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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readers_29078
    작성자 : 오래된다리
    추천 : 4
    조회수 : 223
    IP : 182.225.***.173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7/07/26 19:54:15
    http://todayhumor.com/?readers_29078 모바일
    안녕하세요. 군 복무 할 적에 써봤던 단편이에요. <중력>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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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오늘도 동우에 대한 생각이 끊이질 않았다. 동우와 나눴던 이메일도 뒤져보고 동아리 활동하던 당시의 자료들도 찾아보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자료는 절필을 한 날로부터 너무 오래전이라 그의 변화한 심리가 잘 짚어지지 않았다. 글 속에서의 동우는 항상 초연했다. 갑자기 절필을 할 사람이라고 짐작해볼 여지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적어도 글 안에서는 찾을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우에 대한 생각을 하다 잠이 들어선지 새에 관한 꿈을 꾸었다. 새 한 마리가 하늘 높이 날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둥지 지을 곳을 찾는 것처럼 느껴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 모습이 어딘가 불안하여서 새라기보다는 날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갑자기 땅이 꺼지며 구덩이가 생겨났다. 나는 놀라 뒤로 주춤했다. 구덩이에는 나무뿌리가 서로 엉켜 있었는데 그 모습이 문득 둥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개를 들어 새를 보니 새는 추락하고 있었다. 새가 추락한 곳에서 흙먼지가 일었다. 다가가 보니 새는 보이지 않고 웬 타조 한 마리가 먼지 속에서 희미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타조는 나를 보더니 어디론가 달려가 버리기 시작했고 흙먼지가 일자 나는 기침을 하면서 잠에서 깨고 말았다.

    시계를 보니 새벽 5시 무렵이었다. 깊지 않은 새벽 시간이라 방 안은 별로 어둡지 않았다. 바깥은 푸른 필름을 덧씌운 듯한 어스름이 깔려 있었다. 하늘이 왠지 낮아보였다. 어중간한 시간에 일어나서 오늘은 낮에 졸음이 쏟아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꿈이 잘 잊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어중간한 새벽 시간에 일어나면 꼭 꿈은 생생했다. 무슨 꿈을 꾸었든 잠에서 깨면 잊어버리게 되는 아침과 달리 새벽은 그날 꾼 꿈을 쉽게 잊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감상에 젖는 시간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아침의 그 햇볕에 꿈이 타버리기도 전에 깨어나 버려 꿈이 현실을 침범해버린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단지 이런 날에는 졸음이 쏟아졌다. 마치 꿈에서 깨라는 듯 중력으로 고개가 내리 눌리는 듯한 느낌과 함께 말이다. 낮잠을 잠깐 자고 나면 마치 하루가 다시 시작된 기분이 드는 것도 어쩌면 그때까지 꿈이 완전히 깨지 않았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사이에 학교에는 철쭉이 만개했다. 5월 이맘때면 항상 학교나 길거리에 철쭉이 만발해 있었다. 철쭉은 분명 예쁜 꽃이었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어딘가 억세고 답답해 보이는 느낌을 풍기는 꽃이라고 생각했다. 여린 꽃잎이 잠깐 피고 떨어지는 진달래와 비교가 되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질 때를 잊어버린 꽃인 양 파릇하게 피어 있는 게 어쩐지 익숙하면서도 애틋한 마음이 든다고 해야겠다.

    교무실에서 수업자료를 정리하다가 얼마 전 본 학생기록부가 떠올라 정 선생에게 물었다.

    정 선생님, 저희 반 학생기록부 보니까 장래희망이 다 엇비슷하던데, 선생님 반도 그래요?”

    그거, 진로 조사할 때 부모님들의 자녀 희망 진로도 함께 조사해서 그래요. 부모와 학생 간에 의견 차이가 있으면 서로 조율해서 써오게 하거든요. 그런데 마찰이 생기는 경우가 많으니 학생들이 알아서 그냥 부모님이 반대하지 않을 만한 직업으로 써 오곤 해요. 그 외에도 담임의 재량으로 진로가 간섭받기도 하고요.”

    정 선생은 말을 이었다.

    그래도 직접 물어보면 아이들이 자기 꿈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되게 많아요. , 선생님 반에 세원이라는 학생이요, 시인이 꿈이라고 했었어요.”

    정 선생은 내 자리 파티션에 붙어 있는 학생 사진 중에 하나를 가리켰다. 가만 보니 저번에 창밖을 보던 그 아이였다.

    수업이 끝나고 세원이를 잠깐 불렀다.

    그때 그거 알아냈나요?”

    나의 물음에 세원이는 잠깐 생각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창밖엔 아무것도 없었어요. 저는 바깥을 봤던 게 아니더라고요.”

    뭔가 알아낸 게 있다니 기특해 보였다. 나는 미소를 지으면서 이야기했다.

    시인이 꿈이에요?”

    꿈은 꿈인데잘 모르겠어요. 책을 그렇게 잘 읽진 않거든요.”

    써 놓은 시 있으면 언제 한번 보여줄 수 있나요?”

    나중에 한번 보여 드릴게요.”

    세원이는 늘 무언가에 취해있는 듯 보였다. 그 무언가는 아마도 생각일 것이다. 조금 느릿하고 차분한 이 아이는 겉으로는 조용하지만 마음속은 폭풍우 속을 지나는 배와도 같을 수 있을 일이었다. 세원이가 시를 쓰는 동인이 무엇일지 궁금해졌다. 세원이에게 시는 춤 같은 것일까 몸부림 같은 것일까.

    교무실로 돌아가 잠깐 생각에 젖었다.

    내가 고등학교 시절에 무엇 때문에 시를 쓰려고 했었더라.’

    생각해보니 지키고 싶은 게 있어서였다. 시를 쓰면 내 모든 게 휩쓸려 없어진다고 해도 그것 하나는 남아서 내 자리를 지켜줄 것만 같은 거였다. 문학이 무언지도 모르면서 시가 무언지도 모르면서 시를 썼던 이유는 그런 것이었다.

    해질 무렵 문자가 하나 날아왔다.

    재현아, 별일 없지? 얼굴 좀 보자.

    친구 경준이었다. 전화 해보니 마침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버스를 타고 바로 달려갔다.

    고기 먹을래?”

    경준이가 나를 보자마자 한 소리는 그것이었다.

    좀만 걷다가.”

    사람들이 막 퇴근하는 시간이라 거리가 붐볐다. 회식을 하러 가는 사람들도 보이고 일이 잘 안 끝났는지 전화를 받고 뛰어 가는 사람들도 보였다. 다양한 상황의 사람들이 있어 보였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물살처럼 어느 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경준이와 나는 사람들과 반대 방향으로 걸었다. 경준이는 넥타이를 풀어 한 손에 움켜쥐었고 재킷은 편하게 흔들리도록 단추를 풀어 젖혔다. 나는 그런 경준이의 모습을 보고 물었다.

    무슨 일 있어?”

    경준이는 잠깐 쳐다보더니 슬쩍 웃으며 대답했다.

    무슨 일은, 그냥 얼굴 보고 싶어서. 무슨 일 있어도 나 같은 사람들은 그게 일상 아니겠냐.”

    경준이는 광고회사에서 일하고 있었다. 경력이 차면 프리랜서로 일하겠다고 다짐했었는데 나중에 말을 바꾸었다. 익숙해지는 게 무섭다며 굳이 프리랜서로 일해 봤자 뭐가 낫겠냐는 것이었다. 비는 시간이 많고 자유로워진들 특별히 할 것이 없는데 그런 시간을 위해 불안감을 자처한다는 건 별로 좋은 생각은 아닌 것 같다고 했었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사실 그때 경준이의 얼굴은 무언가 불편함이 가득 해보였고,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아직도 직장 가질 생각 없지, 너는?”

    그러고는 혼자 또 말을 이었다.

    떠돌 듯 사는 것도 괜찮냐?”

    나는 잠깐 뜸을 들이다 말을 꺼냈다.

    옛날에도 말했지만, 어떤 일이 닥치면 나는 그 이후가 벌써 떠올라. 짐을 풀면 다시 그 짐을 싸야할 것이 걱정이 돼. 푼 짐을 싸지 않으면 발이 묶여버릴 것이고, 나는 그래서 짐을 어디에도 풀어놓고 싶지가 않아.”

    또 그 소리구나.”

    처음부터 짐을 만들지 않았으면 좋았겠다 싶지만, 그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잠깐 내려놓을 자리만 찾을 수 있으면 그것만으로 충분해.”

    그래, 그렇게 계속 걸어만 다니면 어디로 가는데?”

    어딘가를 가려고 하는 게 아니야. 어디든 갈 수 있으려고 하는 거지.”
    경준이는 알았다는 듯 더 묻지 않았다.

    이제 그만 걷고 식당이나 들어가자. 나 배고프다.”

    우리는 삼겹살집에 들어갔다. 식당에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고기들은 배연장치 때문에 연기도 없이 구워지고 있었다. 자리에 앉아 생 삽겹살 2인분을 주문하고 물을 따랐다. 상은 비어 있을 새도 없이 금방 반찬으로 가득 차려졌다. 뭔가 상이 비어 있는 시간의 그 공백을 앗아간 게 서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윽고 고기가 날라졌고 우리는 그걸 바로 불판에 올려 구워지기를 가만 기다렸다. 그러다 문득 떠오르는 게 있어 말을 꺼냈다.

    경준아, 혹시 동우가 절필할 무렵 무슨 일 있었는지 알아?”

    어쩌면 경준이는 동우가 절필한 이유에 관해 무언가 알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경준이도 대학 시절 같은 동아리였다. 지금은 소원해지긴 했지만 동우와 교류가 많았던 사이였다. 경준이는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동우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나도 몰라. 아마 아무도 모를걸. 우리도 안 그래도 궁금해 했지. 그런데 동우가 어떤 녀석이냐. 절필하기 바로 전날에도 그런 짐작 없이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대화하던 녀석이잖아.”

    경준이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을 이었다.

    내가 보기엔 무슨 특별한 일을 겪어서 그런 것 같지는 않아. 무슨 생각이 이어져 와서 그런 것 같은데 걔 생각을 방법이 있나. 뭐 이상한 말을 하나 하긴 했었는데.”

    경준이는 동우가 나를 보고 다리만 있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날개도 있는 사람이더라하고 말한 적이 있다고 했다. 내가 졸업이 다가올 무렵 들어오는 자리 다 마다하고 대학원도 회사도 아닌 군대나 가버리겠다고 선언한 때부터 나에 대해 그런 말들을 종종 꺼내기 시작했던 것 같다고 했다. 원래 종종 알 수 없는 말을 하고 감수성이 깊은 친구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무슨 의미였을까 싶다고 했다.

    너 왜 애들한테서 은근히 부러움 샀던 거 알지? 치사하게 문학하는 녀석이 성적이 좋다고. 그런데 동우는 그런 기색이 하나도 없었거든? 너에 대해 그런 말 오가도 아무런 관심 없어 했는데, 그때 이후로 너에 대한 은근한 목소리들에 관심을 갖더라고. 뭔가 네 행동이 예상 밖이었는지 말이야.”

    내가 좋은 성적을 살리지 않고 군대에 간 것이 동우에게는 어떤 의미로 다가왔던 것일까. 동우에게는 적어도 단순히 있는 자의 여유같은 것으로 보였을 리는 없다. 어떤 점에서 예상과 달라 보였던 것인지는 동우의 생각을 짐작해보기 어려웠다.

    그나저나 동우는 잘 살고 있나 모르겠네.”

    얼마 전에 통화할 일이 있었는데, 병이 나서 잠깐 쉬고 있대.”

    교사가 되어버리더니 결국 탈이 났군 그래.”
    경준이는 병이난 이유를 알겠다는 투로 피식거렸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너같이 예민한 사람은 병이 나기 전에 아파서 병까진 안 갈 거야. 우리 같은 사람들은 아프면서도 아픈 줄 몰라서 병이 나야 내가 아프구나 하지. 그 녀석도 많이 변했네.”

    그러고는 가만 생각에 잠기나 싶더니 툭 던지듯 말을 이었다.

    에이 씨, 나도 병나기 전에 그만둬버릴까. 하하

    장난스럽게 말했지만 진심이 어려 있는 말 같았다. 어딘가 착잡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나이든 사람들이 보기엔 우리가 우스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이제 서른 갓 넘은 놈들이 꼴값을 떨고 있다고 끌끌거릴까. 그런들 어떠리. 병을 키워서 병에 가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 아니니까. 의사에게 큰 병을 진단 받으면 그게 훈장인 줄 아는 사람들보다는 현명할 테니까.

    우리는 그 뒤로 별말 없이 고기나 씹어 삼켰다. 말소리는 주변에서만 맴돌았고 어쩌다 튕겨 들어온 말들도 입 안의 고기처럼 뭉개졌다. 술도 없이 조용히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간단히 작별했다.

    주말에는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하늘에서 굵어진 물방울들이 중력을 견디지 못하고 떨어져 내렸다. 구름도 커다래진 몸집을 받치지 못하고 부셔져 내렸다. 후드득 소리를 내며 창문에 부딪는 물방울이 아파보였다. 빗방울은 내린다기보다는 땅으로 들이받는 것처럼 보였다.

    이번 주말에는 어디를 좀 나가볼까 했는데 비가 와서 그만 두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날엔 집에 있는 것도 썩 나쁘지 않았다. 어딘가 쓸쓸하면서도 포근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었다. 방안에서 빗소리를 듣고 있으면 어딘가 속이 시원해지기도 했다.

    어느 화창한 휴일 방안의 기억이 문득 떠오른다. 가둔 사람도 없이 방안에 갇혀 해가 조금씩 기우는 것을 몸부림치며 지켜봤었던 기억. 차라리 비가 와버리는 날과는 달리 화창한 날일수록 나는 괴로워했었다. 무엇인가 하고 싶고 해야만 하는 강박 때문이었는데, 나는 그 무엇을 결국 알지 못해 방에서 한 발짝도 나오지 못하고 몸부림치기만 했었다. 마치 방이 내가 그것의 이름을 말하기 전까지 내보내주지 않겠다고 한 것처럼 말이다. 마음이 시들시들해질 무렵에야 나는 깨달을 수 있었다. 그 무엇이 무엇인 줄 알고 집을 나서는 사람은 없다는 것을. 그리고 집이란 얼마나 커다란 행성이었는지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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