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정말 좋아해요.'
가슴 떨리는 말, 정말 힘들게 뱉었을 그 말을 듣고 난 씁쓸한 표정으로 그 아이를 바라보았다.
사실 그 아이가 나를 여기에 부르기 전부터 그녀가 내게 고백할 걸 알고 있었다.
고개를 숙이고 숨죽여 울먹이는 그 아이를 보며 나는 아무 말도, 아무 행동도 할 수 없었다.
어떤 말을 해도 위로가 안될 것 같고, 어떠한 행동도 그 아이에게 상처였다.
나는 아무말 없이 그 아이가 실컷 울게 가만 내버려두었다.
'...'
'헤헤, 바보 같이. 울어버렸네'
그 아이는 두 손으로 눈물을 닦고 고개를 들어 빙긋 웃었다.
아마 내가 그 아이가 나를 좋아하게 된 걸 알게 된 후,
내가 냉정하게 대했던 걸 보고, 내가 어떤 답변을 할지 알았으리라.
'오빠, 참 나쁜 거 알아요?'
그 아이는 그 말을 시작으로 나의 나쁜 점들을, 내가 그 아이에게 했던 사소한 실수들, 말들
하나하나 짚으며 나를 욕했다.
나를 욕하는 그 입보다, 나를 바라보는 두 눈이 무서워 도망가고 싶었다.
왜 이 자리에 나왔을까라는 후회도.
차라리 이 자리에 나오지 않았다면 괜찮지 않았을까?
아니다, 내 잘못을 용서 받아야한다.
'오빠, 왜 저한테 잘해줬어요? 왜 외롭다고 했어요? 왜 사람맘 갖고 놀아요? 왜~,왜?'
'...'
친해지고 싶었다. 그리고 그냥 니가 날 잘 따라줘서 잘해줬다.
그리고 너 나 관심 없다며, 매력없다며.
그래서 너는 잘해줘도 별 일 생길 것 같지 않았다.
외롭다고 한건 니가 물어봐서, 니가 외롭냐고 물어봤잖아. 소개팅시켜주겠다고.
난 니 맘 가지고 논 적 없어.
'오빠, 정말 제가 매력 없어요?'
아니, 너 예뻐. 사귈 생각도 가졌어.
근데 막상 생각을 가지고 따져보니까 내가 널 사귀면...
그냥 뭐랄까?
그냥.....모르겠다. 솔직히 그냥...
널 사귀어도 사랑할 것 같지 않아..
난 운명을 믿어서....두근거리는 여자 만날 수 있을거라고 기대하고 있거든.
아니다. 사랑은 핑계고..그냥..어쩌면 내가 연애를 두려워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조금 무섭기도 하고....
제일 중요한 것은...
'오빠. 왜 아무 말이 없어요? 벙어리에요?'
누님에게 배운 법칙 하나. 여자가 화났을 때 말대꾸하면 끝이다. 끝.
미안하다는 말은 아끼고, 여자가 씩씩 거릴 때 조금씩 사용해라.
'미안...'
'뭐가요? 네에?'
'....'
'뭐가 미안하냐고? 흐윽. 진짜. 나쁜놈아. 흐윽'
'...'
한적하던 카폐였지만 순간 적막이 돌았다. 슬쩍 주위를 둘러보니 다들 이쪽을 보고 수근거리고 있었다.
아마도 여자를 울린 나는, 천하의 나쁜 놈이 되리라.
다시 울먹이는 그 아이를 보고 다 식어버린 홍차로 목을 적셨다.
'미안해요. 오빠. 제가 추한 모습보였죠.'
한참 울던 그 아이는 퉁퉁 불어버린 얼굴에 미소를 짓어보였다.
'오빠, 저 먼저 가볼께요.'
그 아이는 자리에 일어나 내게 고개를 숙이고 도망치듯 카폐에 나갔다.
그러자 주위에서 '저 놈은 여자 안잡고 뭐하노?', '여자를 울려놓고 태평하게 앉아있네.'
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난들 가만히 앉아있고 싶어서 앉아있나요?
내 보고 어떡하라말입니까들?
"오빠, 축하해 4승째네."
미소가 터덜 걸어와 자리에 앉자, 카폐는 한 순간 또 술렁거렸다. 아마 고객과 알바생들은 새로 온 미소를 보고
상상의 나래를 펴리라.
"너 왜 들어오냐. 같이 가지 않고"
"아무 말도 듣기 싫대. 택시 타고 집에 갔어."
"..."
"..."
"좀 빨리오지?"
"최대한 빨리 온거야."
"알고 있었지?"
미소와 그 아이는 친구였다. 미소와 나는 알바를 하며 만났고, 미소의 알바 후임으로 그 아이가 들어왔다.
오늘 심상찮은 기미를 느낀 나는 미소에게 SOS를 청했다.
"응."
"말리지."
"걔가 좋다는데 별 수 있나."
"..."
"오빠, 다음에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사귈거라며."
"...그랬지."
"거짓말쟁이."
미소는 그 아이가 놓고간 차디찬 커피를 홀짝였다.
"일단 나가자."
아무리 뻔뻔한 나라도 정도가 있었다. 소란을 떨었으니 미소를 위해 뜨거운 커피 한잔을 더 시키고 거리 밖으로 나섰다.
"오빠, 우리 술 마시로 갈까?"
"아니, 나 남녀 단둘이 술 안마시는거 알잖아?"
"아, 그 바보 같은 규칙?"
미소는 내게 얼마 안되는 소중한 이성친구 중 하나다. 나는 여자가 어렵기도 하고 무뚝뚝해서 여자들이랑 친해지기 어려웠는데, 미소는 서글서글하게
다가와서 애교도 떨어주고 내가 편하게 대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동생이다. 자기 말로는 심리학을 배운 여자로서 나같은 아웃사이더를 치료해야한다는 간호사로서의 소명감을 느낀다는데....여하튼 키만 좀 컸으면 신부감인데 키가 아쉬운 친구였다.
"미소야, 칵테일바 갈래?"
"칵테일바는 술 아니에요?"
"칵테일이 뭔 술이고, 음료지. 음료."
술은 고픈데 주량도 쌘 미소랑 단둘이 술집에 가면 사단이 벌어질 것 같기도 하고 마침 칵데일바가 눈에 띄었다. 한번쯤 칵데일바 가고 싶었던 나는 마침 이것은 칵데일바 가라는 것으로 여기고 미소를 데리고 칵테일 바 안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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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다음에 나랑 같이 교수님한테 심리 테스트 받으로 갈래?"
"왜?"
"아무래도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 보여서."
"왜?"
"나 같이 예쁜 여자를 앞에 두고도 가만있잖아."
"너는 여동생이라니까."
"에구, 누구 맘대로."
"내 맘대로."
"나 오빠 좋아하는걸 알면서 그래?"
"...제발...너는 제발. 좀."
"장난이야. 누가 오빠 같이 찌질한 남자를 좋아하냐"
"나도 그게 의문이다. 도대체 뭘 보고 여자들이 나를 좋아하는건지. 내가 잘생긴건가?"
"또또 그 소리다. 오빤 그냥 만만하다니까. 그게 오빠 매력이야."
"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내가 못생겼으면 고백도 안할거 아니냐?"
"아니라니까. 못생긴건 아니지만 오빠 잘생긴건 진짜 아냐. 더군다나 여자들은 오빠같이 옷입는 남자 혐오해."
"야, 내 패션이 어디가 어째서, 서열 2위다. 2위."
"도대체 오빠 친구들은 얼마나 옷을 못입길래, 서열 2위인거야?"
"야, 나 정도면 대한민국 평균이야."
내가 평소에는 편하게 입고 다니는 걸 좋아해서 허름하게 입고 다니지만, 여자를 만나거나 중요한 날에 깔끔하게 차려입고 나오는 편이고,
내가 옷을 못입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대한민국 평균정도...? 키만 컸으면 평균이상?
여하튼 미소도 여자이긴 여자니까 좀 차려입고 나오는 편인데, 패션을 지적을 되게한다. 지 옷 잘입는다고 말이다.
"웃기시네. 대한민국 남자 다죽었다. 우리 아빠도 그런 옷은 안입는다. 그러니까 나랑 옷도 사로가고 미용실도 같이 가자니까. 내가 싹 바꿔줄께."
"됬다니까. 여자친구 생기면 가서 싹 다바꿀꺼라니깐."
내 낭만 중 하나로 여자친구가 내 입을 옷을 봐주고, 머리스타일도 봐주는거였다. 내 패션감각이 못하다고는 생각하지는 않지만 뭔가 진부한 느낌은 있었기에 여자친구가 생기면, 여자친구 패션감각에 맡겨보고 싶었다. 그래서 여자친구 생길 때까지 군대 전역하고 산 옷들 이후로 옷은 사지 않고 그대로 입고 있었다.
"그 놈의 여자친구는 언제 생기는거야?"
"몰라."
"지지리도 궁상이다. 궁상."
"..."
"오빠, 나 다마셨는데 하나 더 시켜도 되나?"
"안돼. 비싸다."
여자가 뭐 이리 술을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아차차, 이건 편견이다. 편견. 얘는 아무리 술이 쌔다지만 걱정도 안되는지 술을 이렇게 마셔되는지.
"오빠야, 여자 사귈거아니면 여자들한테 잘해주지마라."
"왜? 나는 여자나 남자나 똑같이 대하는데."
옛날 어장관리한다는 말을 듣고, 또 여자애들에게 유별나게 잘해준다는 말듣고 스스로 반성한 뒤로 최대한 평등하게 대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도 남자라서 그런지 여자애들에게 조금 더 신경이 가는 것은 사실이다. 여하튼 여자는 남자보다 신체적으로는 약하니까.
"여튼 하지말라면 하지마라. 오빠처럼 잘해주는 남자 별로 없다."
"앞으로는 그럴끼다. 그냥 내버려둘라고"
"오빠, 내가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오빠가 왜 여자친구 못사귀는줄 아나?"
"모르겠다."
"첫째, 생각이 너무 많다. 둘째, 너무 앞서가서 생각한다. 하나만 묻자, 오빠, 나랑 결혼까지 생각해본적있제?"
"...시뎅..."
"솔직하게 말해라. 난 다안다. 오빠, 내 촉 알제? 촉?"
미소는 귀엽게 자기 두 손으로 자기 머리 위에 촉을 나타내며 베시시 웃었다.
미소 이 아이는 대게 촉이 좋다. 내가 거짓말하는 부분도 잘잡아내고, 뭔가 잘 맞췄다.
"있다."
"봐라, 봐라. 뭐어? 여동생? 여동생?"
내가 왠만해서는 여자애가 빈정거려도 귀엽게 봤는데 미소 이 자식은 진짜 얄미웠다.
"근데 한때다. 한때. 심심풀이로 생각해봤다."
"여하튼 생각해봤다이가. 어휴, 이 엉큼한 오빠, 어딜보노. 꺄악. 변태, 치한."
정말 가증스러운 아이다.
"재미없다."
"세번째, 자기비하가 심하다."
내가?
"맨날 하는 말이지만 자기비하가 심한게 아니라...현실적이라니까. 나는 내가 뭐가 못났는지 뭐가 잘났는지 잘 안다니까."
"나두 맨날 말하지만 오빠는 잘난 편이라니까. 잘생기진 않고 옷도 지지리 못입지만 여자들한테 고백도 받았지. 공부를 잘하지는 않지만 열심히 하지. 일의 요령은 없지만 열심히 하지."
칭찬이냐, 욕이냐?
"오빠, 잘 난 사람하고 비교하지 마. 오빠 스스로 비참해지는 걸 알잖아."
"...잘 난 사람과 비교하는게 아니라. 그냥 그 사람이 내 목표 중 하나야. 그 사람처럼 되는게. 비참하려고 비교하는게 아니라 자극받으려고하는거다."
그 형은 내 롤 모델 중 하나다. 그 형 정도로 살면, 아니 그 형 정도로 열심히하고, 본 받을거 본 받으면....반만큼이라도 닮으면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다. 그게 아니더라도 내 목표로 삼을만한 사람이었다. 그 때 당시에는 그 형처럼 되고 싶었다. 그 형처럼 열심히 하고, 그 형이 하라는대로, 그 형이 살았던 방식대로 살면 어느정도 그 형처럼 살 수 있을거라고 믿었었다.
여하튼...
"네번째, 오빠는 아무 이유없이 오빠를 좋아하는거 부담스러워하지."
내가 살아오면서 싫어하는 타입이 몇 개있다. 그 중에는 절대로에 가까울 정도에 타입이있는데....싫어하는 타입이라도 나중에 친해지면 아무렇지 않게 친하게 지낼 수있는데...절대로 싫어하는 타입은 친해지려는 노력은 커녕 피해다니고 싶을정도였다. 이게 더 정확하겠다. 혐오하는 타입.
날 아무 이유없이 좋아하는건 고마운 일이지만 굉장히 부담스럽다. 이유는....적기 귀찮다. 그냥 부담스럽다.
"다섯번째, 사랑에 대한 환상."
나는 사랑에 대해 기대가 많았다. 어떤 여자를 봤을 때 시간이 멈춰진다는 느낌과 휘광이 번쩍인다는 느낌, 그 여자만 보인다든지, 봐도 보고 싶다는 그 말을 겪어보고 싶었다. 다른 친구들이 첫사랑 경험을 얘기할 때 나도 지고 싶지 않아서 예뻤던 누나를 첫사랑으로 삼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니 난 아직 사랑을 겪어보지 않았던 것 같았다. 두근거리거나 설레임이 없었다.
제일 중요한 건 여자를 사랑하면 이 여자 일거수일투족이 궁금하고, 질투가 생겨나고, 갖고 싶다는 욕망이 생겨 안달이 난다는데 그런게 난 적이 없었다.
물론 누군가를 좋아해본적은 있다. 그리고 그 여자와 사귀려고 한 적도 있고, 사귈 뻔한 적도 있다. 단지 내가 망설여서, 그 쪽도 망설여서 흐지부지 됬지만. 그렇게 끝났지만 아쉽다거나 생각난 적은 없었다.
그 이후도 그랬다. 그냥 좋은 여자들은 많았지만 쿠태여 나서서 사귀고 싶지 않았다. 단독 직입적으로 관계 하고 싶었던 생각이나 여자는 없었냐고? 없다고 하면 거짓말일테지만, 그런 마음으로 잘된적도 없고, 나는 사랑을 하고 싶다.
뭐 지금은.....잘모르겠지만 여하튼 그 때는 사랑을 하고 싶었다. 정말 가슴 두근거리는.
"그렇게나 현실적이 분이 아이러니하게 사랑에 대해 환상을 가지고 있으니....."
"그건 할 말 없네."
"여섯번째, ......."
"또 있냐?"
"오빠는 문제점 투성이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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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난김에
내일 쓸거 약간 추가
정말 사랑했던,
가슴 떨리던
왜 첫사랑은 가슴 아픈건지
알수있던
누님을 만나게
늦었으니 자고 내일 더 적겠습니다.
내일 적을거.
미소랑 이야기[]
누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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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용병이야기[계급사회에서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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