔들다가 '도망쳤어?'라는 물음에서 고개를 열성적으로 끄덕였다. 도망쳤다. 제발 도망쳤으면 좋겠다.


    "잘 됐네. 산으로 가자."


    그런 그에게 가벼운 어투로 말한 소년이 양초 불빛을 비벼 끄고 손을 탈탈 털며 일어났다.


    "천장이 없는 곳이 필요해. 그 여자는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서 나타나거든. 저 산엔 절에서 설치해둔 야외 절당이랑 조명이 있으니까 그걸 쓰러가자고."


    뭘 왜 쓰러가자는지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서 나타난다는 말은 이해했다. 천장이 없는 곳으로 가자. 그건 격하게 옳은 말이었다. 소년이 앞장섰다.


    소년은 서두르는 기색도 없이 대충 주머니에 손 찔러 넣고 털래털래 뛰어가는 것 같은데, 남자가 아무리 전력으로 달려가도 쫒아갈 수가 없었다.


    시야에서 사라질듯 말듯 앞서가는 소년을 따라 도시 외곽 고속도로 아랫편의 굴 터널을 통해 도시 바깥의 산오름길 초입으로 나간 남자는 그대로 등산용 계단이 깔린 산길을 따라서 산으로 올라갔다. ㅁㅁ절까지 00미터라는 안내팻말이 눈에 띄었다.


    재작년 쯔음엔가 증설한 절의 의리의리한 지붕이 보였다. 의아해진 남자가 앞서가던 소년에게 외쳐 물었다.


    "야..야!! 근데 아까 야 천장에서 나온다며! 절에도 천장 있는 거 아니야??"


    "에이 그래도 절인데 귀신이 나오겠어?"


    소년의 시큰둥한 대답과 함께 둘의 시선이 절의 입구로 향했다. 본당의 문이 닫혀있지 않았다. 그 열린 문으로 머리카락이 스르르 내려오더니 창백한 얼굴이 나타났다. 눈을 뜨자 파란색이었다.


    소년이 남자에게 손짓을 하며 외쳤다.


    "형씨..형씨.. 저거 빨리 뛰어 올라가서 불 켜."


    소년이 가라고 가리킨 것은 등산로를 조금 더 올라가면 커다란 바윗가에 마련되어있는 야외 절당이었다. 남자는 말만 듣고 숨도 안 쉬고 등산로 계단을 달려 올라갔다. 얼마 오르지 않아 나타난 쉼터 겸 바위 맡에 모셔진 커다란 불상에 절을 올릴 수 있게 마련된 공간에 투명한 유리함이 설치되어있고 그 속에 타다만 양초가 남아있었다.


    유리함 안을 필사적으로 더듬은 남자는 양초 주변에 버려진 성냥을 되는대로 꺼내 비볐다. 그리고 어거지로 붙인 불을 양초에 갖다 옮겼다. 불꽃 하나가 고요하게 타오르고 유리함에 따스한 반사광이 번졌다. 남자가 고개를 획 돌려 소년을 불렀다.


    "야..!야!! 붙였어!!! 불!!!!"


    어느새 소년은 자기 주변에 지핀 무엇에 붙였는지 모를 불빛을 두르고 뒤집힌 여자들을 막아서고 있었다. 여자 하나가 그것을 피해 나무 위를 뛰어넘으며 둘러 와선 절당에 있는 부처상 뒤편으로 기어올랐다가 거꾸로 뒤집어져 내려오며 그 머리카락으로 촛불이 켜진 유리함을 덮었다. 불그림자가 사라지고 주변이 어두워졌다. 머리카락을 드리운 여자가 고개를 꺾어 돌리며 그를 올려다봤다. 웃었다.


    "시..시발..! 안에 촟ㅅ불 켰어!! 빨리 어떻게 해보라고!!“


    남자의 드디어 성공한 욕질에 소년도 욕으로 되받아쳤다.


    "형씨 등신아! 불 그거 말고! 백열전구를 키라고!! 저거 나무에 스위치 걸려 있잖아!! 야외 조명용으로 설치돼 있는 거!!"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린 남자의 눈에 근처 나무에 걸린 전깃줄과 스위치 달린 콘센트가 들어왔다. 콘센트엔 주렁주렁 플러그가 박혀있었는데 아무래도 주변 산을 둘러 설치된 축제 때나 쓰는 조명 전구인 모양이었다.


    남자는 뒤집힌 여자가 올려다보는 소소소름끼치는 눈빛에 튕겨나가듯이 다다달려가 스위치를 올렸다. 절간주변의 온 산에 전구불빛이 들어오며 집어등마냥 환하게 밝아져선 눈이 부셔 아파왔다. 그와 동시에 뒤집힌 여자들이 사라지거나 나자빠졌다.


    소년, 영매가 빛이 켜진 절당 쪽을 직시하며 자세를 잡았다. 방진을 밟고 팔을 펼쳤다.


    "제 발로 달려 천장 아래에서 도망친 자가 네놈들의 죄에 대해 고했다!"


    머릿속을 울리는 쩌렁쩌렁한 외침이 온 산과 절간을 흔들자 빛을 피해 사라졌던 여자들의 모습이 다시 나타나 괴로워했다.


    "인간을 홀리는 게 업이요 인간을 죽이는 것도 업이라 자신의 의의를 행했다 하나! 허락 없이 주인 있는 천장아래에 들어든 것은 네놈들의 틀림없는 죄라! 쨍한 빛 속에 드러나 잡힌 때는 뉘우치고 멸해질 때요 그것이 바로 지금이니!"


    영매가 붉은 눈을 사납게 떴다.


    "당장 내 눈앞에서 사라져!"


    그 일갈에 마치 뭉쳐있던 공기처럼 한기어린 바람이 되어 모든 파란 안광들이 희미해지다 흩어져 산 공기 속으로 사라졌다.


    그 비현실적인 모습을 눈을 비비며 쳐다보던 남자는 손에 꼭 쥐고 있던 스위치를 조심스레 다시 꺼보았다. 산에 다시 어둠이 찾아온 것에 놀라 눈을 꽉 감았지만, 다시 눈을 뜨고 빛에 노출되었던 눈이 어둠속에 적응하자 귀신하나 없는 아름다운 야산이 시야에 들어왔다.


    터덜터덜 등산로를 마저 올라온 소년이 유리함 속의 양초에 불을 붙이고 남자 곁으로 다가와 쉼터에 마련된 나무둥치에 앉았다. 양초불빛 하나에 의존한 그림자 몇 개가 귀신처럼 일렁거렸다. 하도 겁먹고 내달려온 탓에 그것에도 온 가슴이 술렁였지만, 유심히 살펴 본 끝에 남자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앉았다.


    소년이 말을 건넸다.


    "아저씨 재능 있네. 저거 천장에 거꾸로 매달린 여자는 도시 하나를 통째로 집어삼키거든. 퇴마하려면 고명한 영매사랑 저걸 제대로 따돌린 인간, 그리고 강한 빛이 필요한 거라 보통은 한방에 퇴마 못하는데."


    소년은 주머니에서 껌을 하나 꺼내 씹으며 말을 계속했다.


    "고명한 영매사야 내가 고매하니까 괜찮고 강한 빛도 문제없었는데, 어떻게 아저씨가 제대로 따돌려주기까지 한 덕분에 쉽게 해치웠네. 원래 일주일 정도는 밤새면서 기다렸어야했던 건데 말이야."


    남자는 별것 아니라는 듯이 내뱉는 그가 뭘 잘못했으면 굉장히 큰일 났을 거란 소년의 말에 귀에 들린 단어를 되는대로 주워 되물었다.


    "왜 일주일인데.”


    "그쯤 지나면 홀린 사람들이 탈진나서 죽기 시작하거든. 귀신에 억울하게 피해 받아 죽은 사람들 영혼 모아다가 그 영력으로 퇴마하는 거지. 뭐 영매사들 하는 일이 다 그런 거 아니겠어. 우리라고 무한한 정력이 이유 없이 막 솟아나는 것도 아니고, 죽은 사람 있어야 산사람들도 살리고 하는 거지.."


    "난 산사람인거 맞지? 죽은 사람 아니지?"


    "맞어.“


    "그럼 이거 죽은 사람 없는 거 아니야?"


    "뭐 그렇지. 죽은 사람들 모아다가 퇴마하는 게 정공법이고, 지금한게 편법. 그런데 이건 오밤중에 방에서 튀어나와서 마을 밖 산중턱까지 전력질주가 가능한 사람이 있어야 되는 편법이라. 요즘 시대에는 못쓰거든. 다들 체력이 저질이라."


    소년이 웃으면서 덧붙였다.


    "그 정도 줄행랑이면 무슨 귀신이 들러붙어도 다 살아남겠다.”


    그러곤 소리 내어 큭큭거렸다.

    출처 새벽에 자다 깼는데 대충 이런 내용의 꿈을 꿨습니다.
    https://britg.kr/novel-group/novel-post/?np_id=117514&novel_post_id=6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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