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진짜! 아부지 거기서 엑셀을 밟으면 어떡해요!" <div><br></div> <div>잔뜩 짜증이 섞인 아들놈의 목소리가 귀를 파고들었다.</div> <div>분명 엑셀에서 브레이크 쪽으로 발을 옮긴것 같은데...</div> <div>정면에는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여자아이 둘이 두눈을 똥그랗게 뜨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div> <div>그나마 진로에 사람이 있는걸 보고 미리 천천히 브레이크를 밟아 (실수로 엑셀을 밟았지만)</div> <div>약간 멀찍한 곳에서 멈출 수 있었다.</div> <div><br></div> <div>"아이고 미안타 어디 다친데 없니?"</div> <div><br></div> <div>나는 차에서 내려 아이들에게 사과했다.</div> <div>아이들이 고개를 끄덕거린다.</div> <div>다행히도 아이들은 약간 놀라기만 했을뿐 다치거나 하지않았다.</div> <div>아이스크림이라도 사서 보내주려했으나 금세 둘이 꺄르륵 거리면서 어디론가 가버렸다.</div> <div><br></div> <div>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차에 올라탔다</div> <div><br></div> <div>"아부지 엑셀이랑 브레이크랑 구별도 못하면서 무슨 운전을 하신다해요? </div> <div><br></div> <div>운전석에 앉자마자 아들놈이 화를 냈다.</div> <div>이놈은 지 아버지가 손 덜덜 떨어가며 연습을하는데 격려를 못해줄망정 운전연습을 하는 내내 짜증을 냈다.</div> <div><br></div> <div>"아 그래서 연습하잖아"</div> <div>"아무리 연습이라도 그렇지 그게 헷갈리면 어째요"</div> <div>"실수로 엑셀 밟자마자 빠르게 브레이크 밟은거 못봤어? 금방 적응할 수 있어"</div> <div>"에휴 오늘 무사히 집에 갈 수 있을랑가 몰라"</div> <div>"..."</div> <div><br></div> <div>한 순간 나도 짜증이 확나서 한마디 하려했으나 아들이 하루이틀 짜증내는것도 아니고, 주말에 쉰답시고 신나서 게임하는놈을</div> <div>데려와 앉혔으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div> <div><br></div> <div>한 15분 정도 동네 근처 도로를 돌면서 연습을 하는데 아들이 말했다.</div> <div><br></div> <div>"이제 집에가죠 꽤나 오래하신거 같은데 "</div> <div>"그래 알았다."</div> <div><br></div> <div>기왕 연습 하는거 동네 몇바퀴 더 돌아보고 싶었지만 나도 사실 가슴이 쿵덕쿵덕 뛰는데다가 점점 팔이 아파오기 시작하던 차였다.</div> <div>집에 가는 그 짧은 시간동안 나는 점점 자신감이 불어났다.</div> <div>운전 참 별거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div> <div>스스로가 대견하여 아들에게 자랑스럽다는 듯이 말했다.</div> <div><br></div> <div>"야 봐라 느 아부지 몇 십년 전에 장롱면허 따놓고 처음인데 이래 스무스하게 운전하는거"</div> <div>"네 참 잘하시네요"</div> <div><br></div> <div>딱 봐도 영혼없이 대답하는 아들이었지만 긴장이 풀려가니 계속 떠들게됬다.</div> <div><br></div> <div>"어? 야 이정도면 진짜 운전 잘하는거 아니냐"</div> <div>"네네 잘하시는거 맞네요"</div> <div>"이게 다 센스야 센스, 넌 이게뭐라고 실기를 한번 떨어지기 까지하냐? 난 한번에 합격했는데" </div> <div>"아 뒤에오던 스타렉스가 저 엿먹어보라고 칼치기 들어와서 떨어진걸 어쩌라구요"</div> <div>"나 같으면 영화처럼 피했다"</div> <div>"전쟁영화였겠지..."</div> <div><br></div> <div>아들이 들으라는듯이 하는 혼잣말을 무시한채 나는 들뜬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다.<br><br></div> <div>"담주 주말까지만 같이 타줘라 그뒤론 알아서 할테니"</div> <div>"아무리 그래도 꼴랑 두번 연습으로는 혼자 힘들어요 좀 더 연습해야되요"</div> <div>"괜찮아 별거 없드만 뭘"</div> <div>"..."</div> <div>"근데 나 진짜 잘하지 않았냐"</div> <div>"아 잘하셨으니까 그만하세요 그러다가 사고라도 나면 어쩌실려그래요? 사람은 겸손해야된다고 가르치시던 분이"</div> <div>"안나 인마 딱봐라 다음주면 니보다 더 잘 밟고 나갈테니"</div> <div><br></div> <div>역시 남자는 자신감이다.</div> <div><br></div> <div>그리고 다시 돌아온 토요일</div> <div>게임을 하고 있는 아들에게 운전연습을 봐달라 하니 <span style="font-size:9pt;">조금만 더 있다가 가잔다. 무슨 </span><span style="font-size:9pt;">경쟁전이 어쩌구 하면서 이해못할 말을 한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점수가 떨어진다나? 중, 고등학교 시절 성적은 떨어지다 못해 지구 내핵까지 가던놈이...</span></div> <div>게임 잠깐 멈춰놓고 한 시간 정도만 봐주면 되는데 그거 귀찮아서 안도와주냐 라고 쏘아붙이려다가</div> <div>헤드셋을 쓰고 얼굴이 시뻘게진채 모니터를 향해 연신 뭐라뭐라 외치는 아들을 보니 뭔말을 해도 안듣겠다 싶어 그냥 혼자 운전연습을 해보기로 했다.</div> <div><br></div> <div>"그럼 나 혼자 동네 몇바퀴 돌다 온다?"</div> <div><br></div> <div>하고 말하는데도 아들은 듣지 못하는거 같았다 아니 안듣고 있는거 같았다.</div> <div><br></div> <div>"에라 썩을놈..."</div> <div><br></div> <div>아들의 지원을 포기한 나는 아들의 방에서 차 키를 찾아 주차장으로 내려갔다.</div> <div><br></div> <div>운전대를 잡으니 아드레날린이 솟는것 같았다.</div> <div>그 뒤로 20분동안 단 한개의 실수도, 트러블도 없이 멀쩡히 동네를 돌았다. </div> <div>오히려 동네는 너무 루즈하다고 느껴져 가까운 도로로 나가 두 세바퀴 돌기까지했다.</div> <div><br></div> <div>'봐라 운전 얼마나 쉬우냐'</div> <div><br></div> <div>연습의 내용에 만족한 나는 <span style="font-size:9pt;">만면에 씨익 웃음을 띄우며 집근처 어린이 도서관 주차장에서 차를 돌려 집으로 가려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집으로 가면 아들에게 무용담을 한 껏 뽐낼 생각이였다.</span></div> <div>'실기시험은 왜 떨어졌냐' 라는 말과 함께...</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나는 지금 매우 화가 나있다.</div> <div><br></div> <div>벌써 4판을 아군 때문에 내리졌다.</div> <div>일부로 적군에게 죽는 것은 기본이요, 아군의 울화통을 터트리려고 작정하여 채팅으로 놀려대기 까지 하니</div> <div>이쯤이면 내가 스트레스를 풀기위해 게임을 하는건지, 받으려고 하는건지 구분이 안간다.</div> <div><br></div> <div>깨져가는 멘탈을 부여잡고 다시 게임을 시작했지만 <span style="font-size:9pt;">아군이 하는 꼬라지를 보니 이번판도 글렀다.</span></div> <div>한창 채팅으로 열심히 욕을 하는 도중 아버지에게 전화가 왔다.</div> <div><br></div> <div>"여보세요"</div> <div>"야 잠깐 집앞에 어린이 도서관 주차장으로 나와봐라"</div> <div>"왜요 무슨일인데요"</div> <div>"충돌사고 났으니까 좀 나와봐"</div> <div>"...???"</div> <div><br></div> <div>들어보니 <span style="font-size:9pt;">주차장에서 유턴을 하던 아버지가 실수로 엑셀을 꾹 밟아 주차되있던 트럭을 받았다고 했다. 그것도 대형 화물 트럭...</span></div> <div><br></div> <div>나는 재빨리 뛰어 나갔다.</div> <div>아... 좀 기다리시라니까 그새를 못참고 가셔서...</div> <div>그렇게 잘난체 하시더니만</div> <div><br></div> <div>주차장에 도착하니 화물차 주인으로 보이는 아저씨와 아버지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div> <div>다행히 아버지는 전혀 다치지 않으신듯 했다. 화물차는 범퍼가 꽤나 찌그러져 있었다.</div> <div>어휴 그나마 유턴중에 박아서 이정도로 끝났구나..</div> <div>나는 사고가 그렇게 크지않고, 아버지도 멀쩡하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div> <div>그런데 내 마티즈를 본 순간 비명을 지를 뻔했다. </div> <div>유턴중였다며!!! 유턴중에 박은거라며!!!!</div> <div><br></div> <div>그야말로 처참했다 범퍼는 물론이요, 본네트의 삼분의 일이 아작이 났다. </div> <div>누가보면 화물차가 가해차량인줄 알겠다. 이거 진짜 유턴하다 박은게 맞긴 한건가?</div> <div><br></div> <div>나는 아버지를 쳐다보았으나 아버지는 나를 외면하셨다.</div> <div><br></div> <div>..................</div> <div><br></div> <div><br></div> <div>집근처 정비소로 가는길</div> <div>아들은 계속해서 나를향해 잔소리를 했다.</div> <div><br></div> <div>유턴을 하는데 얼마나 세게 엑셀을 밟았으면 차가 이지경이 났느냐고 같은말을 계속반복했다.</div> <div><br></div> <div>"아니 주위에 다른곳 멀쩡히 잘 돌다가 마지막에 유턴 한번 실수해서 그런거라니까"</div> <div>"미치겠네 진짜 무슨 유턴을..."</div> <div>"그러니까 좀 같이 봐달라니까..."</div> <div>"제가 같이타면 뭐 엑셀 살살 밟아진데요?"</div> <div>"그건 아닌데..."</div> <div>"저번주에는<span style="font-size:9pt;"> </span><span style="font-size:9pt;">당장이라도 카레이서로 전직할 것처럼 말하셨으면서"</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그만...됐다.."</span></div> <div><br></div> <div>저번주에 했던 나의 경솔한 자만심이 되돌아와 나를 후려쳤다.</div> <div><span style="font-size:9pt;">더 이상 이 얘기를 하면 나도 모르게 차에서 뛰어내릴 것만 같았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화제를 돌리자.</span></div> <div><br></div> <div>"그나저나 화물차 양반 좋겠네 한번 사고난 범퍼 내가 또 박아줘서.."</div> <div>"뭔 붕대같은걸로 감아놨더만 엄청 고마워 하겠네요"</div> <div>"..."</div> <div><br></div> <div>그랬다. </div> <div><br></div> <div>그 화물차는 이미 한번 사고가 나서 범퍼를 대충 수리만 해놓은 차였다.</div> <div>바꾸기엔 뭐하고 미관상 별로였던 계륵같은 범퍼를 내가 친절하게도 아주 보내준 것이다.</div> <div><br></div> <div>그렇게 범퍼비 몇십만원과 차량 수리비 백 몇십만원을 나의 자만심값으로 지불해야 했다.</div> <div><br></div> <div>아들은 더 쏘아붙이려 하는 눈치였으나 나의 자존심을 위해서인지 정비소를 나온뒤로 더이상 사고에 대한 말을 하지 않았고</div> <div>나는 그 뒤로 운전연습 얘기는 꺼내지도 않았다.</div> <div><br></div> <div>끝</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실화를 각색해서 썼습니다</div> <div>-살면서 처음으로 써본 글입니다 이쁘게 봐주세요 ㅜㅜ</div> <div>-글을 더 쓰고싶습니다. 피드백을 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div> <div>-차는 얼마안가 폐차했습....하아...</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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