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가만히 있는 상대방에게 무슨 말을 걸거나, 이렇게 허공에다 대고 글을 올리거나 한다면</div> <div>필경 거기에는 분명 어떤 형태로든 간에 목적같은 것이 있을 것으로 가정할 수 있다.</div> <div>왜냐하면 말을 걸거나 글을 쓰는 것은 분명 능동적인 행동이기 때문이다.</div> <div>그러니까 자신의 어떤 목적을 상대방에게 말을 걸거나 글을 씀으로써 달성하려는 것이다.</div> <div><br></div> <div>상대방에게 말을 거는 목적에 대해 첫번째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b> "정보의 획득"</b>이다.</div> <div>그러니까 나는 모르는, 그러나 내가 필요로 하는 어떤 정보를, </div> <div>그것를 알고 있을 것 같은 상대방으로부터 대화를 시도하여 획득하는 것이다.</div> <div>"밥 먹었어?"가 그 예이다.</div> <div>이런 대화를 통해 상대방이 밥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div> <div>나아가 이 대화 시도는 만약 상대방이 밥을 안먹었으면 같이 밥 먹자는 것이다.</div> <div><br></div> <div>두번째로 생각할 수 있는 목적은 <b>"상대방과의 소통상태 신호를 전달"</b>하는 것이다.</div> <div>그러니까 서로간에 별로 중요하지도 않는 말을 상대방에게 걸므로써 </div> <div>상대방에게 자신이 당신과 지금의 소통상태를 유지하거나 혹은 친밀상태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다.</div> <div>"밥 먹었어?"가 그 예이다.</div> <div>이 질문에서는 상대방이 밥을 먹었는지 안먹었는지는 전혀 알바가 아니다.</div> <div>그냥 그렇게 말 걸므로써 상대방과 편한상태 유지하며,상대방에게 내가 이런 시덥잖은 내용도 소통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보이는 것이 목적이다.</div> <div><br></div> <div>세번째로 생각할 수 있는 목적은<b> "상대방의 상태변화"</b>이다.</div> <div>그러니까 상대방의 내적,외적 상태를 직간접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서 상대방에게 말을 거는 것이다.</div> <div>"밥 먹었어?"가 그 예이다. 즉, 사실은 "왜 밥 먹었어? 를 의미하는 "밥 먹었어??" 말이다.</div> <div>이런 맥락상에서의 "밥 먹었어?"라면, 묻는 사람은 이미 상대방이 밥을 먹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상태이다.</div> <div>심지어 그 상대방도 묻는 사람이 이미 자신이 밥을 먹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상태이다.</div> <div>나아가 밥 먹었는지 묻는 사람은 그것까지 조차도 알고 있다.  </div> <div>그럼에도 굳이 이렇게 묻는 것은, 상대방이 자신이 먼저 밥을 먹었다는 것을 스스로 말하게 해서 각인시키려는 심산이다.</div> <div>그렇게 함으로써 상대방이 먼저 밥 먹은 것에 대한 자신의 불편한 심기를 상대방에게 신경쓰이게 하여  </div> <div>상대방이 앞으로는 먼저 밥먹을 때 조금이라도 더 조심하게 하는것이 이 말의 목적이다.</div> <div>이러한 상대방의 상태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말걸기에는 </div> <div>이렇게 말을 이상하게 돌려서 상대방에게 눈치를 주며 압박하는 복잡하고 짜증나는 방식이 아닌</div> <div>"담부터는 나한테 먼저 말하고 먹어."같은 같은 직접적이고 깔끔한 명령문 방식이나</div> <div>"담부터는 나한테 먼저 말하고 먹어주었으면.." 같은 소극적인 기원문 방식,</div> <div>"담부터는 나한테 먼저 말하고 먹으면 안되겠니?"같은 반강제같은 부탁, 권유문 방식,</div> <div>또는,"담부터는 나한테 먼저 말하고 밥을 먹었으면 좋겠다."라는 평서문 방식도 있는데</div> <div>결국 모두 목적은 다 똑같다. </div> <div><br></div> <div>네번째로 생각할 수 있는 목적은 <b>"자신의 상태나 판단에 대해서 동조받고 공감받는 것"</b>이다.</div> <div>상대방에에게 말을 걸어 나의 느낌이나 신념이나 판단이나 감정상태를 표현하여</div> <div>상대방에게 자신의 그런 상태에 대해서 공감을 받고 자신의 상태에 대해 확신을 가지는 것이다.</div> <div>"밥 맛있다!"가 그 예이다.</div> <div>지금 먹는 밥이 왠지 특별히 맛있게 느껴지는 가운데, </div> <div>상대방에게 저런 말을 함으로써 밥맛에 대한 자신의 판단이나 느낌에 공감을 받고 나아가 상대방도 동조하게 하는 것이 이 말의 목적이다.</div> <div>지금 읽고 있을 이 글의 목적도 결국은 이 글을 읽은 사람으로 부터 글의 내용에 대해 공감을 받는 것이라 할 수 있다.</div> <div>자신의 상태나 판단에 대해서 공감을 받는다는 것은</div> <div>자신의 상태는 정당하고 자신의 판단은 진실이라는 것에 대해 좀더 확신을 가지게 하며,</div> <div>이것은 무형적이기는 하지만 능동성이나 자존감에 이롭게 작용하는 가치 있는 것이다.</div> <div>  </div> <div>그리고 이글을 쓰게된 동기이기도 한, <span style="font-size:9pt;">말을 거는 것에 대한</span><span style="font-size:9pt;"> 다섯번째 목적이 있다.</span></div> <div>그전까지는 위 네가지 정도면 대화 시도의 목적은 거의 다 설명할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었는데</div> <div>최근에야 하나가 더 있다는 것을 깨닳았다.</div> <div>그리하여, 그 다번째로 생각할 수 있는 말을 거는 것의 목적은 <b>"말 하는 것"</b> 자체이다. </div> <div>즉, 누군가와 말하는 것 자체가 하고 싶어서 상대방에게 그냥 아무말이나 하는 것이다.</div> <div>애초에 여기에는 언어특유의 정보와 관련된 특정한 목적이 없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하는 말의</div> <div>특별한 맥락도 없이 두서없이 시작될 것이며, <span style="font-size:9pt;">상대방의 필요나 흥미를 기대하기 어렵고, 요점같은 것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도 어렵다.</span></div> <div>그래서 이런 말은 들어서 소화하기는 어려운데 정작 내용에서 건질만한 알맹이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div> <div>만약 이러한 말의 목적을 파악하지 못하고, 말하는 내용에서 뭔가 의미를 찾으려 하면 대단히 답답하고 피곤할 것이다.</div> <div>그렇다고 이러한 말의 목적을 파악하더라도, 이런 형태의 말을 들어주는 것은 분명 고역일 것이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