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오유 바로가기
http://m.todayhumor.co.kr
분류 게시판
베스트
  • 베스트오브베스트
  • 베스트
  • 오늘의베스트
  • 유머
  • 유머자료
  • 유머글
  • 이야기
  • 자유
  • 고민
  • 연애
  • 결혼생활
  • 좋은글
  • 자랑
  • 공포
  • 멘붕
  • 사이다
  • 군대
  • 밀리터리
  • 미스터리
  • 술한잔
  • 오늘있잖아요
  • 투표인증
  • 새해
  • 이슈
  • 시사
  • 시사아카이브
  • 사회면
  • 사건사고
  • 생활
  • 패션
  • 패션착샷
  • 아동패션착샷
  • 뷰티
  • 인테리어
  • DIY
  • 요리
  • 커피&차
  • 육아
  • 법률
  • 동물
  • 지식
  • 취업정보
  • 식물
  • 다이어트
  • 의료
  • 영어
  • 맛집
  • 추천사이트
  • 해외직구
  • 취미
  • 사진
  • 사진강좌
  • 카메라
  • 만화
  • 애니메이션
  • 포니
  • 자전거
  • 자동차
  • 여행
  • 바이크
  • 민물낚시
  • 바다낚시
  • 장난감
  • 그림판
  • 학술
  • 경제
  • 역사
  • 예술
  • 과학
  • 철학
  • 심리학
  • 방송연예
  • 연예
  • 음악
  • 음악찾기
  • 악기
  • 음향기기
  • 영화
  • 다큐멘터리
  • 국내드라마
  • 해외드라마
  • 예능
  • 팟케스트
  • 방송프로그램
  • 무한도전
  • 더지니어스
  • 개그콘서트
  • 런닝맨
  • 나가수
  • 디지털
  • 컴퓨터
  • 프로그래머
  • IT
  • 안티바이러스
  • 애플
  • 안드로이드
  • 스마트폰
  • 윈도우폰
  • 심비안
  • 스포츠
  • 스포츠
  • 축구
  • 야구
  • 농구
  • 바둑
  • 야구팀
  • 삼성
  • 두산
  • NC
  • 넥센
  • 한화
  • SK
  • 기아
  • 롯데
  • LG
  • KT
  • 메이저리그
  • 일본프로야구리그
  • 게임1
  • 플래시게임
  • 게임토론방
  • 엑스박스
  • 플레이스테이션
  • 닌텐도
  • 모바일게임
  • 게임2
  • 던전앤파이터
  • 마비노기
  • 마비노기영웅전
  • 하스스톤
  • 히어로즈오브더스톰
  • gta5
  • 디아블로
  • 디아블로2
  • 피파온라인2
  • 피파온라인3
  • 워크래프트
  • 월드오브워크래프트
  • 밀리언아서
  • 월드오브탱크
  • 블레이드앤소울
  • 검은사막
  • 스타크래프트
  • 스타크래프트2
  • 베틀필드3
  • 마인크래프트
  • 데이즈
  • 문명
  • 서든어택
  • 테라
  • 아이온
  • 심시티5
  • 프리스타일풋볼
  • 스페셜포스
  • 사이퍼즈
  • 도타2
  • 메이플스토리1
  • 메이플스토리2
  • 오버워치
  • 오버워치그룹모집
  • 포켓몬고
  • 파이널판타지14
  • 배틀그라운드
  • 기타
  • 종교
  • 단어장
  • 자료창고
  • 운영
  • 공지사항
  • 오유운영
  • 게시판신청
  • 보류
  • 임시게시판
  • 메르스
  • 세월호
  • 원전사고
  • 2016리오올림픽
  • 2018평창올림픽
  • 코로나19
  • 2020도쿄올림픽
  • 게시판찾기
  • 오유인페이지
    개인차단 상태
    길고양이님의
    개인페이지입니다
    가입 : 04-06-21
    방문 : 2339회
    닉네임변경 이력
    회원차단
    회원차단해제
    게시물ID : readers_31571
    작성자 : 길고양이
    추천 : 0
    조회수 : 337
    IP : 49.254.***.9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8/04/23 10:49:08
    http://todayhumor.com/?readers_31571 모바일
    제목을 아직 정하지 못했어요....2
    <1>

    [ 에이잇......!!! ]

    또 안무를 틀렸다. 벌써 네 번째다.
    나는 짜증이 섞인 혼잣말을 내뱉으며 침대 위로 벌렁 드러누웠다.
    그러고나서 숨이 너무 차오른 나머지 허억~ 허억~ 하는 소리를 내면서
    내 방 천장의 무늬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중이다.

    나는 왼손을 들어올려 이마에 유리알처럼 맺힌 땀을 닦아내다가
    그대로 이마 위에 손목을 얹고 눈을 감았다.

    [ 흐응...... 짜증나.. ]

    나는 한번 더 혼잣말을 했다.
    방 안에는 안무 연습을 하려고 틀어 놓은 음악이 울리고 있다.
    가라앉은 나의 기분과는 다르게  그 음악은 무척 신나게 느껴졌다.

    Are You Ready To Walk?  Are You Ready To Walk?

    Milan, Paris, New York... Are You Ready To Walk? 


    나는 노래의 가사에 가만히 집중했다.
    할 수만 있다면 저 노랫말처럼 어디로든지 떠나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노래를 들어도, 춤을 춰도, 
    나의 기분이 쉽사리 풀리지 않는 오늘 이 저녁은
    내가 엄마와 말다툼을 제법 심하게 한 날이었다.

    똑똑똑 하고 문을 가볍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잽싸게 이불 속으로 후다닥 기어 들어가서
    머리 끝까지 이불을 뒤집어 쓰고는 숨을 죽였다.
    지금 내 방문을 두드릴 사람은 엄마 뿐이었는데 
    나는 아직 엄마와 얘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내가 이불 속에 숨어있는 사이에 방 문이 조심스럽게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문이 열리는 소리만 들렸을 뿐 그 후로는 아무런 기척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청각에 온 신경을 집중하며 잠자코 있었다.

    [ 잠들었니? ]

    한참만에 엄마의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들렸지만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한참만에, 
    조심스럽게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고 침묵이 찾아왔다.

    그래도 나는 이불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엄마가 문을 닫고 돌아간 게 아니라
    방 안으로 들어와서 문을 닫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더워서 갑갑해질 때까지 뒤집어 쓴 이불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주변에서 어떤 소리가 들려오는지 청각에만 소리를 집중하고 있었다.
    하지만 귀에 들리는 소리는 안무를 연습하느라 틀어놓은 노래소리 뿐이었다.

    그제서야 긴장이 풀린 나는 싱거워하며 몸을 일으켰다.
    이불을 걷어내고 침대에 멍하니 앉아 한 숨을 내쉬었다.

    [ 흐으응...... 짜증나아아아. ]

    나는 두 손으로 머리카락을 마주 헤집으며 흔들었다.



    <2>

    [ 어? ]

    갑자기 모니터 화면에 나타난 메시지에 나는 깜짝 놀랐다.

    < '달토끼' 님이 파티 신청을 합니다. 수락할까요? >

    [ 뭐야, 이건... ]

    나는 심드렁하게 중얼거리며 < 거절 > 을 클릭했다.
    그러고는 열심히 마우스를 움직이며 미들랜드 초원을 달리면서
    < 감기 걸린 들고양이 > 를 찾아내는 족족
    < 몸에 좋은 송이버섯 > 을 나눠주고 있었다.

    앞으로 고양이 여섯 마리에게 버섯을 나눠주면 퀘스트를 끝낼 수 있다.
    하지만 인벤토리 안의 버섯은 다섯개 뿐이었다. 기분이 씁쓸했다.

    [ 버섯 하나 때문에 사냥터로 되돌아가야 하나..... ]

    나는 살짝 귀찮은 마음이 들었지만, 애초에 버섯 개수를 잘못 헤아린
    나의 실수였으므로 누굴 탓할 수 도 없었다.
    그저 사냥터에서도 < 감기 걸린 들고양이 > 를 만날 수 있기를.

    < '달토끼' 님이 파티 신청을 합니다. 수락할까요? >

    안그래도 부족한 버섯 때문에 심기가 불편한 나에게 
    귀찮은 파티 신청이 또 날아왔다. 도데체 저 달토끼는 뭐지?
    나는 이번에도 거절을 하려다가, 
    문득 저 사람이 버섯을 가지고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귀찮은 일 하나가 해결될지도 모르는 것이었기 때문에
    이번에 나는 < 수락 > 을 선택해서 그 낯선 사람을 파티로 받아들였다.

    < 달토끼    : 고맙습니다. 아빠펭귄님. ^^* >

    대화창에 그 사람이 보낸 채팅 메시지가 출렸되었다.
    나는 대화창에 뜬 그 사람의 인사를 빤히 바라보았다.

    [ 뭐야 이 사람, 친한 척 하긴..... ]

    게임을 하면서 다른 사람과 파티를 맺는 일은 흔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친한 척 인사를 하거나 말을 걸어오는 일은 거의 드물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나 역시도 
    저 사람에게 얻어낼 게 있었으므로 마냥 무시하지는 못했다.

    < 아빠펭귄 : 아, 네. 안녕하세요. >
    < 달토끼    : 같이 퀘스트 해요. >
    < 아빠펭귄 : 혹시 송이버섯 갖고 있어요?  >
    < 달토끼    : 네. 두 개쯤. >
    < 아빠펭귄 : 잘됐네요. 저 고양이 여섯마리만 더 찾으면 되요.  >
    < 달토끼    : 저는 드래곤 충치 치료 하러 가야 되는데.. >

    나는 달토끼라는 사람이 송이버섯을 가지고 있다는 말에 일단 만족했다.
    내 퀘스트를 끝내고, 저 사람의 퀘스트를 도와주면 간단히 끝날 거 같았다.
    달토끼는 나보다 레벨이 낮았지만 그럭저럭 내가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빠펭귄과 달토끼는 초원을 내달리면서 < 감기 걸린 들고양이 > 를 찾아다녔다.
    고양이들의 감기를 다 낫게 한 후에는 드래곤의 둥지로 가서 
    < 울고 있는 아기 드래곤 > 을 찾아야 한다.



    < 3 >

    게임에 접속하면서 나는 습관적으로 달토끼를 찾았다.
    며칠 전 우연히 만나서 함께 파티를 맺고 퀘스트를 하면서
    달토끼와 친구관계를 맺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후로도 몇 번 게임 상에서 달토끼를 만나서 퀘스트를 함께 했는데
    게임에 서툰 달토끼를 내가 리드하면서
    이것 저것 도와주는 일이 그다지 귀찮지만은 않았다.

    게다가 달토끼와 나는 은근히 말이 잘 통하는 구석이 있었고
    달토끼도 내가 하는 말을 잘 들어주었으며
    가끔은 제법 진지한 조언도 해줬었기 때문에
    요즈음에는 달토끼를 만나면 게임을 하는 시간보다
    채팅으로 수다를 떠는 시간이 점점 더 길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달토끼는 접속해 있지 않았다.
    오프라인 상태라는 의미의 회색 엑스표시가
    달토끼 캐릭터 옆에 표시되어 있는 걸 보면서
    나는 심드렁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요 며칠 동안 엄마와 냉전중이라서 그런지
    집에 있을 땐 사소한 일로도 엄마랑 말다툼을 하게 되는 일이 잦았다.

    그래서 엄마와 함께 있는게 조금 어색하고 불편했기 때문에
    나는 방으로 들어가 춤 연습을 하거나,게임을 하곤 했다. 

    엄마와 나의 마찰에 대해서 엄마는 그저 
    사춘기의 변덕이나, 소심한 반항 쯤으로 여기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시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 엄마와 나는 사이가 꽤 좋았는데,
    언제부터 이렇게 자주 다투게 된건지 이제는 기억조차 잘 나지 않는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엄마와의 사이가 심하게 틀어진 게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단지 우리가, 
    화해의 손을 내밀 타이밍을 잡지 못한 채 각자가 우물쭈물 하고 있는 거라고 믿었다.
    그래도 언젠가는 화해를 하긴 해야겠지.
    아마도 먼저 손을 내미는 그 역할은 내가 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에 잠겨서 무심하게 초콜릿 괴물을 사냥하고 있던 중에 
    ''달토끼' 님이 접속했습니다. ' 하는 메시지가 반짝 반짝 하는것을 보았다.

    < 아빠펭귄 : 또 늦었네? 지각쟁이. >

    나는 재빠르게 키보드를 두드려서 달토끼에게 메시지를 전송했다.
    달토끼와 몇 번 게임을 한 후로 친구를 맺었고 서로 반말을 쓰기로 합의한 것이다.

    < 달토끼    : 뭘, 10분도 지나지 않았잖아. >
    < 아빠펭귄 : 지각은 지각이지. 지각쟁이.  >

    나는 초콜릿괴물을 사냥하는 것을 그만두고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캐릭터가 바닥에 앉아 있으면 캐릭터 앞에 그럴싸한 모닥불이 자동으로 생겨난다.

    아빠펭귄은 홀로 고독하게 모닥불을 피우고 앉아서
    이 세상 어딘가에 있는 달토끼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목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우리의 언어는 마음을 통해 마음으로 직접 이어진다.
    탁탁 소리를 내며 타들어가는 나무 장작.
    일렁거리는 불꽃. 
    은은한 기타 소리와, 풀벌래 소리. 하지만 게임 속이라서 모기는 없다.

    이런 엉뚱한 상상을 하면서 나는 피식 웃었다.

    < 아빠펭귄 : 학교 갔다 오는데, 꽃이 벌써 엄청나게 피었더라.  >
    < 달토끼    : 맞아. 나도 봤어. >
    < 아빠펭귄 : 그거 보니까 벚꽃빙수 먹고 싶더라고. >
    < 달토끼    : 빙수? 이 계절에 빙수는 좀 무리 아니야? >
    < 아빠펭귄 : 뭐 어때. 맛만 있으면 그만이지. 크크크 ^^  >
    < 달토끼    : 그럼 먹으러 가면 되잖아~ >
    < 아빠펭귄 : 슬프게도, 어디서 파는지 모르네요.  >
    < 달토끼    : 공중정원에서 팔던데? >
    < 아빠펭귄 : 에에???  >
    < 달토끼    : 엄밀히 말하면, 공중정원 지하에 까페에서 말이지만. >

    공중정원의 지하.
    나는 그 말의 어감이 굉장히 부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 공중의 지하라니.
    하지만 그 공중정원은 시내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우메다 스카이빌딩을 말하는 것이라는 걸 나는 알고 있다.
    그 건물의 옥상은 정원으로 되어 있고 지하에 맛집들이 많이 모여 있는데
    그 가게들 중 벚꽃빙수를 파는 까페가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달토끼는 그런 걸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 아빠펭귄 : 정말?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네. 용케도 그런 걸 알고 있구나?  >
    < 달토끼    : 그야, 가까운 곳이라서 자주 보니까 그렇지.  >
    < 아빠펭귄 : 에에에에?????  >

    이번에는 정말 놀랐다.
    게임을 하면서 서로 신변잡기에 관한 얘기를 나누지 않았기 때문에 
    어디에서 사는지, 이름이 뭔지, 남자인지 여자인지에 관한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았었다. 아무래도 달토끼는 나와 가까운 곳에서 사는 것 같았다.
    그런데 달토끼의 다음 말이 나를 더욱 더 놀라게 했다.

    < 달토끼    : 사먹으러 갈래?  >

    달토끼의 그 말이 너무 뜻밖이어서 대답을 하지 못했다.
    달토끼를 만난다고? 이상한 사람이면 어떡하지?  만약 변태라면?
    나를 납치하려는 건 아닐까? 하는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하지만 아직 밝은 낮이고, 공중정원은 사람도 많은 곳이라서
    달토끼가 나에게 나쁜 짓을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게다가 오늘은 마침, 엄마도 집에 안계신다.

    < 아빠펭귄 : 그럼... 음.... >
    < 달토끼    : 안내키면 거절해도 되. ^^  >
    < 아빠펭귄 : 아니야.  좋아. >
    < 아빠펭귄 : 지금부터 딱 한 시간 후. 3시 24분. 공중정원 앞에서 만나자. >
    < 달토끼    : 한 시간 후? 3시 30분이면 30분이지, 24분은 뭐니.  >
    < 아빠펭귄 : 지각이나 하지 마. 지각쟁이. >

    나는 게임의 접속을 끊었다.
    괜히 웃음이 났다.



    < 4 >

    나는 우메다 스카이빌딩의 입구 앞에 서있었다.
    그리고 집에서 갖고 나온 주먹보다 조금 더 큰 나의 펭귄 인형을
    일부러 눈에 잘 띄도록 품에 안은 채,
    빌딩 가까이로 다가오는 사람들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약속시간이 다가오면서 나는 조금씩 긴장되기 시작했다. 
    그런 긴장감을 감추려고 나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지으며
    헤드폰을 통해 흘러 나오는 노래를 듣고 있었다.
    하지만 마음만은 두근거리며 떨리고 있다.

    나는 달토끼가 먼저 나를 알아보고 말을 걸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게임을 같이 했다고 하더라도 처음 보는 사람에게 
    내가 먼저 말을 거는 건 상상도 못 할 어려운 일이었다.

    우리는 서로를 알아볼 수 있도록 각자의 표식을 정해두었다.
    그 표식으로 나는 펭귄인형을 안고 있겠다고 말했을 때
    달토끼는 그럼 나는 토끼.. 하고 말했었다.
    하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토끼인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
    하긴 살아있는 토끼를 안고 다닐 사람은 없겠지.

    [ 미나짱 ! ]

    누군가가 내 뒤에서 어깨를 툭 건드리는것과 동시에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깜짝 놀라며 뒤를 돌아 보았는데, 
    거기는 무뚝뚝한 표정을 짓고 있는 엄마가 엄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런 곳에서 엄마와 마주치다니.
    나는 당황해서 귀에 쓰고 있던 헤드폰을 천천히 벗겨내었다.

    [ 미나짱, 여기 웬일이야? ]
    [ 아, 응.. 뭐. 그냥. 바람 쐬러. ]
    [ 바람을 쐬러 여기 까지 왔다고? ]

    엄마의 말에 나는 난처해져서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
    바람쐬러라니 내가 생각해도 너무 바보같은 말이었다.
    하지만 엄마에게, 온라인 게임을 하다가 알게 된 사람이 있는데
    얼굴도, 이름도, 성별도 모르지만 벚꽃빙수를 같이 먹기 위해서
    그 사람을 만나러 왔다는 말은 절대로 할 수 없었다.
    엄격한 엄마의 성격상 그런 말을 꺼냈다가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뻔했다.
    미안해 달토끼, 오늘 우리는 만나지 못할 것 같아.

    [ 뭐 좀 살 것도 있었고. ]

    나는 웅얼거리듯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마치 죄 지은 걸 들키기라도 한것처럼 나는 얼굴이 화끈 거렸기 때문이다.

    [ 그럼, 쇼핑이나 하고 언능 들어가지 왜 멍하니 서있어.
      그리고 아직도 인형을 들고 다니니? 어린애도 아니고. ]

    엄마의 잔소리에 나는 고개를 숙이며
    그때까지도 품에 안고 있던 인형을 슬그머니 내려, 내 등 뒤로 감췄다.

    엄마의 검정색 가죽 핸드백에 매달려있는 금색의 키링을 발견한 건 그때였다.
    통통한 초승달에 동글동글한 느낌의 귀여운 토끼가 걸터앉아 있는 키링이었다.

    초승달, 토끼. 설마?

    나는 놀란 눈으로 고개를 들어 엄마의 얼굴을 보았다.
    엄마는 무언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생글생글 웃고 계셨다.

    [ 달..토..끼...? ]
    [ 이번에는 지각 안했어. 그렇지? 아빠펭귄. ]
    [ 엄마였어? ]
    [ 벚꽃빙수 먹으러 가자. 나온 김에 쇼핑도 하고. 아빠펭귄님. ]
    [ 아아아...... ]

    나는 엄마에게 한 방 맞은 것이다.
    허탈한 웃음을 터뜨리며 나는 한 손에 인형을 쥔 채
    양쪽 손으로 내 머리를 감싸 안으며 우와앙 하는 신음소리를 내었다.
    엄마는 엄마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우리가 화해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엄마와 함께 공중정원 빌딩의 지하의 디저트까페에 들어갔다.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앉아 있는 우리는
    실로 오랜만에 말다툼 없이 웃으며 애기하고 있었다.
    빙수를 다 먹고, 공중정원에 올라가 보자는 엄마의 말에 나는 질색을 하며 사양했다.
    공중정원은 일종의 전망대인데, 높이도 높거니와 지붕도 없어서
    강풍을 온 몸으로 맞을 수 있는 아주 아주 아주 무서운 곳이기 때문이다.

    드디어 우리가 주문한 벚꽃빙수가 나왔다.
    커다란 유리 그릇에 푸짐하게 쌓인 빙수가 
    갖가지 과일 조각들로 데코레이션 되어 있었다.
    벚꽃은 전혀 들어가 있지도 않고, 꽃 모양의 장식도 없지만
    이름만은 어쩐지 벚꽃빙수로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나는 휴대폰을 꺼내 예쁘게 장식된 빙수 사진을 찍고, 마지막으로
    엄마와 함께 셀카를 찍었다. 

    [ 저, 두 분 말씀중에 실례합니다. ]

    세련된 억양의 좋은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와 나의 시선을 한꺼번에 사로잡은 그 여자는 예의 바르게 웃으며
    우리가 앉아있는 테이블 곁에 서서 손을 모으고 서있었다.

    [ 괜찮다면, 잠시 얘기 좀 나누실 수 있을런지요? ]

    어깨를 살짝 넘길 것 같은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질끈 묶고,
    연한 입술 화장에, 튀지 않은 메이크업을 한 그 여자는 
    작은 손지갑에서 명함을 꺼내 엄마와 내 앞에 내밀며 말했다.
    엄마와 나는, 그녀가 내민 명함을 바라보았다.

    < JYP 엔터테인먼트. 캐스팅3팀 팀장 정지윤 >

    엄마와 나는 너무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손으로 입을 가리며 서로를 바라 볼 뿐이다.


    < 끝 >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단,비공감수가 추천수의 1/3 초과시 해당없음)

    죄송합니다. 댓글 작성은 회원만 가능합니다.

    번호 제 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283
    늦은 인사.. ^^ [4] 길고양이 19/01/02 19:46 70 1
    282
    [부탁] 12월 노래 좀 추천해 주세요 ^^; [14] 길고양이 18/12/19 11:43 134 8
    281
    스파이더맨 [1] 길고양이 18/11/10 11:26 63 5
    280
    시간 여행에 관한..궁금증. ^^ [3] 창작글본인삭제금지 길고양이 18/10/31 17:26 75 0
    279
    태..택배... [5] 길고양이 18/10/23 15:21 211 8
    278
    지금도.... [1] 길고양이 18/10/05 20:19 52 1
    277
    트와이스, Be as ONE [5] 길고양이 18/10/01 15:02 181 11
    276
    발바닥 티눈.. 치료할 때 많이 아파요 ? [33] 길고양이 18/09/04 20:09 265 2
    275
    비가.. 너무 우와앙.. [2] 길고양이 18/08/28 20:03 37 1
    274
    삼일이 지났다 [5] 길고양이 18/08/08 21:55 43 3
    273
    저는 고양이를 키웠어요. ^^ [14] 길고양이 18/08/06 16:43 161 37
    272
    제목을 아직 정하지 못했어요....3 [2] 길고양이 18/06/22 10:06 48 0
    271
    TWICE, I WANT YOU BACK Music Video [7] 길고양이 18/06/18 17:29 126 12
    270
    새벽이다...뻘글 써야지... [8] 길고양이 18/06/11 02:43 216 9
    269
    원스님들, 영상 좀 찾아주세요.. [5] 길고양이 18/06/09 14:20 129 7
    268
    아 츄~~ [11] 길고양이 18/06/07 09:02 128 17
    267
    이 순간 만큼은 트와이스 [1] 길고양이 18/05/21 02:35 285 9
    266
    뻘..무쓸모 자랑.. [9] 길고양이 18/05/03 18:03 152 5
    265
    뻘.,슈스제 신곡 발표.. [2] 길고양이 18/04/27 23:18 113 5
    264
    Say YES [5] 길고양이 18/04/27 18:30 35 6
    263
    애게님들.. 연게로 놀러 오세요 [1] 길고양이 18/04/27 16:00 59 11
    262
    애게 유저님들~~ [1] 길고양이 18/04/27 15:37 66 8
    261
    [남북정상회담 오전 상황 브리핑] [9] 길고양이 18/04/27 13:22 1716 54
    260
    이 새벽, 잠을 잊은 원스님들께.. [4] 길고양이 18/04/27 00:52 71 12
    259
    트와이스 채영의 특별한 생일 길고양이 18/04/23 15:49 122 14
    제목을 아직 정하지 못했어요....2 길고양이 18/04/23 10:49 35 0
    257
    트와이스 채영님의 생일..^^ [6] 길고양이 18/04/23 02:20 144 13
    256
    제목을 아직 정하지 못했어요..... [15] 길고양이 18/04/20 13:53 54 6
    255
    대환장 속의 외침~ㅋㅋㅋㅋㅋ [2] 창작글 길고양이 18/04/19 13:42 142 7
    254
    닉언죄) 트와이스랜드님께서 보내주신 선물. [7] 길고양이 18/04/18 22:25 116 14
    [1] [2] [3] [4] [5] [6] [7] [8] [9] [10]
    단축키 운영진에게 바란다(삭제요청/제안) 운영게 게시판신청 자료창고 보류 개인정보취급방침 청소년보호정책 모바일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