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새벽에 갑자기 눈이 떠져서, 조금 지난 글들과 내 댓글들을 보다가<br>어떤 분이 남긴<br>"많은 사람들이 모르던데 예의는 윗사람이 갖추어야 할 덕목이고, 아랫사람은 예의 따위가 아니라 존경을 갖춰야 함"<br>라고 한 <span style="font-size:9pt;">댓글을 보았습니다.<br><br></span> <div>이 댓글을 읽고, 우리는 같은 세상에 살면서도 참 다른 세상에 사는구나...라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이에 더하여,<br>"존경받지 못할 어른이라고 존경을 안하는건 그 어른의 문제가 아니라 아랫사람의 문제"라는 말은, 내게는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br><br>이 분은 나와는 전혀 다른 언어를 쓰는 것일까요, 아니면 나와는 다른 행성에서 온 사람인 걸까요...<br>뭐 새삼스러운 이야기고, 제 주변에도 저 분과 같이 생각하는 사람이 꽤 있습니다.<br>제가 다른 행성에서 온 사람인 것이겠죠.<br><br>어쨋거나 적어도 제 언어 체계에선,<br>예의는 내게서 겉으로 나와 다른 사람에게 받아들여지는 행위이고,<br>존경이란 내 안에서 우러나온 감정의 동기입니다.<br>예의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의도 했느냐 보다 어떻게 받아들여지느냐가 더 중요한 것이고,<br>존경에서 중요한 것은 내 마음이 무엇을 향하고 무엇을 뜻하는가 일 것입니다.<br><br>물론, 우리는 오래된 사람의 인생 경험을 이해하고, 그 사람이 가진 삶에 깊은 존중을 나타낼 필요가 있습니다.<br>사람은 서로를 존중해야하고, 사람이 사람을 존중함에 있어 차별은 없어야겠지만, 세월의 무게라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거죠.<br>예의라는 것은 존중의 표현입니다.<br>내가 그 사람을 가벼이 여기지 않음을, 그 사람의 권위를 침범하지 않음을, 그 사람과 나 사이의 선을 넘지 않음을<br>나타내는 행위입니다.<br><br>그래서 예의는 내 의도보다 받아들이는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더 중요합니다.<br>그렇기에, 어쩌면 예의는 존경보다 어려울지 모릅니다.<br>사람마다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르고 기준이 다르기에 완벽한 예의를 지키기란 쉽지 않을지 모릅니다.<br>그래도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우리는, 자신이 "윗사람"이든 "아랫사람"이든 예의를 필요로 합니다.<br>비록 내 마음에서 우러나오지 않을지 몰라도, 우리는 그것을 지켜야하기 때문에 지킵니다.<br><br></div> <div>그렇지만, 누구도 자신이 "아랫사람"이라는 이유로 존경을 강요 받아선 안됩니다.<br>누구도 저에게 존경을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br>존경은 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며, 어떤 사람을 우러러 볼 것인지는 나 이외에 누구도 간섭하지 못합니다.<br>누군가 나에게 존경을 강요한다면, 그는 내 마음을 존중하지 않는 것입니다.<br><br>나이를 좀 더 많이 먹었다고 해서, 직급이 높다고 해서, 어쩌다 군에 며칠 일찍 들어왔다고 해서</div> <div>자신에게 존경을 강요하는 '윗분'들을 몇 보았습니다.<br>그런 분들이 '아랫것들'을 대하는 자세는 결코 존경 받을만한 것이 아닙니다.<br>그리고, 사회가 존재하는 이상 불가피하게 서열의 높고 낮음이 있고 직급의 높고 낮음이 있을 수는 있지만,<br><br>사람 대 사람으로,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습니다. </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어째서, 왜 존경이 예의보다 쉽다고 말하는지 모르겠습니다.<br>뭣 때문에 손아랫사람이 자존을 짓밟히면서 강요 당한 존경을<br>자신의 마음을 꺾으면서 순순히 따르는게 대체 어떻게 쉽다고 말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br><br>존경 받을만한 사람은 있으나 존경 받아야만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br>아니 어쩌면 누구에게나 존경 받아 마땅한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만<br>적어도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존경해야만 하는 인간은 없습니다.<br><br>제 어린 시절 기억에, 저는 존경 받을만한 어른들을 많이 만났고, 그분들을 존경했습니다.<br>그리고 어른이 된 지금도, 나보다 어린 친구임에도 존경 받을 만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있습니다.<br>그러나 다른 한편으론, 자기 자신의 반편도 안되는 어린 아이에게 권력을 휘두르고<br></span></div> <div>존경을 강요하며 폭압을 일삼는 어른도 몇이나 보았습니다.<br>지금도 불공정하고 부당한 처사에 분을 삭이고 눈물을 삼키는 아이들이 수없이 많습니다.</div> <div><br>그런 이들을 어른이라는 이유만으로 존경해야 하나요?<br>저는 그거야 말로 인간에 대한 불경이라고 생각합니다.<br><br>존경 받지 말아야 할 인간은 90먹은 노인네라도 존경 받을 수 없습니다.<br>그렇지 않다고 한다면, 전두환 같은 치에게도 존경한다고 할 수 있는지 묻겠습니다.</div>
댓글 분란 또는 분쟁 때문에 전체 댓글이 블라인드 처리되었습니다.