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br></b></div><b>만</b>약 신이 존재하는 것이 확실하다면,<br>당신은 신을 숭배할 것입니까?<br>아니면 숭배하지 않을 것입니까?<br>숭배한다면, 또는 숭배하지 않는다면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br><br>신을 믿고 숭배하는 이유를 들어본 것 중에서,<br>가장 흥미롭고도 이상했던 답변 중 한 가지는<br>'우리가 부모에게 효도를 해야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신은 마땅히 숭배해야한다'는 것이었습니다.<br>제가 못돼 쳐먹은 불효자라 그런지 이만큼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답변은 없었습니다.<br>그러나 의외로 많은 사람이 그런 답변을 했습니다.<br><br><br><br><b>글</b>을 계속 이어나가기에 앞서 밝혀두자면, 저는 불가지론자이며, 무신론자입니다.<br>엄밀한 의미에서 불가지론은 무신론과는 다르지만,<br>신과 관련된 일반적인 논쟁들에서 저는 무신론자와 거의 같은 입장을 취합니다.<br><br><div>제게 있어서 불가지론은 단순히 유신인지 무신인지 알 수 없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br>이것은 신에 대한 정보 일체를 알 수 없다는 의미이며, 이것은 여러가지 의미를 함축합니다.<br><br>1. 신이란 어떤 신인지 알 수 없다.<br>즉 선한 신인지, 악한 신인지, 질투의 신인지, 무관심한 신인지, 유일신인지, 다신인지 그 무엇도 알 수 없다. <br><br>2. 신이란 존재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br>즉 우리가 신이라고 부르는 것이 야훼, 알라, 제우스, 아후라마즈다 같은 이름을 지닌 '인격신'인지,<br>아니면 이 우주의 어떤 질서와 섭리인지, 이 우주 자체인지, 또는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그 '무엇'인지 알 수 없다. <div><br>3. 신에 대한 그 어떤 것도 인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br>신에 대한 모든 주장은 허위이다.<br><br>4. 만약 신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해서도 그 존재를 인지할 수 없다면<br>그 신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과 무차별하다.<br><br>1번의 개념은 2번의 개념에 포함되지만,<br>현대의 주류 종교는 인격신을 주장하므로 1번을 별도의 개념으로 분리해 두었습니다.<br>제가 불가지론자이면서도 사실상 무신론자인 것은 3번과 4번의 개념에서 나온 것입니다.<br>그러나 오늘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와는 범위가 다른 이야기이기 때문에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겠습니다.<br><br><br><b>오</b>늘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신은 분명히 존재한다'면 당신의 삶은 어떻게 바뀌겠는가? 라는 것입니다.<br>처음 하던 이야기를 좀더 이어나가자면,<br>저는 종교나 사상(자칭 마음 공부하는 사람들을 포함해)을 전도하러 다니는 사람들의 말을 자세히 들어보는 편입니다.</div></div> <div>꽤 오래전 일입니다만, 한번은 공원에 앉아 있다가 근처 교회에서 나왔다는 사람이 말을 걸어와 되물은 적이 있습니다.<br>당신이 믿는 그 신이 착한 신이라는 법이 어디 있으며, 당신이 믿는 것처럼 천국에 보내준다는 약속을 지킨다는 보장이 어디에 있느냐고.<br><br>그러자 그 사람이 했던 답변에 저는 말문이 막혔습니다.<br>"하느님은 선한 하느님이 아니에요. 질투하시는 하느님이시죠."<br>하느님이 선하든 악하든, 우리를 창조한 분이므로 섬겨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었죠.<br>신이 선하지 않더라도, 혹은 악하고 잔혹한 신일지라도 섬겨야 한다는 주장은 제게는 충격적이었습니다.<br><br><br>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그 사람은 저의 한가지 전제에 암묵적으로 동의한 것입니다.<br>'신은 악할 수도 있다'는 것은 단순히 '선한 신'과 '악한 신'의 이분법적 구분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br>'악하다'라는 것은 (인간의) 보편가치에 반한다는 것을 뜻합니다.</div> <div><br></div> <div>일반적으로 종교인들에게 신은 지선이며, 신의 가치는 인간의 가치에 우선합니다.<br>반약 신의 가치와 인간의 가치가 반목한다면, 옳은 것은 신의 가치이며 그른 것은 인간의 가치로 결정됩니다.<br>과거 수많은 전쟁과 학살, 재앙이 신의 이름으로 정당화 되었던 것을 기억합니다.<br>소위 '악인'을 지구상에서 쓸어버리는 것은 '신의 심판'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 되지만,<br>인류 보편가치에 비추어 보자면 그것은 제노사이드일 뿐입니다.<br><span style="font-size:9pt;">말하자면 '신은 악하다'라는 선언은<br>인간의 가치를 기준으로 신의 가치를 평가함으로서 인간의 가치가 신의 가치에 앞선다는 이야기가 됩니다.<br><br>여기서 중요한 것은 '신은 악하다/선하다' 또는 '인간의 가치가 신의 가치에 앞선다/뒤진다'는 것이 아닙니다.<br>중요한 사실은 '인간의 보편가치는 신의 가치관과는 별개'라는 점입니다.<br><br>모든 인간은, 아니 모든 존재는 '단독자'입니다.<br>신이 존재하든 어떻든, 나의 실존은 독립적으로 존재합니다.<br>신을 섬기는 것은 부모님께 효도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당위라는 사람들의 비유를 받아들이면,<br>부모님도 결국은 내가 아니며, 궁극적으로 신도 남입니다.<br>그것도 오래전에 자식을 버리고 어디서 무얼 하는지 소식도 없는 부모나 다름 없습니다.<br>부모님이 절대는 아니듯이, 신도 절대가 아닙니다.<br><br>....<br><br>쓰다보니 제 이야기가 필요 이상으로 장황하게 길어졌습니다.<br>여러분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신이 분명히 존재한다면, 여러분의 삶은 바뀌겠습니까?</span></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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