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제 어줍잖은 글들을 철게에서 그간 봐 오셨던 분들이라면,<br>제가 어설픈 양비론, 쿨함과 무관심을 가장한 보신주의적 행태에 대해 얼마나 부정적인지 아실 수도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br><br>저런 것들은 시비정오를 가려야 하는 논란에서 <br>특히 자신의 판단이나 (진영) 선택이 틀렸을 경우 자신에게 주어지는 비난과 위협?에 대한 일종의 두려움, 거부반응이라고 여겨집니다. <br>한국처럼 좁고 촘촘하며 수직적이고 종속적인 인간관계가 일반화되어 있는 곳에서<br>집단 속에서 자신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 발달한 태도가 아닌가 생각되기도 합니다. <br>혹자는 전제왕정 시대와 식민 시대, 급격한 도시화와 산업화를 거치면서 나타나는 문화 지체가 아닌가 주장하기도 하고요. <br><br>최근 알게 모르게 이슈가 된 적이 있었지만, <br>존대말과 경칭이 인플레 현상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br><br>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br>이를테면, <br>'살다 보면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지요.' 라는 말조차<br>'이런 분도 계시고 저런 분도 계시고 그런 거죠.'라고 불특정 다수를 존대하기도 합니다. <br>(물론 그 말의 대상이 바로 자기 앞에서 자기가 하는 말을 듣고 있는 청자라면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만, 저 말은 문맥 상 그런 경우에 쓰는 표현이 아니거든요.)<br>TV에서도 굳이 출연자를 3인칭으로 칭할 때 '~씨'라고 부르는 게 아니라 마치 사석에서 사적으로 칭하듯 '~선배님' '~선생님' 등등으로 경칭을 붙입니다. <br>심지어 이 존대말 인플레는 사물에게까지 옮겨가 화제가 되었습니다. <br>"스마트폰이 고장나시면 이쪽에 문의해 주십시오." <br>라든가<br>"아 찾으시는 그 물건은 저쪽에 있으세요."<br>같은 매우 넌센스한 표현들이 간혹 나오기도 해서 TV 프로그램에서도 이런 현상을 다룬 적이 있었지요. <br><br>저는 이런 현상을 '비난 받고 논란 거리가 되는 데 대한 극도의 두려움'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br>논란이나 누군가가 지적할 여지를 요즘 하는 말로 1도 주지 않겠다 라는 어떤 가벼운 결벽증이나 편집증처럼 보이기도 하더라고요. <br>그런데 한국 사회에서 사회적 비난과 고립에 대한 두려움이 만연했던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 <br>왜 최근에 와서야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게 된 것일까요? <br>좀더 파편화되고 개인주의화된 인간관계가 되고 보니, 타인에게 피해를 줘선 안된다는 심리가 극단적으로 강해진 걸까요? <br>아니면 단순히, 띄어쓰기와 함께 한국어의 2대 난제로 불리는,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한국어의 경어 시스템이 통크게 간략화되는 언어학적 변형의 시기인 걸까요? (최근 악센트가 약화되는 영어, 성조가 사라지고 있는 추세라는 중국어처럼...)<br><br>그게 아니라면 둘 다일런지...문득 궁금해지더군요. <br><br><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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