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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readers_31553
    작성자 : 길고양이
    추천 : 6
    조회수 : 539
    IP : 49.254.***.9
    댓글 : 15개
    등록시간 : 2018/04/20 13:53:23
    http://todayhumor.com/?readers_31553 모바일
    제목을 아직 정하지 못했어요.....
    <div><br></div> <div> <div><1></div> <div><br></div> <div>[ 에이잇......!!! ]</div> <div><br></div> <div>나는 짜증이 섞인 혼잣말을 내뱉으며 침대 위로 벌렁 드러누웠다.</div> <div>그러고나서 숨이 너무 차오른 나머지 허억~ 허억~ 하는 소리를 내면서</div> <div>내 방 천장의 무늬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중이다.</div> <div><br></div> <div>나는 왼손을 들어올려 이마에 유리알처럼 맺힌 땀을 닦아내다가</div> <div>그대로 이마 위에 손목을 얹고 눈을 감았다.</div> <div><br></div> <div>[ 흐응...... 짜증나.. ]</div> <div><br></div> <div>나는 한번 더 혼잣말을 했다. 가라앉은 나의 기분과는 다르게</div> <div>방 안에는 신나는 댄스 음악이 울리고 있다.</div> <div><br></div> <div><br></div> <div>Are You Ready To Walk?  Are You Ready To Walk?</div> <div><br></div> <div>Milan, Paris, New York... Are You Ready To Walk? </div> <div><br></div> <div><br></div> <div>나는 노래의 가사에 가만히 집중했다.</div> <div>할 수만 있다면 저 노랫말처럼 어디로든지 떠나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div> <div><br></div> <div>노래를 들어도, 춤을 춰도, 나의 기분이 쉽사리 풀리지 않는 이 저녁은</div> <div>내가 엄마랑 말다툼을 제법 심하게 한 날이었다.</div> <div><br></div> <div>똑똑똑 하고 문을 가볍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div> <div>나는 잽싸게 이불 속으로 후다닥 기어 들어가서</div> <div>머리 끝까지 이불을 뒤집어 쓰고는 숨을 죽이고 있었다.</div> <div>지금 내 방문을 두드릴 사람은 엄마 뿐이기 때문이었다. </div> <div>나는 아직 엄마와 얘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던 것이다.</div> <div><br></div> <div>이불 속에 숨어있는 사이에 방 문이 조심스럽게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div> <div>하지만 문이 열리는 소리만 들렸을 뿐 그 후로는 아무런 기척도 없었다.</div> <div>그래서 나는 청각에 온 신경을 집중하며 잠자코 있었다.</div> <div><br></div> <div>[ 잠들었니? ]</div> <div><br></div> <div>한참만에 엄마의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들렸지만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div> <div>그리고 다시 한참만에, </div> <div>조심스럽게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고 침묵이 찾아왔다.</div> <div><br></div> <div>그래도 나는 이불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div> <div>왜냐하면 엄마가 문을 닫고 돌아간 게 아니라</div> <div>방 안으로 들어와서 문을 닫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div> <div><br></div> <div>그래서 나는 더워서 갑갑해질 때까지 뒤집어 쓴 이불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div> <div>주변에서 어떤 소리가 들려오는지 청각에만 소리를 집중하고 있었다.</div> <div>하지만 귀에 들리는 소리는 안무를 연습하느라 틀어놓은 노래소리 뿐이었다.</div> <div><br></div> <div>그제서야 긴장이 풀린 나는 싱거워하며 몸을 일으켰다.</div> <div>이불을 걷어내고 침대에 멍하니 앉아 한 숨을 내쉬었다.</div> <div><br></div> <div>[ 흐으응...... 짜증나아아아. ]</div> <div><br></div> <div>나는 두 손으로 머리카락을 마주 헤집으며 흔들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2></div> <div><br></div> <div>[ 어? ]</div> <div><br></div> <div>갑자기 모니터 화면에 나타난 메시지에 나는 깜짝 놀랐다.</div> <div><br></div> <div>< '달토끼' 님이 파티 신청을 합니다. 수락할까요? ></div> <div><br></div> <div>[ 뭐야, 이건... ]</div> <div><br></div> <div>나는 심드렁하게 중얼거리며 < 거절 > 을 클릭했다.</div> <div>그러고는 열심히 마우스를 움직이며 미들랜드 초원을 달리면서</div> <div>< 감기 걸린 들고양이 > 를 찾아내는 족족</div> <div>< 몸에 좋은 송이버섯 > 을 나눠주고 있었다.</div> <div><br></div> <div>앞으로 고양이 여섯 마리에게 버섯을 나눠주면 퀘스트를 끝낼 수 있다.</div> <div>하지만 인벤토리 안의 버섯은 다섯개 뿐이었다. 기분이 씁쓸했다.</div> <div><br></div> <div>[ 버섯 하나 때문에 사냥터로 돌아가야 하나..... ]</div> <div><br></div> <div>나는 살짝 귀찮은 마음이 들었지만, 애초에 버섯 개수를 잘못 헤아린</div> <div>나의 실수였으므로 누굴 탓할 수 도 없었다.</div> <div>그저 사냥터에서도 < 감기 걸린 들고양이 > 를 만날 수 있기를.</div> <div><br></div> <div>< '달토끼' 님이 파티 신청을 합니다. 수락할까요? ></div> <div><br></div> <div>안그래도 부족한 버섯 때문에 심기가 불편한 나에게</div> <div>귀찮은 파티 신청이 또 날아왔다. 도데체 저 달토끼는 뭐지?</div> <div>나는 이번에도 거절을 하려다가, </div> <div>문득 저 사람이 버섯을 가지고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div> <div>어쩌면 귀찮은 일 하나가 해결될지도 모르는 것이었기 때문에</div> <div>이번에 나는 < 수락 > 을 선택해서 그 낯선 사람을 파티로 받아들였다.</div> <div><br></div> <div>< 달토끼    : 고맙습니다. 아빠펭귄님. ^^* ></div> <div><br></div> <div>대화창에 그 사람이 보낸 채팅 메시지가 출렸되었다.</div> <div>나는 대화창에 뜬 그 사람의 인사를 빤히 바라보았다.</div> <div><br></div> <div>[ 뭐야 이 사람, 친한 척 하긴..... ]</div> <div><br></div> <div>게임을 하면서 다른 사람과 파티를 맺는 일은 흔했지만</div> <div>그렇다고 이렇게 친한 척 인사를 하거나 말을 걸어오는 일은 거의 드물었다. </div> <div><br></div> <div>하지만 이번에는 나 역시도 </div> <div>저 사람에게 얻어낼 게 있었으므로 마냥 무시하지는 못했다.</div> <div><br></div> <div>< 아빠펭귄 : 아, 네. 안녕하세요. ></div> <div>< 달토끼    : 같이 퀘스트 해요. ></div> <div>< 아빠펭귄 : 혹시 송이버섯 갖고 있어요?  ></div> <div>< 달토끼    : 네. 두 개쯤. ></div> <div>< 아빠펭귄 : 잘됐네요. 저 고양이 여섯마리만 더 찾으면 되요.  ></div> <div>< 달토끼    : 저는 드래곤 충치 치료 하러 가야 되는데.. ></div> <div><br></div> <div>나는 달토끼라는 사람이 송이버섯을 가지고 있다는 말에 일단 만족했다.</div> <div>내 퀘스트를 끝내고, 저 사람의 퀘스트를 도와주면 간단히 끝날 거 같았다.</div> <div>달토끼는 나보다 레벨이 낮았지만 그럭저럭 내가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았다.</div> <div><br></div> <div>아빠펭귄과 달토끼는 초원을 내달리면서 < 감기 걸린 들고양이 > 를 찾아다녔다.</div> <div>고양이들의 감기를 다 낫게 한 후에는 드래곤의 둥지로 가서 </div> <div>< 울고 있는 아기 드래곤 > 을 찾아야 한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 3 ></div> <div><br></div> <div>게임에 접속하며 나는 습관적으로 달토끼를 찾았다.</div> <div>며칠 전 우연히 만나서 함께 파티를 맺고 퀘스트를 하면서</div> <div>달토끼와 친구관계를 맺게 되었기 때문이다.</div> <div><br></div> <div>그 후로도 몇 번 게임 상에서 달토끼를 만나서 퀘스트를 함께 했는데</div> <div>게임에 서툰 달토끼를 내가 리드하면서</div> <div>이것 저것 도와주는 일이 그다지 귀찮지만은 않았다.</div> <div><br></div> <div>게다가 달토끼와 나는 은근히 말이 잘 통하는 구석이 있었고</div> <div>달토끼도 내가 하는 말을 잘 들어주었으며</div> <div>가끔은 제법 진지한 조언도 해줬었기 때문에</div> <div>요즈음에는 달토끼를 만나면 게임을 하는 시간보다</div> <div>채팅으로 수다를 떠는 시간이 점점 더 길어지고 있었다.</div> <div><br></div> <div>하지만 오늘 달토끼는 접속해 있지 않았다.</div> <div>오프라인 상태라는 의미의 회색 엑스표시가</div> <div>달토끼 캐릭터 옆에 표시되어 있는 걸 보면서</div> <div>나는 심드렁하게 한숨을 내쉬었다.</div> <div><br></div> <div>요 며칠 동안 엄마와 냉전중이라서 그런지</div> <div>집에 있을 땐 사소한 일로도 엄마랑 말다툼을 하게 되는 일이 잦았다.</div> <div><br></div> <div>엄마와 나의 마찰에 대해서 엄마는 그저 </div> <div>사춘기의 변덕이나, 소심한 반항 쯤으로 여기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시는거 같았다.</div> <div><br></div> <div>엄마와 나는 사이가 꽤 좋았는데, 언제부터 이렇게 자주 다투게 된건지</div> <div>이제는 기억조차 잘 나지 않는다. </div> <div>그나마 다행인것은 엄마와의 사이가 심하게 틀어진 게 아니라는 것이다.</div> <div><br></div> <div>나는 단지 우리가, </div> <div>화해의 손을 내밀 타이밍을 잡지 못한 채 각자가 우물쭈물 하고 있는 거라고 믿었다.</div> <div>그래도 언젠가는 화해를 하긴 해야겠지.</div> <div>아마도 먼저 손을 내미는 그 역할은 내가 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div> <div><br></div> <div>이런 생각에 잠겨서 무심하게 초콜릿 괴물을 사냥하고 있던 중에 </div> <div>''달토끼' 님이 접속했습니다. ' 하는 메시지가 반짝 반짝 하는것을 보았다.</div> <div><br></div> <div>< 아빠펭귄 : 또 늦었네? 지각쟁이. ></div> <div><br></div> <div>나는 재빠르게 키보드를 두드려서 달토끼에게 메시지를 전송했다.</div> <div>달토끼와 몇 번 게임을 한 후로 친구를 맺었고 서로 반말을 쓰기로 합의한 것이다.</div> <div><br></div> <div>< 달토끼    : 뭘, 10분도 지나지 않았잖아. ></div> <div>< 아빠펭귄 : 지각은 지각이지. 지각쟁이.  ></div> <div><br></div> <div>나는 초콜릿괴물을 사냥하는 것을 그만두고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div> <div>캐릭터가 바닥에 앉아 있으면 캐릭터 앞에 그럴싸한 모닥불이 자동으로 생겨난다.</div> <div><br></div> <div>아빠펭귄은 홀로 고독하게 모닥불을 피우고 앉아서</div> <div>이 세상 어딘가에 있는 달토끼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div> <div>목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메시지가 마음을 통해 마음으로 직접 이어진다.</div> <div>탁탁 소리를 내며 타들어가는 나무 장작.</div> <div>일렁거리는 불꽃. </div> <div>은은한 기타 소리와, 풀벌래 소리. 하지만 게임 속이라서 모기는 없다.</div> <div><br></div> <div>이런 엉뚱한 상상을 하면서 나는 피식 웃었다.</div> <div><br></div> <div>< 아빠펭귄 : 학교 갔다 오는데, 꽃이 벌써 엄청나게 피었더라.  ></div> <div>< 달토끼    : 맞아. 나도 봤어. ></div> <div>< 아빠펭귄 : 그거 보니까 벚꽃빙수 먹고 싶더라고. ></div> <div>< 달토끼    : 빙수? 이 계절에 빙수는 좀 무리 아니야? ></div> <div>< 아빠펭귄 : 뭐 어때. 맛만 있으면 그만이지. 크크크 ^^  ></div> <div>< 달토끼    : 그럼 먹으러 가면 되잖아~ ></div> <div>< 아빠펭귄 : 슬프게도, 어디서 파는지 모르네요.  ></div> <div>< 달토끼    : 공중정원에서 팔던데? ></div> <div>< 아빠펭귄 : 에에???  ></div> <div>< 달토끼    : 엄밀히 말하면, 공중정원 지하에 까페에서 말이지만. ></div> <div><br></div> <div>공중정원의 지하.</div> <div>나는 그 말의 어감이 굉장히 부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 공중의 지하라니.</div> <div>하지만 그 공중정원은 시내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div> <div>우메다 스카이빌딩을 말하는 것이라는 걸 나는 알고 있다.</div> <div>그 건물의 옥상은 정원으로 되어 있고 지하에 맛집들이 많이 모여 있는데</div> <div>그 가게들 중 벚꽃빙수를 파는 까페가 있는 모양이다.</div> <div><br></div> <div>그런데 달토끼는 그런 걸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div> <div><br></div> <div>< 아빠펭귄 : 정말?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네. 용케도 그런 걸 알고 있구나?  ></div> <div>< 달토끼    : 그야, 가까운 곳이라서 자주 보니까 그렇지.  ></div> <div>< 아빠펭귄 : 에에에에?????  ></div> <div><br></div> <div>이번에는 정말 놀랐다.</div> <div>게임을 하면서 서로 신변잡기에 관한 얘기를 나누지 않았기 때문에 </div> <div>어디에서 사는지, 이름이 뭔지, 남자인지 여자인지에 관한 이야기는</div> <div>전혀 하지 않았었다. 아무래도 달토끼는 나와 가까운 곳에서 사는 것 같았다.</div> <div>그런데 달토끼의 다음 말이 나를 더욱 더 놀라게 했다.</div> <div><br></div> <div>< 달토끼    : 사먹으러 갈래?  ></div> <div><br></div> <div>달토끼의 그 말이 너무 뜻밖이어서 대답을 하지 못했다.</div> <div>달토끼를 만난다고? 이상한 사람이면 어떡하지?  만약 변태라면?</div> <div>나를 납치하려는 건 아닐까? 하는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div> <div><br></div> <div>하지만 아직 밝은 낮이고, 공중정원은 사람도 많은 곳이라서</div> <div>달토끼가 나에게 나쁜 짓을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div> <div>게다가 오늘은 마침, 엄마도 집에 안계신다.</div> <div><br></div> <div>< 아빠펭귄 : 그럼... 음.... ></div> <div>< 달토끼    : 안내키면 거절해도 되. ^^  ></div> <div>< 아빠펭귄 : 아니야.  좋아. ></div> <div>< 아빠펭귄 : 지금부터 딱 한 시간 후. 3시 24분. 공중정원 앞에서 만나자. ></div> <div>< 달토끼    : 한 시간 후? 3시 30분이면 30분이지, 24분은 뭐니.  ></div> <div>< 아빠펭귄 : 지각이나 하지 마. 지각쟁이. ></div> <div><br></div> <div>나는 게임의 접속을 끊었다.</div> <div>괜히 웃음이 났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 4 ></div> <div><br></div> <div>나는 우메다 스카이빌딩의 입구 앞에 서있었다.</div> <div>빌딩 가까이로 다가오는 사람들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div> <div><br></div> <div>집에서 갖고 나온 주먹보다 조금 더 큰 나의 펭귄 인형을</div> <div>일부러 눈에 잘 띄게 품에 안은 채,</div> <div>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헤드폰을 통해 흘러 나오는 노래를 듣고 있었다.</div> <div><br></div> <div>약속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div> <div>나는 달토끼가 먼저 나를 알아보고 말을 걸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div> <div>아무리 게임을 같이 했다고 하더라도 처음 보는 사람에게 </div> <div>내가 먼저 말을 거는 건 상상도 못 할 어려운 일이었다.</div> <div><br></div> <div>우리는 서로를 알아볼 수 있도록 각자 표식을 하나 정해두었는데</div> <div>그 표식으로 나는 펭귄인형을 선택하겠다고 했을 때</div> <div>달토끼는 그럼 나는 토끼.. 하고 말했었다.</div> <div>하지만 아무리 봐도 토끼 인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았다.</div> <div>하긴 살아있는 토끼를 안고 다닐 사람은 없겠지.</div> <div><br></div> <div>[ 여기 웬일이야? ]</div> <div><br></div> <div>등 뒤에서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div> <div>이런 곳에서 엄마를 마주치다니, 나는 너무 난처했다.</div> <div><br></div> <div>[ 아, 응.. 뭐. 그냥. 바람 쐬러. ]</div> <div>[ 바람을 쐬러 여기 까지 왔다고? ]</div> <div><br></div> <div>엄마의 말에 나는 난처해져서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div> <div>바람쐬러라니 내가 생각해도 너무 바보같은 말이었다.</div> <div>하지만 엄마에게, 온라인 게임을 하다가 알게 된 사람이 있는데</div> <div>얼굴도, 이름도, 성별도 모르지만 벚꽃빙수를 같이 먹기 위해서</div> <div>그 사람을 만나러 나왔다는 말은 절대로 할 수 없었다.</div> <div>엄격한 엄마의 성격 상 그런 말을 꺼냈다가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뻔했다.</div> <div>미안해 달토끼, 오늘 우리는 만나지 못할 것 같아.</div> <div><br></div> <div>[ 뭐 좀 살것도 있었고. ]</div> <div><br></div> <div>나는 웅얼거리듯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div> <div>마치 죄 지은 걸 들키기라도 한것처럼 나는 얼굴이 화끈 거렸기 때문이다.</div> <div><br></div> <div>[ 그럼, 쇼핑이나 하고 언능 들어가지 왜 멍하니 서있어.</div> <div>  그리고 그 펭귄인형은 아직도 들고 다니니? ]</div> <div><br></div> <div>엄마의 잔소리에 나는 고개를 숙이며</div> <div>그때까지도 품에 안고 있던 인형을 슬그머니 내려, 내 등 뒤로 감췄다.</div> <div><br></div> <div>엄마의 핸드백에 금색으로 반짝거리는 키링을 발견한 건 그때였다.</div> <div>초승달인지 반달인지 여하튼 통통한 달 끝에</div> <div>동글동글한 느낌의 귀여운 토끼가 걸터앉아 있는 모양의 키링이었다.</div> <div><br></div> <div>초승달, 토끼. 설마?</div> <div><br></div> <div>나는 고개를 들어 엄마의 얼굴을 보았다.</div> <div>엄마는 무언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생글생글 웃고 계셨다.</div> <div><br></div> <div>[ 달..토..끼...? ]</div> <div>[ 이번에는 지각 안했어. 그렇지? 아빠펭귄. ]</div> <div>[ 엄마였어? ]</div> <div>[벚꽃빙수 먹으러 가자. 나온 김에 쇼핑도 하고. 아빠펭귄님.]</div> <div>[아아아......]</div> <div><br></div> <div>나는 엄마에게 한 방 맞은 것이다.</div> <div>허탈한 웃음을 터뜨리며 나는 한 손에 인형을 쥔 양쪽 손으로</div> <div>내 머리를 감싸 안으며 우와앙 하는 신음소리를 내었다.</div> <div>엄마는 엄마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우리가 화해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div> <div><br></div> <div>엄마와 함께 공중정원 빌딩의 지하에 있는 디저트까페에 들어섰다.</div> <div>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앉아 있는 우리는</div> <div>실로 오랜만에 말다툼 없이 웃으며 애기하고 있었다.</div> <div>빙수를 다 먹고, 공중정원에 올라가 보자는 엄마의 말에 나는 질색을 하며 사양했다.</div> <div><br></div> <div>주문한 벚꽃빙수가 나왔다.</div> <div>커다란 유리 그릇에 푸짐한 빙수에 갖가지 과일이 데코레이션 되어 있었다.</div> <div>벚꽃은 전혀 들어가 있지도 않고, 꽃 모양의 장식도 없었지만</div> <div>이름만은 어쩐지 벚꽃빙수로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았다.</div> <div>나는 휴대폰을 꺼내 예쁘게 장식된 빙수 사진을 찍고, 마지막으로</div> <div>엄마와 함께 셀카를 찍었다. </div> <div><br></div> <div>[ 저, 두 분 말씀중에 실례합니다. ]</div> <div><br></div> <div>세련된 억양의 좋은 목소리가 들렸다.</div> <div>엄마와 나의 시선을 한꺼번에 사로잡은 그 여자는 예의 바르게 웃으며</div> <div>우리가 앉은 테이블 곁에 손을 모으고 서있었다.</div> <div><br></div> <div>[ 괜찮다면, 잠시 얘기 좀 나누실 수 있을런지요? ]</div> <div><br></div> <div>어깨를 살짝 넘길 것 같은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질끈 묶고,</div> <div>연한 입술 화장에, 튀지 않은 메이크업을 한 그 여자는 </div> <div>작은 손지갑에서 명함을 꺼내 엄마와 내 앞에 내밀며 말했다.</div> <div>엄마와 나는, 그녀가 내민 명함을 바라보았다.</div> <div><br></div> <div>< JYP 엔터테인먼트. 캐스팅3팀 팀장 정지윤 ></div> <div><br></div> <div>엄마와 나는 너무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손으로 입을 가리며 서로를 바라 볼 뿐이다.</div> <div><br></div> <div><br></div> <div>< 끝 ></div></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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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4/20 18:53:26  121.169.***.228  윤인석  72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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