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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etrichor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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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readers_18805
    작성자 : 들여다보다
    추천 : 15
    조회수 : 14935
    IP : 122.43.***.29
    댓글 : 61개
    등록시간 : 2015/03/08 06:18:48
    http://todayhumor.com/?readers_18805 모바일
    민음사 판 롤리타 번역에 대해서(스압주의)
    (스포가 있고요, 많이 길어졌네요)

    문학동네 판으로 먼저 읽고 소설이 마음에 들어서
    민음사 판도 읽고, 참고하려고 원서도 구입했는데요.
    민음사 번역에 좀 실망스러운 부분이 많네요.
    역자에 따라 번역 스타일이 달라지는 건 당연하지만
    단순히 그런 문제가 아닌 거 같아요.
    확실히 민음사 책이 직역 위주고 문학동네 책에 설명이
    더 들어가긴 하는데, 뭐랄까요. 솔직히 민음사 번역은
    많이 난해해요. 같은 문장임에도 불구하고 두 책의
    번역이 아예 반대가 되어버리기도 하고. 같은 문장의 
    번역이라기엔 놀라운 부분들도 있네요. 
    책을 정확히 이해했다면 그렇게 번역하지 말았어야 할
    문장들도 있고...참..
    우울과 몽상이라는 책 읽다가 기겁했던 기억이 다시
    생각나요. 그때도 정말 충격이었는데.
    현재 민음사 판은 절판이고, 다시 개정판이 나오지도 
    않을 테지만, 그래도 여전히 저처럼 도서관에서 빌려볼
    분들도 계시고, 또 소장하고 계신 분들도 있을거고요.
    읽으실 때 참고하시라고, 두 책의 번역이 얼마나 다른지
    살짝 비교해봤어요. 거의 책의 마지막 부분만 살펴봤는
    데도 의문이 드는 문장이 되게 많아요. 그 중에서 겨우
    몇 개만 적어봤어요. 민음사, 문학동네, 원서 순으로
    적었습니다.

    1.

    자, 이젠 내가 이 문제를 처리하지. 어디 포커가 있을 
    텐데, 내 그걸 좀 가져오지, 당신 재산을 몽땅 잡아버리게
    민음사. p407

    이번 일도 나한테 한번 맡겨 보시오. 어딘가에 부지깽이가 
    있을 거요. 내가 가서 가져올 테니까 그걸로 당신 물건을 
    꺼내 보자문학동네. p479

    I know all the ropes. Let me handle this. There should be 
    a poker somewhere, why don't I fetch it, and then we'll 
    fish out your property.

    이 번역은 정말 황당합니다. 'poker'라는 단어를 민음사는
    포커카드로 번역하고 문학동네는 부지깽이로 번역했는데요.
    어떤 게 맞는 번역이냐고요? 지금 이 상황은 복수하러 온
    사람이 총으로 집주인을 위협하다가 실수로 총을 떨어뜨린
    상황입니다. 총이 서랍장 밑으로 들어가버렸어요. 총을 꺼내
    려면 포커카드가 있어야 할까요 부지깽이가 있어야 할까요.

    2.

    그녀가 담뱃재를 조심성없게 털어서 나는 겨우 무릎을 
    빼냈다. 민음사. p371

    그녀가 내 무릎을 툭 치려고 했지만 가까스로 피했다. 
    새로 생긴 손버릇이었다. 문학동네. p438

    I just managed to jerk my knee out of the range of 
    a sketchy tap - one of her acquired gestures.

    이게 과연 같은 문장에 대한 번역일까요? 뒤에서 
    나오지만 그녀는 담뱃재를 벽난로에다가 털지 아무데
    나 털지 않습니다. 

    3.

    아, 웨이스 저널에 실린 그의 사진에서 그는 얼마나 깔
    끔히 면도를 했던가. <브라이스랜드 가제트>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그래, 참 재미있군. 민음사. p372

    참, <웨이스 저널>에 그 사람 사진이 실렸을 때는 정말
    아슬아슬했어요. <브라이슬랜드 가제트>에는 사진이 
    없었지. 그래, 정말 재미있는 일이구나. 문학동네.
    p438

    oh, what a close shave it had been when the Wace
    Journal carried his picture. The Briceland Gazette 
    had not. Yes, very amusing.

    'a close shave'에 대한 해석을 잘못해서 문장이 완전
    히 달라졌는데요. 물론 면도라는 뜻도 있지만, 여기서
    'a close shave'는 '위기일발, 구사일생'이라는 뜻으로
    쓰인 것 같습니다. 정말 큰일날 뻔 했어요. 들킬 뻔
    했어요. 정도의 뜻이겠죠. 왜냐면 과거에 그들이
    웨이스 라는 도시에 들렀을 때의 일을 얘기하고 있는
    건데, 앞부분을 제대로 이해했다면 면도 얘기가 나올
    수가 없어요. 그는 <웨이스 저널>이라는 잡지를 본 
    적도 없습니다. 그가 <웨이스 저널>이라는 잡지에 실
    린 그 남자의 사진을 봤다면 들켰을 뻔했다고 말을 하
    는 내용이거든요.

    4.

    한때는 대스타가 되어 2020년쯤에나 은퇴하는 꿈을 
    꾸었던 나의 여자. 민음사. p378

    벌써부터 뱃속의 아기는 장차 큰 인물이 되었다가 서
    기 2020년쯤 은퇴할 꿈을 꾼다. 문학동네. p446

    이 부분은 문장이 길어져서 원문을 적지는 않았는데,
    두 책의 번역이 완전히 다릅니다. 민음사에서는 그녀
    를 2020년에 은퇴하는 스타로 묘사하고, 문학동네
    에서는 그녀의 아기가 2020년에 은퇴하는 스타라고
    묘사합니다. 참고로 그녀는 1935년생입니다. 2020년
    에 은퇴하려면 나이가...85세까지 일을 해야 하네요.

    5.

    총알집을 손잡이 쪽으로 밀고, 그것이 제대로 연결
    되는지 느낄 수 있거나 들을 수 있을 때까지 지그시 
    누른다. 멋지게 잘 정비되었다. 용량: 실탄 여덟 발. 
    두 푸른빛이다. 총알이 나갈 때 좀 아프다. 
    민음사. p398

    권총 손잡이에 탄창을 장착한다. 탄창이 제자리에 
    맞물리는 소리가 들리거나 감촉이 느껴질 때까지 
    밀어넣는다. 딱 맞아떨어지는 상쾌한 느낌. 실탄은 
    여덟 발. 청색 도금. 발사 순간을 학수고대하는 
    듯하다. 문학동네. p469

    Aching to be discharged. 

    색깔로 표시된 문장만 보셔도 됩니다. 어떻게 이렇
    게 다른 번역이 된 걸까요? 권총을 사용해야 하는
    순간이 다가와서 비장한 마음으로 권총을 만져보는
    상황입니다.

    6.

    내 발걸음은 날아갈 것 같다. 너무 가벼워서 실패할 것 
    같다. 민음사. p402

    이미 말했듯이 걸음걸이가 좀 불안했다. 아니, 성공을 
    기대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문학동네. p474

    My step, as I say, was springy - too springy perhaps 
    for success.

    springy 라는 단어를 민음사는 '날아갈 것처럼 가벼운'
    으로 해석하고 문학동네는 '질척질척한' 정도의 뜻으로
    해석했는데요. 어떤 상황이냐면, 이 발걸음의
    주인공이 복수를 하러 왔습니다. 근데 너무 떨려서 제
    정신으로는 복수를 하기 힘들 것 같아 술을 마신 겁니다.
    너무 많이 마신 거예요. 그래서 차에서 내릴 때부터 벌써
    휘청거리는데요. 이 앞에 그 상황이 묘사되어 있고, 그
    상황에서 springy라는 단어가 이미 한번 사용됩니다.
    이미 말했듯이, 라는 말이 그래서 나오는 거고요.
    비오는 땅이 질척거리는 것처럼 걸음걸이도 질척거린다,
    정도의 뜻으로 쓰여요. 그러고 나서 위 문장이 등장하
    는건데, 술을 마셔서 휘청거리는 사람이 발걸음이 가
    벼워 날아가다니요. 

    7.

    일주일 간 사용을 안해서 권총의 탄약통이 녹슬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그것들을 꺼내고 
    새 것으로 갈아끼웠다. 기름으로 정성껏 닦고 나니 
    그놈을 잠시도 떼어놓기 싫다. 나는 다친 다리처럼 
    그놈을 헝겊으로 잘 싸고 다른 헝겊으로는 여분의 
    총알들을 쌌다. 민음사. p400

    일주일 동안 자동권총을 작동해보지 않아서 혹시 이
    상이 생겼을까 싶어 탄창을 빼고 실탄을 갈아끼웠다. 
    내 '친구'를 구석구석 닦아주면서 기름으로 목욕을 
    키다시피 했더니 기름기가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그래서 다친 손발에 붕대를 감듯이 헝겊으로 둘둘 
    말아놓고 다른 헝겊에 여분의 실탄을 한 움쿰 싸두
    다. 문학동네. p471

    Such a thorough oil bath did I give Chum that 
    now I could not get rid of the stuff. 

    역시 색깔 표시된 문장만 보셔도 됩니다. 번역이 또
    완전히 다르죠? 기름칠을 너무 많이 했더니 권총이
    기름범벅이 된 상황입니다. 그래서 뒷문장에서처럼
    헝겊으로 둘둘 말아야했죠. 어떤 문장이 제대로 된
    번역일까요.

    8.

    그런 사고의 비극은 그것에 알맞은 묘비명이라고 생
    각했던 것에 의해서 어딘지 값싸게 되지. 민음사.
    p391

    그렇게 비극적인 사고를 그런 식으로 표현하니까 하
    찮은 일처럼 들리는구나. 문학동네. p461

    the tragedy of such an accident is somewhat 
    cheapened by the epithet you saw fit to apply 
    to it. 

    "살해당한 우리 엄마 어디에 묻었나요?" 그녀가 
    이렇게 물어본 뒤에 그가 답한 말입니다. 그녀는 
    엄마의 죽음도 못봤고 장례식도 못봤고, 엄마의 
    죽음에 대해 말로만 전해들었을 뿐인데, 사고라고 
    들었음에도 그가 엄마를 죽였다고 생각하거나, 
    사고사인걸 알면서 일부러 그에게 그렇게 못되게 
    말합니다. 민음사의 문장을 저는 해석 못하겠어
    요.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9.

    또 나는 샬로트와 그녀의 딸 사이가 비정상적으로 
    냉정했다는 사실에 너무 의지했다. 민음사. p392

    또한 샬럿과 딸의 관계가 비정상적일 만큼 싸늘하다
    고 믿었던 내 생각이 오해였는지도 모른다. 문학
    동네. p462

    I may also have relied too much on the 
    abnormally chill relations between Charlotte 
    and her daughter. 

    그는 늘 샬로트와 그녀의 딸이 사이가 좋지 않다고
    생각했는데요. 샬로트가 그녀의 딸에게 너무 매정
    하고 못되게 군다고 생각했어요. 딸도 엄마에게 애
    정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고. 하지만 이제와서 생각
    해보니 내가 잘못생각했던건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10.

    시간이 없다고 느끼며 나는 시내의 호텔로 서둘러 
    갔다. 민음사. p394

    공연히 시간만 낭비했다는 생각이 들어 시내 호텔
    까지 힘차게 달려갔다. 문학동네. p465

    Feeling I was losing my time, I drove 
    energetically to the downtown hotel.

    5년 전 자신이 잠시 살던 곳, 운명적인 일들이 일어
    났던 곳을 5년 만에 다시 들러보는 상황입니다. 
    어떤 카타르시스 같은 감정을 느껴보길 바라지만
    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고, 그곳은 더이상 자신의 머
    릿속에 남아있는 이미지가 아닙니다. 그래서 실망을
    하고 돌아가는 길에 나온 문장입니다. 이 상황이
    전혀 바쁜 상황이 아니에요. 호텔로 가서 여유있게
    호텔 바에도 들르거든요.

    11.

    그는 전체적으로 볼 때 해가 없는 늙은 악한이었다. 
    사실 너무 해가 없어 내 목표물과 혼동할 지경이었
    다. 민음사. p397

    대체로 순박한 늙은이였다. 사실 내 사냥감과 혼동
    하기에는 너무 순박한 사람이었다. 문학동네.
    p467

    he was on the whole a harmless old rascal. 
    Too harmless, in fact, to be confused with my 
    prey. 

    내 사냥감과 그 늙은이의 생김새가 많이 닮아서
    내 사냥감을 떠올릴 때마다 그 늙은이의 얼굴이 떠
    오르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내 사냥감은 사악한 사
    람이고 그 늙은이는 무해한 사람이죠. 생김새가
    닮아서 혼동한다면 모를까, 무해한 사람이어서 혼
    동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말이죠.

    12.

    나무로 된 바닥은 경사가 져서 작은 쇠공이 부엌으로 
    굴러갔다. 민음사. p378

    마룻바닥이 기울어져 작은 쇠구슬을 떨어뜨리면 부엌
    으로 데굴데굴 굴러들어갈 것 같았다. 문학동네.
    p446

    The wooden floor slanted, a little steel ball would 
    have rolled into the kitchen.

    이 상황에서는 집이 많이 낡고 허름하다는 것이 강조
    되는데요. 거의 집 같지도 않은 판잣집입니다. 바닥도
    고르지 못해서 경사져있어요. 그걸 강조하려고 쇠구슬
    을 굴리면 굴러가겠네, 라고 생각하는건데 민음사
    책에서는 실제로 쇠구슬을 굴리고 있네요. 

    13.

    그러나 포트는 잠시 후 에메랄드 색으로 다시 나타날 
    때까지 시선을 희롱하는 잔상을 만들어낸다. 우리는 
    그림자 놀이를 했다. 이 음흉한 마을은 <도취된 사냥
    >에서 멀지 않았다. 나는 되돌아오지 않는 과가에
    다시 흐느꼈다. 민음사. p385

    그 순간에도 커피포트 모양의 그림자는 남아서 보일
    락 말락 눈을 희롱하다가 다시 에메랄드빛으로 부활
    했다. 그림자 사진도 찍어봤어요. 이 은밀한 도시는 
    '마법에 걸린 사냥꾼'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나는 돌이킬 수 없는 과거에 취해 다시 눈물을 흘렸
    다. 문학동네. p454

    이 구절의 전체적인 번역이 문제가 되는 건 아니라서
    원문은 적지 않았습니다. 이 번역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색깔 표시된 문장 때문이에요. 음식점 간판이
    커피포트 모양의 네온사인으로 되어있는데, 불빛이
    켜졌다 꺼졌다 합니다. 그러면서 그 사이에 잠깐 
    커피포트 모양의 잔상이 남는데요. 그걸 바라보면서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입니다. 그 과거에도 색깔 표시
    된 문장과 같은 문장이 등장해요. 그림자 사진도 찍
    어봤어요. 라는문장. 따라서 저 색깔 표시된 문장은, 
    책의 앞부분에 나오는 과거 에피소드에서도 같은 
    문장으로 적혀 있어요. 문학동네의 번역은 정
    확합니다. 앞부분에서도 뒷부분에서도 똑같이, 그림
    자 사진도 찍어봤어요. 라는 번역이 되어있어요. 
    민음사 번역은 그렇지 않고요. 다른 번역이 되어 
    있습니다. 앞부분에는 그림자 그림의 인형놀이, 라
    고 되어있네요. 이러면 독자가 이 암시를 찾아내기 
    힘들어집니다. 작가가 의도적으로 심어놓은 암시인데 
    말이에요. 민음사의 번역은 이렇게 작가가 의도한 암
    시, 예를 들어 1부와 2부에 똑같이 반복되어 등장하는 
    문장들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하고 있어요. 같은 문장
    이라면 똑같이 번역했어야 하는데, 다르게 번역하고 
    있습니다. 작가가 낸 퀴즈를 독자가 아예 알아채지도 
    못하게 만들고 있어요.

    14.

    하지만 파보르 마노에 도착하자 다시 햇살이 남자처럼 
    타오르고 푹 젖고 김이 나는 나무에서 새가 노래했다. 
    민음사. p400

    페이버 매너에 도착할 무렵에는 다시 해가 나서 불붙은 
    사람처럼 이글거렸고, 흠뻑 젖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
    르는 나무에 앉은 새들이 목청껏 소리쳤다. 문학동네.
    p472

    when I reached Pavor Manor, the sun was visible 
    again, burning like a man, the birds screamed in
    the drenched and steaming trees.

    민음사 번역이 직역인 것 같긴 합니다만, 어떤 번역이
    더 이해가 잘 되시나요. 그리고 더 자연스러운가요.

    15.

    목욕실들에 대해 말해볼까. 세번째 욕실에 막 들어가려
    던 참인데 주인이 물을 뚝뚝 흘리며 그곳에서 나온다. 
    민음사. p401

    욕실이라는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내가 막 세번째 욕실
    을 살펴보려 할 때 잠시 폭포수 쏟아지는 소리가 들리더
    니 집주인이 불쑥 그곳에서 나왔다. 문학동네. p473

    Speaking of bathrooms - I was about to visit a third 
    one when master came out of it, leaving a brief 
    waterfall behind him. 

    민음사는 번역도 이상하지만 더 나쁜 건 이 문장이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는 겁니다. 절대로 잘못 해석하면 안
    되는 문장이에요. 왜냐하면 저 폭포수 쏟아지는 소리
    (소변 소리)는 1부에서도 똑같이 등장하는데, 둘 다
    어떤 한 사람을 암시하고 있거든요. 이 책 곳곳에서 
    이런 식으로 숨어있는 사람을 암시하는 부분, 그 암시
    가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라서 아주 중요합니다. 물을
    뚝뚝 흘린다는 해석도 이상하지만, 폭포수 쏟아지는
    소리가 번역되지 않았다는 건 정말 정말 큰 실수, 아니
    잘못이에요. 독자에게서 퀴즈를 맞히는 즐거움을 빼
    앗아가는.

    16. 

    그는 입을 반쯤 열고 문도 반쯤 연다. 내키지 않는 방문
    객이 찾아와서 벨을 누르고 갔다고 생각하는 듯 햇살이 
    드는 틈새로 밖을 내다본다. 민음사. p402

    그는 입을 반쯤 벌리고 현관문을 반쯤 열고 눈부신 문틈 
    사이로 바깥을 내다보았는데, 마지못해 찾아왔던 손님이 
    초인종을 누르고는 돌아서는 소리를 어렴풋이 들은 듯하
    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문학동네. p473

    a half-hearted visitor

    민음사 번역은 오해의 소지가 있습니다. 내키지 않는 방
    문객이라는 게, 방문객이 그의 집에 방문하는 걸 내켜하
    지 않는다는 건지 아니면 방문객이 오는 걸 그가 내켜하
    지 않는다는 건지 모호하죠. 문학동네 번역은 그 부분을
    확실히 하고 있는데요. 이 상황은 손님(전화회사 직원)이 
    그의 집에 오는 것을 내켜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17.

    내가 말한 것처럼 그녀는 말하고 있었다. 이제는 감정도 
    차분히 가라앉았다. 민음사. p371

    내가 이미 말했듯이 그녀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말문이 
    터지더니 물 흐르듯 술술 쏟아냈다. 문학동네. p437

    She was, as I say, talking. It now came in a relaxed 
    flow.

    이 상황은, 내가 어떤 문제에 대해 그녀에게 빨리 말하
    라고 계속 다그쳤고, 그녀는 절대 말할 수 없다고하며
    말하기를 거부하다가 정말 그렇게 알고 싶다면...하면서
    말을 하는 상황입니다. 그렇게 말하지 않겠다고 하다가
    한번 말문이 터지자 끊임없이 말을 합니다. 그런데 민음
    사의 문장은...

    18.

    아, 그러면 그 장거리 전화 때문에 여기 온 게 아니로군요.
    당신 그런 전화를 자주 하지요?
    뭐라구요? 민음사. p403

    "아, 그럼 장거리전화 때문에 나를 귀찮게 하려고 온 게 
    아니었나?
    "너도 가끔 장거리전화를 걸었지?"
    "뭐라고 했소?"  문학동네. p475

    so, you have not come to bother me about those long
    -distance call?
    You do make them once in a while, don't you?
    Excuse me?

    전화회사 직원이 오기로 되어있었기 때문에 첫번째 문장
    이 저렇습니다. 자신의 집에 온 사람이 전화회사 직원인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아니죠. 복수하러 온 사람이죠.
    "너도 가끔 장거리전화를 걸었지?" 라는 문장은 책의 
    앞부분 에피소드와 관련됩니다. 복수를 하러 온 사람은
    이 집의 주인에게 골탕을 먹은 적이 있는데, 그 때 장거
    리 전화로 속임을 당했거든요. 그때 얘기를 하고 있는
    겁니다. 민음사의 문장은 글쎄요. 복수하러 온 사람이
    아니라 꼭 전화회사 직원 같은 말투네요. 민음사의 문장
    으로는 집 주인이 과거의 일을 기억해내지 못할 것 같은
    데요.

    19.

    그가 처한 상황을 볼 때 그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으나 
    잘난 척하는 태도는 좀 주춤해졌다. 민음사. p404

    그렇게 흐리멍덩한 상태에서는 어떤 일을 당해도 놀라지 
    않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큰소리를 치는 것은 왠지 납득
    이 가지 않았다. 문학동네. p476

    In the state he was in he could not really be taken 
    aback by anything, but his blustering manner was 
    not quite convincing.

    그의 상황이 어떤 상황이냐면, 총으로 위협을 당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도 겁을 내거나 무서워하는게
    아니라 큰소리 떵떵 치고 있는데요. 왜냐하면 아직
    무슨 상황인지 파악을 못하고 상대방이 장난치는 줄 알
    고 있거든요. 그리고 전날 밤 술과 마약을 너무 많이
    해서 아직도 술과 약에 취해있습니다. 헤롱거리는 상
    태에요. 어떤 번역이 이해가 잘 되세요?
    ----
    이 문장에 대해서는, 댓글에서 의견을 주셨어요.
    저도 그 생각에 공감하고요. 
    댓글 그냥 지나치시는 분 계실까봐, 여기에 덧붙입니다.

    그런데... 약간 제 생각을 말씀드리자면...
    19번 항목만큼은 민음사판도 괜찮은 것 같아요.
    왜냐하면 19번 항목에서 위협을 받고 있는 이 사람이 지금 제정신이 아닌 상태인 건 맞지만
    인용해주신 부분 그 다음 문장을 보면 약간 경계심을 가진다고 묘사되거든요.
    물론 그 경계심은 곧바로 사라지지만요.
    제 생각에 19번 항목은 마냥 취해서 큰소리만 치던 사람이 살짝 경계심을 갖게 되면서
    이전에 보여주던 호방한 태도가 그다지 호방하게 보이지 않는 상황을 묘사한게 아닐까 하네요.
    (was not quite convincing)
    그런 의미에서 민음사 판 번역이 정확한 번역은 아니지만 초월번역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드네요.

    약간 이 부분이 의심스러워서 나보코프가 러시아어로 번역한 러시아 판본을 찾아봤는데
    이 부분에서만큼은 민음사 역자가 좀 더 정확한 것 같아용..
    cf) манера  уже становилась   менее   уверенной/ 큰 소리치던 그의 태도는 이전처럼 확신에 차 있진 않았다.

    20.

    나는 안했어! 그는 소리쳤다. 넌 전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거야, 난 그애를 짐승 같은 도착자에게서 구해 낸 거라구. 
    내 발을 쏘지 말고 경찰 배지를 보여줘, 이 원숭이 같은 
    놈, 그 배지는 어디 있어? 나는 다른 사람 강간 같은 거 
    안해, 웃기고 있네! 내가 선사한 그 즐거운 차 여행은 어
    리석은 묘기였지, 하지만 어쨌든 그애를 되찾았잖아, 안 
    그래? 자, 우리 술이나 한 잔 하자구. 민음사. p406

    그런 적 없어! 그가 소리쳤다. 그건 오해야. 오히려 짐승 
    같은 변태한테서 구해줬다고. 자꾸 내 발만 쏘지 말고 
    경찰 배지라도 내보이란 말이야, 이 미친 자식아. 배지는 
    어디 있어? 딴 놈이 겁탈한 것까지 내가 책임질 순 없잖
    아. 말도 안 되지! 그때 차 타고 따라다닌 건 그냥 시시한 
    장난이었고, 어쨌든 아이는 되찾았잖아? 자, 이러지 말고 
    술이나 한잔 하자고. 문학동네. p478

    I'm not responsible for the rapes of others.

    색깔 표시된 문장만 보셔도 돼요. 번역이 전혀 다릅니다.

    21.

    우, 개가 또다시 짖는다. 막 달려들다가 발을 질질 끌며 
    걸어오더니 낑낑거리며 문 쪽으로 간다. 민음사. p367

    컹, 개가 말했다. 달려오는 소리, 발 끄는 소리, 휘리릭 
    덜컹, 문 열리는 소리. 문학동네. p432

    Woof, said the dog. A rush and a shuffle, 
    and woosh-woof went the door. 

    위의 문장은 얼핏 보면 민음사 번역이 맞는 것처럼 보
    이는데, 앞뒤의 문장을 살펴보면 달라집니다. 바로 앞
    문장에서 초인종을 누른 상황이었고, 위 문장 바로 다음
    문장에서 문이 열리고 누군가 나타나거든요. 그런데
    앞뒤 문장의 흐름과 상관없이 번역을 하니 위의 모든
    문장이 개의 행동에 대한 묘사가 되어버립니다.

    22.

    그리고 마을 너머로 길들이 거무스름한 들판으로 여기저기 
    뻗어 있고, 그 들판 너머로 수목으로 가득한 산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었다. 민음사. p420

    그리고 마을 너머에는 밝고 어두운 여러 빛깔로 조각조각 
    수놓은 퀼트 같은 들판, 그 사이로 종횡무진 뻗어나간 도로들, 
    더 멀리 저쪽에는 숲으로 뒤덮인 거대한 산맥 등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문학동네. p494

    이 부분은 원문을 가져오지는 않았는데, 민음사의 번역에
    중요한 단어가 빠져 있습니다. 이 문장의 번역에서는 퀼트
    라는 단어가 빠지면 안 됩니다. 이 책을 번역할 때에는 퀼트
    라는 단어를 절대 빠뜨리면 안 돼요. 왜냐하면 퀼트라는 단
    어가 매우 중요한 인물을 암시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상큼
    하게 빼버리네요. 

    23.

    그 속에는 뭔가 끈끈한 골수가 있고, 피가 있어서 아름답고 
    밝은 초록빛의 파리들이 모여든다. 이리저리 비틀고, 내가 
    시도하려는 것보다 더 깊고 더 어두운 물 속으로 미끄러지면
    서, 나는 미끄러운 자아가 나를 피해 가는 것을 느낀다. 
    민음사. p421

    이 글에는 약간의 골수와 피가 묻고 아름다운 연녹색 파리들
    이 붙어 있다. 군데군데 후미진 구석을 들여다보면 종종 나 
    자신도 알아차리기 힘들 만큼 교묘한 수작을 부리면서 굳이 
    살펴보고 싶지도 않을 만큼 깊고 어두운 물속으로 달아나는 
    내 모습이 눈에 띄기도 한다. 문학동네. p495

    At this or that twist of it I feel my slippery self eluding me, 
    gliding into deeper and darker waters than I care to probe.

    민음사의 번역이 직역에 가깝고, 사실 'slippery self'라는 
    단어의 뜻을 살린 건 매우 마음에 들지만, 민음사의 번역은
    이해하기가 어려워요. 아무리 직역이라도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어요. 반면 풀어서 설명해주긴 했지만 문학동네의
    번역은 쉽게 이해됩니다. 책의 내용을 잘 이해한 번역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직역이 무조건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이해할 수 없는 직역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모르겠
    습니다. 역자는 원서로 이해를 하기 때문에, 번역된
    문장으로만 이해해야 하는 독자와는 다르니까요. 독자도
    이해할 수 있는 직역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제가 잘못 이해한 부분이 있다면 지적해주세요. 

    불만스러운 부분에도 불구하고, 두 출판사의 책을 읽은 것은
    작품이해에 도움이 됐어요. 같은 문장을 미묘하게 다른 스타
    일로 번역할 때 만들어지는 공간이, 하나의 번역을 읽고 내용
    을 이해했을 때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깨닫게 해주
    었다고 해야할까요. 어쨌든 아쉬움이 남는 번역이었습니다. 

    (추가)
    이 부분 너무 늦게 올려서 보실지 모르겠지만, 조금 덧붙일게요.
    문학동네의 번역에서 아쉬운 부분들입니다.
    제가 틀린 번역 찾아내는데 혈안이 되어 있는 사람은 아닌데,
    민음사 번역에 대한 의문만 적어놓은 거 같아서요.
    읽으시는 분들께 도움이 되면 좋겠어요.

    1.

    그때의 내 상황이 어땠는지 예를 들자면(하마터면 '예들면'이라고 
    쓸 뻔했다) 머리를 둘 곳도 없는데다 속쓰림까지 겹쳐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그런 감자튀김을 '프렌치' 프라이라고 부르다니, 
    맙소사!). 문학동네. p208

    For instance (I almost wrote "frinstance"), I had no place to rest 
    my head, and a fit of heartburn (they call those fries "French," 
    grand Dieu! was added to my discomfort.

    이 부분에서 For instance를 frinstance라고 쓸 뻔했다고, 
    영어로 표기해주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화불량의 원인이 저녁에 먹은 감자튀김이라고 생각하다가 
    For instance를 frinstance로 잘못쓸 뻔 했으니까요.

    2.

    만년필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은-정신분석학자라면 누구나 
    동의하겠지만-그가 억압된 언디니스트임을 의미한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부디 스틱스 강에도 물의 요정이 살기를 바랄 
    뿐이다. 문학동네. p399

    이 부분에서 만년필(fountain pen), 이렇게 영어표기가 있었으면 
    좋았겠다 싶은데, 반드시 표기해야 하는 사항은 아니겠죠. 

    3.

    이튿날 아침 10시경 '불면 산장'을 떠나 파킹턴에서 시간을 좀 
    보냈다. p471

    원문에는 8시경이라고 나와있어요. 이 부분은 바로잡아야 할 것 
    같습니다. 민음사에는 8시쯤이라고 되어있네요. 

    I left Insomnia Lodge next morning around eight and spent 
    some time in Parkington. 

    4.

    투르게네프 소설의 한 장면처럼 열린 창문에서-거실 창문이었다-
    이탈리아 음악이 흘러나왔다. 거실 창문이었다. p464

    '거실 창문이었다' 는 표현이 두 번 반복되었네요. 

    5.

    쓰레기는 절대로 변기에 버리지 마십시오. p335

    Do not throw waste material of any kind in the toilet bowl.

    모텔 안내문 중 한 부분인데요. 여기서 포인트는 
    안내문의 내용과 실제 객실의 상황이나 모텔의 서비스가
    모순되는 상황입니다. 모순이 중요합니다.
    안내문의 내용이 말도 안 되고 어처구니없다는 점으로 미루어 보아,
    변기에 쓰레기를 절대로 버리지 마십시오,라는 해석보다는
    변기에 어떤 종류의 쓰레기도 버리지 마십시오. 라고 해석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습니다. 
    소변이나 대변도 사람의 몸에서 나오는 일종의 쓰레기이기 때문에,
    어떤 종류의 쓰레기도 버리지 말라고 하는 것은 
    소변기를 아예 사용하지 말라는 뜻이라서, 
    안내문의 어처구니 없음과 모텔 상황의 어처구니 없음이 더욱 강조되지요. 
    원서에는 'any'가 이탤릭체로 써 있습니다. (강조의 뜻)

    민음사 번역은 이렇습니다.

    화장실 변기에 어떤 오물도 버리지 마십시오. p285 


    ----
    번역 비교한 내용을 추가합니다. 

    1.

    내가 안 보고 있는 동안 그들은 아이를 어딘가로 데려가 버렸다! 망할 놈의 병원 한 구석에 잇는 <사용할 수 있음>이라 써 붙인 간이 침대에서 하룻밤을지내겠다고 간청했으나 그들은 들어주지 않았다. 민음사

    그렇게 한눈을 팔다가 아이를 빼앗기고 말았다! 이 망할 놈의 병원 한구석에 깔린 '어서 오십시오' 매트 위에서라도 하룻밤을 보내게 해달라고 졸라봤지만 헛수고였다. 문학동네

    I was not looking, my child was taken away from me! In vain I insisted I be allowed to spend the night on a "welcome" mat in a corner of their damned hospital. 원문

    설명. 아이가 아파서 병원에 데려온 상황입니다. 접수를 하고 의사와 면담을 하면서 우왕좌왕하는 동안 아이가 사라졌는데요. 물론 치료를 받으러 병실로 이동한 건데, 이 남자는 아이를 병원에 빼앗겼다고 생각합니다. 잠시라도 아이와 떨어져 있지 않으려고 병원 현관에 있는 발매트 위에서라도 있게 해달라고 조르는 장면으로, 굉장히 중요하고 인상적인 장면이면서 작가의 위트가 엿보이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민음사의 번역은 좀 이상합니다.

    2.

    최근에 감기에 걸린 적이 있다고 내가 말하자, 그는 퉁명스레 이것은 또 다른 병균이고, 자기는 마흔 가지쯤의 병균을 주무르고 있는데 과거의 <학질>만큼이나 끔찍스럽다고 말했다. 민음사

    비교적 최근에 그녀가 독감에 걸린 적이 있다고 했더니 이번 경우는 전혀 다른 병이라면서 벌써 이런 환자를 마흔 명쯤 치료했다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의 말을 듣고 있자니 모든 증상을 '열병'이라는 말로 얼버무리던 옛사람들이 떠올랐다. 문학동네

    when I alluded to her comparatively recent flu, curtly said this was another bug, he had forty such cases on his hands; all of which sounded like the "ague" of the ancients. 원문

    3.

    그런데 우리 뒤에서 옛 희극 속에 나오는 목가적 분위기에서 그들은 만나고 있었다. 빌과 페이는 둘 다 웃음에 약했다. 그들의 은밀한 농담이 끝날 때쯤 우리들이 나타났다. 그것은 정말 문제가 되지 않았다. 민음사

    문득 우리 앞쪽에서 몸을 흔들며 낄낄거리는 미드 2인조가 눈에 띄었다. 옛 희극에서 전원을 배경으로 만남을 갖는 사람들처럼 잘 어울리는 한쌍이었다. 빌과 페이는 둘 다 웃느라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우리가 나타나기 직전에 자기들끼리 은밀한 농담을 주고받은 모양이다. 어쨌든 중요한 일은 아니었다. 문학동네

    when we found ourselves behind the convulsed Mead twosome -assorted people, you know, meeting among idyllic settings in old comedies. Bill and Fay were both weak with laughter-we had come at the end of their private joke. It did not really matter. 원문

    설명. 이 부분 굉장히 재미있는 장면이고, 섬세하게 번역할 필요가 있는데, 민음사는 묘사를 모호하게 하면서 넘어가네요. 민음사는 전체적으로 직역 위주의 번역인데 이런 문장들이 나오면 오히려 직역을 하지 않고 얼버무리는 경향이 있어요. 왜일까요. 앞뒤 문맥과 장면의 전체적인 인상이 머릿속에서 그려지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요. 원문과 비교해보면 문학동네의 번역은 굉장히 섬세하고, 원문에서 묘사된 장면이 잘 떠오릅니다. 중요한 건 묘사되지 않은 장면들(상상력이 필요한 장면)까지도 상상할 수 있도록 번역이 되어있다는 건데요. 이 문장에서 말하는 우리는 '나=화자'와 '그녀'입니다. 이 문장이 나오기 바로 전 테니스 에피소드에서 '나'는 '미드 2인조'에게 골탕을 먹었는데요. '미드 2인조'와 '그녀'가 합세해서 '나'를 속여먹은 겁니다. 

    위 문장에서 '나'는 '그녀'를 오솔길로 데려갔는데, 거기서 포복절도하고 있는 '미드 2인조'를 발견한 상황입니다. convulsed라는 단어를 민음사는 왜 번역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는데, 중요한 단어예요. '나'를 속여먹은 얘기를 하면서 그들이 신나게 웃고있는 거거든요. 물론 아직 '나'는 내가 그들에게 속았다는 걸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고요. 위 문장에서 말하는 '은밀한 농담'은 '나'를 속여먹은 얘기겠죠. 이런 상황을 파악하고 번역을 했다면 민음사와 같은 번역이 나오진 않았을 거라 생각되네요. 민음사 번역에서는 '은밀한 농담'이라는 말을 독자가 다른 의미로 받아들일 위험도 있어요. 

    4.

    그 다음 일은 암처럼 지긋지긋하여 어찌할 수가 없었으므로 나는 그저 그 침묵의 추적자가 차의 지붕을 연 상태로 우리 차 조금 뒤 <부산스러움-속임수에 가득 찬 자리가 많음>이라는 괴상한 간판이 걸린 카페인지 바인지 앞에 멈추는 것을 못 본 척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민음사

    그때의 상황은 질병이랄까, 이를테면 암이랄까, 아무튼 나로서는 속수무책이었고, 그래서 말없는 추적자가 컨버터블의 지붕을 내린 채 우리 뒤쪽에서 조금 떨어진, '버슬*: 가짜 엉덩판'이라는 우스꽝스러운 간판이 달린 카페인지 술집인지 그 앞에 멈추었다는 사실을 무시해버렸다. 문학동네

    *버슬Bustle: 19세기 중후반에 스커트의 뒤를 부풀리기 위해 엉덩이에 부착하던 틀(문학동네의 주석)

    What was happening was a sickness, a cancer, that could not be helped, so I simply ignored the fact that our quiet pursuer, in his converted state, stopped a little behind us at a cafe or bar bearing the idiotic sign: The Bustle: A Deceitful Seatful. 원문

    설명. 

    250px-Bustle_c._1885.jpg

    버슬Bustle은 위 사진처럼 스커트 뒷자락을 부풀리기 위해 사용하는 가짜 엉덩이판입니다. 문학동네가 정확한 번역을 했는데, 민음사는 번역이...
    저렇게 엉터리 번역이 된 이유는 앞뒤 문맥, 또는 전체적인 상황에 대한 파악이 잘 안되어있기 때문이에요. 이 버슬이라는 단어는 뒤에 또 등장하는데, 지금 위 문장에서 버슬이라는 단어가 나오는 이유도 뒤의 상황을 미리 암시하기 위해서이고요. 지금 이들에게는 추적자가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추적자때문에 미치기 일보직전까지 가는데, 그러다가 그 추적자의 자동차번호판을 종이에 적어둡니다. 번호판에서 기억하는 문자는 앞의 첫 대문자 P와 뒤의 마지막 숫자 6인데, 뒤에서 이 자동차 번호를 다시 확인하려고 적어둔 종이를 꺼냈을 때, 누군가 연필로 문자들을 바꿔놓은 걸 알게됩니다. 대문자 P에 '버슬' 과 같은 가짜 엉덩판이 붙어 대문자 B로 바뀌어있는 걸 발견하는 건데요. 여튼 이 뒤에 나오는 자동차번호판 에피소드때문에, 위의 문장에서 '버슬'이라는 단어가 미리 등장한 거예요. 민음사의 번역은 뒤에 나오는 자동차번호판 에피소드와 연관되지 못합니다. 이건 작가(나보코프)가 의도한 바를 무시하는 거고요.

    5.

    처음에 그녀는 미국말로 <체온이 마구 올랐다>. 그리고 나는 내 팔 안에서 신음하고 기침하고 떠는 축 늘어진 롤리타를 안고 예기치 않은 정교하고 뜨거운 기쁨을 느꼈다. 열에 들뜬 비너스랄까. 그래서 그녀가 낫자마자 나는 남자애들과 파티를 열어주었다. 민음사

    처음에는 미국식 표현대로 몸이 '불덩이처럼' 펄펄 끓었는데, 기진맥진한 롤리타는 내 품에 안겨서도 끙끙거리고 콜록거리고 부들부들 떨었지만 나는 환상적인 체온으로 뜻밖의 쾌감을 선사하는 그녀-뜨거운 베누스Venus febriculosa-를 도저히 그냥 둘 수 없었다. 그래서 그녀가 회복되자마자 남학생들을 불러 파티를 열어주었다. 문학동네

    At first she "ran a temperature" in American parlance, and I could not resist the exquisite caloricity of unexpected delights-Venus febriculosa-though it was a very languid Lolita that moaned and coughed and shivered in my embrace. 원문

    설명. 아파서 열이 펄펄 끓는 아이. 아이는 아파 죽겠는데, 그 펄펄 끓는 몸이 주는 기쁨을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아픈 아이와 관계를 맺는 장면입니다. 이 책에서 종종 나타나는, 굉장히 잔인한 장면(아이가 학대당하는) 중 하나이고요. 화자는 자신의 잔인성이 드러나는 에피소드에서 굉장히 모호한 단어들을 쓰면서 상황을 능구렁이처럼 넘어가는데, 그래서 자칫 읽는 사람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넘어갈 수 있어요. 민음사 번역은 그 모호성을 더 부각시키고요. 민음사 번역에서 그녀의 뜨거운 몸을 저항할 수 없었다, 라고 하는 부분을 왜 빠뜨렸는지 모르겠지만, 이 부분이 중요합니다. 두 사람이 관계를 가졌다는 걸(그것도 화자의 일방적인 욕망에 의해서) 암시하는 부분이거든요. 앞부분에서도 한번 나오지만 베누스가 다녀갔다는 말은절정이 지나갔음을 암시합니다. (따라서 관계를 맺었다는 걸 의미하지요) 그녀가 낫자마자 파티를 열어주는 이유는, 아팠던 그녀가 다 나은 걸 축하해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픈 몸을 데리고 관계를 맺었기 때문에 파티로 보상해주려는 것입니다. 

    6.

    주말이면 잘 맞춘 오버코트에 갈색 장갑을 끼고 험버트 교수는 딸과 함께 월튼 여인숙(보랏빛 리본을 단 중국인 매춘부와 초콜릿 상자들로 유명하다. 보통 <두 사람 자리가 났어요>라는 말이 들릴 때까지 앞 사람들이 남긴 부스러기로 지저분한 틈새에서 기다린다) 쪽으로 산보를 한다. 민음사

    주말에는 세련된 맞춤 외투를 입고 갈색 장갑을 낀 H교수가 딸을 데리고 월턴 식당으로(이곳은 보라색 리본을 묶은 도자기 토끼들과 수북이 쌓인 초콜릿 상자들로 유명한데, 다른 손님이 흘린 음식 찌꺼기로 지저분한 '이인용 식탁'이라도 차지하려면 그 난장판 속에서 기다려야 했다) 걸어가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문학동네

    Weekends, wearing a well-tailored overcoat and brown gloves, Professor H. might be seen with his daughter strolling to Walton Inn (famous for its violet-ribboned china bunnies and chocolate boxes among which you sit and wait for a "table for two" still filthy with your predecessor's crumbs). 원문

    설명. Walton Inn은 여기서는 여인숙보다는 식당으로 번역하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뒤에 한번 더 이 식당이 언급되는데, 그때에도 사람들이 이곳에서 점심을 먹습니다. violet-ribboned china bunnies에 대한 두 번역이 다른데요. 표면적인 의미로 보자면 문학동네의 번역이 더 적절합니다. bunny라는 단어에 매춘부라는 뜻이 있고, 실제로 이 문장에서도 토끼라는 단어의 뒤에 매춘부라는 숨은 의미가 있다는 걸 의도하고, bunny라는 단어를 썼다고 생각되긴 하지만, 그 숨은 의미는 독자가 알아채야 하는 것이죠. 대체적으로 직역에 충실한 민음사가 이 부분에서는 직역을 하지 않고 숨은 뜻까지 풀어서 설명해주고 있는데, 그러느라고 문장이 어색해져버린 것도 사실입니다. 원문에서 토끼를 rabbit이 아니라 bunny로 적고있고, bunny라는 단어에 매춘부라는 뜻이 숨어있다는 것까지 표현하려면 사실 토끼(bunny)라고 번역하는게 가장 좋을 텐데, 문학동네의 번역에서는 매춘부라는 의미를 유추해낼 수가 없다는 것이 아쉽습니다. 원문에서 한 단어에 이중적인 의미를 심어놓을 때, 이 두 가지 의미를 다 담으면서 번역하는 게 참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어요.두 가지 번역을 함께 읽을 때 더 폭넓은 해석을 할 수 있다는 건 역시 이런 부분이 있기 때문이겠죠.

    your predecessor's crumbs에 대한 번역은 민음사 쪽이 더 좋은데요. '앞 사람들이 남긴 부스러기'라는 것은 꼭 음식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것을 암시하기 때문에 더 은근하게 느껴집니다. 또한 앞사람, 전임자, 라는 뜻을 가진 단어들이 이 책에서 종종 사용되는 것을 고려할 때 이 단어는 직역이 더 어울려 보입니다.

    7. 

    나를 변호하기 위해 나는 그가 필요하다. 그가 있었다-어떤 재주도 없고, 평범한 선생, 가치 없는 학자, 침울하고 반감에 찬 뚱뚱한 늙은 동성애자, 미국식 삶을 아주 경멸하고 영어에는 통쾌할 정도로 무식한 사람. 지독히도 까다로운 뉴잉글랜드에서 젊은이들이 아끼고 늙은이들이 노래하던 그런 사람-오, 모든 사람들을 바보로 만들면서 멋진 시간을 보내더니. 그리고 여기 내가 있었다.* 민음사

    그는 거기에 있고 나는 여기 있어 변호해 줄 수 없는 게 안타깝다는 뜻.

    그러나 나 자신을 변호하려면 그가 꼭 필요하다. 재능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그가, 평범한 교육자이며 보잘것없는 학자이며 무뚝뚝하고 쌀쌀맞고 뚱뚱한 성도착자인 그가, 미국인들의 생활 방식을 몹시 경멸하고 영어 실력도 형편없는 그가 깐깐하기 그지없는 뉴잉글랜드에서 어른들에게는 칭찬을 받고 아이들에게는 애무를 받으며 살았거늘, 아, 그렇게 만인을 감쪽같이 속이면서 즐거운 나날을 보냈거늘, 나는 어째서 요 모양 요 꼴인가. 문학동네

    I need him for my defense. There he was, devoid of any talent whatsoever, a mediocre teacher, a worthless scholar, a glum repulsive fat old invert, highly contemptuous of the American way of life, triumphantly ignorant of the English language-there he was in priggish New England, crooned over by the old and caressed by the young-oh, having a grand time and fooling everybody; and here was I. 원문

    설명. 그도 '나'처럼 성도착자, 아동성애자인데(물론 그는 남자아이들을 좋아하지만), 게다가 그는 뛰어난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변변찮은 인간인데, 왜 그는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으며 잘 살고, 나는 이 모양 이꼴입니까, 라면서 억울해하는 장면인데요. 민음사의 번역이 조금 어색합니다.

    8.

    목에 스카프를 맨 저음 가수의 머리 위에는 노란 달이 걸려 있고 그의 손가락은 줄을 튕기고 발은 통나무 위에 얹혀 있다. 내가 순수한 마음으로 로의 어깨를 감싸고 턱뼈를 그녀의 뺨 위로 가져가려는 순간, 우리 뒤에서 탐욕에 찬 두 남자가 이상한 얘기를 늘어놓는다-내가 제대로 이해했는지 모르겠다-나는 그 순간 내 부드러운 손을 거두었고 쇼는 엉망이 되었다. 민음사

    네커치프를 두른 가수의 머리 위에 노란 달이 떴다. 가수가 한쪽 발을 소나무 장작 위에 올려놓고 기타를 칠 때 나는 별 뜻 없이 로의 어깨에 팔을 둘렀는데, 그녀의 관자놀이에 턱을 대려는 순간 뒷자리에 앉은 하르피이아* 같은 여자 둘이 몹시 불쾌한 말을 내뱉었다. 제대로 알아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때 들었다고 생각한 그 말 때문에 나는 다정한 손길을 거둬들일 수밖에 없었고, 그때부터 영화 내용이 안개처럼 몽롱해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문학동네

    하르피이아: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괴물. 추녀의 얼굴을 가진 새의 모습이다. (문학동네 주석)

    The moon was yellow above the neckerchiefed crooner, and his finger was on his strumstring, and his foot was on a pine log, and I had innocently encircled Lo's shoulder and approached my jawbone to her temple, when two harpies behind us started muttering the queerest things-I do not know if I understood aright, but what I thought I did, made me withdraw my gentle hand, and of course the rest of the show was fog to me. 원문

    설명. 아이들로 가득 들어찬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장면입니다. 아이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관자놀이에 턱을 대려는데(마치 연인에게 하듯이) 뒤에 앉아 있는 두 여자가 쑥덕이는 소리를 듣습니다. 아마도 우웩, 저 남자 지금 저 아이한테 무슨 짓을 하는거지? 정도의 얘기였겠죠. 여튼 얼핏 그런 이야기를 들은 후부터 정신을 집중하지 못하고 영화도 보는둥마는둥 하고 말았는데, 아이를 끌고다니는 여행을 하면서 '내'가 제일 신경쓰는 것은 사람들에게(세상에게) 들키지 않는 것입니다. 들키게 되면 아이를 빼앗기니까요. 그렇게 늘 조심해왔으니 영화관에서 그런 일을 겪었을 때 굉장히 놀랐겠죠. 뒤에 있던 여자들에게 악의적인 감정이 듭니다. 그래서 두 여자를 하르피이아라고 묘사하는데요. 문학동네 설명에 따르면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괴물이라고 합니다. 민음사는 추녀의 얼굴을 가진 이 새를 남자라고 해석했는데요. 추녀(여자)의 얼굴을 가진 새이니까 남자보다는 여자로 번역하는게 더 자연스럽습니다. 굳이 하르피이아라는 단어를 번역에서 증발시켜버린 이유도 알 수 없고요. 마지막 문장은 오히려 문학동네가 직역에 가깝네요. 

    9.

    그녀는 (물러나며) 뺨을 내게 부비고 (따라가며) 계속 읽는다. 이런 날은 얼마나 행복했던지, 독자여 기억해 주시라! 민음사

    로는 나와 뺨을 맞댄 자세로 (그녀는 피하고 나는 쫓아가고) 계속 읽었다. 아, 독자 여러분, 그래도 그날은 꽤 괜찮은 하루였음을 명심하시라! 문학동네

    She went on, her cheek (recedent) against mine (pursuant);and this was a good day, mark, O reader! 원문

    설명. 나보코프는 단어도 자신이 직접 만들어서 사용하고, 이제 쓰이지 않는 단어도 사용하고, 아무튼 까다로운 단어들을 많이 사용하는데, recedent같은 단어도 그렇습니다. 이 장면은 좀 짜증나는 장면인데, '벌거벗은 내'가 '아이'를 내 무릎에 앉히고 쉬고 있는 장면이에요. 아이는 내 무릎에 앉아 하이틴 잡지를 보고있고요. 이 장면에서도 역시 '나'는 능구렁이 같은 표현들을 사용하는데요. 잡지에 정신이 팔려있는 아이와 '나'는 뺨을 맞대고 있습니다. 아이는 자꾸 피하려고 하고, 나는 자꾸 쫓아가 뺨을 맞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상황에서 아이는 '나'에게 전혀 관심이 없어요. 오직 '나'만 아이의 육체에 빠져있는 거예요. 그런데 민음사의 번역은 마치 아이가 나에게 뺨을 부비는 것처럼 묘사됩니다. 그리고 내가 아이를 따라가며 뺨을 맞대는 건데, 마치 눈으로 책을 따라가며 읽는 것처럼 번역이 되었습니다. 뒷부분의 번역도 의미심장하죠. 문학동네는, 아이가 나한테 아무런 관심도 주지 않는 이런 상황도 그럭저럭 괜찮은 날들이었다고 말하고 있는데요. 민음사의 번역에서는 그냥 행복한 날들이라고만 표현됩니다. 이러면 이 장면의 이중적인 의미가 드러나지 않죠. 

    10.

    그녀의 수다스럽고 간간이 끊어지는 얘기 속에는 익살스런 사람들이 많이 나왔다. 내가 한번 봤던 사람인 것 같았다. 특별히 메스꺼운 얼굴이 하나 떠오른다. 양끝이 치켜올라간 제리 같은 입에, 코믹한 혐오와 체념, 그리고 나약한 젊음에 대한 너그러움이 일상적으로 뒤섞인 채 위로 말려 올라간 눈. 민음사

    수다스럽지만 내용이 뒤죽박죽인 그녀의 이야기에 익살스럽게 찡그린 표정이 여러 번 따라왔다. 내가 앞에서 이미 말한 듯한데, "웩!" 하면서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리는 표정이 특히 인상적이었다고 기억한다. 젤리 같은 입술을 좌우로 길게 늘이고 두 눈을 치켜뜨면서 무력한 청춘에 대한 혐오감, 체념, 인내심 등을 뭉뚱그려 익살스럽게 표현하는 일상적 표정이었다. 문학동네

    Her voluble but disjointed account was accompanied by many a droll moue. As I think I have already observed, I especially remember one wry face on an "ugh!" basis: jelly-mouth distended sideways and eyes rolled up in a routine blend of comic disgust, resignation and tolerance for young frailty. 원문

    설명. 그녀가 수다스럽게 이야기를 하는 도중 특유의 찡그린 표정을 간간이 짓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민음사에서는 이 표정을 사람으로 바꿔버립니다. 그녀의 얘기 속에 익살스런 사람들이 나오는 게 아니라 그녀가 얘기하는 도중에 익살스런 표정들이 곁들여지는 거죠. 내가 한번 봤던 사람이 아니라, 앞에서 이미 한번 언급했던 표정이라는 말입니다. 실제로 앞에서 특유의 표정에 대해 언급합니다.

    나는 샬럿이 다른 여자를 만나 부모로서의 고민을 이야기하다가 미국 여자 특유의 찡그린 표정으로(눈을 치뜨고 양쪽 입꼬리를 축 눌어뜨리면서) 체념을 표시할 때마다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로의 천진한 얼굴에도 가끔 그런 표정이 떠오르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문학동네. p125

    바로 이 부분에서요. 

    11.

    <우리 더블 베드는 사실 세 사람도 잘 수 있어요> 포츠는 다정하게 나와 내 딸을 안내했다. <언젠가 손님이 많던 날엔 숙녀 세 분과 이만한 딸이 함께 잤어요. 내 생각엔 그중 한 숙녀는 변장한 남자가 틀림없었다우. 하지만 49호에 여분의 간이 침대가 있을 거예요, 그렇죠? 스와인 씨?> 민음사

    "사실 저희 호텔 더블베드는 세 사람이 자도 충분합니다." 포츠는 싹싹하게 말하면서 나와 내 아이를 한침대에 재우려 했다. "손님이 많았던 어느 날은 여자 손님 세 분이 따님만한 아이를 데리고 함께 주무신 적도 있죠. 그중 하나는 여장남자 같았습니다만[이건 내 의견이다]. 그건 그렇고, 49호에 간이침대 하나가 남지 않을까요, 스와인 씨?" 문학동네

    "Our double beds are really triple," Potts cozily said tucking me and my kid in. "One crowded night we had three ladies and a child like yours sleep together. I believe one of the ladies was a disguised man [my static]. However-would there be a spare cot in 49, Mr. Swine?" 원문

    설명. 내 생각엔 그중 한 숙녀는 변장한 남자가 틀림없었다우. 이 부분은 실제로 호텔 직원이 한 말이 아니라 '나'의 생각입니다. my static이라고 표현했는데,

    static (수신기의) 잡음

    이런 뜻이고, 호텔 직원이 하는 말을 들으며 내 귓가에 잡음처럼 저런 문장이 들리는 거죠. 왜냐하면 '나'의 머릿속은 온통 음란마귀로 가득하니까요. 
    민음사에서는 이런 설명을 생략하면서 마치 내 생각엔 그중 한 숙녀는 변장한 남자가 틀림없었다우. 이 문장을 실제로 호텔 직원이 한 말처럼 번역합니다. 아니에요. 호텔 직원이 그런 이상한 말을 했을 리가 없죠. '나'의 생각(잡음)일 뿐입니다. 민음사의 번역은 tuck라는 단어도 단순하게 '안내하다'로 바꿔버렸는데요. 굉장히 재밌는 표현이에요. 지금 '나'는 '아이'와 한 침대에서 자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그래서 사실 간이침대 따위는 필요없는데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까봐 간이침대가 필요한 척 하는거죠. 그런데 호텔 직원이 오히려 '나'와 '아이'가 한 침대에서 자는 걸 권하고 있습니다. 

    tuck (작은 공간에) 집어[끼워] 넣다

    이런 뜻인데, 호텔 직원이 작은 침대에 '나'와 '아이'를 함께 우겨넣으려 한다고 표현합니다. 사실은 자신의 바람을 나타내는 것이지요. 

    12.

    빗방울이 끊임없이 매달린 대기는 그래도 따스하고 초록색이었다. 주로 어린애들과 노인들이 벌써 긴 열을 지어 영롱한 물방울을 떨어뜨리며 영화관 앞에 서 있었다. 민음사

    구슬 같은 가랑비가 쉼없이 내렸지만 대기는 따뜻한 초록빛이었다. 보석 같은 불빛이 똑똑 떨어지는 영화관 매표소 앞에는 사람들이, 주로 아이들과 노인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문학동네

    The air, despite a steady drizzle beading it, was warm and green, and a queue of people, mainly children and old men, had already formed before the box office of a movie house, dripping with jewel-fires. 원문

    설명. 영화관 건물이 불빛으로 장식되어 있다고 보여집니다. 스트링 전구로 장식된 건물처럼요. 그래서, 가랑비가 내리는 대기에서는 물방울이 보석처럼 떨어지고, 영화관 건물에서는 보석같은 불빛이 떨어지는 장면을 묘사합니다. 그런데 민음사 번역에서는 건물에서 불빛이 떨어지는게 아니라 영화를 보려고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이 물방울을 떨어뜨린다고 설명하네요. 

    13.

    나는 시동을 끄고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전화 걸기 전 잠깐 차 안에 앉아 긴장을 풀었다. 비에 잠긴 보도와 급수전을 바라보았다. 탁한 은빛, 붉은 빛으로 칠해진 그것은 끔찍스럽게 생겼는데, 삐쭉 뻗어나간 팔 달린 빨간 몸통은 은줄에 똑똑 떨어지는 핏방울 같은 비로 번들거렸다. 그 악몽 같은 부상자 옆에는 절대로 차를 세우면 안 될 것처럼 느껴졌다. 민음사

    일단 시동을 끄고, 전화를 걸기 전에 꼬박 일 분 동안 차 안에 앉아 마음을 가다듬으면서 쏟아지는 빗줄기를, 빗물이 넘쳐흐르는 인도를, 그리고 소화전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은색과 빨간색 페인트를 덕지덕지 바른 이 소화전은 정말 꼴사나운 물건이었는데, 잘려나간 붉은 팔을 좌우로 벌린 채 비에 젖어 번질거리고, 붉게 물든 빗물이 은백색 쇠사슬을 타고 핏물처럼 줄줄 흘러내렸다. 저렇게 악몽 속의 불구자처럼 생긴 물건 옆에 차를 세우지 못하게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문학동네

    I flipped off the ignition and for a quite a minute sat in the car bracing myself for that telephone call, and staring at the rain, at the inundated sidewalk, at a hydrant: a hideous thing, really, painted a thick silver and red, extending the red stumps of its arms to be varnished by the rain which like stylized blood dripped upon its argent chains. No wonder that stopping beside those nightmare cripples is taboo. 원문

    설명. 실제 소화전을 보면 알겠지만 꼭 양쪽 팔이 잘려나간 것처럼 양 옆이 짧게 튀어나와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에서는(우리나라에서도 그런것 같지만) 도로변에 있는 소화전 옆에 차를 주차하면 안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렇게 악몽 속의 불구자처럼 생긴 물건 옆에 차를 세우지 못하게 하는 것. 이라는 문장이 나오게 된 거고요. 민음사에서는 그런 금기사항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게 아니라, 소화전 옆에 차를 세우면 안 될 것 같다고 혼자 생각하는 것처럼 번역합니다. 

    14.

    그리고 이윽고 나는 그들과 거리, 그 비탈길에서 악수하고 있는데 홍수가 닥치기 전처럼 모든 것이 훨훨 날고 소용돌이쳤다. 필라델피아에서 매트리스를 싣고 온 트럭 한 대가 빈 집을 향해 가고 있었다. 나를 위해 그들이 덮개를 열었을 때 먼지가 불어와서 샬로트가 누워 있던 그 석판 위에서 몸부림쳤다. 그녀의 머리카락은 굽실거렸고 눈은 온전했으며, 검은 속눈썹은 여전히 롤리타 그녀의 것처럼 젖어 엉켜 있었다. 민음사

    이윽고 나는 길거리에서, 그 비탈길에서 두 사람과 악수를 나누었다. 다가오는 허연 폭우를 앞두고 온갖 잡동사니가 소용돌이치며 날아오르고, 필라델피아에서 매트리스를 싣고 온 트럭은 빈집을 향해 자신만만하게 달려오고, 살렷이 쓰러져 있던 바로 그 석판 위에도 흙먼지가 꿈틀거리며 이리저리 굴러다녔다. 그날 사람들이 무릎담요를 걷어내고 나에게 보여주었을 때 그녀는 몸을 웅크린 채로, 손상되지 않은 두 눈에 검은 속눈썹이 아직도 촉촉이 젖어 군데군데 뭉쳐 있었다. 롤리타, 너의 속눈썹처럼. 문학동네

    And presently I was shaking hands with both of them in the street, the sloping street, and everything was whirling and flying before the approaching white deluge, and a truck with a mattress from Philadelphia was confidently rolling down to an empty house, and dust was running and writhing over the exact slab of stone where Charlotte, when they lifted the laprobe for me, had been revealed, curled up, her eyes intact, their black lashes still wet, matted, like yours, Lolita. 원문

    설명. '나'는 그들과 악수를 하고 집을 떠납니다. 그들과 악수를 나누는 곳은 '그 비탈길'입니다. '그 비탈길'이란 바로 사고가 났던 곳을 말하는 것이고요. '그 석판'이란 사고가 났던 바로 그 자리를 말하는 거죠. 곧 폭우가 밀려올 것처럼 주변의 모든 것이 날아다니고 휘몰아치기 시작합니다. 바로 그 석판 위에서도 먼지가 몸부림치죠. 그 석판을 바라보며 '나'는 그 사고의 순간을 떠올립니다. 사고가 나던 날 그 석판 위는 무릎덮개로 덮혀 있었는데요. 사람들이 나를 위해 무릎덮개를 걷어냈을 때 나는 샬럿을 보게 됩니다. 지금 집을 떠나는 순간, 그 석판을 바라보며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는건데, 민음사의 번역은 사고의 순간과 떠나는 순간을 섞어버렸습니다. 그들이 무릎덮개를 열어준 건 사고의 순간이었고, 먼지가 부는건 바로 지금, 내가 길을 떠나는 순간입니다. 두 개의 순간을 섞어버리다니요. 

    15.

    약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샬로트에게 7월 내내 갖가지 수면제를 실험해 보는 거다. 내가 지난번에 주었던 약을 먹고 그녀는 네 시간 동안이나 곯아떨어져 있었다. 나는 라디오를 아주 크게 틀어놓기도 하고 얼굴에 남근처럼 생긴 전지 불을 환히 비춰보기도 했다. 몸을 밀어보고 꼬집어보고 찔러보기도 했다. 아무것도 그녀의 곤하고 깊은 숨소리를 깨뜨리지 못했다. 그러나 키스 한번에 그녀는 발딱 일어났다. 민음사

    약이라면 넙죽넙죽 잘도 받아먹는 샬럿에게 다양한 수면제 분말을 먹여보면서 7월 내내 실험을 계속했다. 마지막으로 사용한 수면제에 꼬박 네 시간 동안 꼻아떨어졌다. 라디오 음량을 최대한 키워보기도 했고, 남근처럼 생긴 손전등으로 얼굴에 불빛을 비춰보기도 했다. 떠밀고 꼬집고 찔러보기도 했다. 내가 무슨 짓을 해도 차분하고 깊은 호흡의 리듬은 전혀 흐트러지지 않았다. 그러나 살짝 입맞춤을 하자마자 곧바로 눈을 뜨더니. 문학동네

    Throughout most of July I had been experimenting with various sleeping powders, trying them out on Charlotte, a great takers of pills. 원문

    설명. '나'는 이미 샬럿에게 다양한 수면제를 먹이면서 실험을 해왔습니다. 민음사의 번역은, 앞으로 실험을 할 계획이다. 라고 말하고 있는데요. 뒷부분에 이어지는 설명과도 안맞는 번역입니다.

    16.

    (아, 그 서늘하고 포근한 미라나 호텔의 이부자리들이여!) 나는 수프를 꿀꺽 삼키고 분홍 냅킨으로 입가를 훔친 뒤 말했다. 민음사

    나는 수프 하 숟가락을 꿀꺽 삼키고 분홍색 종이 냅킨으로 입을 닦은 후(아, 미라나 호텔의 서늘하고 촉감 좋은 리넨 냅킨이 그립구나!) 이렇게 입을 열었다. 문학동네

    I swallowed my spoonful, wiped my lips with pink paper (Oh, the cool rich linens of Mirana Hotel!) and said: 원문

    설명. 

    Linen 리넨이란 의미는 마직류를 말하는데 호텔에서 리넨이란 면류나 화학직류로 만들어진 타월, 냅킨, 시트, 담요, 유니폼, 커튼, 도일리(Doily) 등을 말하고 있다.

    '나'는 식탁에 있던 분홍 냅킨으로 입을 닦습니다. 그러면서 그 옛날 그리운 미라나 호텔의 리넨 냅킨의 감촉을 떠올리고는 그리워하는 장면입니다. 민음사의 번역처럼, 냅킨으로 입을 닦다가 갑자기 미라나 호텔의 이불이 그리워지는 건 좀 이상하죠. 

    17.

    샬로트가 발레리아였다면 내가 그 상황을 어떻게 처리할지 알았을 것이다. 나는 <처리>란 말을 쓰고 싶다. 그 좋던 시절에 나는 그저 발레츠카의 통통하고 약한 손목(자전거를 타다 넘어져 다친 곳이다)을 비틀기만 하면 단번에 마음을 바꿔놓을 수 있었다. 민음사

    만약 샬럿이 발레리아였다면 나는 이 상황을 어떻게 손봐야 좋을지 금방 알았을 것이다. 여기서는 '손보다'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그리운 그 시절, 발레치카의 연약한 손목을(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져서 다쳤다는 바로 그 손목을) 살짝 비틀기만 해도 즉시 생각을 고쳐먹게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문학동네

    Had Charlotte been Valeria, I would have known how to handle the situation; and "handle" is the word I want. In the good old days, by merely twisting fat Valechka's brittle wrist (the one she had fallen upon from a bicycle) I could her mind instantly; 원문

    설명. '손보다'라고 표현하는 게 적절한 이유가 설명되어있지요. 발레리아는 손목이 약하기 때문에 손목을 비틀어서 경고를 한다는 의미인데요. 손목을 이용해서 그녀를 다루기 때문에 '손보다'라는 말이 적절하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처리'라는 말이 나오면 안되죠.

    18.

    두 가지만 빼고는 더 이상 말할 것이 없다. 첫째, 돌아오는 길에는 큰 헤이즈가 작은 헤이즈를 뒷자리에 앉혔다. 둘째, 그래서 험버트는 돌아오는 길 내내 잘생긴 헤이즈 부인의 귓바퀴에 달린 귀고리만 보아야 했다. 민음사

    여기셔 덧붙일 만한 내요은 두 가지뿐이다. 첫째,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큰 헤이즈가 작은 헤이즈를 뒷좌석에 앉혔고, 둘째, 헤이즈 아줌마는 험버트가 골라준 물건을 남에게 선물하지 않고 자신의 예쁜 귓등에 뿌리겠다고 했다. 문학동네

    I have nothing else to report, save, primo: that big Haze had little Haze sit behind on our way home, and secundo: that the lady decided to keep Humbert's Choice for the backs of her own shapely ears. 원문

    설명. 헤이즈부인이, 친구의 선물로 향수를 살 건데 골라달라면서 험버트를 조르고 함께 향수를 사러 가는 장면입니다. 헤이즈 부인의 의도와는 다르게 작은 헤이즈(헤이즈 부인의 딸)이 끼어들어 헤이즈부인의 데이트 계획을 망쳐버렸어요. 그리고 돌아오는 장면입니다. 헤이즈 부인은 험버트가 골라준 향수를 친구에게 주지 않고 자신이 뿌리겠다고 하는데요. 처음부터 친구에게 선물할 생각 따위는 없었던 거죠. 험버트에 대한 헤이즈 부인의 짝사랑을 엿볼 수 있는 장면입니다. 민음사의 번역은 글쎄요.

    19.

    오늘 저녁 식사 때 그 늙은 고양이는 로에게 엄마로서 얕보듯 옆눈길을 던지며 내게 말을 걸었다(나는 정말 기를 생각은 없는데도 삐쭉삐쭉 나오는 귀여운 콧수염에 대해 조금 경박한 어조로 설명을 하고 있었다). <완전히 돌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런 짓을 해요> 이 말에 로는 발딱 일어서더니 삶은 생선 접시를 밀어내면서 우유 잔을 쓰러뜨리고 식당에서 나가버렸다. 민음사

    오늘 저녁식사 때(내가 칫솔처럼 생긴 익살스러운 콧수염을 길러볼까 말까 고민중이라고 장난기 섞인 말투로 이야기한 직후였다) 늙은 고양이가 딸을 놀려대는 엄마의 시선으로 로를 곁눈질하면서 말했다. "웬만하면 그러지 마세요. 누가 완전히 넋을 잃으면 어쩌시려고."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로가 생선찜 접시를 확 밀어버리는 바람에 하마터면 우유잔이 쓰러질 뻔했다. 그녀는 곧바로 식당에서 뛰쳐나갔다. 문학동네

    At dinner tonight the old cat said to me with a sidelong gleam of motherly mockery directed at Lo (I had just been describing, in a flippant vein, the delightful little toothbrush mustache I had quite decided to grow): "Better don't, if somebody is not to go absolutely dotty." Instantly Lo pushed her plate of boiled fish away, all but knocking her milk over, and bounced out of the dining room. 원문

    설명. dotty라는 단어에 대한 번역이 다르네요. 민음사는 '약간 미친[모자라는]'으로, 문학동네는 '...을 사모하는[열렬히 좋아하는]'으로 번역했어요. '내'가 저녁식사 자리에서 콧수염을 한번 길러볼까 생각중이라는 말을 꺼낸 직후의 상황입니다. 지금 이 시기는 '로'가 '나'를 좋아하는 시기에요. 어린아이들이 학교 선생님을 좋아하는 것처럼, 로도 '나'에게 관심이 있습니다. 엄마는 물론 다 눈치채고 있는 거고요. 그래서 엄마가 '나'에게 이렇게 말한 거예요. 콧수염을 길렀다가 누가 홀딱 반하면 어쩌려고 그러세요. 자기 마음을 들킨 아이는 화가나서 저녁 식사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립니다. 위 문장은 이런 상황인데요. 민음사의 번역은 조금 아쉽죠.

    20.

    메리는 웃기는 아버지 험버톨디 교수가 톨로레스와 아버지의 대체물인 땅딸보 로미오 사이의 사랑을 방해하고 있다고 믿겠지(<눈>같이 순결하고 <기쁨이 넘친다>고 해도 로미오, 너는 피둥피둥한 놈이기 때문이다). 민음사

    짐작건대 메리는 우스꽝스러운 아빠 움베르톨디* 교수가 돌로레스와 (그녀가 아빠 대용품으로 삼은) 토실토실한 로미오의 로맨스를 방해한다고 믿었으리라. (사실 롬, 자네는 좀 뚱뚱한 편이었잖아. '눈가루**나 술을 그렇게 퍼먹었는데도 말이야.) 문학동네

    *Humbertoldi: 험버트를 이탈리아 희극풍으로 희화화한 이름(문학동네 주석)
    **눈가루: 분말 코카인을 뜻하는 속어(문학동네 주석)

    I suppose Mary thought comedy father Professor Humbertoldi was interfering with the romance between Dolores and her father-substitute, roly-poly Romeo (for you were rather lardy, you know, Rom, despite all that "snow" and "joy juice"). 원문

    snow라는 단어에 마약이라는 뜻이 있고, joy juice는 술이라는 뜻입니다. 민음사의 번역은 이런 단어들의 뜻을 무시하고 이상한 번역을 해놨네요. 위 문장에서 '로미오'라고 불리는 사람은 마약과 술에 중독되어 있어요. 그걸 웃기게 표현한 겁니다. 마약을 하고 술을 그렇게 퍼먹는데도 너는 뚱뚱하잖아! 라고 말하고 있네요. 민음사의 번역은 너무 이상합니다.

    21.

    어느 자갈길에서 방향을 바꾸다가 내 차는 주차된 차를 살짝 스치고 지나갔다. 나는 혼자말로-손짓을 하는 차 주인에게는 텔레파시로-나중에 다시 오리다, 새 학교, 새, 새로운 새New Bird에게 편지를 쓰시던가,  했다. 민음사

    자갈이 우두둑거리며 괴로워하는 급커브 길에서 그곳에 주차된 차를 살짝 건드리며 지나갔는데, 이때 나 자신에게 묵상으로-손짓 발짓으로 난리를 치는 차주에게는 (희망사항이지만) 텔레파시로-나중에 다시 오겠다고 다짐했고, 주소는 뉴버드 주 버드 시의 버드 학교라고 밝혔고, 문학동네

    at one gravel-groaning sharp turn I sideswiped a parked car but said to myself telestically-and, telepathically (I hoped), to its gesticulating owner-that I would return later, address Bird School, Bird, New Bird, 원문

    설명. 섬세하게 번역해야 하는 부분이죠. 민음사는 중간중간 증발시킨 단어들이 있네요. groaning이라는 단어도 그래요. 이 단어는 중요한데 왜 빠뜨리고 번역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이 상황은 내가 '아이'를 빼앗긴 직후입니다. 그래서 제정신이 아니에요. 자갈이 깔린 길을 차가 지나가면 자갈 밟히는 소리가 들리는데, 그 우두둑거리는 소리가 자갈이 아파서 신음하는 소리로 들릴 정도예요. 아이가 있었던 병원으로 차를 몰고 가는 중입니다. 정신은 반쯤 나가있고요. 그러다가 주차된 차를 긁었는데 내려서 차주와 이야기할 시간도 정신도 없어요. 아이를 찾으러 가야하니까요. 그래서 밖에서 손짓을 하며 '이게 뭐야! 당신 내려봐!' 뭐 이런 뉘앙스로 소리치는 차주를 무시하고, 차주에게 마음속으로 이야기하는 겁니다. '내가 꼭 다시 올테니까 기다리쇼.' 내 연락처는 뉴버드 주 버드 시의 버드 학교요. 이렇게 마음속으로 이야기하며 그냥 지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내 주소가 뉴버드 주 버드 시의 버드 학교인 이유는 앞부분에 테니스 에피소드때문인데요. 해당부분을 다시 읽어보면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민음사 번역으로는 이해가 힘들어져요. 주소를 영어발음 그대로 써주어야 하는 이유가 앞부분에 에피소드에서 나옵니다. 새 학교, 새, 이런 식으로 한글 뜻으로 바꿔버리면...안돼요.

    22.

    어찌하여 나는 대머리 환자를 닥터 블루로 잘못 알고 그 옆에 앉았는데, 결국 그 의사가 나타나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늘어놓았다. <자, 묻겠소만 누가 신경증 환자요?> 민음사

    나는 어느새 갈색머리가 훌렁 벗어진 환자 한 명을 닥터 블루로 착각하여 바닥에 깔고 앉았다. 이 환자는 나중에 몸을 일으키자마자 굉장한 사투리로 이렇게 말했다. "자, 이런데도 나한테 미친놈이래?" 문학동네

    and somehow I seem to have been sitting on a bald brown-headed patient, whom I had mistaken for Dr. Blue, and who eventually stood up, remarking with a preposterous accent: "Now, who is nevrotic, I ask?" 원문

    설명. 어떤 환자를 닥터 블루로 잘못 알고 깔고 앉은 상황입니다. 앞에 잠깐 나오지만 이 병원 입원 환자들 중 몇몇은 정신병자입니다. 아마도 '내'가 닥터블루로 착각하여 깔고 앉은 환자가 바로 정신병자인가봅니다. 그래서 그 환자가 일어나 사람들에게 말하는 겁니다. 자, 이런데도 나한테 미친놈이래? 이 말 곧 여기 나보다 더 미친놈이 있네, 라는 뜻이겠죠. 민음사 번역에서는 쌩뚱맞게 환자가 의사로 탈바꿈하네요. 의사가 나타나서 하는 말이 아닙니다. 

    23.

    갑자기 복도가 조용해지더니 경찰이 나타났다. 나와 같은 숙소에 머무르던 자가 나를 가리키고, 민음사

    갑자기 주위가 조용해져서 돌아보니 현관에 경찰관 한 명이 서 있었고, 아까 그 차의 주인이 그 곁에서 나를 손가락질해 가리켰다. 문학동네

    and in the sudden silence I became aware of a policeman in the hallway, to whom my fellow motorist was pointing me out, 원문

    설명. 좀전에 '내'가 급하게 차를 몰다가 어떤 주차된 차를 긁고 그냥 지나버린 사건이 있었죠. 그리고 나는 곧바로 병원으로 와서 난동을 부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남의 차를 긁고 도망갔으니 차주가 경찰을 불러 따라온거죠. 난동을 부리다가 갑자기 주위가 조용해져서 돌아보니 경찰이 와 있고 그 옆에는 아까 내가 긁은 차의 주인이 나를 가리키며 서 있는 상황입니다. my fellow motorist라는 단어를 민음사는 나와 같은 숙소에 머무르던 사람으로 번역을...했네요. 아닙니다. 

    24.

    유행과 광고들. 젊은 학자들은 수많은 스커트 주름에 흠뻑 빠져든다-그런 것은 아주 멀리 있다고! 민음사

    광고와 유행. 어린 여학생들은 주름을 많이 넣은 옷을 좋아해요. 이미 오래전에 지나가버린 일이 아닌가! 문학동네

    Ads and fads. Young scholars dote on plenty of pleats-que c'etait loin, tout cela! 원문

    설명. 아이가 즐겨보던 잡지(십대들이 보는 잡지)를 넘겨보는 중입니다. 대부분 광고로 이뤄진 잡지겠죠. scholars라는 단어에 대한 번역이 다른데, 이 잡지가 십대들이 즐겨보는 것임을 감안하면 어린 학생들이라고 번역하는게 자연스럽겠죠. 주름스커트에 열광하는 건 어린 학생들일 테니까요. 그런데 이미 유행이 지나가버린 겁니다. 왜냐하면 꽤 오래전의 잡지거든요. 아이들의 세상에서 유행이란 엄청 빠르게 지나가죠. 주름스커트에 대한 광고를 보며 그런 생각을 하는 겁니다. 그리고 자기 자신도 유행이 지나버린 주름스커트처럼, 그 아이에게 이미 지나가버린 사람이라는 걸 다시한번 깨닫고 있는 중입니다. 민음사의 번역은...난해합니다.

    25.

    자세한 언급이 없어 너의 대화에서 생기를 모두 빼앗아 간다. 우리들은 모두 <소매치기>를 안다-회사 파티에서 그녀의 옷을 집어가는 사람.  민음사

    화제와 무관한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으면 대화의 재미가 사라져버려요. 누구나 이런 '찌질이'를 보셨을 거예요. 회식 자리에서 하릴없이 손거스러미나 잡아뜯는 사람 말예요. 문학동네

    Unattached details take all the sparkle out of your conversation. All of us have known "pickers"-one who picks her cuticle at the office party. 원문

    설명. 여전히 잡지를 보고 있는 중입니다. 이 부분은 두 번역이 완전히 다른데요. 어떤 번역이 맞는건지 한번 비교해보세요. 참고로 좀전의 주름스커트처럼, 나는 잡지를 그냥 넘겨보기만 하는게 아니라 잡지에 나오는 광고의 대상에 감정이입을 하는 중입니다. 화제와 무관한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는 '찌질이'는 바로 '나'죠. 민음사의 번역에는 소매치기가 등장하네요.

    26.

    멋진 새 코르셋을 입고 연애를 즐기세요. 드럼을 치고 엉덩이를 꼬집으라. <무비러브> 속의 트리스트람. 그렇고말고요! 민음사

    놀라운 신제품 '터미 플래트너'를 입으면 사랑이 찾아옵니다. 아랫배는 넣어주고 ,엉덩이는 조여주고. 트리스트럼도 영화에서처럼 사랑에 빠져버리겠죠. 그렇고말고요! 문학동네

    Invite Romance by wearing the Exciting New Tummy Flattener. Trims tums, nips hips. Tristram in Movielove. Yessir! 원문

    설명. 이 부분도 역시 잡지 광고입니다. 코르셋 광고네요. 이 코르셋을 입으면 아랫배를 넣어주고 엉덩이를 조여준답니다. 그런데 민음사 번역에서는 이 코르셋을 입고 드럼을 치고 엉덩이를 꼬집으라는데요. 

    27.

    그리고 그녀는 로랑 맥크럼 부인에게서 훔쳤다고 기소된 그 푸르스름한 아름다운 모피옷은 사실 약간 알코올 중독기가 있는 로랑 자신이 즉흥적으로 준 선물이었다고 내게 말했다. 민음사

    롤런드 맥크럼 부인이라는 여자로부터 푸르스름하고 아름다운 모피옷 한 벌을 훔친 혐의로 기소되었지만 사실은 남편 롤런드가 (비록 술김에 한 일이지만) 자발적으로 건네준 선물이었다고 말했으며, 나도 그 말을 믿었다. 문학동네

    She was... and managed to convince me that the beautiful bluish furs she had been accused of stealing from a Mrs. Roland MacCrum had really been a spontaneous, if somewhat alcoholic, gift from Roland himself. 원문

    설명. 민음사의 문장은 한국어 문장이 매끄럽지 못합니다. 얼핏 읽으면 롤런드 맥크럼 부인에게 기소된 사람이 그녀가 아니라 모피옷인줄 알겠어요. 그리고 그녀는 롤런드 맥크럼 부인에게 기소되었지만, 그 모피옷을 훔친 게 아니라 롤런드 맥크럼 부인의 남편인 롤런드가 술김에 그녀에게 준 거라고 말하는데요. 민음사의 문장에서는 그 모피옷을 준 게 남편인지 아니면 롤런드 맥크런 부인인지 헷갈립니다. 

    28.

    고통의 전율 속에서 나는 어느 위대한 예술가에게 어울릴 만한 한 장면을 떠올렸다. <기가 죽은 귀여운 님펫> 하지만 그 부드러운 카커 스패니얼*은 아마도 세례를 받았을 것이다. 안 돼-그 로비를 다시 찾는 고통을 참아낼 것 같지 않다. 민음사

    가슴을 찌르는 아픔이 밀려오면서 위대한 화가가 그린 듯한 아름다운 장면이 떠올랐다. '쪼그려 앉은 어린 님프'. 그날 보았던 비단결 같은 코커스패니얼은 세례를 받은 개였던 모양이지. 아니, 아무래도 안 되겠다. 그 로비를 다시 찾을 때 느끼게 될 괴로움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 문학동네

    and with a spasm of pain I recalled a scene worthy of a great artist: petit nymphe accroupie; but that silky cocker spaniel had perhaps been a baptized one. No-I felt I could not endure the throes of revisiting that lobby. 원문

    설명. 예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는 장면입니다. 코커스패니얼을 쓰다듬느라 쪼그려 앉아있는 아이가 생각난 거예요. 그때 그 아이는 기가 죽은 상태는 아니었어요. 코커스패니얼이랑 노느라고 쪼그려 앉았을 뿐. 문학동네의 번역은 내가 떠올리는 장면이 바로 그날의 기억임을 정확하게 표현해주려고 '그날 보았던 코커 스패니얼'이라는 번역을 해줍니다. 

    29.

    그러나 슬프게도 난 아침 밥을 먹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런 육체적 상태를 뜻밖의 사소한 사건으로 간주하고서 나는 소매에서 꺼낸 얇은 손수건으로 입가를 닦고, 민음사

    한심스럽게 아침식사를 고스란히 토해버렸지만 이런 육체적 현상은 하찮은 사고일 뿐이라고 생각하면서 소맷부리에 꽂아두었던 얇은 손수건으로 입가를 닦고, 문학동네

    I was not able, alas, to hold my breakfast, but dismissed that physicality as a trivial contretemps, wiped my mouth with a gossamer handkerchief produced from my sleeve, 원문

    설명. 결국에는 밥을 먹을 수 없었던 것은 맞지만, 민음사의 문장을 읽으면 아 토했구나, 라고 바로 떠올리지 못할 수 있어요. 토한건지 아니면 아예 밥을 못먹은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30.

    내가 괘씸하게 여기고 있던 작달막하고 성미 급한 수위는 불평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저번에 리타를 집까지 바래다준 남자는 꼭 현관 앞의 <개처럼 지겹다>는 것이다.  민음사

    말쑥하지만 아주 깐깐하고 나와는 견원지간인 수위 녀석이 다가오더니 최근에 리타를 집으로 바래다준 어떤 남자가 현관 계단에 '푸짐하게 토해놨다'고 투덜거렸기 때문이다. 문학동네

    the dapper and bilious janitor with whom I was on execrable terms started to complain that a man who had seen Rita home recently had been "sick like a dog" on the front steps. 원문

    설명. sick like a dog에 대한 번역이 다릅니다. 리타를 집까지 바래다 준 남자가 개처럼 지겹다는 것이, 수위가 입주자들에게 불평하며 따질 일은 아니죠. 수위가 불평하는 이유는 리타를 집까지 바래다 준 남자가 현관을 더렵혀 놨기 때문입니다.


    정리를 하다보면 더 추가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너무 많아질까봐 걱정이지만. 두 책 함께 읽으시는 분들께 도움이 되면 좋겠어요.
    -----
    비교는 계속 추가하겠습니다. (점선이 있을 때마다 시간 텀이 꽤 있어요) 오래된 글이라 글을 추가하더라도 보게되는 분은 별로 없겠지만, 하나의 글에 정리를 하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계속 두 개의 번역본과 원문을 번갈아 들여다보면서 새삼, 창작이라는 행위 못지않게 번역이라는 행위도 정말 대단하구나, 라고 느끼게 돼요. 이미 누군가 번역해놓은 글을 보는데 익숙해서 당연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원문과 번역본을 함께 놓고 보면 이게 그렇게 간단한 일이 절대 아니니까요. 그리고 나보코프의 글을 원문으로 읽을 수 있다는 건 얼마나 행복한 일일까, 싶어요. 물론 대부분의 문학작품이 그럴 거라 생각하긴 하지만, 이 작품 정말로 번역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부분들, 전달되지 않는 부분들이 너무 많아서 놀라고 또 놀라고. 
    민음사 번역본에 대한 지적을 많이 하게 되는데, 사실 민음사의 번역도 좋은 면이 있어요. 문학동네의 번역은 굉장히 친절한 느낌이고, 이러한 배려가 독자들의 내용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데 분명 큰 도움이 되거든요. 대신 민음사의 번역은, 한 문장에서 다음 문장으로 넘어갈 때 중간중간의 묘사들이 생략되는 경향이 있는 나보코프의 문장, 그 특징이 때로는 더 잘 느껴지기도 해요. 예를 들어, 

    초록색 셔츠를 입은 빨강머리 개구쟁이 하나가 혼자 시무룩하게 편자 던지기 놀이를 하고 있었다. 그 녀석에게 사무실 위치를 물었더니 회반죽을 바른 작은 건물로 가는 길을 무뚝뚝하게 가르쳐주었다. 문동

    거기에는 초록색 셔츠에 빨간 머리의 장난꾸러기가 혼자서 말 발굽을 던지며 뚱하니 서 있었다. 그애는 무뚝뚝하게 벽토 칠을 한 집의 사무실을 가리켰다. 민음사.

    a green-shirted, redheaded impish lad stood throwing horseshoes in sullen solitude; was laconically directed by him to an office in a stucco cottage; 원문

    이 문장이 묘사하는 장면을 상상해보면, '나'는 지금 막 어린이 캠프에 도착했어요. 원장을 만나서 이야기하고 딸을 데려가야 하죠. 캠프 앞에 도착해보니 한 빨간 머리 남자아이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편자 던지기 놀이를 하고 있어요. 원문을 보면 이 소년에 대한 묘사 다음에 바로 소년이 말없이 어떤 건물을 손으로 가리키죠. 중간에 '내'가 소년에게 말을 걸어 (원장이 있는) 사무실이 어디있냐고 물어봤을 테지만, 원문에는 그 부분을 생략했고요. 문학동네 번역은 이 부분을 설명해주고 있지만, 사실 개인적으로는 원문처럼 생략해도 좋다고 보거든요. 민음사 번역은 원문처럼 되어있죠. 이런 부분들도 있어요. 민음사의 번역도 번역의 스타일 면에서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문제는 번역이 되는 과정에서 누락되지 않아야 하는데 누락되는 단어들이 꽤 많고, 원문의 번역을 원문의 의도와는 다르게 해놓은 부분들인데요. 그런데다가 민음사 번역본은 험버트와 롤리타의 '사랑'이라는 부분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처럼 보여요. 그래서 의도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험버트에 대한 롤리타의 태도가 긍정적이라고 할까, 그렇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많아요. 하지만 원문을 보면 또 그런것만은 아니거든요. 이 책은 전적으로 험버트의 입장에서 쓴 거니까요. 험버트는 그럴 듯한 말로 포장하고 있지만 굉장히 많은 문장들에서 롤리타에 대한 학대를 엿볼 수 있어요. 마법에 걸린 사냥꾼이라는 호텔에서의 하룻밤 이후에 롤리타는 험버트에게 애정을 보인다거나 호의를 보인다거나, 그런 게 전혀 없어요. 그저 험버트 혼자서 안달복달. 그런데 그런 상황들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어요. 민음사 번역본은 말이죠. 이게 이 번역본의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 아닐까 싶은데요. '사랑'에 더 초점을 맞추는 독자들도 있고, '학대'에 더 초점을 맞추는 독자들도 있어요. 독자들은 그럴 수 있죠. 하지만 번역은 중립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이 책을 너무 사랑하게 되었기 때문에, 그래서 더, 번역의 아쉬운 점들이 눈에 띄는 거 같아요. 유난스럽고. 하지만 이 책이 그저 '소아성애자의 사랑이야기'만으로 읽힌다는 게, 그 아래 감추어진 훨씬 더 재미있는 부분들이 읽히지 않는다는 게 참 아쉬워요. 제가 문학동네의 번역을 좋아한 이유가, 이 번역으로 그 밑에 깔려있는 이야기, 표면적인 줄거리 아래 숨어있는 훨씬 재밌는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인데요. 어떤 책을 좋아하게 되는 데에 그 책의 번역이 굉장히 큰 영향을 주기도 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마찬가지로 어떤 책을 싫어하게 되는 데에도, 번역이 엄청난 영향을 미칠 거라는 걸요. 어쩌다 보니 잡담이 되었네요. 번역비교가 너무 길어질 것 같으면 덧글에 하나씩 추가하는 것도 한번 생각해봐야겠어요. 어쨌든 계속 올리겠습니다.

    들여다보다의 꼬릿말입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넘을 수 없는 벽에 문을 그려 넣고, 그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이다. 크리스티앙 보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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