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을 하면서 언어에 문제가 생긴다면 어떨까요? 그 불편감은 다른 사람들이 이해해주기 어렵습니다. 일반에서는 그냥 하면 된다고 조언하지만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은 말더듬에 더 민감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영화 킹스 스피치는 말더듬으로 인해서 연설이 힘들었던 영국의 왕 조지 6세의 이야기를 극화한 것입니다.
1939년. 영국 왕 조지 5세의 아들이었던 요크 공작은 전 세계에 연설을 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합니다. 그러나 그는 대중 앞에서 말을 더듬고 맙니다. 연설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큰 문제입니다.
구강의 구조로 인해서 발생한 말더듬이라고 단정 지을 수도 없습니다. 언어치료에서도 말더듬의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심리적인 부분들을 함께 다룹니다.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요크 공작은 여러 의사를 만나서 치료를 시도하지만 별다른 효과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는 결국 지쳐서 치료를 포기합니다. 그 어떤 방식도 치료 효과를 일으키지 못한다면 좌절에 빠지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이 없는 것입니다. 결국은 요크 공작의 아내 혼자서 치료사를 찾기에 이릅니다. 언어치료협회를 통해 한 사람의 언어치료사를 찾습니다. 오스트리아 사람이고 독특한 치료방식을 가졌다고 소문난 라이오넬 박사입니다. 그는 연기를 좋아해서 오디션도 보지만 매번 실패하는 실패한 연기자이기도 했습니다.
라이오넬 박사를 만난 요크 공작은 언제 치료를 시작하느냐고 질문합니다. 라이오넬 박사는 '관심이 생길 때'라고 답변을 해줍니다.그는 공작의 신분이 높지만 치료실에서만큼은 자신을 따라 달라고 당부합니다. 언어장애가 어떻게 시작이 되었는지 질문합니다. 요크 공작은 어린 시절에 시작된 말더듬을 이야기합니다. 그 원인은 알 수 없습니다.
세상에 몇 명의 심리학자가 있어야 한 사람의 마음을 바꿀 수 있을까요?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뜻이 통하는 한 사람'이라고 합니다. 이 내용은 단순하게 들리지만 그만한 진실을 품고 있습니다. 많은 학자들이 붙어봐야 뜻이 통하는 한 사람의 영향력을 이겨낼 수 없다는 말입니다. 라이오넬 박사가 치료의 시작에 대해서 답변한 것은 함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바로 치료를 원할 때에 이르러서야 가능하다는 말입니다. 신경증의 치료에서 자신이 낫고 싶지 않을 때는 치료의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증상은 궁극적으로 혼자서 만족하는 것을 가능하게 해줍니다.) 그 증상을 통해 만족하고 살아가겠다는 말입니다.
4-5세 경에 시작된 요크 공작의 말더듬 원인에 대해서 단순하게 설명한다면 ‘선천성’이라고 진단하는 것입니다. 선천적으로 그렇다는 것은 ‘장애’로 그 이상 기능 향상이 안되는 것입니다. 장애로 바라볼 경우, 치료를 해나가는 관점으로 볼 수 없습니다. 원래 기관이 그 정도로 형성될 수밖에 없다면 그 상태가 정상이기 때문입니다.
간혹 어린 시절부터 신경증의 소인을 지니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것을 뇌의 문제로 볼 수는 없습니다. 증상 형성의 단서는 생활 속에서 찾아야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을 하나 찾아보아야 합니다. 치료를 위해서는 원인을 발견한다는 것이 무척 중요합니다. 신체적인 질환을 치료하는 데에도 원인이 되는 요인들을 제거하거나 기능보강을 통해서 건강을 회복합니다. 정신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신경증을 일으키는 원인이 있다는 것입니다. 원인을 알 수 없다는 말은 현실에 그 원인이 있다는 것이 아닙니다. 정신에서 어떤 구조가 형성되었다는 것입니다. 이 구조를 알지 못하면 방어를 할 수도 없습니다. 따라서 어떤 식으로 형성되었는지를 추적해나가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원인을 잡지 못하고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만 완화를 시키고자 하는 것은 재발의 문제를 불러일으킵니다. 그것도 같은 방식으로 재발이 일어나는 것도 아닙니다. 이전에 치료했던 방식을 교묘하게 회피하기도 합니다. 증상의 통로가 변하는 것입니다. 증상을 계속 일으켜서 신체와 정신의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정신에서 일어나는 일을 모른다면 우리는 신경증에 막무가내로 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됩니다.
라이오넬 박사는 요크 공작과 치료에 대해서 1실링을 건 내기를 합니다. 자신이 알려준 방법으로 말을 하면 더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1실링의 내기에서 라이오넬 박사는 이깁니다. 말을 더듬지 않은 것입니다. 요크 공작은 수긍하지 못하고 가려고 합니다.라이오넬 박사는 그의 목소리를 녹음한 레코드판을 그에게 기념으로 선물합니다.
요크 공작은 자신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는 유창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했습니다. 대체 어떤 이유에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요?정신구조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데 외부적인 어떤 처치를 통해서 청각기관을 마비시키면 정신에서 그 구조의 영향력이 약해진 것입니다. 따라서 감각기관을 마비시키는 것이 정신구조의 영향을 덜 받도록 하면 제 기능을 살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점은 프로이트 후기의 자아 모델을 떠올릴 수 있게 해 줍니다. 초자아가 작용하는 방식이 ‘소리’라는 것입니다. 여기서 한가지 더 중요한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버티가 자신의 발음임에도 불구하고 인정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라이오넬 박사의 치료의 시작에 대한 발언을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
그 해, 크리스마스. 국민들에게 라디오를 통해서 선사를 전달해야 했습니다. 요크 공작은 여전히 말을 더듬습니다 아버지 조지 5세는 그냥 내뱉으라고 이야기하지만 잘 되지 않습니다. 어쩔 수 없이 크리스마스 선사는 조지 5세가 하게 됩니다. 그 사건으로 인해서 요크 공작은 고민에 빠집니다. 그는 라이오넬 박사가 준 레코드판을 틀어봅니다. 유창한 발음으로 조금도 더듬지 않고 이야기하는 요크 공작의 목소리에 그의 아내 엘리자베스도 깜짝 놀랍니다. 그리고 라이오넬 박사를 다시 만나게 됩니다. 자신의 기능이 정상으로 돌아오게 된다는 것을 미리 알 수 있다면 치료를 통해서 회복하고자 하는 것이 사람 마음일 것입니다. 치료를 시작할 준비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치료 효과는 언제 나타나게 될지 예측할 수가 없습니다. 요크 공작의 경우에는 그 문제가 구강의 문제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으로 일어나는 말더듬이었습니다.
요크 공작은 자기 사생활 이야기를 빼고서 치료를 하고자 합니다. 말하는 기능에 대한 회복만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라이오넬 박사는 여기서 중요한 점을 지적합니다. 기술은 단지 훈련이면 된다고요. 라이오넬 박사의 지적은 중요한 점을 시사합니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심리적인 문제에 직면하게 될 때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기능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호소하는 것이 기능을 다시 회복시켜 달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자신이 문제로 삼고 있는 기능만을 이야기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증상의 원인은 기능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삶 속에 눅진하게 들러붙어 있습니다. 따라서 삶 전반에 퍼져 있는 심리적인 원인들을 모두 찾아보아야 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요크 공작은 치료를 할 때 사생활 이야기를 제외하고 치료하길 원합니다. 우리는 여기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고 기능만을 요구하는 전형적인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사생활을 이야기하는 것은 곧 체면의 문제와도 직결이 됩니다. 정신분석이나 다른 상담을 통해서는 자신의 체면을 지킬 수 없는 상황들이 종종 발생하게 됩니다. 사회적 지위의 문제도 있는 것입니다.
우리의 정신구조는 삶을 통해서 형성됩니다. 그리고 그 구조를 통해서 현실을 경험하게 됩니다. 어떤 일을 경험하게 하는 것입니다.그러면 무엇이 우리의 말더듬을 경험하게 만드는지 알기 위해서는 정신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어떤 정신적인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하면 낫는지 그 방법을 찾으려고 합니다.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혼자서 치료, 즉,기능을 회복시키고자 합니다. 그들은 혼자서 어떤 훈련이든 하고자 합니다. 실패로 끝나게 되는 경우, 좌절감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습니다. 어떠한 만족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날부터 두 사람은 매일 만나 치료를 하게 됩니다. 서로를 부르는 호칭도 격식을 차리지 않는 '버티'와 '로그'로 정하게 됩니다. 무엇을 위해 호칭을 더 편하게 부르고자 한 것일까요? 역시 '전이'의 문제와 관련이 지어집니다. 전이가 중요한 것은 ‘말’에 가치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963년. 아버지 조지 5세의 병환이 위중해져서 왕가의 가족들이 모두 모입니다. 형제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조지 5세가 사망하게 되자 직계 서열 1위인 형이 왕위를 계승 받아 에드워드 8세가 됩니다. 버티는 로그의 치료실로 가서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서 자신이 느낀 것들을 이야기하게 됩니다. 어릴 적의 취미와 아버지가 금지했던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합니다. 만들기를 하고 싶었었다는 어린 시절의 소망을 이야기합니다. 로그의 아이들이 하던 만들기에 조각을 하나 붙여보려고 하지만 로그는 허락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노래를 통해서 말을 한다면 하나를 허용해 주겠다고 합니다. 버티는 노래는 더듬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노래니까 더듬지 않는다고 단순하게 대답합니다.
여기서 노래를 더듬지 않고 말은 더듬는다는 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노래는 ‘즐긴다’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하지만 말은 그렇지 않습니다. 버티의 초자아는 ‘즐긴다’는 내용과 관련성을 가질 수가 있습니다. 이때, 평소에 말을 더듬는다는 것과 평소에 즐길 수 없었다는 것을 연결해 볼 수 있습니다. 공통된 정신 기관의 작동이 있었던 것입니다.
버티가 개인사를 이야기한 것은 무척 소중한 내용입니다.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서 발생한 좌절은 그에게 과거를 이야기할 수 있게 한 사건이기도 했습니다. 버티에게는 어린 시절부터 금지된 것들이 많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는 왼손잡이였지만 그러나 아버지에 의해서 오른손을 써야만 했었고 안짱다리 때문에 다리에 철제 부목을 대고 생활해야만 했었던 금욕적인 어린 시절이 있었습니다.이런 사례는 실제로도 종종 드러납니다.
초자아의 형성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은 '아버지'입니다. 초자아의 문제로 인해서 개인이 스스로를 억제하게 되는 경우들이 꽤 많이 발생합니다. 초자아는 사회생활에 늘 기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초자아는 병리적으로도 작용할 수가 있습니다. 병리적 초자아라고 해서 건강한 초자아와 그렇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병리적 초자아는 사람을 자꾸 실패로 이끈다는 것입니다. 내면에서 우리의 행동을 과도하게 감시하고 비판하고 명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버티가 자신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상황에서 유창하게 발음한 것을 떠올려 봅시다. 그의 초자아는 자신의 말 역시도 감시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의 초자아가 그렇게 강력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가 바로 '왕족'이기 때문에 주변으로부터 언제나 감시의 대상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삶이 언제나 다른 사람의 시선에 노출되어야만 했습니다. 그의 첫 연설에 대한 실패를 생각해봅시다. 그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 역시도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우리는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어쩌면 말더듬이란 방식은 그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선택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왕족이었지만 어린 시절 유모에 의한 학대도 있었습니다. 그 사건은 어린 버티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게 한 것입니다. 버티는 유모의 행동에 대해서 다른 사람에게 말할 수 없었기에 학대를 당하고도 침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버티의 말더듬은 두 가지 차원에서 작동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권리를 포기하는 것입니다.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을 말하지 않아서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는 것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왕족이라는 지위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에게 있어서 왕이라는 책임은 스스로가 받아들이기 너무 이른 시기였기 때문입니다.
에드워드 8세는 미국 출신의 심슨 부인에 대한 연정에 사로잡힙니다. 그리고 그녀와 함께 여는 파티에 버티를 초대합니다. 파티가 불편했지만 버티는 형에게 충언을 하고자 합니다. 공무도 보지 않고 심슨 부인과 결혼하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에드워드 8세는 동생의 충언을 무시하고 “버벅 버티”라는 어린 시절의 별명을 부르며 비아냥거리면서 놀립니다. 에드워드 8세의 놀림에 버티는 아무 말도 하지 못 합니다.
버티는 로그와 그 사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합니다. 형의 말에 끽 소리도 못한 자신이 불만스러운 것입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형과 심슨 부인의 결혼입니다. 로그는 에드워드 8세가 아니라 직접 왕위에 오르는 것을 제안합니다. 버티는 그 말에 화를 내고 그 자리에서 치료를 일방적으로 종결해버립니다. 그러나 심슨 부인과 에드워드 8세의 결혼 문제는 의회에서 큰 문제가 되었고 왕의 퇴임을 추진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러 있었습니다.
여기서 '형'의 상징적인 위치에 대해서 생각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것도 아버지의 뒤를 이어서 왕이 된 '형'입니다. 왕의 위치에 올라간 형은 초자아의 역할을 물려받은 대리인으로 볼 수 있습니다. 흔히 하는 말에서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을 합니다. 사회적 위치가 변했을 때 인격에 변화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형에게 한마디도 대꾸하지 못한 버티는 답답함을 느낍니다. 자신의 말할 권리를 실천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형에 비해서 자신의 사회적 위치가 애매한 것입니다. 그의 말더듬도 이와 같은 맥락입니다. 그의 말더듬을 형성하는 심리적 단서 중 하나가 바로 자신의 사회적 위치가 결정되지 않은 것에 있습니다.
로그는 버티에 대해서 자기 그림자에 짓눌려 있는 사람이라고 아내와 이야기합니다. 크게 될 사람이라고 안타까워합니다. 그러다 로그는 아내와 대화를 통해 자신이 선을 넘었다는 것을 느낍니다. 아내는 사과하는 것을 제안합니다. 로그는 사과를 하고자 찾아가지만 만남은 성사되지 않습니다.
치료를 진행할 때, 내담자의 사생활에 얼마나 간섭할 수 있을까요? 로그는 버티의 사생활에 대해 간섭을 했습니다. 버티의 입장에서 아직 받아들일 수 있는 준비가 되지 않은 일인 ‘왕위’에 대해서 성급하게 말을 꺼낸 것입니다. 개인의 문제는 직접 선택하고 결정해야 할 부분입니다. 책임이 있기 때문입니다. 치료사라고 해서 함부로 끼어들 권리는 없습니다. 한 나라의 왕이라는 정치적인 위치는 더욱 그렇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는 시기, 에드워드 8세가 왕위를 포기해 버립니다. 심슨 부인과 결혼을 해야겠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결국 버티가 선왕의 이름을 이어받아 조지 6세로 책봉되기로 결정이 됩니다. 이때 버티는 다시 심한 말더듬을 경험하게 됩니다. 또한 처리해야 할 문서들에 의해서 심한 압박을 받게 됩니다. 그는 다시 로그를 찾아서 치료를 재개하게 됩니다. 로그 박사는 버티에게 과거를 잊고 성인으로서의 자세를 가지라고 조언합니다. 여기서 성인으로서의 자세는 자신의 일에 대해서 책임을 지는 것을 뜻합니다.
버티는, 조지 6세는 로그를 대관식에 참석시키고자 합니다. 주변에서는 그의 결정을 반대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관식 참석을 추진시킵니다. 동시에 로그와 대관식 연습을 약속합니다. 대관식 연습을 하려는 순간, 그는 연습을 거부하려 합니다. 로그에 대한 뒷조사를 통해 알게 된 것들 때문입니다. 언어치료에 대해 교육도 받지 않았고 학위도 없는 실패한 배우 주제에 치료를 한다는 것에 대해서 불만을 가집니다. 그러나 여기서 로그 박사는 자신의 치료 배경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줍니다. 전쟁신경증으로 인해서 말을 더듬던 병사들을 치료한 경험들을 이야기합니다. 그들의 말을 들어주고 지지해준 경험은 학위를 가지고 있지 않아도 치료를 가능하게 해줄 수 있는 능력을 만들 수 있게 한 것입니다.
그러나 버티는 그를 사기죄로 고소하겠다고 합니다. 가망이 없는데 고친다고 선동을 했다는 이유입니다. 자신은 말더듬이에 미치광이 왕으로 남을 것이라고요. 갑자기 로그는 왕좌에 앉습니다. 버티는 그 의자에서 당장 내려오라고 지시하지만 로그는 천연덕스럽게 질문합니다. 왕좌가 다른 의자와 다른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답을 해달라는 것입니다. 곧이어 등장한 추기경은 로그에게 그동안의 감사를 표하고 다른 치료사를 섭외하겠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여기서 버티는 치료사 변경에 대해서 직접 결정하겠다고 간섭하지 말라고 합니다. 그리고 로그와 대관식 연습을 이어서 합니다.
우리는 여기서 치료사의 '자격증'의 문제를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자격증이라는 것은 '증명'입니다. 그러나 로그는 그런 증명을 보일 수가 없었습니다. 다만 그의 풍부한 경험들이 치료 능력을 입증해 줄 뿐입니다. 스펙을 통해서 자격을 확보하고 특별한 과정을 거쳐야만 치료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인 태도 입니다. 하지만 치료 자격과 치료 능력은 별개의 문제일 경우가 있습니다. 사실 상담 장면에 들어가면 어떤 기법을 쓰는 상담자든지 하는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치료사마다 나타나게 되는 치료 효율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치료사를 자꾸만 바꾼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심리적인 문제를 다루는 것에 있어서 치료사가 자꾸 바뀔 때는 증상이 이전보다 더욱 교묘한 형태로 변하는 것이 있습니다. 이것은 프로이트의 늑대인간 사례에서 관찰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늑대인간(본명 : 세르게이 판케예프)이 처음에는 부유한 귀족이었지만 후에 몰락하고 나서 프로이트가 생활비와 분석비도 지원을 해줍니다. 그러나 늑대인간은 여러분 석가를 거치게 되면서 일시적인 ‘편집증’상태로 까지 경험하게 됩니다. 이후로도 분석가가 바뀔 때마다 각각 다른 진단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증상의 발달이 이렇게까지 이루어지게 된 것은 초반에는 심리적 거치지 불의 문제도 있었으나 분석가가 계속 교체됨으로 인해서 더욱 교묘한 방식을 채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기존에 이루어진 전이의 형성 문제를 고려한다면 새로운 분석가와는 다시 전이 관계를 형성해야 하는 문제도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분석 과정에서 배우게 되는 언어의 문제도 있습니다.
또한 치료기법이 증상에 잘 맞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감정을 억누르는 특징을 가진 강박증 환자에게 감정적인 해소를 요구하는 상담기법은 그렇게 효과를 발휘할 수가 없습니다. 혹은 히스테리 환자에게 올바른 기억을 요구해내는 것도 곤란합니다. 이는 실제 분석장면에서 종종 관찰되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물론 '디지털 정신분석'에서도 예외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여기서 하나 살펴보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버티는 왜 로그의 뒷조사를 하게 된 것일까요? 과중한 업무와 심각한 말더듬의 문제는 그에게 치료 가능성이 없다는 절망감을 불러일으켰을 것입니다. 따라서 치료사에 대한 의심이 심해진 것입니다. 의심을 통해 확인된 사실은 분명 실망스러웠을 것입니다. 그러나 치료사를 변경하겠다는 추기경의 말에 스스로 결정하겠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버티는 극적인 순간에 자신의 권리를 행사합니다. 곧. 초자아의 감시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뚫어보겠다는 의지입니다.
조금 더 중요한 것은 '책임' 입니다. 그는 그동안 말더듬을 통해서 자신의 책임을 회피해온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러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그 책임을 감당하는 자리가 바로' 왕'의 자리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결국 사회적으로 회피해오던 문제를 스스로 매듭짓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3] 여유
조지 6세는 TV에서 대관식 방영을 시청합니다. 직후에 히틀러의 연설이 방송에서 나오게 됩니다. 바로 2차 세계대전의 시작을 알리는 것입니다. 공교롭게도 동시에 총리가 사퇴를 선언합니다. 히틀러의 선언에 따라 조지 6세도 전쟁을 선포해야 했습니다. 촉박한 시간에 로그 박사가 호출됩니다. 조지 6세는 왕의 권위가 국민을 대변하는 것에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동시에 그는 자신은 말을 못하는 것을 탓합니다. 로그 박사는 여전히 P 발음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하지만 그 순간에도 그를 지지해줍니다.
말더듬은 왜 갑자기 심해진 것일까요? 갑자기 이어받게 된 왕위의 문제와 더불어 왕의 직무를 수행해야만 하는 상황들이 주는 심리적 압박감은 어쩔 수가 없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전쟁의 압박 역시도 크게 작용하는 부분입니다. 말더듬 자체가 ‘심리적’이기 때문입니다.
조지 6세의 초자아는 병리적이었습니다. 병리적 초자아는 그를 실패로 이끌기 위해 작용하려 했습니다. 그가 왕위에 앉게 되자 말더듬이 심해진 것은 어떤 이유에서 였을까요? 조지 6세가 음악을 들으며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하던 장면에서 그는 유창하게 발음해 놓고서도 인정하지 못했습니다. 본인 스스로가 애매한 상태였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사회적인 위치가 고정이 되어 버렸다면 거기에 책임을 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왕으로 받아들여졌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싫든 좋든 그 상황을 이겨내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에게 주어진 과제는 권리를 다시 되찾는 것이었습니다. 왕으로서의 권리, 즉,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는 것을 실천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결국 그는 성공적으로 방송을 매듭짓습니다.
조지 6세의 실제 육성을 들어보면 천천히 발음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는 나름의 방식을 통해서 자신의 권리를 실천시키지 못하게 하는 말더듬에 승리한 것입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권리 포기 문제를 겪어왔고 자신의 심리적 위치에 대해서 늘 고민하던 사람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가 왕위에 올라가려 할 때 일시적으로 강력해진 말더듬은 그에게 좌절을 안겨주려 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좌절에 맞서 자신의 권리를 능동적으로 찾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그를 많은 사람들이 지지해주었습니다.
만약 다른 사람들의 지지 없이 혼자서 감당하려고 했다면 그의 말처럼 미치광이에 말더듬이 왕으로 남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는 훌륭하게 자신의 책임을 감당하는 왕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그에게 ‘왕’의 이름이 주어진 결과였습니다. 말더듬의 흔적이 그의 의지에게 패배한 것입니다.
프로이트는 신경증자를 '인류의 스승'이라고 까지 표현합니다. 이유가 이렇습니다. 증상에 투자하던 에너지를 현실에 투자하게 되면 성숙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것은 '필연적'인 내용이기도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