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저는 작은 시골에 개원한 의사 입니다. 시골 개업의. 지금 의대정원 확충과 첩약 급여화 등에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 중 하나죠.</p> <p> </p> <p>결론적으로는 이번 파업은 명분도 없고 적법하지도 않은 의미없는 제 살 깎아먹기라고 생각합니다. </p> <p> </p> <p>그렇지만 가장 거슬리고 슬픈 것은 제 친구들 혹은 인근 동료의사들을 보면서 직업의 의미가 너무 퇴색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죠.</p> <p> </p> <p>저 역시 고등학교 때 부터 아니 중학생 때부터 의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당연히 돈이나 명예가 아닌 너무나도 멋진 직업, 좋은 일을 하면서도 높은 삶의 질을 유지 할 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저도 수련을 받고 개업을 하면서 돈이 갖는 의미를 키운 것도 사실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직업이 갖는 다른 의미를 잊어본 적은 없었습니다.</p> <p> </p> <p>호모루덴스를 주장한 하위징어가 말했듯이 인간의 행위는 수단과 목적이 분리가 되면 노동이 됩니다. 힘들어지고 사는게 지옥이 되겠죠. 하지만 의사라는 직업만큼 일을 하면서 보람과 성취감을 느끼기 좋은 직업이 또 있을까 싶은데, 다른 친구들이나 동료들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느끼면서 참 서글프기도 합니다.</p> <p> </p> <p>환자를 보고 도와주면서 느끼는 즐거움과 성취감을 오롯이 돈으로 환산하고 직업이 갖는 의미를 돈으로 치환하는 것을 벗어나 좀 더 멀리서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다면 좋겠다 싶은데, 물론 제가 잘못된 생각을 하는 것일 수도 있고 나중에 저도 생각이 바뀔 수도 있겠죠.</p> <p> </p> <p>사실 그냥 개업의도 아니고 지역의사회 총무도 하고 있는 상태라 저의 신념과는 무관하게 이번 파업의 여러 절차를 보건소와 다른 의원들 사이에서 조율하는 것도 상당히 짜증나고 우울하여 평소 자주 들어오는 이 게시판에 글을 써봅니다.</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